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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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최근연재일 :
2024.09.20 10:0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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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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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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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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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

DUMMY

아기띠로 수아를 안은 미현은 기저기와 분유를 담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남편이 말한 은데미 공원은 500미터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고 남편과 함께 수아를 데리고 자주 갔던 곳이기에 혼자라도 수아를 데리고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파트를 나온 미현이 잔뜩 긴장한 채로 조심스럽게 단지 입구로 나왔다. 


아파트 입구에서 단지 입구까지는 겨우 십여미터에 불과했지만 긴장한 탓인지 전력달리기를 한 사람처럼 미현은 숨을 가쁘게 물아쉬고 있었다. 


"후. 후. 후."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기 위해 몇 번 길게 숨을 내쉰 미현은 잠이 든 수아를 한 번 보고는 조심스럽게 아파트 단지 입구를 나왔다.


아파트 단지 입구를 나와서 주변을 살피기 위해서 고개를 돌린 미현은 단지 옆 로터리에 서 있는 맥스를 발견했고 놀라서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엄마의 변화를 느낀 것인지 미현의 품에 안긴 채 잠에 빠져 있던 수아가 갑자기 울음을 떠뜨렸다. 


"으아아앙! 아아앙!"


수아의 울음소리가 텅빈 거리를 채우며 퍼져나갔다.


"수아야. 제발. 울지마."


미현이 우는 수아를 달래려고 했지만 수아의 울음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 맥스의 눈에 미현과 수아가 들어왔다. 


방향을 찾는 것이었는지 로터리에 서서 주변을 보던 맥스가 미현과 수아를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맥스를 발견한 순간 몸이 굳어버린 미현은 맥스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


현수의 아파트 위 공중에는 드론이 한 대 날고 있었다. 


드론의 주인은 근처에 사는 20대 후반의 남자였는데 드론으로 맥스의 모습을 유튜브에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씨발. 자꾸 줄어드네."


실시간으로 채널을 보고 있는 시청자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본 유투버가 욕을 섞어서 투덜거렸다. 


그는 일년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유튜버의 길로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시작했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삼백명이나 되는 구독자를 모았다.


생각보다 빠르게 구독자가 늘었고 댓글이나 좋아요로 본 반응도 나쁘지 않자 남자는 자신에게 크리에이터의 재능이 있다는 생각을 했고 과감하게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삼백명의 구독자를 모았으니 두세 달만 고생하면 구독자 천명을 넘셔서 수익창출을 신청할 수 있고 일년이면 구독자 만명 정도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업 유튜버가 된 지 일년이 넘은 지금도 그의 구독자는 7백명을 오락가락하고 있었고 구독자가 천명이 되지 않았으니 수익 창출 신청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남자는 수많은 쩌리 유튜버 중 한 명이 되었다. 


밤샘 촬영과 편집으로 늦잠을 자면서 대피 명령을 놓치기도 했지만 남자는 맥스의 등장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맥스에 대한 기사가 수없이 올라오고 있었고 유튜버들의 영상도 올라오고 있었지만 실시간으로 맥스를 보여주는 채널은 없었다. 


잠시 고민한 남자는 얼마 전에 구입한 드론을 가지고 자신이 사는 빌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혹시라도 맥스가 자신을 보면 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옥상에 엎드린 채로 남자는 드론을 띄웠고 어렵지 않게 맥스를 찾아서 맥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었다. 


구독자 7백짜리 쩌리 유튜버의 채널이지만 맥스를 라이브 중계하자 순식간에 시청자는 5천명이 넘었고 구독자도 3천명이 넘었다. 


경찰이 맥스에게 총을 쏠 때는 순간적으로 시청자의 숫자가 만명을 훌쩍 넘기도 했다. 


하지만 총으로 아무런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경찰이 맥스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총을 쏘는 것을 멈추자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것은 텅빈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로트와일러 한 마리의 모습에 시청자는 다시 줄어들었다.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유튜버의 본능이 이대로라면 어렵게 찾은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때 아파트 단지 입구에 사람이 나타나는 모습이 드론으로부터 전해졌다. 


"어 사람이다."


유튜버의 멘트에 이어서 채팅창에도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여잔데.

- 이쁘냐?

- 미친 놈. 이 상황에서도 여자라고 하면 이쁜 것부터 묻냐?

- 미친 놈. 여자면 그것부터 물어야지 뭘 물어.

- 아줌마다. 애기를 안고 있어.

- 진짜다. 애기다.

- 애기? 위험한 거 아니야?

- 어! 저 개가 아줌마쪽을 본다!


유튜버의 드론은 소리까지 들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영상에는 수아가 우는 소리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 위험해!

- 씨발! 경찰 뭐해!


맥스가 미현과 수아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욕을 하고 경찰을 부르고 있었지만 그들의 채팅이 끝이 나기도 전에 맥스는 미현과 수아의 앞에 도착했다. 


채팅창에는 욕과 비명소리가 난무했고 맥스를 피해서 몸을 숨기고 조용히 하던 유튜버도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안 돼!"


그 순간 미현과 맥스 사이에 누군가 나타났다.


꽝!


