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담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공요일
작품등록일 :
2024.01.15 17:25
최근연재일 :
2024.09.20 20:3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499
추천수 :
0
글자수 :
275,999

작성
24.05.02 18:05
조회
7
추천
0
글자
11쪽

31화

DUMMY

- 어느 깊은 새벽


승희가 살고 있는 동네의 작은 산


높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조용한 장소였다.


콰아아아앙!


"좀 더 빨리!"


하지만 오늘은 산이 무너질 듯 큰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강하게 친다고 생각하지 말고 빠르게 친다고 생각해!"


콰아아아아앙!


어느 소녀가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면 거품을 물며 놀랄 모습이었지만 소녀 뒤에 서있는 남자는 그 주먹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계속 소리쳤다.


"기의 강약을 조절해, 지금은 너무 뻣뻣하잖아!"


계속되는 남자의 잔소리에 소녀는 기합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와 함께 주먹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앙!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지던 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주먹의 크기와 방향과 같이 나아간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이제야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좀 쉬자."


털썩...


"허억... 허억...."


소녀는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 퍼질러지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 힘들어요..."


"힘든 게 당연하지, 그 큰 기운을 다루기가 쉬울 거라 생각했어?"


소녀의 머리맡으로 걸어온 남자는 그녀의 팔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녀의 손가락부터 어깨까지 회색빛의 얇은 선을 보았다.


'아직 큰 변화는 없나...'


두억이 승희를 가르친 지 두 달이 되어갔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기의 기본적 운용을 알려주었고 그다음은 기를 활용한 간단한 술법들을 알려주었다.


여기까지는 기초적인 수준 아마 거의 모든 능려가들이 이 수순을 따라갈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시작한 교육은 심화 교육


여기서부터 각자의 길에 따라 수련 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두억은 여기서 승희에게 무엇을 가르쳐줄지 고민했다.


부적? 무구? 점성술?


.....


그때 그의 머리로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강신술'


자신이 모시는 신을 자신의 몸에 불러오게 하는 것


하지만 온갖 잡귀들이 몸을 차지하려 할 테니 모시는 신 없이 강신을 하는 것은 금기시되던 일이었다.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그러나 승희의 경우는 좀 다르다.


신을 이끌어들일 길과 문이 부서져 잡귀나 잡신이 꼬일 수 없다.


본래라면 강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그녀는 신 대신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


만약 공간자체를 몸에 담는다면...?


그것도 그곳이 작고 초라한 공간이 아닌 더없이 강대하고 위험해 보이는 공간이라면?


두억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피어난다.


'괴물이 나올 수도 있겠군...'


그렇게 그는 강신을 토대로 승희에게 교육을 시작했다.


공간의 힘만 불러오는 것을 넘어 공간 자체를 몸에 담는 적어도 두억에게는 전에 없던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손바닥에만 힘을 담았다.


그러자 그녀의 손바닥에 거대한 힘이 담기며 승희에게서 고요하지만 동시에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됐다...'


괴물이 될지 절대자가 될지 모르는 아직은 너무나 작은 존재가 새로 탄생했다.


그 뒤로 그는 계속해서 힘을 익숙하게 만들고 더 넓은 몸에 공간을 담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음...?"


잠시 승희의 팔을 바라보고 있던 두억의 시선이 산 너머로 옮겨간다.


쿠르르르릉!


두억의 시선이 닿은 곳에 거대하고 시꺼먼 먹구름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비가 올 날씨는 아니었는데...'


뜬금없는 날씨 변화와 흐릿하게 느껴지는 요기


'거운귀...'


폭풍을 불러오는 구름 형상의 요괴


'알맞겠군.'


두억은 점차 몸을 불리고 있는 거운귀를 향해 소나락을 가리켰다.


"저건 거운귀라는 요괴야. 구름과 비슷한 성질의 몸 때문에 물리력이 잘 통하지 않지."


그의 말에 승희가 힘겹게 고개를 돌려 거운귀 쪽을 바라본다.


"이제 저걸 잡으러 간다."


단순 물리적인 힘만으로는 놈을 잡기 힘들다.


