지구를 빼앗긴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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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1.0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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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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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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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말살 작전(2/12)

DUMMY

#1 (J사이트 제은산 인근 마을, 행군)


독립군은 눈이 덮인 설원 입구로 걸어 나온다. 주변 동물들은 경계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눈에는 배고픔과 피곤함이 묻어난다. 병사들 몇 명은 어슬렁거리는 동물을 보며 입맛을 다신다.

견백은 걸음을 멈추고 먼 산을 본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낡은 건물이 보인다. 건물은 온통 덩굴로 뒤덮여 있다. 그 건물 위로는 해질녘 노을이 저물어간다.


“전 병력 저 건물에 자리를 잡고 오늘 하루 쉬어간다.”

“독립!”


독립군들은 발 빠르게 건물 주변을 수색한다. 건물 아래로 계단식 평지가 이어진다. 건물 바로 한 칸 아래 평지에 건물을 지킬 초소를 빠르게 설치한다.

건물은 꽤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 주변이 넓게 잘 보인다.

견백과 괴테몰리는 건물 옥상에 올라 주변을 살핀다.

건물 한 칸 아래, 초소 설치는 햇님의 지시하에 분주하게 이루어진다.

언덕 아래, 바람이 주변 병사들을 이끌고 오르고 있다. 그들이 끄는 수레에는 각종 동물이 잡혀있다. 맷퇘지, 사슴, 토키 등 금세 다양한 동물 사냥에 성공했다. 배고픔을 달랠 생각에 그들은 한껏 신나 있다.

괴테몰리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말한다.


“저 아이들이 어느새 독립군의 주축이 되어갑니다. 대장.”

“너무 빨리 커버리는군요. 조금은 서운합니다.”

“그래도 아직 애입니다. 저놈 보십시오.”


언덕을 거의 다 오른 바람은 손을 흔들며 햇님에게 달려간다.

햇님은 바람을 반가워한다. 햇님은 가장 먼저 지어진 초소 위로 바람을 올린다.

바람은 구시렁대며 초소에 걸터앉아 경계를 선다. 꼭 말 잘 듣는 강아지의 모습이다.

주변의 병사들은 그런 바람의 모습에 박장대소한다.

그렇게 북상을 위한 행군의 첫 밤이 찾아온다.


#2 (건물 안, 유물)


애거시와 사발레타가 병사들을 이끌고 건물 안을 수색한다. 수색과 동시에 병사들이 잠들 수 있는 공간을 정리하고 있다.

추위를 피해 도망친 고양이들이 보인다. 병사들은 고양이들을 창문 밖으로 내쫓는다. 고양이들은 이리저리 피하며 건물을 빠져나간다.

그중 한 마리가 사발레타의 발에 와서 몸을 비빈다.

사발레타는 고양이 한 마리에게 겁을 준다. 헐레벌떡 도망가는 고양이의 모습에 깔깔댄다.


“워! 푸하하. 놀라기는. 귀엽단 말이야? 애거시. 저 고양이 한 마리 잡아가서 키울까?”

“고양이를 위협하지마. 책에는 고양이가 요물이라 적혀있어. 네가 그리 장난치면 고양이는 꼭 복수할 거야.”

“하여간 책벌레 같으니라고. 그따위 종이 쪼가리를 믿냐? 고양이 따위가 복수는 무슨. 바보 같은 짐승 새끼들 밥 주면 좋다고 달려올 거다. 흥!”

“음. 그건 너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네.”

“이 자식이. 누나한테 안 맞은지 좀 됐지?”


사발레타가 장난치며 애거시에게 헤드록을 건다.

애거시는 가볍게 사발레타를 피한다. 피한 곳에는 작은 문틈이 보인다. 그는 문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리고 홀린 듯 그리로 걸어간다.

사발레타는 피하는 애거시에게 다시 헤드록을 건다.

애거시는 사발레타의 팔을 무섭게 쳐낸다.

사발레타는 무언가에 홀린 거 같은 애거시의 모습에 당황한다.


“왜 이래? 이 자식이. 화났냐?”

“조용히 좀.”


애거시는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킨다.

