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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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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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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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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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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부러진 다리로 인한 고통이 엄청날텐데도 유기견은 현수 앞에 새끼를 물어다 놓고는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 모습은 마치 새끼만 살려준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도 좋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잠시 망설이던 현수가 삼단봉을 내려놓고 새끼 강아지를 살펴보았다. 


새끼 강아지의 코와 입에는 흙이 가득했고 숨도 쉬지 않았다.


화재현장에서 구한 새끼 강아지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소방관의 영상을 봤던 기억을 떠올린 현수가 새끼 강아지의 코와 입에서 흙을 긁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기는 했지만 실제로 해 본 적은 없다. 


더구나 사람도 아닌 강아지에게 심폐소생술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지만 현수는 최선을 다해서 조심스럽게 새끼 강아지의 가슴을 누르고 코와 입으로 숨을 불어넣었다. 


현수가 자신의 새끼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을 아는지 유기견 비스트는 현수의 앞에서 엎드린 채로 현수가 하는 행동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끼 강아지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고 작은 가슴을 통해 심장의 박동도 느껴졌다. 


"후하!"


현수가 깊은 숨을 몰아쉬며 새끼 강아지를 내려놓자 유기견이 포복을 하는 것처럼 기어서 새끼 강아지에게 다가오더니 힘겹게 숨을 쉬는 새끼 강아지를 핥아주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현수는 새끼 강아지와 유기견 비스트를 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비스트를 죽일 각오까지 하고 이곳에 왔지만 새끼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놓는 모습을 본 현수는 유기견을 죽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유기견을 잡아서 경찰에 넘길 수도 없었다. 


경찰이 비스트를 감당할 수도 없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간신히 숨만 돌아온 새끼 강아지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현수는 비스트가 사람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공격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유기견의 행동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느꼈다. 


유기견 비스트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쓰레기통을 뒤졌고 그걸 방해하는 사람들을 위협했을 뿐이다. 


그리고 현수와 싸운 것도 현수가 먼저 삼단봉을 꺼내들고 명백한 적의를 드러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싸운 것이었다. 


현수는 맥스를 떠올렸다. 


그저 맥스가 수아와 미현을 위협한다고 생각하고 막아서서 싸운 것이었지만, 사실 맥스는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고 수아가 울면서 소리가 나자 관심을 보인 것 뿐이었다. 


현수가 나서기 전까지 맥스는 수아와 미현에게 관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공격을 하거나 적의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저 맥스가 이미 사람을 공격했다는 것만 가지고 현수는 맥스가 미현과 수아를 공격하려 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제 어쩌지?"


숨을 쉬고는 있지만 새끼 강아지의 호흡은 약했다. 


살리기 위해서는 당장이라도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았지만 과연 유기견 비스트가 그렇게 하도록 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저 녀석은 어쩌지?"


새끼 강아지도 문제였지만 유기견 비스트도 문제였다. 


이제와서 다시 싸울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며 현수의 앞에 유기견 비스트가 배를 드러내고 누웠다. 


복종의 표시로 배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유기견 비스트의 몸에 있는 에너지 덩어리를 볼 수 있는 현수는 다르게 느꼈다. 


원래 유기견 비스트의 몸에 있는 에너지는 심장에 뭉쳐진 덩어리와 온 몸으로 뻗어나간 흐름들이었는데 지금은 에너지의 흐름은 거의 없어졌고 심장에 뭉친 덩어리만 있었다.


"끼이잉. 끼이잉."


비스트가 된다고 동물이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스트와 루나틱은 어떤 감응력을 가지기라도 하는 것인지 현수는 왠지 유기견이 자신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가져가라고? 네 가슴에 있는 그걸?"

"끼이잉. 끼이잉."

"그걸 가져갈 수 있는거야? 어떻게? 네 가슴을 갈라서?"


현수는 유기견을 죽일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고 싸웠지만 새끼를 구해달라며 배를 드러낸 유기견을 보며 현수의 그런 각오는 이미 무너졌다. 


현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인지 유기견은 여전히 배를 드러내고 현수와 새끼를 번갈아 바라보며 애처롭게 우는 소리를 냈다. 


