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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DUMMY

한없이 깊은 밤


달빛도 별빛도 비추지 않는 깊은 어딘가


실내인지 실외인지도 구분이 안될 모호한 곳에 두 명의 사람이 서있다.


먼저 안경을 쓴 젊은 남자가 따지듯 입을 연다.


"이번 일은 확실하게 보상을 해주셔야 할 것입니다."


그는 노인에게 작은 통 하나를 건넨다.


젊은 남자의 말에 맞은편에 있던 노인이 답했다.


"미안하네, 이번에 새로 만든 것이라 실수를 했어."


노인은 통을 받아 든다.


"그래도 자네들한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노인의 말에 남자의 인상이 구겨진다.


".... 그것이 먹은 사람이 몇 명인지 아십니까?"


남자의 말에 노인이 살짝 고민했다.


"글쎄 한 열정도 되나?"


노인의 대답을 들은 남자의 눈가가 떨린다.


이 앞에 노인이 몇 명이 희생당했는지 모를 리 없었다.


"확인된 수만 삼십입니다."


"허허... 그렇게나 많이?"


노인이 안타깝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내가 확실하게 보상하겠네."


"... 이번에는 이전처럼 대충 넘어가는 것은 안될 것입니다."


노인은 손가락 세 개를 펼친다.


"걱정 말게, 공급해 주던 장비들 가격을 3% 정도 할인해 주지."


빠득...


남자의 이빨이 갈리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 3%요?"


"그래, 그리고 등급도 하나 더 올려주지. 그러면 일반 개들은 한 단계 더 오를 수 있을 거야."


맞다.


아마 좀 더 좋은 장비를 사용하면 일반 개들의 능력이 향상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이 손해가 메꾸어지지 않는다.


개라는 세력이 만들어진 이유는 생존


요괴도 귀신도 인간도 심지어 신마저도 포함되어 있는 세력


그들은 딱히 본거지라고 부를 장소도 없이 서로 마음이 맞는 이들과 조금씩 뭉쳐 살아간다.


인간들의 마을에 녹아들어 그들과 살아갔다.


그런데 만약 그 마을의 인간들이 위험해진다면 그것은 마을이 위험해지는 것이었고 마을이 위험해지는 것은 개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었다.


거지 집단이었던 개들에게 집이란 목숨과도 같은 것


그리고 노인은 실수라 말하며 이미 몇 번이고 이들의 집을 위협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남자가 자신의 안경을 벗는다.


그러자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이번에는 그 정도로 안될 것입니다."


".... 나랑 끝을 보겠다 이것인가?"


콰득!


바닥에서 작은 균열이 생겨난다.


그 균열을 기점으로 주변에 여러 크기의 균열들이 무차별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콰르르르르르릉!


균열 속에서 사람 크기만 한 두더지들이 올라온다.


"내 보상을 해준다 하지 않았나?"


"그것도 한두 번입니다."


순식간의 남자는 포위되었지만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그리고 피해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보상을 더 준다면 되겠어?"


노인의 제안에 남자는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이제 이 관계를 끊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남자의 말에 노인이 안타까운 듯 탄식했다.


"허...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역사가 짧은 우리는 항상 힘을 합쳐야 된다고."


"그건 서로가 이득이 될 때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미 저희 쪽 손해가 더 커진 상태입니다."


"명견.... 아쉽군..."


노인이 고개를 푹 숙인다.


"그냥 말 잘 듣는 강아지로 살아갔으면 좋았을 걸."


다시 고개를 든 노인의 눈은 검게 물들어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남자가 소리친다.


"장난감들의 왕이여!"


콰가가가각!


거대한 손톱을 가진 두더지들이 남자를 향해 달려든다.


그들은 동그랗고 귀여운 외형을 가진 것과 다르게 빠르고 강했다.


콰득...


두더지들의 손톱이 명견의 피부를 찢고 조금씩 살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명견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확인한 장난감들의 왕이 그의 앞으로 걸어왔다.


"어쩌자고 이곳까지 홀로 왔어.... 개떼는 뭉쳐 다녀야 강한 법이거늘."


온몸에 힘을 주며 버티던 명견이 힘겹게 입을 연다.


"...... 다."


하지만 그 소리는 너무 작았고 왕은 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그의 입 근처로 가져다 댔다.


"뭐라고?"


명견은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혼자 오지 않았단 말입니다..."


"혼자가 아니라고?"


혹시 몰라 주변에도 그의 장난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생명체는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큭... 마지막이 되니 그런 거짓말도 치는 건가?"