사발레타는 뻘쭘하게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다.

애거시는 천천히 문 쪽으로 다가간다. 문틈 속에 무언가를 보고 미친 듯이 문을 연다.


끼익, 끼익-.


문은 오랜 시간 동안 얼마나 방치되었는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애거시는 연약한 몸으로 있는 힘껏 문을 열어젖힌다. 문은 꿈쩍할 생각을 않는다. 그는 뒤를 돌아 일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소리친다.


“3중대! 몇 명 이리로 와!”

“네. 중대장님!”


주변에 있던 병사 3명이 애거시에게 달려온다. 그들은 애거시를 도와 함께 문을 힘껏 열어젖힌다. 안쪽에 자물쇠라도 걸려있는 듯 문은 열리지 않는다.

뒤에서 계속 지켜보던 사발레타는 한심하게 쳐다보며 묻는다.


“도와주랴?”


애거시는 사발레타의 말에 뒤를 돈다. 그리고 사발레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발레타는 애거시의 그런 모습에서 아까 본 고양이의 모습이 보인다. 안쓰럽게 부탁하는 애거시를 보며 사발레타는 심장을 부여잡는다.

‘아이씨. 귀여워.’


“야 애거시.”

“응?”

“너도 내가 놀래키면 복수할 거냐?”

“그게 무슨 소리야? 안 도와줄 거면 말 걸지마.”

“싸가지 없는 자식. 저리 비켜. 워!”


사발레타는 달려들어 애거시에게 달려든다.

애거시와 병사들은 놀라며 문 옆으로 피한다.

사발레타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몸을 던져 어깨로 문에 받아버린다.


와지끈-.

쾅-!


문은 박살이 난다. 문이 부서진 곳으로 뿌연 먼지가 올라온다.

먼지가 올라오는 중심에 사발레타가 넘어져 있다. 사발레타는 기침하며 주변을 살핀다. 서서히 먼지가 걷힌다.

먼지가 걷힌 곳에는 수많은 책이 책장에 꽂혀 있다. 가지런히 정리된 책들로 둘러 쌓인 방에서 사발레타는 어쩐지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게 다 뭐야?”

“뭐긴. 보물이지.”


애거시가 문 안으로 들어온다. 애거시의 표정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사발레타는 어린 시절 저 표정을 본 적이 있다. 사발레타가 인간의 섬 새벽오름에서 뛰놀다 우연히 책을 발견했다. 다 낡아 찢어진 책을 덜레덜레 들고 왔다. 딱히 그것이 신기하고 관심이 있어서 들고 온 건 아니다. 그저 늘 새로운 것을 좋아하던 애거시를 위해 들고 왔다.

그리고 그날. 사발레타는 태어나 처음으로 애거시의 환한 미소를 봤다. 그 미소에 사발레타는 가슴이 요동쳤다.

그리고 오늘. 사발레타의 가슴은 또 요동치고 있다.

애거시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한 권, 한 권 소중하게 다루며 꺼내서 살핀다. 애거시는 무아지경에 빠져 그곳 책을 모두 읽어 나간다.

문밖에 있던 병사들은 애거시를 부르려 한다.


“저기. 중대···.”

“워!”


사발레타는 그런 병사들을 막으며 문밖으로 내쫓는다. 그리곤 남은 작업을 하라 지시한다.

문 안에서는 애거시가 정신을 놓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사발레타는 그 모습을 보고 문 앞에 양반다리 하고 앉는다. 그리곤 자신의 언월도를 부서져 버린 입구 앞에 세운다. 꼭 출입금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참. 저딴 놈이 뭐가 좋다고.”


사발레타는 복도 창문으로 보이는 달을 바라본다.

실보다 얇아 보이는 초승달이 하늘에 걸려있다. 창문 틈에 아까 내쫓긴 고양이 한 마리가 사발레타와 애거시를 쳐다보며 운다.


야옹-.


#3 (J사이트 옥산천 도로, 불빛)


미산트라를 선두로 한 아이언스 부대는 하천 옆에 나 있는 도로를 걷고 있다.

