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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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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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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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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DUMMY

앞에서 달리는 차가 옆 차선에서 갑자기 차선을 바꾸는 차와 충돌하는 모습을 본 김기현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익.


듣기 싫은 마찰음이 나면서 기현이 운전하는 트럭의 속도가 급하게 줄었고 다행히 앞차를 추돌하기 직전에 멈추었다. 


그러나 기현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기현이 트럭에 브레이크 등이 들어온 것을 본 뒷차 운전자도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뒷차는 기현의 트럭에 추돌하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꽝. 꽝.


뒷차가 기현의 트럭을 들이받고 이어서 앞으로 밀린 기현의 트럭이 사고로 멈춘 앞차를 들이받았다. 


차에서 내린 기현이 두 달 전에 구입한 자신의 트럭을 살펴보았다. 


앞뒤 범퍼는 완전히 부서졌고 차체의 앞과 적재함도 찌그러져 있었다. 


중고지만 불과 두 달 전에 구입한 트럭이 부서진 모습에 기현의 입에서 저절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후."


뒷차의 운전자가 내려서는 갑자기 멈춘 것에 대해서 기현에게 화를 냈지만 기현은 굳이 상대하지 않고 핸드폰으로 사고현장의 사진을 찍었다. 


어찌되었든 뒤에서 들이받았으니 안전거리 미확보이고 추돌의 충격으로 정지한 자신의 차가 앞차를 들이받았으니 그것도 상대의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기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히 말을 했다간 내 말투로 시비를 걸겠지. 어차피 보험처리해야지 뭐.'


2차 데이보스 사태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되고 남한에 흡수되면서 많은 북한 사람들이 남한으로 내려왔는데 기현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투리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북한식 억양이 약간 남아 있었고 그걸 알아챈 사람들로부터 괜한 시비나 무시를 당한 적이 많은 기현은 특히나 지금처럼 나쁜 상황에서는 대화를 피했다. 


뒷차 운전자가 떠드는 소리를 흘리면서 사진을 찍던 기현의 귀에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아악!"


기현과 기현에게 화를 내던 뒷차 운전자가 놀라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지만 사고가 나서 뒤엉킨 차들 때문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기현과 뒷차 운전자가 당황하고 있는 중에 다시 한 번 비명 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악!"

"살려줘!"

"괴물이다!"


비명소리가 들리자 뒷차 운전자가 놀라서 뒷걸음질을 치더나 자신의 차로 돌아갔지만 기현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기현의 눈에 들어왔다. 


고라니가 사람을 공격하고 있었다. 


북한이 붕괴될 때 군복무를 하고 있던 기현은 고라니를 본 적도 있고 몰래 잡아서 먹은 적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고라니가 사람을 공격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고라니는 겁이 많은 초식 동물이라서 사람을 보면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망을 친다. 


그런데 지금 기현의 눈에 보이는 고라니는 자신을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의 뒤를 쫓으며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고라니가 사람을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더 놀랄 일은 고라니의 공격이 보여주는 위력이었다. 


고라니에게 들이받힌 사람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몇 미터를 날아가서 떨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고라니가 차를 들이받자 1톤이 넘는 중량을 가진 차가 그대로 옆으로 밀리거나 뒤집혀 버렸다. 


바퀴가 굴러서 앞이나 뒤로 간 것이 아니라 옆으로 밀리면서 도로에 타이어 자국을 남기거나 아예 뒤집혀 버렸다는 말이다. 


기현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멧돼지가 아니라 분명히 고라니인데?"


눈에 보이는 상황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가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이 느낌은 뭐지?"


갑자기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이 가슴에서 시작해서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고라니가 또 다른 차를 들이받았다. 


꽝!


큰소리와 함께 고라니가 들이받은 차문이 움푹 패이며 차가 옆으로 밀렸고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가족으로 보였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녀가 앉아 있었고 뒷좌석에서는 베이비 시트에 두 아이가 앉아서 울고 있었다.  


