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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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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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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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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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DUMMY

학창 시절의 강창모는 그저그런 문제아 중 하나였다. 


공부는 하지 않고 다른 학생들을 때리거나 돈을 빼앗아서 창모의 부모님이 학폭위에 불려나간 적도 여러 번이었지만 창모는 일진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일진이 되지 못하고 일진 옆에 붙어서 일진의 위세를 빌려서 성실한 학생들을 괴롭히는 그런 아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달라지지 않던 구질구질한 창모의 삶은 그 날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어디를 가려면 부모님께 차비를 달라고 해야 했던 창모가 벤츠 S 클래스의 뒷좌석에 혼자 앉아 있었다.


창 밖을 바라보던 창모가 운전을 하는 부하를 향해서 갑자기 말했다. 


"차 세워."


창모의 명령에 운전을 하던 부하가 급하게 차를 길가에 세웠고 차가 멈추자 창모가 바로 차에서 내렸다. 


창모가 차에서 내리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덕수와 운전을 하던 부하도 차에서 내렸다. 


창모가 갑자기 차를 멈춰 세운 것은 창 밖에서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민현지.


중학교 2학년때 창모의 학교로 전학을 온 현지는 고등학교까지 5년동안 창모와 같은 학교를 다녔고 중학교 2학년 때와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같은 반이었다. 


전학온 예쁜 여학생을 짝사랑하는 찐따 남학생의 흔해 빠진 이야기가 현지와 창모 사이의 이야기였다. 


차이점이라면 현지는 창모가 자신을 짝사랑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과 창모가 이제는 학창시절의 찐따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루나틱이 되기 전에도 창모는 길에서 현지를 두어번 보았지만 아는 척을 하지는 못했다. 


예쁜데다가 공부도 잘해서 서울의 좋은 대학에 진학한 현지에게 백수인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창모는 현지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히 길을 걷는 현지를 발견한 순간 창모의 마음 속에 오래 전의 감정이 다시 솟아올랐다. 


현지를 짝사랑했던 마음과 그런 마음을 드러내지도 못했던 자격지심까지 함께 말이다. 


늦은 밤에 옆에 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차에서 내린 세 명의 남자가 다가오자 놀란 현지는 걸음을 빨리했다. 


그때 창모가 현지의 이름을 불렀다. 


"민현지."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반사적으로 멈춰선 현지가 고개를 돌려서 자신을 부른 사람을 바라보았다. 


현지는 창모를 바로 알아보지 못했지만 창모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아! 너."


현지는 창모가 그와 같은 반이었다는 것까지는 기억해냈지만 창모의 이름까지 기억하지는 못했다. 


현지의 기억 속에 남은 창모는 작고 왜소한 체격에 일진과 어울리는 질이 나쁜 아이였다. 


그러나 현지의 기억 속에 자신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는 창모는 현지가 자신을 기억해 주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 기억나?"

"어? 그럼. 기억나지. 우리 같은 반이었잖아."


이름은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다가온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서 현지는 안심했다. 


창모에 이어서 덕수와 운전을 하던 부하가 나타났고 현지는 덕수의 얼굴도 기억해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현지가 인사를 받은 덕수가 현지의 얼굴을 보고 기억을 더듬어서 현지를 기억해냈다. 


학년이 다른 덕수가 기억을 할 정도로 학창시절 현지는 인기가 좋은 아이였다.


"어디가?"

"집에 가지."

"늦었네."

"시험기간이 얼마 안 남아서."

"학교 졸업하고 처음이지? 이렇게 만나서 반가운데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라도 하자."


창모의 말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할 만한 이야기였지만 그의 말은 들은 현지는 당황했다. 


창모가 동창인 것은 맞지만 학교를 다닐 때에는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기억도 없는 사이였고, 심지어 현지는 창모의 뒤에 서 있는 덕수의 이름은 기억이 났지만 아직도 창모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형. 근처에 문 연 카페 좀 찾아봐."


창모가 덕수에게 말을 하자 덕수와 운전을 하던 부하가 핸드폰으로 주변 카페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기는 한데 커피는 다음에 마시자."


현지의 말에 이제까지 웃고 있던 창모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지만 미현은 어둠 속에서 창모의 얼굴이 굳은 것을 보지 못했다. 


"너무 늦었고 요즘 시험준비한다고 피곤하기도 해서 말이야.

그리고 남자친구가 나오기로 했어."

"남자친구?"


현지의 말에 되묻는 창모에게 대답이라도 하듯이 저쪽에서 남자가 현지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현지야."

"오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 현지가 남자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고 남자도 손을 흔들며 현지를 향해서 다가왔다. 


현지의 남자친구는 창모와 덕수도 아는 사람이었다. 


현지와 마찬가지로 남자도 창모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덕수와 동기였다. 


"박현성."


고등학교 시절 잘 생긴 데다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해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던 현성이 현지의 남자친구였다. 


누가봐도 현지와 현성은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지만 창모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누구야?"


현지 옆에 서서 현지의 손을 잡은 현성이 창모 등을 바라보며 묻자 덕수가 현성을 아는 체 했다. 


"오랜만이다. 현성아. 나. 덕수다. 기억나지?"

"덕수? 아! 덕수. 기억나지. 오랜만이다."


덕수의 말에 현성이 악수를 하기 위해서 덕수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 손을 잡은 사람은 덕수가 아니라 창모였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응? 누구?"

"현지랑 중학교 2학년때랑 고등학교 1학년때 같은 반이었습니다."


대답을 하며 창모가 현성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현성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아악! 놔! 놔! 뭐하는 거야! 놔!"


현성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나오자 현지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고 덕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고는 급하게 창모에게 말했다. 


"여기는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야.

여기서 이러면 곤란해질 수도 있어.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중학교가 있고 그 옆에 공원이 있어. 거기로 가자."


