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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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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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DUMMY

ㅡ이룡 건물 1층 로비


정장을 빼 입은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공간


그곳에 이질적인 두 사람이 있었다.


"여기는 언제 와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단 말이야."


상대적으로 편한 옷차림과 여유로운 발걸음을 하는 장신의 남자와 학교 체육복 차림을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여학생


"아저씨는 여기 자주 오세요?"


"그치? 여기가 내 일터니까 자주 오지."


"대박... 그냥 백수일 줄 알았는데.."


그들은 로비의 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지금쯤이면 대련을 하고 있을 테니까 가서 구경이나 해 봐."


"넹."


쿠르르릉...


얼마나 내려갔을까 엘리베이터에 진동이 느껴졌다.


"오? 이번에는 꽤 격렬한데?"


캉!


그 순간 날붙이 철문을 관통해 들어왔다.


날붙이는 순식간에 두억의 배를 향했고 승희는 깜짝 놀라 움직였지만 이미 날붙이는 두억의 배와 맞닿아있었다.


콰직!


"꺄아... 아?"


두터운 철문을 관통하고도 그 위력을 잃지 않았던 칼날이 배를 아니 뱃가죽조차 뚫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음.. 살짝 따갑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배를 긁으며 뚫린 구멍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누구길래 이렇게 험하게 싸울까~"


구멍에서는 칼을 놓쳐버린 비형이 허둥대며 몸을 놀리는 모습이 보였다.


"호오?"


아직 두억의 눈에는 부족한 아이이기는 하나 냉정하게만 본다면


콰아아앙!


이렇게까지 비형을 몰아붙일 만한 상대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비형에게 주술과 도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약이 걸려있기는 하지만


"이이... 이리 오라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비형을 농락한다는 건 상대가 어느 정도 실력자란 뜻이었다.


두억이 빠른 속도로 팔을 휘둘러보지만 상대는 미꾸라지 같은 움직임으로 주먹을 피하며 그녀를 약 올릴 뿐이었다.


그러다 흥분한 두억이 실수를 한 틈을 타 상대는 허공에서 손가락을 놀린


그러자 수많은 화살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화살이 천공을 뒤덮어 우레와 같이 떨어진다."


콰가가가가각!


기 혹은 마나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유형의 능력자


"초능력자인가?"


인과를 벗어날 정도의 능력과 그만큼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다시 한번 손을 놀릴 때


이번에는 비형이 재빨리 그 틈을 타 발을 휘둘렀다.


"치잇...!"


빠르게 고개를 뒤로 젖혀 피하였지만 강한 힘으로 생긴 바람이 푹 눌러쓰고 있던 캡모자를 날렸다.


모자가 벗겨지자 두 눈에 짙게 새겨진 다크서클과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않은 듯한 하얀 피부


그녀는 모자는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빛을 잃지 않는 칼날이 나의 적을 향한다."


서슬 퍼런 날의 칼이 비형의 목을 노린다.


그녀는 아까 날아가버린 자신의 칼을 한번 힐긋 거리며 보았다.


보이지 않고 손에 닿지도 않을 거리란 것을 확인하고 바로 손에 검기를 담는다.


카가가가가강!


검을 쳐냈지만 그녀의 손에서도 약간의 피가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며 상대는 입을 오물거리며 피를 뱉어냈다.


"이 정도면 돈 값은 한 거 같은데?"


여태 제대로 때려보지도 못하고 약만 바짝 올라있던 비형은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


"이제 시작인데 뭐라는 거야?"


"내가 체면 살려줄 때 그만하지?"


"뭐래 아직 며칠은 더 할 수 있어!"


콰아앙!


비형은 계속해서 손을 뻗고 주먹을 휘두르지만 상대편 여자는 한 끗 차이로 피하며 손가락으로 허공을 찔러댄다.


'됐다. 마지막 한 글자만...'


여자가 마지막으로 손을 움직이려 하기 직전 비형이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악!"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게 되는 포식자의 울음소리였다.


'이... 이런..!'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영겁의 세월을 불타는 아름다운 불꽃이 피어오른다'


그녀의 이름은 제인 그로니


그녀는 허공에 떠오른 수천 가지의 단어를 조합해 빠르게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완성된 문장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통제가 되지만


완성하지 못한 문장


그것은 통제되지 않고 날뛰게 된다.


