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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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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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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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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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DUMMY

새벽 5시.


영업을 마치고 정리를 하던 웨이터 꼴뚜기는 입구에서 들어오는 손님들을 보고는 말했다. 


"영업 끝났습니다."


그의 말에도 손님들은 그대로 안으로 들어왔고 뭔가 다른 느낌을 받은 꼴뚜기가 손님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손님들은 검은 정장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 다섯 명과 명품 정장을 입은 왜소한 남자 하나였고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은 조직에 몸을 담은 사람이라는 기세를 온 몸으로 내뿜고 있었다. 


그러나 꼴뚜기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왜소한 체격의 남자였다. 


'금강불괴!'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꼴뚜기는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왜소한 체격의 남자가 금강불괴라는 중2병스러운 별명을 직접 지어서 쓰는 강창모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아무 생각없이 끼어들었던 조직 간의 전쟁에서 루나틱으로 각성하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강창모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직을 장악했고 금강불괴라는 자신의 별명을 직접 만들었다.


강창모가 자신의 별명을 금강불괴라고 한 것은 무협지를 좋아하는 그가 루나틱이 되면서 총알도 막아내는 자신을 금강불괴와 같은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장 있나?"


금강불괴 강창모의 뒤에 서 있는 남자들 중 한 명이 물었다. 


다른 남자들이 다부진 체격인 것과 달리 질문을 한 남자는 근육이 아닌 비계가 온 몸을 뒤덮은 전형적인 문신돼지 타입이었지만 웨이터 꼴뚜기는 그가 누구인지도 알아보았다. 


강창모가 조직을 접수한 후에 2인자로 급부상한 문덕수였다.


놀란 꼴뚜기가 대답을 못하고 쳐다만보자 덕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귓구녕이 막혔냐? 아예 오른쪽 귓구멍에서부터 왼쪽 귓구멍까지 직통 터널을 뚫어줄까?"


조직을 장악하고 루나틱의 힘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가장 유명해진 것은 창모였지만 가장 악명을 떨친 것은 덕수였다. 


덕수의 행동은 호랑이를 등에 업고 위세를 부리는 여우의 모습을 말하는 호가호위(狐假虎威)에 딱 맞는 모양이었다. 


창모의 학교 선배로 그를 조직으로 끌여들였고 창모가 조직을 접수한 후에는 2인자가 되면서 다른 조직은 물론 같은 조직의 선배들에게도 무례한 행동을 서슴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싸겠다. 형. 그냥 들어가자."


창모가 말을 하며 움직이자 덕수가 꼴뚜기를 한 번 노려보고는 따라서 움직였다. 


그들이 클럽 안으로 들어가자 꼴뚜기는 그대로 주저앉았고 그의 바지는 축축하게 젖었다. 


***


아직 룸에 남은 손님들이 몇 명 있기는 했지만 나이트클럽의 홀은 텅 비어 있었고 웨이터들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청소를 하던 웨이터 중 하나가 갑자기 들어온 창모와 남자들을 보고 짜증섞인 어투로 말했다. 


"영업 끝났어요."

"사장 어딨냐?"


이번에도 덕수가 나서서 물었는데 불행히도 청소를 하던 웨이터는 창모와 덕수를 알아보지 못했다. 


"사장님은 왜 찾아요?"


퉁명스러운 되물음에 덕수는 말 대신 주먹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퍽.


예고없이 날아온 덕수의 주먹에 맞은 웨이터가 바닥에 쓰러졌고 덕수는 쓰러진 웨이터를 구둣발로 무자비하게 밟았다. 


퍽. 퍽. 퍽. 퍽.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웨이터들이 모두 청소를 멈추고 창모와 남자들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덕수를 막지는 않았다. 


덕수가 웨이터를 때리는 모습을 본 손님들은 서둘러 클럽을 빠져나갔고 클럽 안에는 웨이터와 창모 일행만 남았다.


"헉. 헉. 헉."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 싸운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기만 했음에도 덕수는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서 헐떡거렸다. 


덕수가 숨이 차서 폭행을 멈추자 웨이터는 피를 흘리며 엉금엉금 기어서 덕수에게서 멀어졌다. 


웨이터 중 누군가가 연락을 한 것인지 2층 룸 안쪽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20명 정도의 남자들이 나오더니 야구배트와 골프채를 들고 창모의 앞에 섰다. 


