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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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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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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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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DUMMY

인천 계양산 근처의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녹슨 철문과 낡은 담장 너머로 검은색 비닐로 만들어진 하우스 한 동과 낡은 시골집이 있고 비닐하우스에서는 간간히 개 짓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끼이익.


듣기 싫은 마찰음을 내며 집의 문이 열리고 더러운 점퍼를 입은 노인이 빨간색 플라스틱 바께스를 들고 나왔다. 


바께스 안에는 묽은 죽이 들어 있었고 한 번도 씻지 않은 것처럼 더러운 플라스틱 바가지도 하나 들어 있었다. 


노인은 힘겹게 죽이 든 바께스를 들고 비닐 하우스로 가서 문을 열었다. 


노인이 문을 열기 전까지는 비닐 하우스 안에서 개가 짖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지만 노인이 문을 열고 비닐 하우스 안으로 들어오자 개짖는 소리는 완전히 사라지고 대신 낑낑거리는 소리만 조금 들렸다. 


하우스는 가운데 통로가 있었고 양쪽으로 뜬장이라고 불리는 케이지가 두세 층으로 쌓여 있었으며 케이지 안에는 두세 마리에서 다섯 마리까지 크고 작은 개들이 들어 있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씻은 적이 없는 것처럼 개들은 지저분했고 케이지도 더러웠다. 


노인은 케이지에 놓인 더러운 그릇에 가지고 온 바케스에 담긴 죽을 퍼서 담아주었다. 


이곳은 불법 개농장이다. 


비닐 하우스에 들어온 개들은 이곳을 벗어날 때까지 좁은 케이지 안에서 묽은 죽 같은 것을 먹으며 계속해서 새끼를 낳아야만 했고 죽은 다음에야 비닐 하우스를 벗어날 수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하나씩 그릇을 채워주던 노인이 드디어 비닐 하우스의 끝에 도착했다. 


비닐 하우스의 끝에는 조금 크고 튼튼해보이는 케이지가 있었고 안에는 맹견으로 유명한 로트와일러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로트와일러는 다른 개들과는 달리 아주 깨끗했고 노인을 두려워하는 다른 개들과는 달리 노인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로트와일러의 태도에서 알 수 있듯이 노인은 로트와일러의 주인이 아니다.


불법 번식장을 운영하는 노인이 번식시킬 품종견을 구하는 방법 중에는 남의 개를 훔치는 것도 포함되어 있고 로트와일러는 며칠 전 노인이 훔쳐온 개였다.


"히히히."


암컷 로트와일러를 번식견으로 해서 새끼를 팔면 큰 수익을 꽤 오랫동안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노인을 웃게 만들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번식을 시키기 위해서는 숫컷 로트와일러를 구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숫컷을 구하지 못한다면 그냥 파는 방법도 있다.


로트와일러가 워낙 고가의 견종이므로 그냥 파는 것도 꽤나 짭짤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노인은 그저 로트와일러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많이 먹어라."


노인이 바가지로 바케스의 바닥을 긁어서 가라앉아 있던 고기 조각을 모두 로트와일러의 그릇에 담아주었다. 


검은 비닐로 만들어져서 비닐 하우스의 안은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고 개들이 죽을 먹는 소리만이 어둠을 채우고 있었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노인은 시간에 맞춰서 바케스를 들고 비닐 하우스 안으로 들어와서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입구에서 가까운 케이지의 그릇부터 채워주었다.


그렇게 움직이던 노인은 드디어 마지막 케이지에 도달했고 놀라서 바가지를 떨어뜨렸다. 


무엇인가에 베인 것처럼 케이지가 잘려져 있었고 케이지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맥스. 맥스 어디 있니?"


맥스는 로트와일러가 차고 있는 목걸이에 적혀 있던 이름이었다. 


노인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맥스의 이름을 부르며 비닐 하우스의 구석구석을 살펴보었다. 


"크르르르."


노인은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뒤를 돌았다. 


로트와일러는 경비견으로 만들어진 견종으로 성질이 사납고 힘이 센 견종이다. 