이것이 그녀의 초능력


화륵!


그리고 지금 완성되지 못한 문장이 그녀를 덮치려 하고 있었다.


"내가 여태 니 능력도 파악 못했을 거라 생각했냐?"


드디어 비형의 얼굴에도 여유가 생겨났다.


"이제 내 차례다."


쿵!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


아예 손을 움직일 순간을 주지 않으면 능력을 발동시킬 수 없다 판단한 비형이 자신의 최대 속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무식한 새끼..."


그녀의 판단은 정확했다.


제인의 속도로 못 피할 정도는 아니지만 능력까지 동시에 발동시키기에는 어려웠다.


거기에 자신이 만들어내 불꽃 역시 자신을 덮치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짧게라도..'


그녀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비형과 불꽃을 피하며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바닥이 솟구친다"


콰앙!


흙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하지만 그 위력은 비형을 멈추기에 턱 없이 약해 보였다.


"역시 이 정도로는 효과가 없나."


쓰인 문장의 표현에 따라 위력이 달라진다.


그리고 대요괴의 비형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좀 더 자세한 표현이 필요하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들어간 유효타


콰득!


비형의 주먹에 처음으로 묵직한 느낌이 왔다.


"드디어 한번 때려보는 군."


주먹이 닿기 직전 몸을 살짝 뒤로 빼 치명상은 면했지만


화르르르륵!


잠시 몸을 추수를 시간도 없었다.


"칫..."


그녀가 허공에서 양팔을 교차시킨다.


부욱!


"원고 폐기"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맹렬히 불타오르던 불꽃이 잦아들었다.


"아까처럼 계속 건방지게 움직여 보시지!"


의기양양해하는 비형의 모습을 보며 제인은 강제로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입에서 흐른 피를 닦아냈다.


"겨우 한 대 때린 거로 기고만장하기는..."


"킥... 그런 간지럽지도 않은 것들을 갔다가 공격에 성공했다 좋아하다니."


"흥... 그나저나 내 능력의 허점은 어떻게 알았지?"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기분이 좋아진 비형은 잠시 자세를 풀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 놓고 손을 놀리면서 그 정도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거라면 나를 잘 못 본거야!"


쿠웅!


가만히 서있던 비형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니말대로 이제 슬슬 끝내야겠다!"


목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


바로 뒤까지 왔다.


'젠장... 아직 반동이 안 끝났는데..'


원고 폐기


잘 못 쓰인 글의 패널티를 강제로 삭제하는 기술로 그녀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삭제된 글에 담긴 힘에 비례하여 일정시간 동안 그녀의 운동능력을 감소시킨다.


콰앙!


간 보기식의 적당한 주먹질


그것 조차 지금은 피하기 버거웠다.


"꺄하! 다리가 좀 느려진 거 같은데?"


콰아아앙!


"갑자기 불이 사라진 거랑 연관이 있으려나?"


순식간에 역전된 상황


"꿈틀거리길래 그래도 뱀새끼는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지렁이 새끼였구나!"


쿵!


제인이 땅바닥을 구르며 발을 피한다.


"나려타곤이라니 추하구나!"


깔깔거리는 비형의 모습에 제인은 입술을 꽉 물며 조용하고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좀 만 더 있으면...'


조롱 섞인 공격을 한두 번 더 피하고 나자


제인의 몸이 초록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뭐지...?"


아무리 흥분했다지만 녀석의 손을 계속 주시하면서 움직였다.


하지만 손가락만 살짝씩 까딱일 뿐 큰 움직임은 없었다.


'능력을 발동하기 위한 트리거가 무작위로 발생하는 게 아니었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범위를 정할 수 있었다면 처음부터 그랬겠지.'


비형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리둥절하고 있는 동안 제인의 몸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그녀의 변화를 눈치챈 비형이 급하게 주먹을 뻗었다.


"이런.. 잔재주를!"


"이미 늦었어. 그러게 기회가 있으면 빨리 끝냈어야지."


