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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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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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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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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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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DUMMY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편의점에서 일을 하는 현수는 보통 9시가 조금 지나서 집을 나온다. 


현수가 일하는 편의점은 부천시청 근처에 있어서 출근하기까지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현수가 탄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가다가 멈추었다.


엘리베이터의 층 표시에 1층이 표시되는 것과 동시에 띵하고 알림음이 울리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수아네 가족이 보였다.


미현이 수아를 데리고 늦게 퇴근한 남편을 버스정류장까지 마중 나갔다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어머. 안녕하세요."


엘리베이터를 내리며 현수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미현이 밝은 미소로 마주 인사를 하더니 안고 있는 수아의 손을 잡고 현수에게 흔들며 말했다. 


"윗집에 사는 잘생긴 오빠잖아. 인사해야지. 수아야."


말을 하며 미현이 수아를 안은 채로 허리를 숙이며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수아를 대신해서 작은 목소리로 다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하하하. 안녕. 수아야."


수아를 대신한 미현의 인사에 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수아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현수가 손을 흔드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미현이 자신의 손을 잡고 흔드는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아가 꺄르르 소리를 내며 웃었다. 


인사를 나누며 현수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왔고 수아네 식구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막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미현이 현수를 향해서 말했다. 


"그때는 고마웠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네?"


미현이 말한 그때가 언제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 하는 현수를 두고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도 현수는 미현이 말한 그때를 생각해보았다. 


미현과는 엘리베이터에서 종종 만났고 위아래 사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지만 딱 그 정도 사이였다. 


이전에는 오늘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눠본 적도 없었고 딱히 감사 인사를 받을 일도 없었다. 


딱 한 번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때를 말하는 건가?'


현수가 생각한 그때는 맥스에게 들켜서 위험에 처한 미현과 수아를 현수가 구해준 때였다. 


'근데 분명히 모자도 쓰고 마스크도 썼는데.'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미현은 현수를 알아본 것이다. 


'근데 분명히 누군지 모른다고 했는데?'


아파트를 나서려던 현수가 다시 고개를 돌려서 엘리베이터를 돌아보았다. 


맥스의 사건은 대한민국 전체를 크게 뒤흔들었다. 


맥스 사건 이전에 방송사에서 루나틱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했고 인터넷에는 자신이 루나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혹은 루나틱을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넘쳐났지만 도시괴담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러나 맥스 때문에 인천과 부천 일대에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지면서 맥스의 존재가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졌다.


심지어 중간에 끊기기는 했지만 유튜브 생중계가 이뤄지기도 했기 때문에 은폐나 조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정부는 맥스가 루나틱이라는 것도 루나틱이 존재한다는 것을 정식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이상 현상 혹은 특이 능력을 가진 인간 혹은 동물의 존재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말로 루나틱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대중적인 관심 덕에 맥스 사건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 중에는 당연히 미현도 포함되었다. 


거의 모든 인터뷰에서 미현은 도와준 사람의 정체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모른다고만 대답했었다. 


그러나 조금 전에 인사를 보면 미현은 현수의 정체를 알고 있었고 현수의 정체를 감춰준 것이었다. 


편의점에서 일을 하면서도 현수는 미현의 감사 인사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고 미현이 손을 잡고 흔들며 인사를 시킨 수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직 어린 수아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현수가 누구인지도 모를 것이다. 


엘리베이터 문을 사이에 두고 수아가 지었던 웃음도 자신을 구해준 현수에 대한 감사보다는 미현이 자신의 손을 잡고 흔드는 것을 놀이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아의 웃음이 무엇때문이었는지 그리고 어디를 향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귀엽잖아.'


그 웃음이 다른 사람을 향한 것이라도 아이의 웃음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두려움을 견디며 무서운 개 앞을 막아설 정도로 말이다. 


***


"역시 벤츠는 다르다. 오빠."