당연히 작고 왜소한 노인은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평생을 개장수로 살아온 노인이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는 맹견도 노인 앞에서는 꼬리를 말도록 만들었고 맥스를 훔쳐올 때도 그런 노인의 분위기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노인은 이번에도 맥스가 감히 자신에게 덤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인이 한 가지 잊은 것이 있었다. 


케이지.


무엇인가 날카로운 것에 의해 잘려나간 것 같은 케이지 말이다. 


"착하지. 맥스. 이리와라."


노인이 천천히 맥스에게 다가갔고 맥스는 그저 노인을 바라보기만 할 뿐 뒤로 물러나지도 덤벼들지도 않았다. 


마치 기에 눌려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것 같은 맥스의 모습에 노인은 조금 더 자신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인과 맥스 사이의 거리가 2미터 정도가 되었을때 맥스가 갑자기 움직였다. 


노인을 향해서 달려든 맥스의 움직임은 노인의 탁한 눈에는 보이지도 않았고 노인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목을 물고 있는 맥스의 단단한 턱 근육뿐이었다.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노인이 그대로 주저앉았고 맥스를 밀어내려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턱.


노인의 손이 땅에 떨어지자 맥스가 물고 있던 노인의 목을 놓아주었지만 노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노인이 완전히 무력화된 것을 확인한 맥스가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바라보더니 노인이 들어온 입구를 통해 비닐 하우스에서 나갔다. 


맥스가 원래 살던 곳은 부천 작동의 전원마을 단지에 있는 집이었고 맥스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동쪽으로 길을 따라 움직였다. 


맥스는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자신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입마개는 커녕 목줄도 없이 맹견인 로트와일러가 혼자서 돌아다니는 모습에 놀란 사람들이 즉각 신고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붉은 색과 흰색이 칠해지고 119라고 쓰여진 미니버스 하나가 나타나더니 여섯 명의 소방관이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소방관들이 그물, 올무가 달린 막대, 금속제 케이지 그리고 마취총까지 챙겨서 움직였다. 


보통 유기견 포획에는 그물이나 올무가 달린 막대가 사용된다. 


하지만 로트와일러는 힘이 무척이나 세기도 하지만 한 번 공격을 하면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맹견이라 일단 마취총으로 마취를 한 후에 생포하기로 한 것이다. 


소방관들의 계획은 소방관들이 주의를 끄는 사이에 다른 소방관이 마취총으로 맥스를 마취를 시키고 올무 막대로 마취가 되기까지 로트와일러의 움직임을 제한한 후에 포획하는 것이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소방관들은 망설임없이 움직여서 맥스를 포위하듯 자리를 잡았고 한 명은 옆 건물 2층에서 마취총으로 맥스를 겨냥했다. 


탕.


총성과 함께 마취총에서 마취탄이 발사되었다. 


이제 마취총에 맞아 마취되는 맥스를 올무와 그물로 잡고는 마취가 되면 케이지에 넣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소방관들은 계획대로 할 수 없었다.


마취탄은 분명히 맥스에게 명중했다.


그러나 마취탄이 맞은 곳에서 빛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더니 마취탄은 맥스에게 박히지 못한 채로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소방관들만이 아니라 맥스도 놀랐다. 


로트와일러는 경비견으로 만들어진 종이지만 반려견으로 키우는 경우에는 지속적인 사회화 훈련을 거친다. 


태어난 순간부터 사회화 훈련을 받은 맥스는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서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공격하지 않게 되지만 그런 훈련이 로트와일러의 모든 본능을 사라지게  하지는 못했다. 


상대를 적으로 인식하는 순간 로트와일러로서의 본능이 깨어나는데 마취탄에 맞는 순간 맥스는 지금 자신의 앞에 선 인간들을 적으로 인식했다. 


"컹! 컹!"


거친 울부짖음과 함께 맥스가 정면의 소방관을 향해 달려들었다. 


놀란 소방관은 반사적으로 팔을 내밀었고 맥스가 소방관의 팔을 물었다. 


"으아악!"


