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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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최근연재일 :
2024.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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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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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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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DUMMY

밖은 환한 낮이었지만 창을 가리고 있는 암막 커튼 덕에 방 안은 깜깜했다. 


방은 싱글 침대, 책상과 의자 그리고 옷장 하나로 꽉 찰 정도였고 싱글 침대 위에는 현수가 잠들어 있었다.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면서 현수는 밤낮이 완전히 뒤바뀐 생활을 하고 있었다. 


띠띠띠. 띠띠띠. 띠띠띠.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핸드폰에서 울리는 알람소리에 현수가 눈도 뜨지 못한 채로 손을 더듬어 핸드폰을 잡았다. 


억지로 눈을 떠서 알람을 끄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2시.


아침 7시쯤 잠을 자는 현수가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는 시간이다. 


편의점 야간 알바를 처음 했을 때는 밤낮이 바뀐 것이 적응이 되지 않아서 밤을 새는 일도 많았다.


쇠도 소화시킬 수 있다는 20살 청춘이었지만 잠을 자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알바를 시작한 후에 현수는 암막 커튼을 사서 달고 퇴근을 하면 피곤하지 않아도 잠을 자려고 했고 반대로 피곤해도 정해진 시간에는 일어나면서 바뀐 일상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밤낮이 바뀐 일상에도 어느 정도는 적응이 되었다. 


그러나 평소처럼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 현수는 평소와 다른 뭔가를 느꼈다.


'뭐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현수가 방 안을 둘러보았다. 


암막 커튼이 거의 모든 빛을 막아버린 탓에 어두컴컴한 방 안은 어제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현수는 뭔가 다르게 느끼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수도꼭지가 없는 현수의 방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날 이유가 없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난 현수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움직였고 화장실 앞에 섰다. 


불을 켜고 화장실 문을 연 현수는 세면대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알바를 마치고 돌아온 현수가 세수를 하고는 수도꼭지를 꽉 잠그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은지 20년이 넘은 아파트는 여기저기 자잘한 문제가 있었고 화장실의 수도꼭지는 신경을 써서 꽉 잠그지 않으면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곤 했다. 


현수가 수도꼭지를 힘껏 잠그자 떨어지던 물방울이 멈췄고 현수가 느끼던 감각도 사라졌다. 


20평 대의 작은 아파트라고는 하지만 현수의 방은 현관을 들어오면 바로 있고 화장실은 안방과 현수의 형인 윤수가 쓰던 방 사이에 있어서 몇 미터는 떨어져 있다. 


더구나 화장실 문과 현수의 방문은 분명히 닫혀 있었다. 


그런데 잠에서 깬 현수는 닫혀 있는 두 개의 문을 지나서 화장실의 수도꼭지에서 한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을 느낀 것이다. 


'소리가 들린 것이 아니었어!'


이상한 말이지만 현수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이 아니었다. 


현수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은 느꼈는데 그건 청각에 의한 것도 시각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뭐지?'


자신이 느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감각에 집중하는 순간 현수는 감각이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현수의 감각이 미치는 영역이 화장실을 넘어서 벽과 천장 그리고 바닥을 지나서 옆집과 윗집 그리고 아랫집까지 감각이 확장되었다. 


윗집과 옆집은 아무도 없는지 조용했지만 아랫집에는 엄마와 아이가 있었다. 


아직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에게 분유를 먹인 아이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고 등을 두드리며 트림을 유도했다.


'끅.'


아이의 입에서 귀여운 트림이 나오자 엄마는 아이를 보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잘했어요. 잘했어. 맘마도 먹었으니 조금 잘까? 수아가 자야 엄마도 맘마를 먹고 집안일도 좀 하지. 착하지. 우리 수아. 조금만 자자.'


아이를 향해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아이 엄마가 아이를 안아서 재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는 잠이 들었고 아이 엄마는 잠든 아이를 조심스럽게 방 안에 누이고는 역시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밥솥에서 밥을 푸고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몇 개 꺼내더니 서둘러 식사를 했다. 


아이를 돌보느라고 이제야 점심을 먹는 것이었고 아이가 깰까봐 서둘러 음식을 입 안에 넣고 있었다. 


현수는 자신의 집 화장실에 서서 아랫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눈으로 보는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 


말 그대로 눈으로 보는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아이가 트림을 하자 웃던 아이 엄마의 얼굴이 분명히 느껴졌고 잠든 아이를 내려놓고는 아이가 깰까봐 조심스럽게 문을 닫는 모습도 분명히 느껴졌다. 


현수가 눈을 감고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했다.


그러자 현수가 느끼는 감각의 범위가 넓어졌다. 


한 층 더 아래의 집과 한 층 더 위의 집 그리고 옆 라인의 집까지 현수의 감각 안으로 들어왔다. 


한참 일을 하고 있을 평일 낮 시간이라 대부분의 집은 비어 있었지만 옆 라인의 집에는 고양이가 잠을 자고 있었고 윗윗 집에는 할머니가 드라마를 보고 계시는 것이 느껴졌다. 


감각에 대한 집중을 풀자 범위는 다시 좁아지더니 현수의 집 안 정도까지 좁아졌다.


자고 일어났더니 이전에는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끼고 그 범위마저 자유롭게 넓히거나 좁힐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현수는 놀랐다. 


