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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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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DUMMY

김산과 성철


두 사람은 오랜만에 카페에서 만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성철아 요즘 천지인 분위기는 어떠냐?"


"여전히 똑같아요."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하게 말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실제로도 그는 인형설삼을 구하러 갔다가 목격한 범들의 떼죽음과 바알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들을 다시 조사하는 데에 몇 날며칠 밤을 새웠다.


거기에 인형설삼과 바알을 확보하지 못한 거에 대해 장로들에게 쿠사리 먹느라 제대로 쉬지도 모 했다.


"그거 달래주느라 며칠을 또 움직였더니.. 살짝 피곤한 정도예요."


"하... 니가 고생이 많구나.."


"선생님은 요즘 뭐 하면서 지내요?"


그의 질문에 김산은 깊은 속에서부터 온갖 근심과 걱정을 담아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나 주옥된 거 같다."


만상패를 괴멸시킨 인물과 괴저와 연관된 곳을 모두 찾아냈다.


하지만...


만상패를 괴멸로 이끈 인물인 승기는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자 천지인 전체가 달려들어도 어찌할 수 없는 높은 존재


괜히 찾았다고 말했다가는 자신과 천지인도 만상패처럼 괴멸당할 판이었다.


그래서 우선 이매망량에 대해서라도 보고할까 했지만 그랬다가는 욕만 주구장창 먹거나 운 나쁘면 금마패로 구매한 것들을 전부 토해내야 할 것이다.


"왜요? 단서가 아무것도 없어요?"


"하... 아니 단서가 너무 확실해서 문제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답답한 상황을 성철에게라도 말해주고 싶었지만 성철이도 위험해질까 말해주기도 좀 그랬다.


"문제는 단서들이 엿같이 꼬여서 그렇지."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아니다. 이런 일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리고 이 일을 성철에게 말해도 그가 승기를 어쩔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만상패의 신을 일방적으로 찢어버릴 정도의 강함


그 모습은 아직 가면의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성철이 보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선생님은 이제 어디로 가실 거에요?"


"글쎄다. 일단 러시아 쪽으로 가볼 생각인데..."


승기를 대신할 대체제를 찾기 위해 그는 러시아의 야쿠츠쿠로 갈 생각이었다.


인류가 사는 가장 추운 도시 야쿠츠쿠


그곳에는 만상패를 통째로 날려버릴 귀물이나 대요괴가 존재할 것이다.


물론 이 일 역시 김산이 단독으로 하기에는 불가능하지만 다행히 정말 다행히 승기가 이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저한테도 약간은 책임이 있으니까 도와드릴게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일


만상패를 조사해야 할 인간이 뜬금없이 러시아로 나간다고하니 성철은 눈이 동그래지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러시아요?"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니 요괴들은 모두 얼음덩어리가 되어버린 채 발견되었다.


그 정도의 냉기를 가진 이라면 한국보다는 러시아에 있을 확률이 컸다.


"러시아 쪽이랑 연관 있는 거예요?"


"확실하지는 않아."


"음... 그런데 러시아면 좀 위험하지 않아요? 인원은 누구 데려가시게요?"


러시아는 기후가 워낙 험한 지역 탓인지 사람이나 요괴 심지어 신들까지 거친 성격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아 괜찮아, 내 지인 중에 러시아 지역이랑 연이 있는 사람이 있어서 도움 좀 받기로 했거든."


당연히 이 말은 거짓말이다.


"아마 별일 없을 거야."


하지만 이 말은 진심이었다.


최상위 신격이나 지하국대적 정도의 대요괴도 보여주지 못할 힘을 보여주었다.


성철 역시 김산이 굳이 자신이나 천지인의 인력을 데려가지 않는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출국은 언제 하시게요?"


"그 친구가 마무리할게 있다고 다음 주에 출발하자고 그러더라."


김산은 계속 말하다가는 무심코 승기에 대해 이야기할거 같았기에 주제를 살짝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너는 이제 좀 쉬는 거야?"


"아뇨, 지난번 놓친 악마를 찾으라고 해서 강원도 좀 둘러봐야 될 거 같아요."


"그 대악마를?"


그냥 대악마도 아닌 태초의 일곱 악마 중 하나였다.