연장을 든 조폭 20명을 앞에 둔다면 누구라도 오금이 저리겠지만 창모는 그들에 대한 두려움은 커녕 작은 긴장감도 보이지 않았다. 


"다 모였어? 사장은?"


창모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앞에 선 조폭들이 아니라 2층에 있는 중년 남자의 입에서 나왔다. 


"내가 사장이야. 너 누구야?"


담배를 물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자가 2층 난간에 기대서 아래를 보며 있었고 그의 옆에는 얼핏 보기에도 창모의 앞에 서 있는 조폭들과는 수준이 달라보이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중년 남자를 확인한 덕수가 창모에게 말했다. 


"김사장이야."


덕수의 말을 들은 창모가 김사장을 향해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나 금강불괴야. 오늘 온다고 했잖아." 


창모의 말에 놀란 김사장은 자신도 모르게 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렸다. 


"오늘 사업장 넘기기로 했잖아. 그래서 인수받으려고 왔어."


김사장은 한 달 전 창모로부터 사업장의 운영권을 넘기라는 협박을 받았고 기한은 오늘이었다. 


창모가 루나틱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평생 일군 조직과 사업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결정한 김사장은 기한인 오늘 창모의 공격에 대비해서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했다. 


그런데 김사장이 동원한 인맥들 대부분은 밤에 오기로 되어 있었다.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김사장은 창모가 말한 오늘이 당연히 나이트클럽이 영업을 하는 오늘 밤이라고 생각했지만 창모는 나이트클럽의 영업이 끝나는 새벽에 찾아온 것이다. 


'젠장! 여우같은 새끼.'


긴장감에 속으로 욕을 내뱉기는 했지만 김사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부른 인맥들 중 대부분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자신이 가장 믿는 독사와 도끼는 이미 자신의 양 옆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모는 겨우 5명을 데리고 왔지만 이쪽은 부하들만 20명이 넘은데다가 웨이터들까지 합치면 50명에 가까웠다. 


강창모가 루나틱이라는 사실이 걸리기는 했지만 김사장은 아무리 루나틱이라고 해도 10배의 인원차이는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루나틱이 어떤 존재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김사장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루나틱을 본 적이 없었고 그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머리를 좀 썼네. 오늘 온다고 해서 밤에 올 줄 알았더니 새벽에 오다니 말이야."

"밤에 오면 정리하고 어쩌느라고 하루 영업을 못할 것 같아서 말이야.

여기 하루 매출이 얼만지는 김사장 당신이 더 잘 알잖아.

오늘부터 내건데 하루라도 영업 못하면 아깝지."

"하하하. 벌써 영업 계획까지 다 세워놓은거야?

젊은 친구가 너무 자신감이 충만하군 그래."

"헛소리는 그만하고. 이게 다야?"

"뭐?"

"오늘 온다고 미리 말했으니 개나소나 다 긁어모았을거 아니야. 근데 이게 다냐고. 너무 적은데."

"미친 놈! 두 팔과 두 다리가 모두 잘려나가도 그 주둥이에서 같은 말이 나오나 보자!"

"뭘로 자를건데? 얘네들이 칼은 안 들고 있는데."


창모의 말에 이를 간 김사장이 창모의 앞에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서 말했다. 


"저 새끼 죽여! 내가 책임질테니까 그냥 죽여!"

"네! 형님."


김사장의 말에 그의 부하들이 대답을 하더니 창모를 향해서 다가섰다. 


김사장의 부하들이 다가서자 덕수와 창모의 부하들은 오히려 뒤로 물러섰고 창모만이 원래 있던 자리에 서 있었다. 


"내가 누군지 알지?"


다가오는 김사장의 부하들을 향해서 창모가 말했다. 


"죽이지는 않을건데 말이야. 내가 아직도 힘조절이 잘 안 돼.

그러니까 알아서 조심해."

"닥쳐! 개새끼야!"


창모가 가장 가까이에 선 김사장의 부하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들고 있는 야구배트를 창모를 향해 휘둘렀다. 


붕.


있는 힘껏 야구배트를 휘두른 김사장의 부하는 자신이 휘두른 배트가 창모의 머리를 깨버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탁.


창모가 내민 손이 야구배트를 잡았다. 