왕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를 향해 조소를 보낸다.


그러나 명견은 그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쳤다.


"광견! 뭐 하고 있나!"


기를 담은 명견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명견과 왕이 있는 공간을 넘어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쫑긋


누군가 그 소리를 듣고 귀를 움직인다.


투드드드


얼굴과 팔에 가득한 흉터를 가진 여자


그녀가 소리가 시작된 곳으로 걸아가기 시작했다.


"광견?"


노인의 눈에 의아함이 깃든다.


몇십 년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다.


"그런 이름도 있었나?"


왕의 질문과 다르게 명견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큭... 개는 무리를 이루어야 한다 하셨습니까..."


왕의 이마에 주름이 생겨난다.


"항상 예외는 있는 법입니다."


왕은 이 공간 밖에서부터 느껴지는 기운을 느꼈다.


콰아아앙!


자신이 설치한 장난감 병정들이 빠른 속도로 부서지고 있었다.


콰가가가가각


공간이 무너진다.


"명견!"


무너진 곳에서 흉터 가득한 여성이 나온다.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명견을 둘러싸고 있는 두더지들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그녀의 힘으로 세 개의 두더지 장난감의 상반신이 날아간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명견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게 처음부터 나랑 같이 가자했잖아."


"미안... 하지만 최대한 좋게 끝내고 싶었거든."


서로의 본심을 숨기고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해오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수십 년간 동맹은 동맹이었다.


그러니 명견의 입장에서는 그 관계를 최대한 유지하기를 원했었다.


"그런데 나를 부른 거 보면 잘 안 풀렸나 보네?"


광견이라 불린 여자가 왕을 쳐다본다.


".... 잘 풀리지는 않았지."


"그럴 줄 알았어. 우리의 입은 원래 대화를 위해 존재하지 않으니까."


콰아아앙!


어느새 그녀의 주먹이 왕의 얼굴을 쳤다.


"우리의 입은 물어뜯기 위해 있을 뿐!"


콰아아아아앙!


그녀의 주먹 한번 한 번에 왕의 몸이 휘청인다.


그의 몸이 휘청일 때마다 그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찬다.


'무슨 힘이...'


카직...


왕의 얼굴에 금이 간다.


"흐아아아아압!"


카아아아앙!


광견의 고함과 같이 왕의 얼굴이 산산이 조각났다.


"대단한데?"


왕의 얼굴이 있던 자리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순수 완력만으로 내 장난감을 부수다니."


우드드드득


그의 목에서 새로운 얼굴이 자라난다.


아까와는 다르게 고등학생정도 돼 보이는 앳된 얼굴이었다.


"그래봤자 두 명이다."


쿠르르르르릉


검은 바닥에서 수백의 영국 제복의 장난감 병정들이 올라온다.


빨간 제복을 입고 검은 말과 큰 총칼을 지닌 병사들


"죽여라."


그들이 광견과 명견을 향해 달려든다.


군인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광견이 이빨을 드러낸다.


"뒤로 빠져있어."


쾅!


콰가가가가가각!


"으하하하하하하하하!"


광견이 홀로 군인들 사이에서 날뛰기 시작하자 손식간에 이십이 넘는 장난감들이 부서졌다.


왕이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역시 그냥 병들로만은 안 되겠군."


그는 주머니에서 꺼낸 것을 바닥에 던진다.


"주사위는 참 좋은 장난감이야."


촤르르륵


그가 던진 주사위 세 개가 바닥에서 움직인다.


"어느 게임에서도 쓰기 좋잖아?"


주사위의 숫자는 4, 6, 4


"첫 번째는 속도를 두 번째는 힘을 세 번째는 방어력을 감소시키도록 하지."


왕의 말이 끝나고 곧바로 광견은 자신의 몸의 이상을 알아차렸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리는 무거웠고 적들의 공격이 더 위협적으로 바뀌었고 특히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아마 원인은 자신의 머리 위에 생긴 빨간 표식


"잔재주를 부렸나 보군!"


콰아아아아앙!


하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광견은 날뛰고 있었고 왕의 장난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였다.


일방적인 학살이 계속 이어졌다.


"이 정도로는 부족한가?"


촤르르륵


그는 한 번 더 주사위를 굴렸다.


숫자는 5, 1, 2


"이런 이번에는 영 별로야."


숫자를 확인한 왕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다른 놀이로 바꾸어보자."


광견의 눈앞에 세 개의 숫자가 보인다.


숫자들은 마치 자신을 고르라는 듯이 계속 광견의 눈앞에서 맴돌았다.


