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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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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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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DUMMY

도시 외진 곳에 있는 폐건물


시간은 밝은 낮이었지만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있는 건물이라 그런지 약간 춥다고 느껴지는 장소였다.


폐건물의 실내 역시 아무도 이용하지 오래된 듯 건물의 이곳저곳에 거미줄과 먼지가 쌓여있다.


끼익..


오랫동안 열리지 않아 녹슨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온다.


"아이씨... 먼지..."


여자는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를 팔로 휘저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대체 왜 이런 걸 시키는 거야..."


그녀는 한 손에 손전등을 반대손에는 핸드폰 카메라를 꺼냈다.


찰칵!


찰칵!


어둡고 조용하기만 하던 폐건물에 오랜만에 빛과 소리가 퍼졌다.


"으웩!.... 퉷... 퉷!"


그녀는 입으로 들어오는 먼지와 거미줄을 헤치며 건물 구석구석을 사진 찍었다.


"으... 아니 도대체 납량 특집을 왜 이제야 와서 하냐고!"


그녀는 사십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의 팀원 중 한 명으로 납량특집을 위한 영상제작 전에 사전답사를 나온 것이었다.


"빨리 퇴사를 하던가 해야지... 꺅!"


띠리리리


갑자기 울린 전화의 여자는 깜짝 놀라며 손전등을 떨어 뜨린다.


그녀는 바닥을 더듬거리며 떨어뜨린 손전등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손전등을 찾으며 휴대폰을 귀에 가져갔다.


"뭐! 이 개새끼야!"


신경질적인 여자의 목소리에 휴대폰 반대쪽에서 능글맞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왜 또 그래~ 아직도 삐진 거야?"


"닥쳐! 어떻게 한 명도 안 올 수가 있어!"


"에이 어쩔 수 없었다니까. 명오는 오늘 제사고 지연이랑 토마스는 편집하느라 바쁘니까."


"그러면 너는?"


"나?"


여자의 질문에 남자는 잠시 머뭇거린다.


"나는... 맞다! 연출 기획해야지... 대본도 짜야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부탁 좀 하자 진하야."


남자의 변명에 여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다.


"그걸 말이라고 해!"


"미안해... 지지직... 지직 신호가... 지... 지지.... 전화 끊을게."


어색하게 입으로 내는 지직 소리와 함께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야! 이 미친놈아!"


진하라는 이름의 여자는 신호가 끊어진 핸드폰에 대고 온갖 욕을 하기 시작했다.


"흐윽... 이 나쁜 새끼!"


열을 너무 낸 나머지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잠시 그녀가 훌쩍거리고 있는 동안 건물의 맨 끝에 있는 간판 하나가 반짝 거린다.


티디디디


진하는 글자를 보이는 대로 읽는다.


'한.... 산... 인과'


그녀는 손전등으로 간판을 비추었다.


그러자 어둠에 가려져있던 간판의 글자들이 완전히 보였다.


"한빛 산부인과... 찾았다."


이번 납량특집의 장소


한빛 산부인과


1962년에 개업하였고 그 당시 최신식 시설을 갖춘 산부인과였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인기 있는 병원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늘어서며 갑자기 신생아들이 죽어나가고 태어나는 아이들마다 큰 병을 안고 태어나기 시작하며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그렇게 2003년이 되어서는 도저히 운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찾지 않아 폐업을 하게 된다.


문제는 병원이 문을 닫고 나서는 같은 건물에 있던 약국과 식당등 다른 곳들 역시 줄줄이 악재가 겹쳤고 결국 이 건물은 아무도 찾지 않는 폐건물이 되었다.


'그 뒤로... 이 건물을 사는 사람마다 죽거나 크게 다쳐서 건물도 안 팔리고 버려져있는 상태...'


여러 악재와 이후에는 몇 산모들에게 불법 낙태를 해주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며 이곳에는 불법 낙태로 죽은 아이가 악귀가 되어 이곳에 저주를 내렸다는 괴담이 떠돌았다.


그녀는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는 듯 몸을 떨었다.


"으.... 소문 때문인가 진짜 뭐라도 나올 거 같네..."


진하는 닭살이 돋아난 팔을 비미며 기분을 진정시켰다.


그러면서 오래된 자신의 목걸이를 한번 쳐다보았다.


그녀를 유난히 예뻐하셨던 분


'진하야... 너는 귀신이 들러붙기 쉬운 체질이다. 그러니까 너는 항상 몸 조심해야 한다.'


예전에 그녀의 할머니가 해주었던 이야기이다.


