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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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최근연재일 :
2024.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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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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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UMMY

휴가에서 복귀한 벤자민 라슨 병장이 복귀 신고를 위해서 소대 사무실 앞에 섰다. 


손을 들어서 노크를 하려던 라슨은 사무실 안에서 누군가가 통화를 하는 소리가 들리자 노크를 하기 위해서 들었던 손을 다시 내렸다. 


사무실 문은 나무로 되어 있었고 특별히 방음처리가 된 것도 아니기때문에 사무실 안의 소리가 문 밖에서 들리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일부러 조심스럽게 작은 소리로 하는 말까지 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라슨의 귀에는 사무실 안에서 통화하는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심지어 사무실 안에 있는 사람이 하는 말뿐만이 아니라 핸드폰을 통해서 통화의 상대방이 하는 말까지 또렷하게 들렸다. 


'나도.'

'나도라고 하지 말고. 분명히 말하라고요.'

'나도 사랑해.'

'오늘 밤에 올거죠?'

'오늘은 좀 그런데.'

'안 오면 후회할텐데요. 아주 화끈한 걸 준비했어요.'

'화끈한거? 뭔데?'

'사진 보냈어요.'


사진을 확인하는 동안 잠깐 대화가 끊어졌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갈게.'

'기대해요. 잊지 못할 정도로 뜨거운 밤이 될거에요.'

'그래. 밤에 봐.'


통화가 끝이 난 것을 들은 라슨이 노크를 했다. 


똑똑똑.


"들어와."


사무실 안에서 들린 소리에 라슨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경례를 했고 사무실 안에 있는 사람도 마주 경례를 했다. 


소대의 행정 사무실에 있는 사람은 리들리 중사였다. 


리들리는 유부남이었고 라슨도 그의 아내를 직접 본 적이 몇 번 있었다. 


당연히 라슨은 리들리 아내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는데 조금 전 리들리가 통화하던 상대의 목소리는 분명히 리들리의 아내가 아니었다. 


"잘 갔다왔어?"

"네."


휴가 복귀에 대한 통상적인 대화가 오가고 라슨이 사무실을 나왔다. 


탁.


사무실의 문이 닫히면서 리들리가 있는 사무실과 라슨이 있는 복도의 공간이 구분되었지만 라슨은 리들리가 사무실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라슨이 나가자마자 리들리는 핸드폰을 꺼내서 조금 전에 누군가로부터 받은 사진을 다시 보았고 사진을 보는 그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졌다. 


문 너머로 들리는 리들리의 거친 숨소리를 잠시 듣던 라슨이 걸음을 옮겼다. 


사무실 안에서 통화하는 사람의 상대방 말을 듣거나 작은 숨소리를 구분하는 것은 보통의 사람에게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3주 전까지는 라슨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변화는 아무런 전조 증상도 없이 나타났다. 


평소처럼 막사에서 눈을 뜬 라슨은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느껴지는 감각에 놀랐다.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스러울만도 한데 이상하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갑작스런 변화는 라슨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고 주변의 누구에게도 자신의 변화를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촌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휴가를 낸 라슨은 민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았다. 


검사 결과로는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검사를 마치고 휴가에서 복귀한 라슨은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위해 조심하면서 영내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출동명령이 떨어졌고 리들리 중사의 지휘 아래 라슨과 소대원들은 블랙호크에 탑승해서 어디론가 날아갔다. 


***


두두두두. 두두두두. 두두두두.


메인로터가 만들어내는 묵직한 소음이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블랙호크에는 리들리 중사와 라슨 병장을 포함한 아칸소주 주방위군 소속 병사 7명이 완전 무장을 한 채로 타고 있었다. 


병사들을 태운 블랙호크는 미국 아칸소주 세인트 프란시스 카운티에 속한 콜트라는 이름의 마을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올드밀리터리 로드를 따라서 날고 있었다. 