많이 지쳐 보이는 미산트라 병사들이다. 그에 반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아이언스들.

하야토는 뒤를 돌아 아이언스를 본다. 옆에 있는 병사의 물을 뺏어 먹으며 말한다.


“저것들은 왜 지치지도 않냐? 괴물 새끼들. 같은 호모속 맞냐?”

“입 닥치고 걷지? 너랑 같은 인간종족인 우리는 얼마나 창피하겠냐?”


도플라는 하야토가 마시는 물을 뺏어 마시며 말한다.

하야토는 물을 마시는 도플라를 노려본다.

도플라는 피식 웃는다.


“한 따까리 해줄까?”


하야토는 도플라에게서 신경질적으로 다시 물을 빼앗은 뒤 걸어간다.

도플라는 걸어가는 하야토의 뒷모습을 보며 웃는다.


“자존심만 세서는. 생긴 건 찬이랑 참 비슷한데. 귀여운 구석이 없어. 새끼가.”


도플라는 주변을 살피며 바알을 찾는다.

뒤쪽에서 바알이 보인다. 도플라는 바알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가 그런 표정을 짓는 이유는 정확하게는 바알보다는 아이언스 때문이다.

아이언스 1명이 손수레를 끌고 있다. 그 손수레 위에서 바알은 누워서 편하게 온다. 그 양옆을 드라칸과 카일이 지키며 걷는다.

도플라는 뒤에서 편하게 오는 바알에게 걸어간다. 그리곤 손수레 앞에 선다.

도플라가 다가오자 드라칸이 손으로 막는다.


“어딜 가까이와?”

“이 손 치워. 이젠 나나 너나 똑같은 위치란 거 잊었어?”


카일은 팔짱을 끼며 말한다.


“정확히 해야지. 이번 인간 말살 작전이 성공하고 네 병력이 생기면 그때부터 동등해지는 거다. 말인즉슨, 지금은 우리가 위다.”


바알은 손수레에서 내린다. 몸의 기지개를 켜며 도플라에게 걸어온다.


“그건 카일 말이 맞아. 아직은 이들보단 낮은 위치다. 도플라. 그럼에도 넌 나를 독대해도 돼. 넌 내가 아끼는 부하니까. 그러니 드라칸, 카일 물러나.”

“네. 바알님.”


드라칸과 카일은 물러난다.

도플라는 바알을 보며 말한다.


“당신은 그 잘난 손수레에 누워 오느라 모르시나 본데 지금 다들 지쳤어.”


바알은 도플라 말을 듣고 뒤를 돌아 아이언스들을 본다.


“흠. 멀쩡한데?”

“그 괴물 새끼들 말고. 인간들 말이다. 앞에 걷고 있는.”


바알은 앞선에서 걷는 미산트라 병사들을 본다. 하나같이 지쳐있는 모습이다. 바알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지쳐 보이네.”

“쉬어야 해. 지금 행군은 아이언스는 몰라도 인간에겐 무리야.”

“정말? 무리야?”

“무리라고.”

“도플라. 내가 재밌는 거 하나 보여줄까?”


바알은 입가에 미소가 찬다.

도플라는 불안감이 몰려온다.

바알은 늘 무언가 일을 벌일 때, 꼭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미산트라 멈춰라!”


바알의 목소리에 미산트라 병사들은 살았다는 외침과 함께 자리에서 쓰러진다.

바알은 그들 앞으로 걸어와서 지쳐 쓰러진 병사들을 바라본다.


“다들 고된 행군에 지쳤을 거로 생각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감사합니다!”


바알은 뒤를 돌아 아이언스에게 말한다.


[인간은 좀 늦네. 먼저 비봉산으로 멈추지 말고 걸어가. 그리고 절벽 근처에서 자리를 잡아.]

[그러지.]

[선제공격은 안 돼. 꼭 우리를 기다려.]

[너무 늦으면 먼저 침투한다.]

[안된다고. 꼭 기다려. 빨리 갈 테니까.]


가장 앞선에 있는 아이언스와 바알이 눈을 맞춘다.

바알은 정색하며 아이언스를 노려본다.