소리가 포함되지 않은 영상이지만 폭음이 들리는 것만 같이 엄청난 빛이 맥스와 누군가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갑자기 터져나온 빛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화면이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몇 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돌아온 화면에는 놀라운 장면이 보이고 있었다. 


길건너편에 세워져 있는 차가 박살이 나서 인도 위로 올라가 있었고 박살난 차에 처박힌 맥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땅에 주저앉은 미현의 앞에 왠 남자가 하나 서 있었다. 


면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모자와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건물 옥상에서 저격한 경찰을 맥스가 공격하기도 했다는 뉴스를 본 유튜버는 혹시라도 맥스가 드론을 부술까 두려워서 드론을 꽤 높게 날게 하고 있었다. 


그 탓에 드론으로는 남자의 자세한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


미현의 앞을 막아선 남자는 현수였다. 


자신이 루나틱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총을 맞아볼 생각은 못하는 것처럼 맥스의 존재를 알기는 했지만 현수는 굳이 맥스를 막아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건 경찰이 할 일이지.'라는 것이 현수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오며가며 인사를 나눈 미현과 자신을 보고 방긋방긋 웃어주던 수아가 위험에 처하자 현수는 생각을 바꿨다. 


급하게 바지를 입고 모자를 썼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현수가 집을 나왔다. 


자신이 루나틱임을 각성한 후에도 현수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저절로 느껴지는 감각의 범위를 조절하고 자신의 능력을 억제하려고만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현수가 사는 아파트는 복도식 아파트였고 엘리베이터는 가운데에 하나가 있었다. 


집을 나온 현수는 엘리베이터를 향해서 달렸고 그 순간 자신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에 보이는 숫자를 확인한 현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보다 계단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느려터진 고물 엘리베이터보다 조금 전 자신의 움직임이 훨씬 빠르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현수는 계단을 하나씩 걸어내려오는 대신 한꺼번에 뛰어내렸다. 


휙. 탁.


현수의 몸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현수의 발에 계단의 방향이 바뀌는 공간에 착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도 힘들지 않았고 위험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10층에 사는 현수는 순식간에 1층으로 내려왔고 아파트를 벗어났다. 


고개를 돌려 아파트 단지 입구를 본 현수의 귀에 수아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맥스가 미현과 수아를 향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전력을 다해서 움직였다. 


현수의 움직임은 현수가 공기를 밀어내는 소리와 현수가 있던 공간으로 공기가 들어차는 소리를 만들어낼  정도였다. 


슈우욱. 


순식간에 맥스의 앞에 선 현수는 본능적으로 맥스를 향해서 주먹을 내질렀고 현수의 주먹은 미현을 향해 다가오던 맥스를 강타했다. 


꽝!


주먹으로 개를 때렸을 뿐인데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은 폭음이 터져나왔고 이어서 엄청난 빛이 현수의 주먹과 맥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강한 빛에 미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지만 현수는 환한 빛 속에서 자신의 주먹에 맞고는 길 건너편으로 날아가는 맥스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힘이었지만 빛 속에서 날아가는 맥스를 본 현수는 자신의 주먹 한 방으로 맥스를 어쩌지는 못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꽝!


맥스가 주차된 차를 박살내면서 틀어박혔고 그 충격에 밀린 차가 인도로 올라가면서 뒤집어졌다. 


삐이. 삐이. 삐이. 삐이.


도난방지장치를 건드린 것인지 차에서는 시끄러운 알람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지만 현수의 귀에는 다른 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리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충격은 있었지만 치명적이지 않았는지 부서진 차에서 나오는 맥스의 움직임은 조금도 불편하게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빨을 드러내면 낮게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어깨높이가 60cm 정도이고 체중이 50kg 정도 되는 거대한 맹견이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두려울 것이고 현수도 마찬가지였다. 


현수는 뒤를 살짝 돌아보았다. 


현수의 뒤에는 수아를 안고 있는 미현이 있었다.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미현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도망가세요."


다시 고개를 돌려 맥스를 바라보며 현수가 말했다. 


"고마워요."


현수의 말에 잠시 머뭇거린 미현이 짧은 말 한마디만 남기고 분유와 기저귀가 들어있는 가방마저 버려둔 채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맥스는 미현과 수아를 쫓지 않았다. 


불타오르는 듯한 맥스의 눈은 오직 현수만을 향해 있었다. 


꿀꺽.


맥스의 시선을 받은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싸워본 적은 있지만 중학교 1학년 시절이 마지막이었고 그 뒤로는 누군가와 물리적으로 싸워본 적이 없다.


당연히 개와 싸워본 적도 없었다. 


"도망치는 건 어렵겠지."


주변을 둘러본 현수가 중얼거렸다. 


현수의 감각에 미현과 수아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 것이 느껴졌다. 


맥스가 미현과 수아를 목적으로 하고 찾으려고 한다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두 사람은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현수는 굳이 맥스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그러나 현수의 그런 생각과는 상관없이 맥스는 으르렁거리며 천천히 현수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맥스가 현수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슉.


현수가 맥스에게 달려들 때보다는 덜 날카로운 소리가 났지만 맥스의 움직임에도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났다. 


눈깜박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맥스는 현수의 앞에 도착했고 현수의 목을 노리고 입에서 반짝이는 이빨이 선명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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