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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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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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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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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밤 10시에 편의점 근무를 마친 현수가 부천시청 앞에서 버스를 탔다. 


퇴근을 위해 현수가 타는 버스는 원래 23번이지만 오늘 현수는 59-1번 버스를 탔다. 


늘 타던 것과 다른 버스를 타서인지 버스에 타고 나서도 현수는 핸드폰으로 계속 지도 앱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현수가 목적했던 정류장이라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이번 정류장은 KT 북부천지사 365 안전교육장입니다.'


안내 방송을 들은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차벨을 누르고 문 앞에 섰고 교통카드를 태그하고는 버스가 멈추자 내렸다. 


주변을 살펴보는 현수의 눈에 '부천백만송이장미원'이라는 글자와 화살표가 그려진 표지판이 보였고 현수는 표지판에 표시된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 주택가는 한적했고 공원에는 아예 사람이 없었다.


부천백만송이장미원은 시민을 위해서 무료로 개방된 공원이었지만 데이보스 사태 이후로 치안이 나빠지고 비스트까지 등장하자 밤시간에 공원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공원에 도착한 현수가 잠시 멈춰서 남쪽을 바라보더니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 움직였다.


걷다가 잠시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더니 얼마지나지 않아서는 길을 벗어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현수가 일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이곳에 온 것은 어재 받은 경고 문자 때문이다. 


비스트의 출현 혹은 비스트로 의심되는 동물의 출현은 일종의 천재지변처럼 여겨졌고 정부와 지자체는 관련 소식을 즉각 인근 주민들에게 알렸다.


현수가 받은 경고 문자에는 도당동에서 비스트로 추정되는 유기견이 나타났다는 것과 부천백만송이장미원쪽으로 사라졌으니 인근 주민은 주의하고 공원 출입을 삼가하라는 내용이었다. 


그 경고 문자때문에 밤이 되면 한적하던 공원은 아예 적막해졌다. 


현수가 밤에 비스트가 출현하는 공원으로 온 것은 문자에서 말한 비스트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현수가 비스트를 처리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미현과 수아를 도와주면서 느낀 감정과 어머니의 유언에 더해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확인하고 연마하기 위해서였다. 


실전만한 연습은 없다는 말처럼 직접 비스트를 처리하면서 능력을 확인하고 발전시키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현수는 사는 곳 주변의 비스트 소식에 주의를 기울여 왔다. 


비스트 의심 신고를 보고 움직인 것이 이번으로 세번째였지만 앞의 두 번은 비스트가 아니었다.


하지만 공원에 들어온 현수는 루나틱으로 각성하면서 가지게 된 특별한 감각을 통해서 이번은 허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정한 거리 내의 모든 것을 눈으로 보듯이 알 수 있는 현수의 능력에는 한 가지 특징이 더 있었는데 감각을 집중하는 방향의 일정 거리 안에 있는 루나틱이나 비스트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원에 들어선 현수는 여러 방향으로 감각을 집중했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서 원하는 것을 찾고는 그쪽을 향해서 움직였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언덕을 오르던 현수가 멈춰섰다. 


데이보스와의 충돌로 달이 두 개로 쪼개지면서 한 덩어리였을때보다 달빛이 밝아졌다고는 하지만 가로등 하나 없는 산속을 밝힐 정도는 아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2,3 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어둠 속이었지만 현수는 5미터 정도 떨어진 작은 굴에 있는 두 마리의 개를 느낄 수 있었다.


한 마리는 새끼였고 다른 한 마리는 어미로 보였는데 어미로 보이는 큰 개에게 에너지 덩어리가 있었다. 


허리 뒤춤으로 갔다가 앞으로 나온 현수의 오른손에 작은 막대기 같은 것이 들려 있었고 오른손을 위로 들었다가 빠르게 아래로 내리자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막대기가 길게 늘어졌다.


삼단봉이었다.  


맥스와 맞서면서 적대적인 동물 앞에서 빈 손으로 맞서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알게 된 현수는 삼단봉을 구매했다. 