아이언스는 잠시 바알의 눈을 쳐다보다 대답한다.


[알았다.]


바알은 씩 웃으며 말한다.


[고마워.]


아이언스들은 이어서 행군한다.

아이언스들이 멀어지는 것을 보자 바알은 다시 입을 연다.


“미산트라 들어라. 저기 보여?”


바알이 가리킨 곳에는 높은 폐건물이 보인다. 폐건물은 계단식 언덕의 가장 위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언덕 쪽으로 작을 불씨가 올라온다. 누군가 그곳에서 불을 지피고 있다.

미산트라 병사들의 눈이 커지고 있다.

바알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저 불을 피우고 있는 것들은 필시 벌레 같은 야생인간들이 아닐까 싶어. 그치? 난 너희들이 지치지 않고 저기까지만 걸어간다면 그 벌레 새끼들을 모조리 죽이고 승리의 전리품을 챙기는 것을 허락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우리 병사들은 쉬는 게 좋겠지?”

“전리품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하야토가 손을 들고 질문한다.

드라칸은 하야토의 목을 잡고 들어 올린다.


“입을 찢어줄까? 바알님 말을 끊어?”


바알은 드라칸의 손을 잡고 내린다. 그리곤 하야토를 감싸며 말한다.


“드라칸. 좋은 질문을 한 병사에게 이런 대우를 하면 쓰나?”

“죄송합니다.”


드라칸이 물러난다.

바알은 하야토에게 귓속말을 한다.


“찢어 죽이기 전에 맘껏 탐해도 좋아. 전리품이란 그런 거다. 그리고 죽여.”


하야토는 바알을 본다.

바알은 인자하게 웃는다.

하야토의 입이 귀에 걸린다.


“좋아. 이 일은 자네가 병사들에게 전달해 주게. 난 전리품에 관심이 없어서 좀 쉬어야겠네.”


바알은 말을 끝낸 뒤, 뒤로 돌아온다.

도플라는 그런 바알의 팔목을 붙잡고 물어본다.


“하야토에게 무슨 말을 한 거야?”

“그저 못 걸을 정도로 지친 건가 확인했을 뿐이야.”

하야토에게 무슨 말을 들은 병사들은 벌떼 같이 뛰어나가기 시작한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거 같던 미산트라 병사들이 언덕 위 불빛을 향해 달린다.

도플라는 바알을 본다.

바알은 웃는다. 숨이 넘어갈 듯이 웃는다. 그 사악한 웃음이 허공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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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인간 말살 작전(7/12) 24.02.13 7 0 13쪽
50 인간 말살 작전(6/12) 24.02.12 6 0 13쪽
49 인간 말살 작전(5/12) 24.02.11 9 0 12쪽
48 인간 말살 작전(4/12) 24.02.10 9 0 12쪽
47 인간 말살 작전(3/12) 24.02.09 10 0 13쪽
» 인간 말살 작전(2/12) 24.02.08 9 0 13쪽
45 인간 말살 작전(1/12) 24.02.07 9 0 13쪽
44 죽음 24.02.06 7 0 13쪽
43 독립군 24.02.05 13 0 13쪽
42 운명 24.02.04 6 0 12쪽
41 전보 24.02.03 8 1 13쪽
40 씨앗 24.02.02 8 1 13쪽
39 작전 24.02.01 8 1 13쪽
38 전쟁 준비 24.01.31 9 1 13쪽
37 우물 24.01.30 8 1 13쪽
36 짐승 24.01.29 8 1 12쪽
35 협력 24.01.28 11 1 12쪽
34 화양연화 24.01.27 9 1 12쪽
33 불씨 24.01.26 12 1 12쪽
32 동족 24.01.25 17 1 11쪽
31 바알 24.01.24 9 1 13쪽
30 미산트라 24.01.23 13 1 12쪽
29 정착 24.01.22 13 1 13쪽
28 미래 24.01.18 15 1 14쪽
27 승리 24.01.17 11 1 12쪽
26 전쟁(2/2) 24.01.16 17 2 13쪽
25 전쟁(1/2) 24.01.15 15 2 12쪽
24 조우 24.01.14 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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