소방관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터져나왔고 이어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소방관의 팔을 문 맥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80kg은 넘을 건장한 체격의 소방관이 마치 풍선인형처럼 흔들렸고 맥스가 입을 벌리자 그대로 날아가서 닫혀 있는 가게의 셔터에 부딪쳤다. 


꽝!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진 소방관은 물린 팔뿐만 아니라 머리에서도 피를 흘리고 기절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다른 소방관들은 당황해서 몸이 굳었지만 맥스는 아니었다. 


맥스는 자신에게 마취총을 쏜 소방관과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적이라고 생각했고 아직 네 명의 적이 더 남아 있었다. 


그리고 네 명의 소방관이 피투성이가 되서 바닥에 쓰러지는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소방관들이 피투성이가 되서 쓰러지자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고 주변 건물에서 보던 사람들도 모두 창문과 문을 닫았다. 


"크르르르르."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맥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피투성이가 된 소방관들은 정신을 잃은 것인지 아니면 부상이 심해서인지 도망을 치지도 못했다. 


다행히 맥스는 쓰러진 소방관들을 버려두고 움직였다. 


맥스가 살던 부천시 작동 전원마을과 맥스가 잡혀 있던 계양산은 직선거리로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다. 


그러나 노인이 준 약이 섞인 먹이를 먹고 정신을 잃은 채 잡혀온 맥스는 자신이 살던 집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 채로 본능에 따라서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포획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맥스에 의해서 소방관이 중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즉각 보고되었고 지자체는 맥스가 이동하는 경로 상의 주민들에게 안전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맥스에게 부상당한 소방관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과 함께 맥스에 대한 사살 명령이 떨어졌다는 뉴스가 나왔다. 


사람을 공격하거나 재산상의 피해를 일으키는 동물을 유해조수라고 한다. 


유해조수는 정부의 허가를 받은 유해조수포획단이 포획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맥스는 지금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심을 지나고 있었고 포획단을 구성하는 것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무기를 가진 경찰이 나섰다.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가 맥스를 사살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맥스에 대한 뉴스가 나가고나자 맥스의 현재 위치에 대한 사진이나 피드가  SNS나 인터넷에 끝없이 올라와서 거의 실시간으로 맥스의 위치가 중계되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특공대는 맥스를 찾는 수고를 할 필요는 없었다. 


어렵지 않게 맥스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예상 경로 상에서 준비를 하고 기다린 경찰특공대의 저격수는 자신의 스코프에 맥스의 모습이 보이자 무전기를 통해 보고를 했다. 


"목표물 보입니다."

'방해 요소 없으면 사격해.'


무전기를 통해서 들린 명령에 저격수는 방아쇠에 닿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탕.


총소리와 함께 저격수의 총에서 쏘아져 나간 총알이 정확히 맥스의 이마에 명중했다.


하지만 맥스의 이마에서 번져나오는 빛과 함께 총알을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명중했지만 대상물은 아무런 피해가 없습니다!"

'나도 봤다. 다시 쏴! 다시 쏘라고!'


놀란 지휘관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서 들렸고 저격수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탕. 


그러나 다시 총알이 날아올 것을 예상이라고 했는지 맥스는 옆으로 피하면서 총알을 피했다. 


탕. 탕. 탕. 탕.


저격수가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단 한 발의 총알도 맥스를 맞추지 못했고 어느새 맥스는 저격수가 있는 건물의 앞에 도착했다. 


저격수는 3층짜리 상가 건물의 옥상에 올라와 있었고 상가에는 저격수와 저격수를 보조하는 경찰 특공대원만이 있었다. 


아무리 똑똑해도 개가 잠긴 문을 열 수는 없을테니 맥스가 3층 옥상에 있는 저격수를 공격할 방법은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예상이 틀렸다는 것을 아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개들의 점프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3층 옥상으로 단번에 뛰어오르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상에서 도약을 한 맥스는 스파이더맨이라도 된 것처럼 건물 벽을 타고 달렸고 순식간에 3층 옥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비명이 터져나왔다.


"으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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