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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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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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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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DUMMY

경부고속도로에 나타난 고라니 비스트가 대형 사고를 일으키고 3개월이 지났다. 


3개월이라는 시간은 세상이 바뀌기에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지난 3개월 간의 변화는 보통의 3년 동안 일어나는 변화보다 더 컸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루나틱'이 있었다. 


3개월 동안 전 세계적으로 많은 루나틱이 스스로 루나틱임을 증명하자 일부 학자들은 '루나틱'을 새로운 인류의 한 종류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 인류의 분류학적 명칭은 백인이건 흑인이건 아시안이건 모두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이다. 


가장 앞의 '호모'가 속명이고 가운데 '사피엔스'가 종명 그리고 마지막 '사피엔스'가 아종명인데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게는 멸종된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라는 아종이 있었다.


일부 학자들은 루나틱이 멸종된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처럼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아종이라고 주장하며 '호모 사피엔스 루나'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자들은 학술적인 입장에서 루나틱의 등장에 대해서 갑론을박하고 있었지만 일반인들에게 더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루나틱보다는 비스트였다. 


루나틱이 특이능력을 가진 인간을 지칭히는 단어라면 비스트는 특이능력을 가진 동물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사람들이 루나틱보다 비스트에 더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스트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유기견이 어느날 비스트가 되더니 공원에서 조깅하던 사람을 공격하기도 했고 기르던 소나 돼지가 어느 날 갑자기 축사를 모두 부수고 탈출하기도 했다. 


비스트에 의한 피해는 단순히 개인적인 피해에 그치지 않았다. 


경부고속도로에 나타난 고라니 비스트 한 마리 때문에 서울과 부산 사이의 육상 물류는 큰 피해를 받았고 복구된 후에도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이 해당 구간을 우회하거나 운행을 거부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물류비의 상승을 유발시켰다. 


경부고속도로에 나타난 비스트는 운이 좋게도 그곳에 있던 루나틱 김기현에 의해 바로 처리가 되었음에도 그 정도였지만 다른 비스트 출현지에도 모두 루나틱이 함께 나타나지는 않았다. 


비스트가 나타나고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이 비스트에 의한 것임이 확인되고 정부에서 대응팀을 파견하고 사건을 처리하기까지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이 걸리기도 했다. 


특히 중국, 미국, 러시아처럼 국토가 넓은 국가에선 비스트 관련 사건 처리에 몇 달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고 일부 지역이나 도로가 아예 폐쇄되기도 했다. 


비스트의 등장에 가장 큰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트럭커처럼 장거리 운송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3개월간 30% 정도의 트럭커가 직업을 바꿨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고 남은 트럭커들도 위험 수당을 요구하면서 물류비가 높아졌다.


물류비가 높아졌으니 이어서 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전반적인 경기 악화가 예상되고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비스트가 지상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공항에 나타난 비스트가 비행기와 충돌하면서 여객기와 화물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고 바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늘, 땅 그리고 바다까지.


인간을 이어주던 교통과 물류가 비스트로 인해서 방해받으면서 비용은 하루 아침에 몇 배에서 몇 십 배까지 상승했고 관련 산업은 막대한 영향을 받았으며 경제 상황은 악화되었다. 


비스트로 인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한국에서의 바나나 가격이다. 


데이보스 사태 이전에는 한국에서 가장 싼 과일 중 하나였던 바나나는 비스트가 등장하고 물류가 막히면서 한때 가격이 이전의 20배가 넘게 오르기도 했다.


하늘과 땅과 바다를 통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던 세계가 조금씩 단절되면서 세상의 큰 혼란에 빠졌지만,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처럼 인류는 방법을 찾아냈다.


가장 먼저 방법을 찾아낸 것은 미국이었고 미국이 내세운 대책은 바로 루나틱이었다. 


비스트 처리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총과 같은 대인화기로 비스트에게 아무런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비스타가 총알을 막아내는 것을 쉴드라고 불렀다. 


미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쉴드는 일종의 에너지 막인데 쉴드에 접촉하는 순간 대상이 가진 물리적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총에서 총알이 발사되면 속도와 탄환의 무게로 인해 에너지로 대상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인데 쉴드가 물리적 에너지를 흡수한다는 말은 총에 맞아도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말이다.


총알을 막아준다는 점에서 방탄복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쉴드와 방탄복은 완전히 다르다.


방탄복은 총알이 뚫지 못하는 소재로 총알을 막아내는 것으로 총알이 가진 물리적인 에너지를 모두 흡수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방탄복을 입고 있다고 해도 총에 맞으면 쓰러지거나 멍이 들고 심하면 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쉴드는 총알이 가진 물리적 에너지를 모두 흡수하기 때문에 총알은 루나틱이나 비스트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미국이 추가적으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쉴드가 물리적인 공격을 모두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속도가 느리거나 낮은 운동 에너지를 가진 공격은 쉴드의 영향을 적게 받거나 심지어 거의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까 총으로 쏘면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지만 사람이 직접 휘두른 둔기나 도검에 의한 공격은 오히려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쉴드가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는 것이 또 있다.


그건 바로 루나틱의 공격이다. 