사실 난이도만 생각하면 김산보다 더 높은 단계


거기에 성철이의 전투 스타일은 팀을 꾸릴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하기에 거의 단독으로 대악마를 쫓아야 한다는 뜻으로 아무리 성철이어도 위험성이 그리 낮지 않은 일이었다.


"나를 걱정해야 될게 아니라 너를 걱정해야 되는거 아니냐?"


"그렇기는 한데..."


성철은 바알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이상하게 자신과 인간에게 호감을 보이던 모습


단지 상황을 모면하려는 거짓말로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진심을 넘어 광기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솔직히 찾을 수 있을 거 같지도 않고요."


성철은 세 마리의 말이 그려진 동마패를 김산에게 보여줬다.


"위쪽도 찾을 생각 없어 보이기도 해서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거 같아요."


"하긴... 찾기도 힘들고 득보다는 실이 더 큰 일이니까..."


김산의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영감탱이들 이럴 때는 계산이 빠르단 말이야."


숨어있는 대악마를 찾기 위한 비용


퇴치하기 위한 비용


그리고 퇴치 이후 부상당한 인원들의 치료와 피해 복구 비용까지


운이 좋다면 한 번에 끝나겠지만 운이 나쁘다면 수십 년이 걸릴지 혹은 이미 한국을 떠났을지도 모를 일


혹여나 잡는다 하더라도 온전히 이득을 천지인이 얻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분명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회 쪽에서도 움직일게 분명했다.


"돈귀신 놈들..."


"아마 대형 재난급 아니면 둘 다 움직이지 않을걸요?"


"하... 분명 그렇겠지."


두 사람의 씁쓸한 대화중 성철의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는


"12장로님이네요."


12장로


그녀는 특이하게도 이름대신 12장로라 불리는 여인이었다.


"여보세요?"


"잘 쉬고 있었니?"


수화기 너머로 간드러진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름 아니라 이번 바알관련해서 말인데"


그녀는 비교적 최근까지 현장에서 활동하던 이였다.


그래서인지 현장 일에 관심이 많았다.


"아무리 구실 갖추기 수사라고는 하지만 혼자서는 힘들 텐데 인원 좀 늘려줄까?"


"아니에요 저 혼자 충분해요. 인원이 많아 봤자 복잡해지기만 할 테니까요."


"그래? 그래도 서포터는 필요하지 않을까? 너는 전투에만 특화되어 있잖니."


"그렇기는 한데 어차피 진심으로 찾으라는 것도 아니니까요. 굳이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성철의 사양에도 12장로는 멈추지 않았다.


"에이, 그래도 뭐라도 던져줘야 늙다리들도 눈치 보면서 궁뎅이를 빼지. 그냥 덜렁 몸만 왔다가는 또 잔소리 듣는다 너?"


"아... 그런가요?"


"그래, 정 다른 얘들 필요 없으면 내 조카라도 한 명 붙여줄게."


"예? 누구요?"


"추격에 특화된 얘라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는데요?"


아무리 보여주기식이라지만 그래도 대악마를 찾는 일


이렇게 선뜻 자신의 피붙이를 내놓을지는 몰랐다.


"괜찮아 괜찮아 한 명 정도는 자네가 케어할 수 있잖아?"


성찰이 뭐라 말할 수도 없이 12장로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어차피 다른 놈들도 자기네 사람 붙여 놓으려고 귀찮게 할걸? 대악마 수색이라니 실패해도 꽤나 괜찮은 경력이 되니까."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는 장로의 모습에 두 사람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김산은 자신의 귀찮은 일에서 빠지겠다는 듯이 소리 내지 않고 입을 움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생해라.'


'도망가지 마요!'


"아마 걔들이 붙으면 한두 명으로는 안 끝날걸? 거기에 성철이 네가 움직일 때마다 위로 보고도 들어갈 거고 실력도 더럽게 없어서 발목이나 잡겠지."


"그.. 그렇지만.."


"내일 보낼게, 이름은 윤지라고 능력은 좋은데 실전 경험은 아직 없으니까 잘 부탁해!"


"실전 경험이 없다뇨? 장로님?"