동체의 유리창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는 리들리의 귀에 헤드셋을 통해서 블랙호크를 조종하는 벌튼 중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착 1분전. 목적지 도착시 강하높이까지 하강후 호버링하겠음. 강하 준비 바람.'


벌튼의 말을 들은 리들리가 고개를 들어 라슨을 포함한 분대원들을 바라보았고, 헤드셋을 통해서 벌튼의 말을 들은 분대원들은 리들리가 명령을 내리기 전에 이미 강하 준비를 시작했다.


잠시 후 블랙호크가 멈추고 제자리에서 호버링을 하자 리들리가 명령을 내렸다. 


"분대 강하!"

"강하!"


리들리의 명령에 복명복창을 하면서 라슨을 시작으로 분대원들이 하나씩 로프를 잡고 아래로 내려갔다. 


가장 먼저 지상에 발을 디딘 라슨은 미리 훈련된 대로 한 방향을 향해서 경계 태세를 취했고 이어서 내려온 다른 병사들도 각각 맡은 방향을 주시하며 경계했다. 


잔뜩 긴장한 채 주변을 경계하는 병사들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병사들이 내린 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때 앞을 보던 라슨은 머리 위 쪽에서 뭔가를 느꼈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호버링을 하는 블랙호크가 있었지만 라슨의 감각에 걸린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있었다.


감각을 따라 시선을 옮긴 라슨의 시야에 블랙호크보다 훨씬 작은 무엇인가가 잡혔다. 


'뭐지?'


높은 곳에 있고 크기도 작아서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없었지만 얼마 전에 얻은 감각이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어다. 


'흰머리수리?'


콜트는 인구가 삼백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었고 동쪽에 빌리지 크릭 주립 공원도 있어서 흰머리수리를 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라슨의 감각은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흰머리수리가 보통의 흰머리수리가 아니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말을 해야 하나? 뭐라고? 느낌이 이상하다고?'


날개를 펴고 허공을 멤도는 흰머리수리를 보며 라슨이 고민을 하는 사이 분대원들이 모두 강하했고 블랙호크에는 이제 리들리 중사만이 남아 있었다. 


분대원의 강하를 보고 조종사인 벌튼 중위와 이야기를 나누던 리들리 중사가 강하를 위해 로프를 잡은 순간 허공을 멤돌기만 하던 흰머리수리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두 날개를 펼치고 활공을 하던 흰머리수리가 먹이를 낚아채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두 날개를 접고 엄청난 속도로 아래로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흰머리수리가 떨어지는 방향에는 아직 호버링중인 블랙호크가 있었고 블랙호크에는 아직 리들리 중사가 타고 있었다. 


떨어져내리는 흰머리수리를 본 라슨이 시선을 돌려 블랙호크를 바라보았다. 


"중사님!"


라슨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라슨의 갑작스런 소리에 주변을 경계하던 다른 병사들의 시선이 라슨에게 모였지만 아직 블랙호크에 있는 리들리 중사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중사님! 위! 위를 보세요!"


급한 마음에 라슨이 다시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허공을 가리켰고 라슨의 손짓을 본 리들리 중사가 중사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무엇인가가 블래호크에 충돌했다. 


꽝!


폭음이 들리고 미사일에 맞기라도 한 것처럼 블랙호크가 흔들리더니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아무도 무엇이 블랙호크에 충돌했는지 보지 못했지만 라슨은 분명히 보았다. 


'흰머리수리! 바로 그 놈이었어.'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흰머리수리와의 충돌로 테일로터가 부서지고 블랙호크가 추락하는 것과는 달리 흰머리수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하늘로 솟아올랐다는 것이다. 


"쫓아간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랐지만 분대장인 리들리 중사를 대신해서 부분대장인 라슨은 주저하지 않고 명령을 내렸고 병사들은 명령에 따라서 움직였다. 


꽝. 꽈광. 꽝.


어떤 건물의 주차장으로 추락한 블랙호크가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밀어내다가 멈췄다. 