총기가 금지된 한국은 도검 소지 허가증이 없으면 도검류를 소유할 수 없고 당연히 가지고 다니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호신용품으로 분류되는 삼단봉은 그런 규제를 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고 크기도 작아서 케이스에 넣어서 허리띠에 고정하면 상의로 가릴 수도 있다.


현수가 삼단봉을 펴는 소리를 들은 것인지 굴에 있던 유기견이 밖으로 나왔다. 


"크르르르르. 크르르르르."


유기견이 현수를 향해서 이빨을 들어내고 으르렁거렸다. 


눈으로 보지 않았을 때에도 현수는 비스트의 존재를 정확히 느낄 수 있었지만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더 정확했다. 


'맞네. 비스트.'


으르렁거리는 유기견에게 감각을 집중한 현수는 유기견의 가슴에 모여 있는 에너지 덩어리와 거기에서부터 온 몸으로 퍼지고 있는 에너지의 흐름을 볼 수 있었다.


"미안하다."


믹스로 보이는 유기견을 향해서 현수가 작게 말했다. 


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현수에게 으르렁거리는 유기견에게도 주인이 있었을 것이고 주인과 함께 하며 행복했었을 것이다.  


무슨 이유로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주인에게 버림받고 유기견이 되고부터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추워지면 추위에 떨면서 배가 고파서 쓰레기통을 뒤졌을 것이다.


그리고 비스트가 되기 전에도 그리고 된 후에도 살아남기 위해서 때로는 사람들에게 이빨을 들어내고 위협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저 유기견의 잘못이 아니었다. 


현수가 루나틱되기를 선택하지 않았던 것처럼 저 유기견도 비스트가 되기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기견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대로 두면 다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현수가 움직인 것이다. 


현수가 들고 있는 삼단봉을 강하게 쥐자 깜깜한 밤이 아니라면 보이지 않았을 정도로 약한 빛이 현수의 손에서 시작해서 삼단봉을 타고 흐르다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으르렁거리던 유기견이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앙!"


거친 울부짖음과 함께 유기견이 몸을 날렸지만 현수는 살짝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서는 것만으로 유기견의 공격을 피했다. 


깊은 어둠이 유기견 비스트의 움직임을 감춰주었지만 눈으로 보지 않아도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현수의 감각과 어둠을 뚫고 선명하게 보이는 에너지는 유기견의 움직임을 현수에게 분명하게 전해주었다. 


자신의 목을 노리고 달려든 유기견을 가볍게 피한 현수가 허공에 떠 있는 유기견을 향해서 삼단봉을 휘둘렀다. 


붕.


현수의 삼단봉이 검은 밤공기를 가르고 유기견에게 떨어졌고 허공에 떠 있는 유기견은 현수의 삼단봉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유기견의 심장에 있는 에너지 덩어리에서 유기견의 네 발, 정확히는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에너지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뭐지?'


맥스와의 싸움 이후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현수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와 에너지의 흐름을 살펴보았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사용함에 따라서 에너지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면 공격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주먹을 내지르면 의식적으로 에너지를 보내려고 하지 않아도 심장에서 주먹으로 전해지는 에너지가 늘어나고 빠르게 달리려고 마음 먹으면 다리로 전해지는 에너지가 늘어난다. 


에너지의 흐름이 움직임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현수는 자신만 아니라 상대의 에너지 흐름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허공에 뜬 유기견의 네 발로 전해지는 에너지의 흐름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허공에 뜬 상황에서 발로 에너지를 보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풀렸다. 


허공에 떠 있는 유기견의 발에 빛이 맺히더니 도약해서 현수의 공격을 피한 것이다. 


마치 허공에 빛의 발판이 생기고 그것을 밟은 것처럼 유기견이 움직였다. 


꽝!