하지만 기만 제대로 다룰 수 있다면 거운귀는 쉽게 퇴치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잡귀


"제... 제가요?"


두억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여태까지 알려준 대로만 하면 어렵지 않을 거야."


"으... 오늘은 수련은 끝났다고 했으면서..."


승희의 투덜거림을 두억은 깔끔하게 무시한 채 입을 열었다.


"놈을 잡으려면 먹구름 속으로 들어가야 돼."


쿠르르르르릉!


먹구름은 어느새 승희의 눈에도 뚜렷하게 보일 만큼 몸집이 커져있었다.


"들어가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될 거야. 거운귀가 너를 없애려 갖가지 수를 쓸 테니까."


"끄으으응... 미리 조언해 줄 만한 건 없어요?"


"미리 몸에 기를 두르고 준비해, 거기 갔다가 번개라도 맞으면 큰일 난다."


두억의 말에 승희는 웃으며 입을 연다.


"에이 설마요. 그리고 이제는 번개 맞아도 몸에 흠집 하나 안 날걸요?"


"음.... 글쎄다?"


원래라면 승희의 말이 어느 정도는 맞다.


번개는 거대한 동시에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빠른 에너지 덩어리


자연 번개는 무방비한 상태의 요괴나 능력자들한테도 위협이 된다.


하지만 자연의 번개를 맞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기에 대부분의 이들은 이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문제는....'


거운귀를 상대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높은 물리 저항력


그리고


정신계 공격


구운귀의 정신 공격은 구름의 위치와 억수같이 쏟아내리는 비를 통해 상대의 눈과 귀를 혼란에 빠뜨려 환영을 보게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는 환영에 빠진 상대를 번개가 떨어질 곳으로 유인한다.


거운귀가 아무리 잡귀라고는 하나 환영에 빠진 무방비한 상태로 번개에 맞는다면 어지간한 이들한테는 큰 타격을 입는다.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가 가진 이질적인 힘이 그리 두지 않을 테니까.


"가자."


두억의 기가 승희를 감싸 안는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거운귀가 있는 곳까지는 내가 데려가주지."


아직 공중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기에는 그녀의 경지가 부족했다.


"가는 동안 마음의 준비라도 해둬, 첫 실전이니까."


"네..."


투박하고 거친 기가 승희의 몸을 감싸 안는다.


공간이 가지는 특성 때문일까?


콰드드드드....


숙련도를 훨씬 상회할 정도로 승희의 몸을 단단하고 무겁게 만들었다.


"크읍...!?"


순간적인 무게 변화에 승희를 들어 올리고 있던 두억의 입에서 작은 비명소리가 새어 나온다.


'생각보다 더...'


두억은 묵직하게 느껴지는 승희를 바라보았다.


직접 쌓는 기가 아닌 어디서 인가 빌려오는 기의 성질은 순전히 운이다.


누구한테 빌려오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격이 달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무당들이 좀 더 높은 격의 신을 받으려 노력하지 않는가


그리고 승희에게서 느껴지는 기는 최상급 신격들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이질적이지만 묘한 친근감이 느껴지는 장체를 알 수 없는 기운


"나중에는 저곳도 한번 찾아가 봐야겠군."


대체 어느 곳 이길래 저런 기를 뿜어대는지 두억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일단은 더 키워야겠지.'


쿵!


그들의 몸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


잠시 후 거운귀가 있는 거대한 먹구름이 가까워졌다.


쿠르르르릉!


먹구름의 근처로 다가가자 번개소리와 빗소리가 그들의 귀를 세차게 때리고 시작했다.


쿠르르르릉!


그리고 더 가까이 다가가자 침입자에게 경고하듯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먹구름 내부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준비는 됐겠지?"


승희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거 같은 먹구름을 바라보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 당연하죠!"


"흐음..."


두억의 눈에 미세하게 떨리는 승희의 어깨가 보였다.


팡!


승희의 등에서 뜨거운 느낌과 함께 고통이 전해진다.


"꺄악! 갑자기 뭐예요!"


"힘 빼고 눈 확실하게 떠."


두억이 미소를 지의며 승희의 등을 살짝 민다.


"생각보다 재미있을 테니까."