원래 개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을 향해서 배를 드러내고 누운 개를 보면 쓰다듬게 된다. 


현수도 별다른 의미없이 누워있는 유기견을 쓰다듬어주기 위해서 손을 뻗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유기견의 심장에 뭉쳐있는 에너지에서 줄기 하나가 현수의 손을 향해서 뻗어나온 것이다. 


"이게 뭐야?"


놀란 현수가 손을 뒤로 빼자 누워있는 유기견이 더욱 애처롭게 울며 현수를 재촉했다.


그 모습에 현수가 다시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고 현수가 손을 빼자 사라졌던 에너지 줄기가 다시 현수의 손을 향해서 뻗어나왔다. 


예상치 못한 현상에 당황했지만 유기견과 유기견에게서 나온 에너지로부터 어떤 적대적인 느낌도 받지 못한 현수는 손을 다시 뒤로 빼고 싶은 감정을 꾹 누르고 손을 뻗어 유기견의 가슴에 댔다. 


"이어졌다!"


유기견의 에너지에서 뻗어나온 에너지 줄기가 현수의 손에 닿았고 현수의 에너지와 연결되었다. 


현수의 에너지와 유기견의 에너지가 연결되는 순간 현수는 유기견이 현수에게 하고 싶어하는 말을 모두 알 수 있었다. 


'내 아기를 살려주세요.'

'사람들을 해치려고 한 건 아니에요.'

'이걸 내 아기에게 주세요.'

'주인님이 보고 싶어요.'


연결된 에너지를 통해서 전해져오는 유기견의 의지에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현수가 유기견의 가슴에서 손을 떼었고 현수의 손에는 밝게 빛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건 유기견의 가슴 속에 있던 에너지 덩어리였다. 


아주 잠깐 밝은 빛을 뿌리던 에너지 덩어리는 빛을 잃더니 작은 돌조각처럼 변해버렸다. 


빛을 잃어버린 작은 돌조각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돌조각처럼 보였지만 현수의 눈에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유기견의 몸에 있을 때처럼 사방으로 에너지를 뿜어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그 안에는 에너지가 담겨 있었고 현수는 돌조각이 꼭꼭 숨기려는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고통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안도해서였을까?


유기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렸고 눈물 몇 방울이 땅에 떨어졌을때 유기견은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현수는 에너지가 연결되었을때 유기견이 전한 의지를 기억했다. 


'이걸 내 아기에게 주세요.'


유기견은 분명히 그런 부탁을 현수에게 전했다. 


'어떻게?'라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현수는 본능적으로 돌조각을 든 손을 새끼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돌조각이 다시 빛을 뿜어냈고 돌조각에서 나온 에너지의 줄기가 이번에는 새끼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돌조각에서 다시 빛으로 변했고 빛의 에너지가 새끼 강아지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듯 들어갔다. 


어미의 몸에서 나온 에너지를 받아들인 후 가늘게 이어지던 새끼의 호흡이 점차 안정되었다. 


현수는 쓰러진 나무를 치우고 무너진 굴을 다시 파서 그 안에 죽은 유기견을 놓아두고는 흙을 덮었다. 


"새끼는 내가 돌볼게. 걱정하지 마."


유기견의 무덤을 향해 말을 한 현수가 새끼를 들고 다시 산책로를 찾아 내려갔다. 


잠시 후 공원을 나온 현수는 핸드폰으로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을 찾아서 새끼 강아지를 데리고 갔고 다행히 수의사는 별 문제는 없다고 했다. 


물론 예상못한 큰 지출에 현수의 지갑에는 큰 문제가 생겼지만 말이다. 


동물병원을 나오며 사료와 배변패드 같은 당장 필요한 것들을 산 현수가 새끼 강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자정이 지난 늦은 시간 아무도 없는 집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틱.


거실의 불을 켠 현수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내려놓고 왼손으로 안고 있는 새끼 강아지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종자가 뭐지? 시고르자브종인건가? 부천이 시골은 아닌데. 하긴 종자가 뭔 상관이냐."


동물병원에서도 그리고 집에 도착한 지금도 새끼 강아지는 잠을 자고 있었다. 