유기견을 놓친 현수의 삼단봉이 땅을 때리자 큰소리와 함께 땅이 움푹 패였고 먼지가 일어났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현수가 당황해하는 사이에 시야를 가린 먼지를 뚫고 유기견이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현수가 급하게 바닥을 굴러서 유기견의 공격을 피했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유기견을 보며 현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긴장한 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고 그것을 알아챈 유기견이 다시 한 번 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벌어진 입으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유기견이 달려들었지만 현수는 아까처럼 옆으로 피하지 않고 삼단봉으로 유기견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가까워지던 유기견의 발로 에너지가 모이더니 유기견이 허공에서 방향을 틀었다. 


그저 허공에서 방향을 바뀌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발에 모인 에너지를 딛고 움직이는 유기견의 움직임을 땅을 딛고 움직이는 것보다 배는 빨라서 현수가 순간적으로 유기견을 놓칠 정도였다. 


순식간에 허공에서 방향을 바꾼 유기견은 어느새 현수의 정면이 아니라 왼쪽 뒤에 있었고 현수가 유기견을 따라서 몸을 왼쪽으로 돌렸지만 유기견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감각이 유기견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아래였다. 


유기견은 마지막 방향 전환에서는 아래쪽으로 움직이면서 현수의 눈높이에서는 순간적으로 유기견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 것이다. 


꽉!


유기견이 현수의 왼쪽 다리를 물었고 현수가 삼단봉을 내리쳤다. 


붕.


현수가 휘두른 삼단봉이 공기를 갈랐지만 유기견은 그보다 조금 빨리 현수의 다리를 놓고 뒤로 물러났다. 


현수가 고개를 숙여 물린 왼쪽 다리를 보았다. 


물린 부위에서 나온 빛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금새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현수의 삼단봉을 피하기 위해서 유기견이 바로 물러났기 때문에 유기견은 현수를 제대로 물지 못했고 출혈도 없었다. 


그래도 통증은 분명히 느껴졌다. 


출혈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큰한 통증이 있었고 움직이기 위해서 왼쪽 다리에 힘을 주면 좀 더 큰 통증이 느껴졌다.  


맹견인 로트와일러 종이었던 맥스에 비하면 지금 현수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는 유기견은 맥스의 반도 되지 않은 작은 크기였다. 


게다가 맥스와 싸울때는 맨 손이었지만 지금 현수의 손에는 삼단봉이 들려 있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현수는 방심했다. 


하지만 유기견 비스트는 맥스가 보여주지 못한 능력을 보여주었고 그 능력은 현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땅에서 두 발을 딛고 싸울때 도약을 하는 정도를 제외하면  움직임은 이차원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허공을 딛고 움직일 수 있는 유기견 비스트의 움직임은 이차원을 벗어난 삼차원이었고 그 속도는 현수의 시선을 벗어날 정도로 빨랐다.


비스트를 상대하는 것이 이제 두번째인 현수는 유기견 비스트의 이런 움직임과 속도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감각 능력이 유기견 비스트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지 않았다면 벌써 크게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 


놀란 현수가 유기견 비스트를 쫓으며 삼단봉을 휘둘렀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위치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움직이는 유기견을 맞추지 못했다. 


꽝! 꽈광! 꽝! 꽝!


현수의 삼단봉이 애꿏은 땅과 나무를 때렸리면서 땅이 패이고 나무가 부러졌다. 


현수의 공격이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유기견의 공격도 성공하지 못하면서 서로 공격하고 서로 피하는 싸움이 30분 정도 이어졌다. 


원래 현수와 유기견이 싸움을 벌인 장소는 공원의 산책로에서 꽤 들어온 안쪽이라 빽빽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오랫동안 쌓인 낙엽은 흙을 완전히 덮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무가 부러지면서 공간이 넓어졌고 바닥을 뒤덮고 있던 낙엽은 모두 흩어지고 군데군데 패인 땅은 검은 흙을 드러내고 있었다. 


"헉. 헉. 헉."


지친 현수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나왔고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현수를 노려보는 유기견도 지쳤는지 혀를 길게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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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24.06.03 20 1 12쪽
» 20 24.05.31 22 1 12쪽
19 19 24.05.30 2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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