"뭐야 이건!"


그녀는 숫자를 무시하려 했지만 그것들은 점점 커져 시야를 방해했다.


결국 그녀는 이빨로 숫자 하나를 물어뜯는다.


콰득!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간 숫자는 5


그리고 수많은 군인들 중 하나의 머리 위로 숫자가 떠오른다.


숫자는 2


콰득!


갑자기 광견의 몸에 충격이 전해진다.


콰득!


콰득!


콰득!


콱득!


총 다섯 번의 충격


그리고 숫자 2를 뽑았던 병정도 충격을 받았었는지 혼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안탑깝군 광견양... 자네가 악어를 깨웠어."


"크아아아아아아아!"


노인의 말과 함께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콰아아아앙!


다시 한번 바닥을 뚫고 초록색 피부의 무언가 나타난다.


"조심하게 자기 이빨을 누른 사람을 찾고 있거든."


족히 15m는 넘어 보일 악어가 광견을 향해 달려든다.


콰드드드득


악어의 입속에 다섯의 군인들이 바스러진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광견의 얼굴은 처음과 똑같았다.


콰아아아아아앙!


그저 약간의 미소와 함께 악어의 머리를 부쉈다.


악어가 한 번에 쓰러지자 장난감의 왕도 살짝 질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허.... 설마 이런 전력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그의 장난감들 중에서 내구도가 높은 편에 속한 악어를 주먹 한 번에 박살 났다.


명견, 왜 저런 존재를 숨기고 있었지? 저자라면 이 땅에서의 우리 입지가 더 커졌을 텐데."


왕의 말에 명견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누군가의 말을 들었다면 광견이라 불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는 신나게 날뛰는 광견을 바라보았다.


"주인의 말도 듣지 않고 우두머리의 말도 듣지 않고.... 그리고 그런 행동들이 용서될 만큼 강해져야 비로소 광자가 붙는 것입니다."


콰득!


방금 마지막 군인의 머리가 광견의 입에서 부서졌다.


그녀가 왕에게로 다가온다.


"이봐 이제 슬슬 장난감이 떨어져 가나 봐?"


그녀를 본 왕은 환한 웃음을 지었다.


"걱정 말게, 활발한 아이를 위한 장난감들은 아직 많으니까."


쿵!


어두운 공간의 위쪽에서 초록색의 피부를 가진 거한이 떨어진다.


어느 유명 영화에서 나온 히어로 캐릭터


쿵!


쿠구구구구궁!


그 뒤로 각종 영화에서 나오는 히어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쉽지 않을 거야."


콰르르르르릉!


번개를 쓰는 히어로 장난감들이 가장 먼저 광견에게 달려든다.


마치 번개와 같이 빠른 속도


하지만 광견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랜 시간 그리고 치열한 전투를 하며 만들어진 자신의 감을 사용했다.


머리, 가슴, 다리


콰득!


그녀는 가슴과 다리를 노리고 오는 히어로들을 피하고 머리를 노리고 오는 히어로의 목덜미를 이빨로 물어뜯어 버렸다.


쿵!


이읃고 다른 히어로들도 한 번에 광견을 향해 달려든다.


누군가는 레이저를 쏘고 누군가는 거미줄을 뽑고 또 누군가는 커다란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왕께서는 이런 병력을 언제부터 숨겨두셨습니까?"


각기 다른 히어로들이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히어로 장난감들이 보여준 능력만 해도 수십 개


그리고 명견이 본 왕의 능력 또한 수십 개


저자가 보여준 수많은 초능력


"이리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니 대단하십니다."


명견의 말에 왕이 조금 피곤한 눈으로 답했다.


"능력이 많은 만큼 제한도 많은 능력이야.... 그런데 자네 일행은 안 도와줘?"


히어로들에게 둘러싸인 광견


하지만 여전히 명견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보아하니 아직 능력도 개방하지 않고 싸우고 있으니까요."


하늘을 날아다니던 날개를 가진 히어로가 바닥으로 추락한다.


"그녀도 초능력자인가?"


"그녀 역시 초능력자, 당신처럼 많은 이능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광견이라는 이름을 가지기에는 부족함 없는 능력입니다."


콰가가가가각!


광견을 에워싸고 있던 히어로들이 단체로 튕겨져 나갔다.


그녀는 약간 풀린 눈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개... 미친개..."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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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24.08.19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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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24.08.15 8 0 12쪽
43 43화 24.08.14 8 0 12쪽
42 42화 24.08.13 8 0 12쪽
41 41화 24.08.12 7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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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24.08.09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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