덕수의 말에 창모가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놔주자 현성이 창모에게 잡혔던 손을 잡고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창모에게 잡혔던 현성의 손은 모양이 이상하게 변해 있었다. 


덕수가 현성을 잡아서 차에 태웠고 운전을 한 부하는 현지를 잡아서 차에 태웠다.


덕수가 두 사람과 함께 뒷자석에 탔고 창모가 조수석에 탔다.


창모가 타자 차는 바로 출발했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덕수가 말한 공원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고 덕수가 내리더니 고통스러워하는 현성을 끌어내리더니 짐짝처럼 질질 끌고 공원 안으로 들어갔고 운전을 하던 부하가 내려서 현지의 손목을 붙잡고 덕수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창모가 그 뒤를 따라서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창모가 들어온 공원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데이보스 사태 이전에는 자정이 넘어서도 이용하는 주민이 있었지만 지금은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도 길고양이만 공원을 이용하고 있었다. 


덕수가 현성을 공원 가운데에 끌어다놓고는 차에서 가져온 테이프로 현성의 입을 막았다. 


현성의 입을 막은 덕수가 이어서 현지의 입도 막으려고 했지만 창모가 손을 들어서 덕수를 제지했다. 


"현지는 그냥 둬."

"바로 옆이 아파트야.

늦은 시간이라 조금 큰 소리만 나도 아파트에서 들을 수 있어."

"그냥 둬."

"그래."


창모의 말에 덕수가 물러섰고 창모가 현성의 옆에서 떨고 있는 현지에게 말했다. 


"내가 너 좋아했던거 아냐?"


밑도 끝도 없는 창모의 질문에 현지가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 몰랐어. 정말 몰랐어. 미안해."

"모를 수도 있지. 내가 말을 한 적도 없느니까. 그래서 말인데. 우리 사귈래?"


창모의 말에 현지가 손을 잡고 고통스러워하는 현성을 보며 당황스러워 했다. 


"나? 하지만 난 남자친구가 있어."

"헤어져."


창모의 말에 현지가 당황해서 말을 하지 못했다. 


머뭇거리는 현지를 보며 창모가 현성을 향해 아무렇게나 발을 뻗었다. 


퍽!


그저 앞으로 뻗기만 한 발길질이었지만 현성의 발에 맞은 현성은 몇 미터를 구르고 나서야 멈췄다.


덕수와 부하가 재빨리 움직여서 굴러간 현성을 창모의 앞으로 데려왔지만 정신을 잃은 현성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오빠!"


현지가 쓰러진 현성을 불렀지만 정신을 잃은 현성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저런 허약한 놈말고 나랑 사귀자니까. 저런 놈은 너를 지켜줄 수 없어."


현성의 말에도 현지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현성을 끌어안고 계속해서 현성을 불렀다. 


"저 놈때문에 그래? 그럼 저 놈이 없으면 나랑 사귈래?"


창모의 말에 놀란 덕수가 창모의 옆으로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좀 곤란해."

"왜?"

"조직 간의 싸움은 경찰도 대충 넘어가주지만 저 놈은 일반인이야.

경찰이 수사를 할테고 그럼 우리가 한 일이라는 게 드러날 수도 있어.

그리고 여긴 아파트 단지 사이라고."


데이보스 사태에 이은 남북 통일 그리고 비스트의 등장으로 범죄율이 치솟았고 경찰력은 치솟는 범죄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당연히 치안은 나빠질 수 밖에 없었다. 


범죄율을 치솟으면서 경찰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경찰이 포기한 것은 범죄자들끼리의 문제에 끼어드는 것이었다. 


나쁜 놈 둘이 싸우다 한 놈이 죽으면 나쁜 놈이 하나 줄어들고 자신들의 일도 줄어든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특히나 살인같은 강력범죄는 여전히 경찰이 신경을 쓰고 있었다. 


"경찰? 경찰이 날 어떻게 할 수 있는데?"

'씨발. 너는 괜찮겠지만 우리는? 그리고 조직은?'


창모의 말에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씹으며 덕수가 뒤로 물러섰다. 


덕수가 뒤로 물러서자 창모가 현지의 앞에 쪼그리고 앉더니 현성을 바라보는 현지의 턱을 붙잡고 돌려서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남자 친구만 없으면 나랑 사귈 수 있는거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현지가 창모를 바라보며 말했다. 


"살려줘."

"누가 널 죽인데. 저 놈만 죽일게.

그럼 남자친구가 없으니까 넌 나랑 사귈 수 있잖아."

"제발. 살려줘. 잘못했어. 오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께.

제발. 제발 부탁이야. 살려줘."

"넌 안 죽인다니깐."

"오빠도. 오빠도 살려줘. 제발. 제발 부탁이야."

"싫어. 저 놈이 살아있으면 넌 계속 저 놈 생각을 할 거야.

그러니까 내가 깨끗하게 정리해줄게."

"아니야! 아니야! 잊을게. 정말이야."


그때 창모는 문득 현지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너. 내 이름 알아?"


창모의 갑작스런 질문에 현지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창모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기억을 더듬었지만 창모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 너 내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 거야?"

"미안해. 미안해. 우리가 같은 반이었던 건 기억이 나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나. 미안해. 잘못했어."


창모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현지가 울면서 용서를 구했지만 현지의 그런 모습에 창모가 느낀 것은 배신감이었다. 


창모가 현지에 대해 가진 감정은 일방적이었고 현지는 알지도 못했다. 


아쉬워하거나 서운해할 수는 있어도 배신감을 느낄 일을 아니었지만 창모가 느낀 것은 분명히 배신감이었다. 


배신감을 느낀 창모가 주먹을 쥐었고 창모의 주먹에는 옅은 빛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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