돌아오는 대답 없이 뚜뚜거리는 전화음이 들려온다.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소리가 들려오는 핸드폰 화면을 한참 쳐다보았다.


"....."


잠시 넋 놓고 앉아있다 결국 체념하고 그도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빠져나갔다.


"12장로님의 조카..."


언젠가 소문을 들어보았다.


12장로가 오랜 시간을 들여 키운 주술사


땅거미라 불리는 천지인에서 추격과 미행에 특화된 조직의 수장이었던 그녀가 직접 키운 후계자로 차후 성장이 기대가 되는 유망주였다.


그리고 아마 그녀가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12장로가 쓰던 만리향이라는 이름을 이어받을게 분명하다는 이야기였다.


"없는 거보다는 더 낫겠지..."


성철은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 조력자를 위해 물품들을 준비해야 했다.


그는 가까운 매점으로 향했다.


기본적인 재료들과 보호용 부적과 반지 등 다양한 물건들을 고른다.


계산을 끝마치니 대략 천만 원어치 물품을 구매했다.


"나머지 필요한 건 알아서 사라고 해야지."


그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화장실에 들어갔다.


화장실 가장 끝칸에는 쇠사슬이 빛을 내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철원으로 이어진 어도(御道)


어도로 들어가자 작은 방이 나왔다.


- 철원 천지인 소유 주택


아직 12장로의 조카가 오기까지는 하루가 남아있었다.


그래도 상관의 혈육


거기에 12장로는 다른 장로들과는 다르게 최근까지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직 현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도 했고 그녀는 일반 퇴마사들에게 평판이 나쁘지 않다.


그러니 아무리 무심한 성격의 성철이라도 그녀의 조카에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혹시 모르니 가볍게 둘러보고 올까."


그는 마당으로 나와 자신의 사슬낫을 꺼내든다.


차르르르륵


손가락의 움직임에 맞추어 사슬낫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잠시 후 인근 숲 속의 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무와 풀


작은 벌레와 들짐승들


지난번과 다르게 여러 생명체의 흔적이 느껴졌다.


"별 이상은 없네."


그는 지난번 바알과 만났던 산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생명체의 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바알이라는 대악마가 내뿜었던 마기가 그 일대를 오염시킨 것이었다.


같은 요괴들 마저 살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마기는 푸르렀던 산을 마치 화마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모습으로 만들었다.


"지독하네..."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정화가 될까 싶었지만 어림도 없는 예상이었다.


오히려 마기가 더 넓고 짙게 퍼져있었다.


"조치라도 살짝 해둘까?"


사슬낫이 서로 뭉치며 일곱 개의 기둥이 된다.


산 곳곳에 퍼진 기둥들이 푸른빛으로 이어졌다.


"칠성진"


칠성진에서 푸른빛이 넘실거리며 흘러나온다.


이후 흘러나오는 빛은 더욱 거세지며 마치 폭포수처럼 보였다.


"이 정도면 되겠지."


진을 펼친 그는 다시 주택으로 돌아갔다.


- 다음날


띵동


이른 아침 누군가 초인종을 누른다.


문을 열자 약간 곱슬거리는 머리와 동그란 안경이 눈에 띄는 소녀


"안녕하세요! 저는 홍윤지라고 해요!"


밝은 목소리와 하얀 손이 동시에 앞으로 내민다.


"아.. 안녕하세요?"


성철은 어색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가면서 이야기할까요?"


윤지는 손을 자신 쪽으로 당기며 성철을 문 밖으로 당겼다.


"어서 그 대악마가 나왔다던 장소로 가요!"


그대로 그녀는 성철을 잡아끌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어... 어..?"


중간에 길을 잘 못 들었지만 그는 말릴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이끌려 다녔다.


"잠시만! 잠시만요!"


"네?"


결국 한참이나 주변을 돌고서야 성철은 윤지를 멈출 수 있었다.


"길... 모르시죠?"


그녀는 그때서야 아차 싶어 성철의 손을 놓고 그의 뒤로 걸어가 손가락을 앞으로 쭉 펴며 소리쳤다.


"자! 다시 가요!"


- 칠성진의 시작 기둥 천추(天樞)


칠성의 기운이 처음 흘러나오는 기둥


분명 맑고 깨끗한 기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윤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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