클립보드


제인의 손바닥 인근에 그녀가 미리 저장해 둔 단어들을 생성하는 기술


능력을 사용하는 시간이 빠르고 간단하지만 문장이 아닌 단어만 생성이 가능하고 클립보드에 최대 6개의 단어만 저장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녀는 아까부터 계속 회복이란 단어를 반복적으로 눌러 수천번의 회복을 모아 한번에 사용했다.


"후우... 한결 낫네."


패널티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부상으로 인한 몸 상태는 거의 회복되었다.


'대략 80%인가? 적당하네.'


얼굴의 혈색이 돌고 스텝이 다시 경쾌해졌다.


아까와 같은 기량을 보인다면 비형에게도 꽤나 곤란한 상황


그런 상황임에도 비형은 주먹에 힘을 주었다 풀기를 반복하며 자세를 잡았다.


"그래봤자 지렁이, 변하는 건 없다!"


콰앙!


기세 좋게 앞으로 뛰쳐나갔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주먹이 제인에게 닿지 않았다.


마치


한 마리의 나비 같은 움직임


능력을 자유로이 쓰기 위해 제인이 배운 보법


나비를 잡으려 빠르게 움직이면 오히려 풍압 때문에 나비를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상대의 기와 움직임에서 생겨나는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보법


회피와 방어에 특화된 상위 보법으로 어지간해서는 그녀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하는 게 일반적


그렇다면 나비를 잡을 방법은 아예 없는가?


그것은 아니다.


왜 방법이 없겠는가


비형은 온몸에 힘을 빼고 자세를 잡는다.


오늘만 수십 번을 질렀을 지르기 자세


이전에 있던 조급함이나 서두름이 없다.


풍압에 의해 나비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나비가 바로 앞까지 오기를 기다린다.


이 순간 제인도 비형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무식하게 터져 나오던 기가 안정되고 있다.'


지금 그녀의 주위로 갔다가는 잡히고 만다.


거리를 유지한 채 승부를 본다.


"찬란하게 빛나는 그대여 자비를 잊고 비정함만을 간직한 채 이곳에 현현하여 주시어 나의 적을 섬멸해 주소서 차가운 달의 조각이여."


쿠릉...


천장


공간에 균열이 일어난다.


그곳에서 새한얀 빛이 뿜어져 나온다.


제인이 쓴 문장은 지금은 잊혀진 고대의 신화에 나오는 신을 부르는 문장


치이이이이....


하얀빛은 닿는 모든 것을 부식시키며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철과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마치 물에 닿은 솜사탕처럼 녹아내리고 있었지만 비형의 표정은 침착했다.


두억은 그 모습을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무아에 빠져들었나?"


기를 잠재우기 위해 집중하던 중 스스로를 잊고 무아에 빠진 상태


무아란 갑자기 찾아오지만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지금 이 상태에서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그녀의 또 다른 재능이 피어날지 아니면 지나가는 일로 끝날지 정해질 것이다.


쿠드드드드득


이능과 힘의 대결


"근데 저 여자분은 아무런 능력도 없어요?"


"없어, 왜 약해 보여?"


균열을 중심으로 넓은 공간을 메운 빛


그 빛사이에 서있는 비형은 너무나 위태로워 보였다.


"이능 좋지, 정보 없는 상태라면 대처가 어렵고 대부분 효율도 좋고 활용도까지 높으니까."


빛을 뚫어내려는 비형과 비형의 팔을 녹여버리려 여러 부가 문장을 만들어 출력을 높이는 제인


"하지만 잘 봐."


비형의 몸이 땅으로 꺼지듯 사라진다.


곧바로 사라졌던 비형이 제인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완력은 힘을 표출하는 가장 단순하지만 쉬운 방법"


콰아아아앙!


"그래서 어떠한 이능보다 빠르게 힘을 표출할 수 있지."


클립보드를 통해 자신을 보호할 막을 펼치려 손가락을 길게 뻗은 모습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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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24.08.18 6 0 9쪽
» 44화 24.08.15 8 0 12쪽
43 43화 24.08.14 8 0 12쪽
42 42화 24.08.13 7 0 12쪽
41 41화 24.08.12 7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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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24.08.10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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