차가 밀리는 것이 멈추자 조수석의 아이 엄마가 안전벨트를 풀고 우는 아이들이 있는 뒷좌석으로 옮겨갔다. 


엄마가 우는 아이를 달래는 동안 아빠는 어떻게는 문을 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충돌 과정에서 찌그러진 것인지 문은 열리지 않았다. 


꽝!


고라니가 다시 한 번 차를 들이받자 이번에는 차가 뒤집힐 듯이 들썩였다.


엄마가 아이들을 달래고 있었지만 공포에 질린 아이들의 울음을 멈추지는 못했고 아이들의 울음 소리에 자극이 된 것인지 고라니가 다시 한 번 차를 들이받으려고 했다. 


"숙여!"


고라니를 보고 있던 아빠가 뒷좌석의 아내를 향해서 외쳤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꽝!


이전보다 더 큰 소리가 들렸지만 차는 흔들리지 않았다. 


방금의 소리는 고라니가 차를 들이받아서 난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가 고라니를 날려버리면서 난 소리였다. 


운전석에서 고개를 든 아이들 아빠의 눈에 자동차 문짝을 들고 있는 기현의 모습이 보엿다. 


차에 탄 가족이 위험한 상황에 처한 모습을 본 기현이 달려오다가 바닥에 떨어진 문짝을 주워 휘둘러서 고라니를 날려버린 것이다. 


기현의 공격을 받은 고라니는 자신이 공격했던 사람들처럼 몇 미터를 날아가서 서 있는 차량과 충돌했다. 


꽝.


충격으로 차는 뒤로 밀렸고 고라니가 부딪친 차체는 움푹 찌그러졌지만 고라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네 다리로 땅을 딛고 섰다.  


'젠장!'


아이들이 우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나서기는 했지만 막상 자신을 노려보는 고라니와 마주하자 기현은 겁이 났다.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빠지고 싶었지만 고라니가 자신을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기현은 한 손으로 들고 있던 문짝을 양손으로 잡고 마치 방패처럼 앞으로 내밀었다. 


"간나세끼. 고라니 주제에. 공화국 전사의 무서움을 보여주갔어."


긴장을 하자 자신도 모르게 북한사투리가 튀어나왔다. 


기현의 혼잣말이 신호처럼 들린 것인지 고라니가 엄청난 속도로 기현을 향해서 달려들었고 기현은 들고 있는 문짝으로 달려드는 고라니를 막았다. 


꽝!


충돌음이 들리고 고라니와 문짝 사이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공격이 막혔지만 고라니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현에게 달려들었고 기현은 문짝으로 고라니를 막았다. 


꽝. 꽝. 꽝.


몇 번의 충돌로 문짝은 형편없이 찌그러졌다. 


꽝.


고라니가 다시 한 번 문짝을 들이받았다. 


그러나 충돌 후 바로 뒤로 물러나서 다시 공격을 하거나 기현의 빈틈을 살피던 고라니가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물러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물러나지 못한 것이다. 


고라니의 송곳니가 문짝을 뚫고 들어갔다가 찌그러진 문짝에 끼었는지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걸 눈치챈 기현이 문짝을 아래로 내리 눌렀고 고라니는 문짝과 땅 사이에 낀 채로 기현에게 눌려서 버둥거렸다. 


"끼에에엑!"


듣기 거북한 울음소리가 고라니에게서 터져나왔고 기현은 문짝으로 더욱 힘껏 고라니를 내리 눌렀다. 


그리고 발로 문짝을 눌러서 고라니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채로 주먹으로 문짝을 때리기 시작했다. 


퍽.  퍽.  퍽.


기현의 주먹질에 문짝의 안쪽을 채우던 플라스틱 내장재가 부서져나갔고 기현의 주먹이 가한 충격이 문짝을 통해서 깔려있는 고라니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끼에에에엑!"


비명같은 고라니의 울음소리가 다시 터져나왔다. 


이전과 비슷한 울음소리였지만 이번 울음소리에는 분명히 고통이 섞여 있었다.