과학자들은 쉴드의 근원을 알 수 없는 어떤 에너지로 보고 있는데 유사하거나 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다른 루나틱이 하는 공격은 공격을 통해 전달되는 에너지가 쉴드의 에너지를 상쇄시키는 효과를 가지면서 효과를 가지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루나틱과 비스트의 존재가 대중에게 공개되기 훨씬 전부터 이런 사실을 어느 정도 알았고 루나틱으로 구성된 비스트 대응팀을 구성해서 운영하며 분명한 효과를 보았다. 


그리고 루나틱과 비스트의 존재가 대중에게 완전히 공개된 후 미국은 자신들이 수집한 정도의 일부를 대중과 타국에 공개했다. 


미국이 정보를 공개하자 다른 나라들도 미국을 따라서 루나틱으로 구성된 비스트 대응 조직을 구성하기 시작했고 물론 한국도 그런 나라 중 하나였다.   


***


샤워를 마친 현수가 대강 물기를 닦고는 속옷만 입은 채로 식탁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씻으러 들어가기 전에 켜놓은 텔레비젼에서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루나틱 여러분. 비스트의 등장으로 대한민국은 지금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혼란에서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루나틱 여러분 뿐입니다.

혹시 아직도 자신이 루나틱임을 신고하지 않은 분이 있으시다면 지금 바로 가까운 주민 센터나 시군구청을 방문하셔서 루나틱임을 자진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로 인한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을 저 최중협이 약속합니다.'


광고를 하는 사람은 몇 개월 전에 루나틱이 되었고 즉시 자진 신고를 한 최중협이라는 남자 배우이다. 


수 년 동안 여러 편의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꾸준히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리기는 했지만 주연급까지 성장하지는 못했던 최중협은 루나틱임을 자진 신고한 후에 인기가 엄청나게 상승하면서 최근에는 공중파 주말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수는 혼자 있는 집이 너무 조용한 것이 싫어서 버릇처럼 텔레비전을 켰을 뿐이라 광고를 들으면서도 단 한 번도 텔레비전에 눈길을 주지않고 천천히 식사를 했다. 


현수는 얼마 전에 편의점 근무 시간을 오후 2시에서 저녁 10시로 바꿨다. 


밤낮이 바뀐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진짜 이유는 달랐다. 


김치와 장조림이 반찬의 전부였지만 맛있게 식사를 하는 현수의 귀에 최중협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저 신고를 하시는 것만으로도 정부에서는 소정의 지원금을 매달 지급해 드립니다.

내 가족과 이웃을 위해서 그리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꼭 자진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저 최중협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국과 민족은 무슨.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죽은 형은 어디서 죽었는지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밥을 먹던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광고에서 최중협이 하는 말을 듣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지난 3달 간 동안 특이능력자 자진 신고제에 응하라는 광고가 텔레비전, 유튜브, 포털 사이트는 물론 옥외 광고판을 통해서도 노출되고 있었고 일부 언론에서는 자진 신고제에 응하지 않는 사람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여론을 유도하는 듯한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광고와 방송 덕분인지 아니면 포상금 때문인지 모르지만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루나틱이 자진 신고제에 응했다고 했다. 


그러나 현수는 자진 신고제에 응하지 않았다. 


언젠가 현수는 유튜브에서 미국이 해외 파병 중 전투에서 사망한 군인의 유가족에게 군인의 사망 사실을 전달하는 영상을 보았다. 


영상에서는 정복을 차려 입은 고위 장교가 직접 사망한 병사의 집을 방문하여 병사의 사망 사실을 전달하고 최대한의 예우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건 미국의 이야기다. 


현수의 형인 윤수의 실종 소식은 그저 한 통의 우편으로 전해졌고 이어진 전사 처리 소식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들은 현수의 어머니는 아들의 소식을 알기 위해서 갈 수 있는 곳은 곳은 물론 갈 수 없는 곳까지 모두 갔었지만 들을 수 있는 대답은 한가지 뿐이었다.


'군사기밀입니다.'


윤수의 전사 인정 통지서가 한 통의 우편으로 집으로 전해진 날 어머니는 쓰러졌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동안 단 한 명의 군인이나 공무원도 현수의 가족을 찾아와서 위로의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았다.


오히려 윤수가 전사처리되면서 국가 유공자의 가족으로 현수의 병역을 면제시켜주고 많지 않은 보상금을 주면서 마치 큰 혜택을 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형의 사망 통보에 이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정부를 불신하는 현수는 자진 신고제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현수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스파이더맨 영화의 명대사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자신을 향해서 환하게 웃어주던 수아의 미소를 기억했기 때문이었고 무엇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기신 유언을 따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던 현수는 안방의 낡은 화장대 서랍에서 한 장의 종이를 발견했다. 


종이에는 어머니의 필체가 분명한 짧은 글이 써 있었다. 


'미안해. 아들.

엄마가 더 이상 함께 있어주지 못할 것 같아. 

남들만큼 해주지 못해서 늘 미안했고 부족하지만 바르게 자라줘서 엄마는 늘 고맙게 생각해. 

엄마가 같이 있지 않아도 절대로 허튼 생각을 하면 안 돼. 

남들처럼 살아. 아들.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평범하게 살면 돼.

돈도 벌고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살면 돼.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네 형을 찾아줘.

엄마는 아들이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너무 행복하고 고마웠어.

사랑해. 아들.'


어머니는 돈을 많이 벌어서 남을 도우라고 하셨지만 남을 돕는 방법이 꼭 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수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남을 돕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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