그리고 할머니가 숨을 거두기 전에 진하에게 자신의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 항상 이 목걸이를 쓰고 다녀라.'


어째서 지금 옛날 기억이 났을까


그녀가 옛날 생각에 잠겨있을 때


트드드드


갑작스레 어디선가 들려온 소리에 그녀는 흠칫 놀란다.


"설마... 쥐까지 있는 거는 아니겠지..."


진하는 소리가 들린 곳에 손전등을 비추었다.


그곳에 작은 쓰레기통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휴... 어디서 바람이 불었나?"


그녀는 쓰레기통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달그락


자신을 깜짝 놀래게 한 쓰레기통에 복수를 하듯 진하는 자신의 발로 쓰레기통을 툭툭 발로 찼다.


턱!


쓰레기통을 굴리던 중 그 안에서 무거운 무언가가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뭐가 들어 있나?"


진하는 쓰레기통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바로 세운다.


쓰레기통 내부에 밝은 빛이 들어온다.


"무게가 좀 있는 거 같은데."


검은 봉지로 꽁꽁 싸 메져 있는 무언가


부스럭


그녀는 손을 뻗어 봉지를 꺼내보았다.


봉지의 겉면에는 축축하고 끈적한 액체가 묻어있었고 봉직 속에도 액체가 담겨있는 듯 출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그리고 봉지 속에서 나는 것인지 겉에 있는 액체에서 나는 것인지 역한 냄새가 진하의 코를 찔렀다.


끈적이는 액체와 역한 악취 그리고 불법 낙태가 있었다던 산부인과


"설마...."


그녀의 머릿속에는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


진하는 떨리는 손으로 봉지의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윽...."


봉지의 매듭이 풀릴수록 봉지 속 역한 냄새가 점점 진해졌다.


하지만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그녀는 계속 매듭을 풀었다.


'근데 내가 이걸 왜 풀고 있는 거지?'


자신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고 행동을 멈출 때쯤


툭...


봉지의 매듭이 풀렸다.


"어? 열렸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봉지의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빨간 액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살덩어리


"이... 이게 뭐야!"


털썩


봉지를 떨어뜨리자 그 속에 있던 내용물들이 쏟아져내린다.


"으으으...."


진화의 다리 힘이 풀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뒤로 물러났다.


"112... 112..."


서둘러 그녀는 손전등으로 내용물을 비추며 핸드폰으로는 112를 눌렀다.


"..... 저건"


붉은 액체 위를 떠다니는 네모난 종이


그녀는 천천히 종이를 살펴보았다.


"이...."


진화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동시에 그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씨발!"


쾅! 쾅! 쾅!


그녀가 발을 구르며 짜증을 낸다.


"이 씨발 새끼들은 왜 여기까지 와서 해장국을 처먹고 지랄이야!"


빨간 액체 위를 떠다니던 종이는 주변 해장국 집의 전단지였다.


"후우... 미친놈들..."


이 주변에서는 워낙 유명한 심령 스팟인지라 여러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몇 명은 음식을 배달시켜 먹거나 식당에서 포장해 먹기도 했고 또 그들 중 일부는 이곳에 음식물을 버리고 가기도 했다.


"먹었으면 제대로 치우기나 하던가!"


괜히 민망해진 진하는 음식물을 버리고 간 그들을 향해 욕을 날렸다.


"씨발...."


조금 진정이 된 그녀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미쳐다 챙기지 못한 것인지 일부러 챙겨가지 않은 것인지 남아있는 잡지들


먼지 투성이의 태아 사진


시간이 흘렀어도 날카로운 수술용 메스


이제 어느 정도 이곳에 적응한 진하는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고 영상 내용을 구상해 보았다.


"조회수라도 잘 나와야 될 텐데..."


이제 병원 내부를 얼추 둘러본 그녀는 처음 있던 장소인 프론트와 대기실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다."


충분히 사진을 찍었다 생각한 진하는 돌아가기 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한번 확인해 보았다.


"이게 뭐지?"


사진을 확인하던 중 수술실을 찍은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수술실의 바닥에 떨어져 있던 피 묻은 가운을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의 구석


어두운 그림자가 져있었다.


그리고 분명


"저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우우우우우웅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바람소리


티딕... 티디디디....


바람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전등의 불이 꺼진다.


"아 뭐야..."


툭... 툭....


그녀는 손으로 손전등을 치며 볼을 다소 키려 했지만 이상하게 불이 들어오진 않았다.


"배터리가 다 됐나?"


어쩔 수 없이 그녀는 핸드폰에 있는 후레쉬를 켰다.


투드드드드


또다시 들려오는 작은 소리


그녀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에 빛을 비추었다.