기현의 주먹질에 터져나온 것은 고라니의 울음소리만이 아니었다. 


문짝을 때리는 기현의 주먹에서도 빛이 나왔지만 그보다 몇 배는 많은 빛이 문짝에 깔린 채로 문짝을 통해서 기현의 주먹에 맞고 있는 고라니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고라니를 피해서 달아나던 사람들 중 일부는 기현이 고라니와 싸우기 시작하자 달아나는 것을 멈추고 핸드폰을 들어서 기현과 고라니의 싸움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보는 핸드폰 화면이 점점 빛으로 가득차더니 고라니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기현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자 고라니에게서 뿜어져나오던 빛이 줄어들었다.


"헉. 헉. 헉. 헉."


기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문짝을 밟은 채로 섰다. 


고라니는 여전히 기현이 밟은 문짝 아래에 깔려 있었지만 이전처럼 버둥거리지 않았지만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고라니의 배를 보면 죽은 것은 아니었다. 


그때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경찰차가 오는 모습이 보였다. 


***


띠.


전자음이 울리고 미국 연방재난관리청 지하의 비밀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제임스 윌슨 청장이 들어왔다. 


제임스가 회의실의 비어있던 상석에 앉으며 물었다. 


"어디라고?"

"코리아입니다."

"사우스? 노스?"

"몇 년 전에 통일 되었습니다."

"아! 그렇지."


제임스가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보자."

"네."


제임스의 말에 직원이 노트북의 스페이스 바를 누르자 회의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모니터에 멈춰져 있던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한국의 어느 골목이 보였고 골목에는 로트와일러 맥스와 현수가 대치하고 있었다. 


지금 보는 화면은 유튜버 뿅카의 드론으로 촬영된 영상으로 유튜브 생중계가 중단된 후의 것도 포함하고 있었다. 


맥스가 달려들고 현수가 피하더니 이어서 현수가 공격하고 맥스가 피하는 모습이 반복되었다. 


맥스와 현수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어지러울 지경이었지만 제임스는 영상을 멈추라고 하지 않고 집중해서 보았다. 


시간이 지나서 끝난 영상의 마지막 장면에는 바닥에 쓰러져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맥스의 모습만이 보였다. 


"생포한 건가?"

"네."

"지금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안락사를 위한 약물을 주입했지만 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동물용 마취제를 대량 투입하여 마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물용 마취제?"

"네. 정량의 30배 정도를 투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직원의 말에 제임스가 흥미롭다는 듯이 등받이에 파묻혀 있던 몸을 세우더니 앞에 놓인 자료를 살펴보았다. 


자료에는 맥스의 현재 상태는 물론 투입되는 약물의 종류와 투입량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순순히 자료를 넘겨주던가?"

"네. 동맹국이지 않습니까."


직원의 말에 제임스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 


"이왕이면 저 개를 넘겨 달라고 해. 연구를 해보겠다고."

"넘겨줄까요?"

"동맹국이지 않나.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연구 결과는 공유하겠다고 해."

"알겠습니다. 요청하겠습니다."

"시큰둥하면 일본으로부터의 문화재 반환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봐."

"네? 그게 가능합니까?"


제임스가 얼마 전 본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문화재 반환에 대한 뉴스를 떠올리며 말했다. 


연방재난관리청장이 상당한 고위직이기는 하지만 문화재 반환 그것도 미국이 아닌 일본이 보관하고 있는 문화재를 반환하는 문제까지 결정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기에 직원의 의문은 당연했다. 


"대통령은 어렵지만 국무장관이 한 마디 하게 할 수는 있지. 그 정도면 도와주는 건 분명하잖아."

"그렇습니다."


직원의 대답을 들은 제임스가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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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24.05.30 25 1 12쪽
18 18 24.05.29 23 1 11쪽
» 17 24.05.28 24 1 12쪽
16 16 24.05.27 22 1 12쪽
15 15 24.05.24 2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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