김사장의 부하가 야구배트를 힘주어 당겼지만 창모에 손에 잡힌 야구배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야구배트를 잡은 창모의 손에 옅은 빛이 머물더니 창모의 손이 잡고 있는 야구배트를 그대로 우그러뜨리기 시작했다. 


나무배트도 아닌 알루미늄 배트가 창모의 손아귀에서 빈 캔처럼 힘없이 우그러졌다. 


놀란 김사장의 부하가 시선을 돌려 창모를 바라보는 순간 옅은 빛에 감싸인 창모의 주먹이 날아왔다. 


퍽!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김사장의 부하는 잡고 있던 야구배트를 놓고 뒤로 날아가서 서 있던 김사장의 다른 부하들과 부딪쳤다.


"스트라이크!"


덕수가 창모의 주먹에 맞고 날아가 김사장의 부하가 김사장의 다른 부하들을 쓰러뜨리는 것을 보고 볼링공에 맞아서 쓰러지는 볼링핀이 생각났는지 큰 소리로 떠들었다. 


"형. 여섯 명 밖에 안 쓰러졌는데 왜 스트라이크야? 형 볼링 안 쳐봤지?"

"쳐봤거든. 스트라이크가 아니면 스페어하면 되겠네."

"하하하. 볼링 쳐보기는 했구나. 기다려."


싸움을 하면서도 여유있게 덕수와 농담을 하던 창모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에 보여준 창모의 힘에 놀란 김사장의 부하들은 제자리에 멈춘 채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고 쓰러진 김사장의 부하들은 허겁지겁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창모의 주먹에 맞은 부하는 얼굴이 함몰된 채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안 와? 그럼 내가 간다."


말과 함께 창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모의 앞에 서 있던 김사장의 부하가 갑자기 다가온 창모를 향해서 반사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골프채를 휘둘렀다. 


붕. 


골프채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창모는 이미 골프채를 휘두른 김사장의 부하와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깝게 붙었다. 


퍽.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골프채를 휘두른 김사장의 부하의 몸이 그대로 공중으로 떠 오르더니 클럽의 천장과 부딪치고는 아래로 떨어졌다.


그가 시작이었고 김사장의 나머지 부하들이 모두 쓰러지는데는 필요한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동안 창모의 몸에도 몇 번의 공격이 적중했다. 


하지만 옅은 빛이 새어나오기만 했을뿐 창모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고 당연히 창모는 멈추지 않았다. 


부하들이 쓰러지자 김사장이 웨이터들에게도 덤비라고 고함을 질렀지만 김사장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웨이터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눈 앞에서 연장을 든 조폭 20명이 순식간에 쓰러져서 피를 흘리며 바닥을 기는 모습을 보고도 창모에게 덤벼들 바보는 없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놀라 김사장이 자신의 양 옆에 있는 독사와 도끼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도 김사장만큼이나 놀란 모습이었지만 다행히 두 사람은 도망치지 않았다. 


김사장 옆에 있던 독사와 도끼가 아래로 홀로 내려왔다. 


독사의 오른손에는 30cm 정도 되어 보이는 사시미칼이 들려 있었고 도끼의 양손에는 손도끼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걸로 되겠어?"


창모가 독사와 도끼의 손에 들려 있는 사시미칼과 도끼를 보며 말했다. 


"괴물같은 새끼! 괴물 뱃가죽에는 사시미가 들어가나 안 들어가다 보자."

"간나새끼. 대가리가 도끼보다 단단해야 할끼야. 안 기러면 대가리가 수박처럼 깨질끼니까 말이디."


독사와 도끼가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었지만 창모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니들 금강불괴 몰라? 금강불괴! 금강불괴에 그런게 통하겠냐? 영웅문도 안 읽어봤냐? 이런 무식한 새끼들! 아무리 조폭이지만 책 좀 읽고 살아라."


갑자기 덕수가 끼어들어서 독사와 도끼를 놀리듯이 말했다. 


"족보에 이름도 없는 새끼가 어데서 끼어드네? 니 대가리도 쪼개줄테니까 얌전히 기다리라. 간나새끼야."

"난 그 주둥이를 썰어주마. 개새끼야."


독사와 도끼는 덕수를 향해서 욕을 하면서도 눈은 창모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먼저 움직인 것은 도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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