승희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녀의 몸이 먹구름 속으로 빨려가듯 날아갔다.


"으아아아악!"


굵은 빗방울과 먼지들이 승희의 뺨을 스치며 지나간다.


발이 땅에 닿지 않은 상태로 허공을 이리저리 떠다니니 어느새 좌우뿐 아니라 상하에 대한 개념까지 모호해지고 있었다.


투드드득


어지러운 상황에 승희의 정신이 날아가기 직전


그녀의 등에서 낯선 감각이 느껴졌다.


부드럽고 천천히 움직이는 두 쌍의 날개


"아니... 저건 꽃잎인가?"


날개인지 꽃잎인지 모를 분홍빛의 무언가가 팔랑이며 승희의 몸을 안정시켰다.


몸이 완전히 멈추고 그제야 그녀는 주변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밝네..?"


밖에서 볼 때는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심해 같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구름의 안은


콰아아아앙!


쉴 새 없이 내리치는 번개와 틈새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작은 햇빛이 들어고 있었다.


'눈으로 기를 집중한다...'


그녀의 눈에 기운이 몰린다.


그러자 주변 공간을 둘러싼 기운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부자연스러운 기의 형태를 찾으면 거운귀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전에도 이미 해본 적 있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익숙하게 주변을 살폈다.


허공을 떠다니는 기


그 흐름을 따라 그녀는 주변을 살펴나갔다.


......


"뭐.... 뭐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거운귀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앙!


정확히는 거운귀의 기였는지 아닌지를 특정할 수 조차 없었다.


주변에서 내리치는 번개 때문에 주변기가 계속 일렁이며 승희의 시야를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찾았다...!"


콰르르르르릉!


"이...."


또 무언가 찾았다 싶어 확인해 보면 번개가 치기 전 모여있는 기의 덩어리였다.


비와 우박 그리고 바람이 몰아치며 몸을 때리고 사방으로 내리치는 번개와 귀를 울리는 천둥소리


매초 바뀌는 풍경까지


주변 모든 것들이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밖으로... 밖으로....!"


그녀는 어느새 공포에 질려 거운귀를 찾는 것도 잊은 채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승희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고 있었지만 이곳은 이미 거운귀의 뱃속


그녀 스스로는 앞으로 나아간다 생각하고 있겠지만 한 발자국 물러나 보면 그녀는 허공을 위태롭게 떠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쿠르르르릉!


폭풍 속 위태로운 나비처럼 금방이라도 거센 바람과 빗방울에 찢어질 듯 보였다.


'눈 확실하게 떠.'


분홍빛 꽃잎에서 은은하게 빛이 난다.


'생각보다 재미있을 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54화 NEW 4시간 전 3 0 11쪽
53 53화 24.09.07 5 0 10쪽
52 52화 24.09.02 9 0 11쪽
51 51화 24.08.31 6 0 11쪽
50 50화 24.08.29 8 0 11쪽
49 49화 24.08.27 7 0 11쪽
48 48화 24.08.24 7 0 10쪽
47 47화 24.08.21 8 0 11쪽
46 46화 24.08.19 7 0 11쪽
45 45화 24.08.18 6 0 9쪽
44 44화 24.08.15 8 0 12쪽
43 43화 24.08.14 8 0 12쪽
42 42화 24.08.13 7 0 12쪽
41 41화 24.08.12 7 0 15쪽
40 40화 24.08.11 8 0 12쪽
39 39화 24.08.10 7 0 11쪽
38 38화 24.08.09 10 0 11쪽
37 37화 24.08.09 8 0 11쪽
36 36화 24.08.07 10 0 12쪽
35 36화 24.08.06 9 0 12쪽
34 35화 24.08.05 8 0 15쪽
33 34화 24.07.18 7 0 13쪽
32 33화 24.07.09 8 0 14쪽
31 32화 24.06.29 6 0 10쪽
» 31화 24.05.02 8 0 11쪽
29 30화 24.04.22 12 0 15쪽
28 29화 24.04.03 10 0 12쪽
27 27화 24.03.19 9 0 13쪽
26 26화 24.03.15 9 0 12쪽
25 25화 24.03.10 7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