소파에서 방석을 가져다가 푹신한 잠자리를 만든 현수가 잠든 새끼 강아지를 내려놓고는 쇼핑백에서 물건들을 꺼냈다. 


우선 배변패드를 뜯어서 몇 장을 깔아두고 밥그릇과 물그릇을 놓고는 사료와 물을 채웠다. 


혹시라도 새끼 강아지가 깰까봐 모든 행동을 조심스럽게 한 현수가 무안할 정도로 새끼 강아지는 여전히 잠에 빠져 있었다.  


정리를 마친 현수가 간단히 씻고는 자려고 방으로 들어갔다가 거실에 혼자 둔 새끼 강아지가 마음에 걸려서 방에서 베게와 이불을 가지고 나왔다. 


소파에 누운 현수의 눈에 어둠 속에서 깊은 잠에 빠진 새끼 강아지의 모습과 강아지의 몸 속에서 이곳저곳으로 뻗어나가는 에너지의 움직임이 보였다. 


수의사가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 새끼 강아지가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에너지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현수는 에너지가 새끼 강아지에게 해를 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어미 개가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에너지를 새끼에게 전해주려고 하지 않았을테고 현수가 보기에도 에너지의 움직임은 자리를 잡으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과연 새끼 강아지도 비스트가 될 것인가? 비스트가 된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하는가?라는 생각에 현수는 한동안 강아지를 바라보았다. 


'내일이 되면 알겠지.'


기대와 걱정을 함께 가진 채로 현수는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고 빛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었지만 어제 늦게까지 깨어있던 현수는 평상시보다 늦게까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간지러워."


잠을 자던 현수는 무엇인가가 자신의 발가락을 간지럽힌다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힘겹게 뜬 눈으로 자신의 발을 본 현수는 소파 아래로 내려간 자신의 왼쪽 발을 열심히 핥고 있는 새끼 강아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왕. 왕. 왕."


현수가 깬 것을 본 새끼 강아지가 힘차게 짖었지만 워낙 작은 강아지여서 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래도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놀란 현수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대며 말했다.


"쉿! 조용히 해. 너 쫓겨나고 싶어?"


현수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인지 새끼 강아지가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더니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몸을 일으켜 소파에 앉은 현수의 눈에 거실의 상황이 들어왔다. 


어젯밤에 물에 불려둔 사료는 모두 사라졌고 물그릇도 비어 있었다.


배변 패드에는 소변을 본 자국이 세 개나 있었고 저 조그만 녀석이 어떻게 저렇게 많이 쌀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많은 양의 똥이 당당하게 배변패드 한 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현수는 일단 배변 패드를 치우고 물그릇을 다시 채워주었다. 


목이 말랐던 것인지 새끼 강아지는 바로 물그릇의 절반을 비우더니 현수가 움직이는대로 현수를 따라 움직였다. 


현수가 새끼 강아지를 안아들었고는 화장실로 가서 목욕을 시켰고 목욕 후에 물기를 말려주며 새끼 강아지에게 물었다. 


"너. 형이랑 살래?"

"왕."


현수의 물음에 새끼 강아지가 대답이라도 하듯이 힘차게 짖었다. 


"나랑 살려면 짖으면 안 돼. 아랫 집에 수아가 너때문에 깨면 안된다고."

"끼잉?"


현수의 말에 새끼 강아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아가 누구냐고 묻는 얼굴로 현수를 바라보았다. 


"귀여운 꼬마 아가씨 있어. 너랑 좋은 친구가 될거야. 그나저나 너도 이름이 있어야 할텐데. 뭐가 좋을까?"


한번도 강아지를 키워본 적도 없고 키워볼 생각도 하지 않은 현수에게 강아지 이름을 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새끼 강아지의 털을 말리는 내내 생각에 잠겼던 현수가 어렵게 이름을 생각해냈다. 


"만수! 만수 어때? 어렸을때 아버지가 내 동생이 생기면 이름을 만수라고 할거라고 하셨거든. 물론 어머니는 싫어하셨지만 말이야."


굉장히 무성의하고 촌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새끼 강아지는 만수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현수에게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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