조수석에 앉아서 호들갑을 떠는 혜연을 보며 운전대를 잡은 현상은 미소를 지었다. 


"오빠. 근데 이거 새차야?"


혜연의 호들갑에 억지로 기쁨을 감추며 아무 것도 아니라는 표정을 짓던 현상은 예상하지 못한 혜연의 질문에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순발력과 말발을 빼면 시체인 현상은 자신이 당황했다는 것을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했다. 


"새차 뽑으려고 했지. 근데 그때 계약해도 1년 정도 걸린다는 거야. 당장 오늘 혜연이를 모셔야 하는데 말이야. 그래서 그냥 중고로 샀어."


그러나 혜연의 기습 공격은 하나가 아니었다. 


"중고구나. 어쩐지."


급 실망한 듯한 혜연의 모습에 현상이 바로 덧붙였다. 


"새차를 주문은 해 놨지. 근데 그거 올 때까지 너무 오래 걸리니까 그 동안만 타려고."

"그래? 새 차는 언제 오는데?"

"빨라도 1년은 걸린데."

"그래? 그럼 새 차 나오면 이 차는 어떻게 할 거야?"


혜연의 질문에 현상은 뭔가 기대에 가득찬 혜연의 눈빛을 보며 대답했다. 


"같은 차를 두 대나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처분해야지."

"그렇구나."


약간 실망한 듯한 혜연의 대답에 현상이 말을 덧붙였다. 


"얼마 되지도 않는거 딜러에게 넘기고 어쩌고도 귀찮은데. 혜연이 탈래?"

"진짜?"


조금 전까지 실망이 가득했던 혜연의 눈이 지금은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그럼. 필요하면 너 줄께."

"정말? 근데 차값은 얼마야?"

"오빠가 너한테 돈 받겠냐? 그냥 줄게."

"정말?"

"그럼. 오빠가 너한테 거짓말 한 적 있어?"

"없지. 고마워. 오빠."

"고맙기는."

"오빠 차가 빨리 나오면 좋겠다."

"그러게. 하하하."


혜연의 말에 웃으며 맞장구를 쳤지만 현상은 사실 신차를 계약하지도 않았고 지금 타는 차를 혜연에게 줄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신차가 나오기까지 1년 정도 걸린다고 해두었으니 그 사이에 즐길거 즐기고 적당히 헤어지면 된다는 생각이다. 


차를 준다는 말에 신난 혜연이 현수의 오른팔을 붙잡고 애교를 떨자 풍만한 혜연의 가슴이 옷을 통해서 느껴졌다.


옷을 넘어서 느껴진 부드러움이 뜨거운 밤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켰고 자연스럽게 현상의 특정 부위에 힘이 들어갔다. 


특정 부위에 힘이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조금 전에 다 마셔버린 커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상은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조금이라도 빨리 목적지인 부산에 도착해서 혜연과 뜨거운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조금 전에 휴계소를 그냥 지나친 것이 아무래도 실수였던 것 같다.


현상이 네비게이션에 표시된 다음 휴계소를 확인했다. 


'젠장. 다음 휴게소까지 43km네.'


조금 전에 지나친 칠곡 휴계소의 다음 휴계소는 평사 휴계소인데 두 휴계소 사이의 거리가 무려 52km였다. 


경부 고속도로를 자주 다녀본 사람이라면 칠곡 휴계소와 평사 휴계소 사이의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고 칠곡 휴계소를 지나치지 않았겠지만 직접 운전을 해서 부산을 가는 것이 처음인 현상은 두 휴계소 사이의 간격이 그렇게 멀 줄은 몰랐다. 


게다가 차들이 많아지면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현상이 갓길에 차를 세웠다. 


"왜?"

"커피때문인가봐. 급해서."


현상의 말에 혜연이 웃었다. 


"얼른 가서 싸고 와. 비싼 벤츠에 싸지 마시고."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현상은 서둘러 차에서 내려서는 분리대를 넘어서 도로 밖으로 나갔다. 