그러나 현수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갑자기 늘어난 감각 속에서도 아무런 혼란을 겪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늘 차가 없는 편도 1차선의 도로에서만 운전하던 사람이 갑자기 차로 가득찬 8차선 도로에서 운전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심지어 꽉 찬 도로에서는 차들이 클락션을 울리고 상향등까지 켠다고 생각해보자.


20년 이상 운전을 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수는 갑자기 늘어난 감각과 그 감각으로부터 전해지는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루나틱이 된건가?"


야간에는 편의점에도 손님이 많지 않은데 손님이 없고 할 일이 없으면 시간이 더디게 가는 법이다. 


현수는 손님이 없을 때는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때웠는데, 요즘 가장 핫한 영상이 루나틱에 대한 것이었고 현수도 루나틱에 대한 영상을 많이 보았다.


루나틱으로 각성했고 초능력이 생겼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채널에 영상을 올리거나 타인의 채널에 출연했지만 현수는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얼핏 봐도 거짓말인 티가 나는 영상들도 많았고 그저 제목이나 썸네일만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어그로만 끄는 것도 많았다. 


그 중에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영상도 있었지만 현수는 그런 영상들도 컴퓨터 그래픽이거나 마술같은 눈속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자신이 루나틱으로 각성했다는 것이다. 


"신기하네."


말 그대로 신기했다. 


"어떤 사람은 몸이 쇠로 변하던데 난 그건 안되나?"


현수가 알바를 하면서 본 방송에서 루나틱으로 처음 소개되었던 남자를 떠올리며 양 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현수의 팔은 금속으로 변하지 않았다.


"얍!"


기를 모아면 될까 해서 기합까지 외치며 두 팔을 뻗어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루나틱마다 능력이 다르다고 하더니 나는 금속인간은 아닌가 보네. 감각이 내 능력인 건가?"


현수가 다시 한 번 감각에 집중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현수의 감각이 미치는 범위가 넓어졌다. 


아래층, 그 아래층 그리고 그 아래층까지 넓어지던 감각은 옆 동까지 넓어졌지더니 현수의 집이 있는 동을 중심으로 다섯 개의 동이 감각 안에 들어왔다. 


다섯 동의 아파트 그 안에 사는 사람들, 단지 안을 움직이는 사람들과 차는 물론이고 지하 주차장에 있는 길고양이까지 현수의 감각에 들어왔다. 


그 정도까지 감각이 확장되자 지금까지와는 달리 조금 어지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확장을 하려고 하자 힘이 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리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현수는 감각의 확장을 멈추고 조금씩 감각의 범위를 좁혔다. 


확장된 감각 범위에서 쏟아져들어오는 정보들로 인해서 어지럽던 머리도 다시 개운해졌다. 


의식적으로 확장하지 않으면 감각의 범위는 대강 현수를 중심으로 반경 3미터 정도의 범위에서 유지되었다. 


"좁아지기도 하나?"


문득 든 생각에 현수는 의식적으로 감각의 범위를 좁혔다. 


현수의 의도대로 감각의 범위는 좁아졌고 좁아진 감각 범위 안에서의 더 작은 일이 더 자세하게 느껴졌다. 


예를 들면 원래의 감각 범위에서는 싱크대 아래의 바퀴벌레가 움직이는 것까지 느낄 수 있었다면 지금은 바퀴벌레의 더듬이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감각의 변화가 신기한 현수가 감각의 범위를 더욱 좁혔고 좁혀진 감각의 범위는 현수의 몸 안으로 좁아졌다. 


"와!"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감각의 범위가 자신의 몸으로 줄어들자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느껴졌다. 


혈관을 지나는 혈액의 흐름이 느껴졌고 폐에서 산소가 들어오고 이산화탄소가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심장이었다. 


심장의 박동은 물론 심장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혈액의 흐름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낯선 것이 하나 느껴졌다. 


'이게 루나틱의 원천 같은 건가?'


감각의 범위를 계속 축소하다보니 감각의 중심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감각의 중심은 당연히 현수였지만 현수의 몸 중에서도 중심은 심장,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심장에 있는 작은 덩어리였다.


그리고 현수의 감각에서 작은 덩어리는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뭘까?"


감각을 더 집중해도 심장에 있는 작은 덩어리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심장에 있는 빛에서 나온 빛이 심장과 연결된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현수의 감각 그러니까 루나틱으로서의 능력이 심장에 있는 작은 덩어리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새롭게 생긴 능력에 흥미를 느낀 현수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았다. 


처음 저항감을 느꼈던 범위를 벗어나서 감각의 범위를 확장해보기도 했고 감각을 일정 방향으로만 확장해보기도 했다. 


마치 구단에서 새로 선수를 영입할때 선수의 운동능력을 확인하는 것처럼 현수도 자신에게 새롭게 생긴 능력을 확인하고 싶었다. 


어지럼증이 느껴졌던 범위 이상으로 감각을 확장하자 감각의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어지럼증이 조금씩 심해졌다. 


그리고 감각의 범위를 축소할 때와는 반대로 감각이 느껴지는 것도 무뎌졌다. 


기본 감각 범위 안에서는 사람의 얼굴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었지만 기본 감각 범위를 넘어가면서는 점점 세부적인 사항은 알 수 없었고 범위를 두 배까지 늘리자 남녀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후."


긴 숨을 내쉬며 현수가 집중을 풀자 감각의 범위가 좁아들었다. 


"재미있네. 근데 이걸 뭐에 쓰지? 남의 집 몰래 훔쳐볼때?"


새로운 감각이라는 능력이 재미있기는 한데 막상 쓸모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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