"중사님과 조종사를 구출한다. 빨리!"


라슨은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직접 블랙호크로 뛰어들어가더니 순식간에 리들리 중사를 꺼내왔고 다른 병사들도 라슨을 따라 뛰어들어서 조종사인 벌튼 중위 그리고 부조종사인 벤슨 소위를 끌어냈다. 


"저 안으로!"


주변을 둘러본 라슨이 가까이에 있는 건물을 가리키자 병사들이 세 사람을 데리고 라슨이 가리킨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에는 'First National Bank'라고 쓰여 있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블랙호크가 추락한 곳은 은행의 주차장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온 라슨은 로비의 손님용 소파에 리들리와 벌튼을 눕히도록 했고 위생병에게 두 사람을 돌보도록 했다. 


"벤슨은?"


위생병의 치료를 받으며 벌튼이 부조종사인 벤슨 소위의 상태를 물었다. 


부상을 입었지만 리들리와 벌튼은 살아 있었고 의식도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벤슨은 블랙호크에서 꺼내올 때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벤슨 소위님은 전사하셨습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벤슨의 소식을 전하며 라슨은 고개를 숙였다. 


라슨의 말에 벌튼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고 소파에 누워있는 자신과는 다르게 차가운 바닥에 눕혀져 있는 벤슨을 볼 수 있었다. 


벤슨의 얼굴에는 누군가가 덮어놓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뭐였습니까? 우릴 공격한게?"

"모르겠어."


리들리의 질문에 벌튼이 고개를 저었다.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여기는 아프카니스탄도 아니고 시리아도 아닙니다. 여긴 미국입니다. 미국! 미국 한복판에서 누가 미군의 블랙호크를 공격합니까?"

"로켓이나 미사일은 아니야."

"네?"

"로켓이나 미사일이었다면 소리도 났을거고 궤적도 보였을거야. 락온되었다는 경고도 없었고."

"그럼 뭐가 우리를 공격한 겁니까"

"나도 모른다니까."


라슨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흰머리수리였습니다."

"뭐?"

"흰머리수리가 급강하하더니 블랙호크의 테일로터를 들이받았습니다."


라슨의 이야기를 들은 벌튼은 물론 리들리와 다른 병사들도 모두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흰머리수리가 블랙호크를 공격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설령 그렇다고 해도 흰머리수리가 블랙호크를 어쩔 수는 없다고."

"분명히 봤습니다. 급강하한 흰머리수리가 테일로터에 충돌했습니다."


진지하게 말을 했지만 벌튼은 라슨이 뭔가를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날개를 펼치면 2미터가 넘기도 하지만 흰머리수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몸무게는 몇 kg에 불과하다. 


그런 흰머리수리가 아무리 높은 곳에서 급강하를 했다고 해도 방탄처리가 되어 있는 블랙호크에는 아무런 피해도 입힐 수 없다.


벌튼이 라슨에게 그 사실을 말하려는 순간 라슨이 벌떡 일어서더니 뒤로 돌아서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비켜. 거기서 비켜!"


갑작스런 라슨의 고함에 분대원들이 놀라며 라슨의 손짓에 따라서 움직이는 순간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폭음과 함께 은행의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꽝!


천장이 무너지면서 생긴 먼지에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였지만 라슨은 천장을 뚫고 들어와서 먼지 속에 있는 존재를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그 놈이다.'


먼지가 시야를 가리는 것이 불편했는지 아니면 블랙호크에 이어서 은행 천장까지 부스면서 어딘가를 다친 것인지는 흰머리수리는 구멍난 천장 아래에서 사방을 둘러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먼지가 가라앉고 시야가 확보되자 다른 병사들의 눈에도 흰머리수리가 보였다. 


"저거 흰머리수리 아닌가?"


병사들이 흰머리수리와 부서진 천장을 번갈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황상 흰머리수리가 천장을 부수고 들어온 것이 분명하지만 흰머리수리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건물의 천장을 부수고 들어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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