혜연에게 뻔히 보이는 곳에서 볼 일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현상은 차가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가서는 지퍼를 내리고 시원하게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후."


방광에서 전해지던 압박감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누린 현상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담배 냄새를 질색하는 혜연때문에 최대한 참고 있지만 볼 일을 보고 나서는 도저히 담배 한 대의 유혹을 이겨낼 수 없었다. 


"후."


깊게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담배맛을 음미하는 현상은 앞쪽의 풀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뭐지?"


현상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잠시 후 풀을 움직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라니였다. 


고라니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인 현상은 신기한 마음에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고라니의 사진을 찍었다. 


"고라니 보고 사진 찍느라고 늦었다고 하면 되겠다."


보나마나 왜 늦게 왔냐고 투덜거릴 혜연에게 할 핑계거리가 생겼다는 사실에 현상은 열심히 카메라 어플로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 어플이 사진을 찍으면서 내는 '찰칵' 소리때문에 고라니도 현상을 발견했다. 


그러나 고라니는 현상을 보고도 달아나지 않았고 현상은 핸드폰을 들고 고라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고라니의 송곳니가 분명하게 보였다. 


"진짜 송곳니가 있네."


수컷 고라니는 뿔이 없지만 큰 송곳니가 입 밖으로 돌출되어 있어서 영미권에서는 뱀파이어 사슴이라고도 불린다. 


"송곳니가 엄청 크구나."


고라니를 처음 본 현상은 입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고라니의 송곳니를 그저 신기하게만 생각했지만 고라니를 여러 번 본 사람이라면 조금 다르게 생각했을 것이다. 


'저 놈은 송곳니가 왜 저렇게 크지?'


현상은 몰랐지만 현상의 앞에 있는 고라니의 송곳니는 다른 고라니에 비해서 1.5배 정도 길게 튀어나와 있었다.


처음 본 고라니의 어금니가 신기한 현상이 자세히 찍기 위해서 어플의 줌을 조절하는데 갑자기 핸드폰 액정에서 고라니가 사라졌다.


사라진 고라니를 찾기 위해서 고개를 든 현상은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는 고라니를 보았고, 그 순간 고라니는 길게 나와 있는 송곳니로 현상의 허벅지를 찔렀다. 


"으아아악!"


갑작스런 고통에 현상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이어서 고라니가 쓰러진 현상의 다리를 밟았다.


콰직.


그대로 현상의 다리가 부러졌다. 


"으아아악!"


현상의 입에서 다시 한 번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고라니는 체중이 10kg을 조금 넘는다. 


반면 현상의 체중은 80kg이 넘고 종아리는 고라니의 목보다 두껍다. 


그런데 고라니가 가볍게 밟은 것만으로 현상의 다리뼈가 부러져 버린 것이다. 


송곳니에 찔린 허벅지와 부러진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지만 현상은 고통을 참으며 도로를 향해서 기었다. 


지금 당장 여기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바닥을 기다가 조금 전에 자신이 소변을 본 곳을 지나면서 오줌 범벅이 되었지만 현상은 오줌 냄새를 느끼지도 못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멀리 이 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죽을 힘을 다해서 기었지만 겨우 몇 미터를 가기도 전에 현상은 허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다시 한 번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고개를 돌린 현상은 자신의 허리를 찌르고 나온 고라니의 송곳니가 자신의 피로 불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사람 살려!"


현상이 죽을 힘을 다해 외쳤다.


하지만 현상의 외침은 한 번으로 끝이 났다. 


한 번 밟는 것으로 현상의 정강이뼈를 부러뜨렸던 고라니의 발이 이번에는 현상의 머리를 부셔버렸기 때문이다. 


붉은 피와 하얀 뇌수가 부서진 현상의 머리에서 흘러나와 녹색의 잡초를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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