철퍽


분명 아까 바로 세웠던 쓰레기통이 해장국의 위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왜인지 소름 끼치게 느껴졌던 그녀는 급하게 출구로 향했다.


".... 나가야겠다."


덜컹!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잘 열리던 문이 열리지 않는다.


덜컹덜컹!


"이게... 왜 이래..."


쾅!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쾅쾅쾅!


그녀는 문을 거세게 흔들며 두들겼다.


"살려주세요!"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아무도 없는 공간을 떠돌다가 사라질 뿐이었다.


"경찰... 112..."


문 열기를 포기한 그녀는 다시 핸드폰의 다이얼을 누르기 시작했다.


치지지지직


하지만 그녀의 핸드폰이 노이즈와 함께 먹통으로 변한다.


"나한테... 왜 이러는데..."


그녀는 울먹거리며 번호가 입력되지 않는 핸드폰을 마구 눌렀다.


후아아아아아앙!


또다시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들은 진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아냐... 아니야!"


"으아아아아아앙!"


다시 들어본 소리는 아기의 울음소리 같았다.


"문 열어! 제발 열어줘!"


쾅쾅쾅!


그녀는 더욱 거세게 문을 두들겼다.


"가지 마..."


끈적하고 작은 손이 진하의 발목을 잡는다.


"가지 마...."


"끄... 이거 놔!"


그녀는 손을 뿌리치려 발을 마구 흔들기 시작했지만


"안돼 같이 있어..."


작은 손은 더욱 거세게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쿵!


결국 진하가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헤... 나랑 같이 가자..."


콰드드드득!


그녀의 몸이 어디론가 끌려간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끌려가지 않으려 손톱으로 바닥을 긁으며 버텼다.


카득


"안돼!"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진하의 절규가 동시에 퍼진다.


"안돼! 안돼! 안돼!"


붉은 핏자국이 열개가 길게 생겨난다.


그녀의 몸이 빨간 국물이 있는 곳까지 끌려왔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고깃덩어리에 덮여있던 반짝이는 물건이 들어왔다.


"흐윽... 흡...."


검고 네모난 테와 두꺼운 안경알




안경을 확인한 그녀의 발이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갔다.


콰득


분명 발끝이 쓰레기통의 바닥에 닿았지만 그녀를 끌어당기는 힘은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살려줘! 제발 살려달란 말이야!"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며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투득


그렇게 발버둥을 치던 도중 그녀의 목걸이가 갑자기 위로 솟아오른다.


그러자 그녀를 잡아당기던 힘이 약해진 것이 느껴졌다.


"할머니?"


그녀의 발이 쓰레기통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발가락이 부러진 듯 엄청난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지만 살았다는 안도감에 그녀는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할머니!"


그렇게 그녀의 발가락까지 쓰레기통을 나오려는 순간


"으아아아아아아앙!"


갑자기 또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서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안돼..."


툭...


은색의 물체가 허공에서 날아온다.


그것은 날아와 진화를 끌어당기고 있는 목걸이 쪽으로 다가왔다.


"저건..."


태아의 탯줄을 자르는 가위


가위는 자신의 입을 최대한으로 벌리고 그사이에 목걸이를 넣었다.


그리고...


캉!


입을 다물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목걸이가 잘린다.


그리고 할머니의 마지막 당부가 떠올랐다.


'.... 항상 이 목걸이를 쓰고 다녀라.'


"안돼!"


목걸이가 잘림과 동시에 다시 그녀의 몸이 쓰레기통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이 다시 쓰레기통 바닥에 닿는다.


콰드드드드득


사람의 무릎 깊이까지 오는 쓰레기통에 벌써 그녀의 허리까지 들어갔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콰직!


마지막으로 그녀의 머리가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우우웅


어디선가 날아온 검은 봉지가 쓰레기통을 덮는다.


"이제 이불 덮고 나랑 자자..."


병원에는 또다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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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24.08.24 7 0 10쪽
47 47화 24.08.21 7 0 11쪽
46 46화 24.08.19 7 0 11쪽
45 45화 24.08.18 6 0 9쪽
44 44화 24.08.15 7 0 12쪽
43 43화 24.08.14 7 0 12쪽
42 42화 24.08.13 7 0 12쪽
41 41화 24.08.12 7 0 15쪽
40 40화 24.08.11 7 0 12쪽
39 39화 24.08.10 7 0 11쪽
38 38화 24.08.09 10 0 11쪽
37 37화 24.08.09 7 0 11쪽
36 36화 24.08.07 9 0 12쪽
35 36화 24.08.06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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