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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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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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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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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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방어선, 무너지다

DUMMY

“x팔, 새끼들. 눈깔을 어디다 달고 다닌답니까?”


지프 뒷좌석의 박성우 대위의 욕설이 거칠어졌다.


이놈의 욕설은 갈수록 찰져지지만 이번에는 그걸로 부족하다.

오늘은 녀석보다 더 내 눈이 더 뒤집어졌니까.


망할.. 밝은 대낮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기다니.


지금 시흥사령부를 나와 수원으로 가는 중이다.


“x팔, 오폭이라니요. 여긴 전쟁터도 아니지 않습니까.”


수원에 오폭사고가 터졌다.


호주 국적의 머스탱 폭격기 13대가 수원에 있는 이동지휘소 버스를 폭격하여, 부대를 수습 중이던 3연대장 김열익 대령이 크게 부상당했고 부연대장은 사망했다.


기가 막힐 일이다.

어떻게 수원을 오폭할수가 있나.


수원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한강에서 수십킬로 떨어진 후방 아닌가.

아무리 유엔 조종사들에게 한국지형이 생소하다 해도 그렇지.

너무나 어이없는 오폭사고 아닌가.


순식간에 3연대 지휘부를 잃었을뿐 아니라, 한창 전력을 수습중인 사단에 큰 손실을 줬다.


더군다나 사령관에게 출동명령을 받자마자 이런 사고가 발생하다니.

그래서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한나절 동안 수원에서 사고도 수습하고 풍덕천에 대한 대비도 함께하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있을때, 시흥사령부에서 김명국 대령이 날 찾는다는 기별이 왔다.


아~~. 왜 부르고 난리야. 정신없구만.

그래도 불렀는데 어쩔수없다. 잠시 짬을 내는 수밖에..


“19연대는 대대 둘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군. 3사단도 70프로가 축소됐어. 이거 3사단 하나로는 보강이 힘들겠어.”


작전실 칠판에 무수한 단어를 써놓고는 혼자 골몰히 열중하고 있다.

내가 인기척을 냈다.


“어? 왔냐. 사고가 있었다며?”


“.....”


“아직도 화가 안 풀렸군.”


대답할 기분이 아니다.

일본 오키나와에 찾아가 호주 조종사 놈의 상판대기를 휘갈겨도 분이 안풀릴 것이다.


“뭔 일로 불렀소?”


“아구구~~ 그놈의 재편작업 때문에 죽을 맛이다. 지금 난 사는게 아냐.”


총참모장이 명령을 내린게 며칠되지 않았지만, 워낙 시급을 요하는 일이라 김명국은 과로하고 있다.


전투력이 상실된 부대를 다른 부대에 흡수통합하게 하는 작업이었다.

칠판에 빼곡히 써져있는건 수십개의 연대 이름이었고, 살생부처럼 통합시킬 사단과 연대를 짝짓기하고 있다.


“얼굴이 좀 핼쑥해진 것도 같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야이. 정없는 자식. 순영이는 뭘믿고 저런놈에게 시집을..”


“뭐요, 신혼부부 이간질하러 부른거요?”


그나저나 순영은 서울에서 어쩌고 있을까?

부디 무사해야 할텐데..


“에고. 이제 재편작업은 대충 끝나간다. 형이 너에게 선물을 줄려고 불렀다, 임마. 어떠냐? 어딜 줄까?”


그가 칠판을 가리키며 묻는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내가 눈을 빛내며 칠판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왕이면 5사단 부대를 배속시켜 주시오.”


이건 고민할 자시고도 없다.


5사단 (광주사단).

수개월 전까지 내가 직접 지도했던 광주사단도 축차투입당해 해체될 운명이다.


“허허, 이 녀석. 내 그럴줄 알았다.”


광주사단은 여순 반란사건 이후 여수연대가 해체된 탓에 아직 2개 연대만 있다.

최천우 대령의 5연대와 22연대 (판교연대)였다.


5연대는 김포사령부에 있고, 판교연대는 혼성 3사단 소속으로 판교에서 이영호를 막고 있다.


국군 재편작업은 며칠후에야 공식화되지만, 두 연대는 다음날에 바로 배속시킬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부터 정세가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



7월 3일 새벽, 한강방어전 5일 차.


김포 고척교.


들 들 들 들


정면에 커다란 태극기를 붙인 탱크가 나타나더니, 고척교를 건너 경인국도에 진입한다.

경인국도에 들어서자 최고속도를 내며 거침없이 내닫기 시작했다.


경인국도는 김포지구 사령부의 후방으로 무기와 군수품이 적재되있다.


“응? 아군 전차인가 본데?”


태극기를 본 지원부대의 장병들이 반가운듯 길가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이때였다.


두 두 두 두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4대의 탱크에서 나오는 기관총이 반갑게 맞아주던 장병들을 향해 불을 품고, 동시에 전차포가 포탄을 쏟아내며 군수품과 탄약같은 비축품을 폭파시켰다.


탱크가 경인가도를 따라 내달리며 후방을 초토화시키는건 순식간이었다.

탱크는 그뒤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영등포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한다.


탱크가 지나간 도로에는 불타오른 흔적과 시체가 흩어져 있다.


영등포.


7월 1일부터 치열하게 시작된 영등포의 전투는 3일째인 오늘 새벽도 마찬가지였지만, 적들의 공격방식이 그전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신촌에서 발사한 122미리 곡사포와 여의도에서 날아온 120미리 박격포가 어지럽게 진지와 시내를 포격하는건 평소와 같았다.

그러나 여의도에서 샛강을 통해 도강을 시도하는 인민군은 새벽부터 모습을 감추었다.


무슨 이유일까.

분명 무슨 꿍꿍이 속이 있을텐데.


다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때 시흥사령부에 급보가 전해진다.


“사령관님, 영등포에 탱크가 나타났다는 보곱니다.”


탱크..

탱크가 출현할 기미는 어디에도 없었는데 뜬금없이 무슨 말인가.


“어디서 나타났는가?”


"...!!"


허둥대는 참모들로 어수선한 상황실에서 담담하게 들리는 사령관의 목소리였다.


“네? 넵.. 보고에 의하면 남쪽과 서쪽입니다.”


남쪽과 서쪽이라고?

철교에서 넘어온게 아니라니..


“병력은 얼마나 되는가??”


“적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탱크만 출현했다는 보곱니다.”


전차를 호위할 병력도 없이 전차들이 단독으로 영등포를 휘젓고 다닌다?

무슨 속셈인가.


“철교 움직임은 어떤가?”


“아직 노량진에서 별다른 보고는 없습니다.”


철교가 아니고 영등포라니 생각지못한 엉뚱한 방향 아닌가.

어떻게 된 일일까?


그 누구도 영문을 몰라 지도만 노려보고 있는 상황, 사령부 상황실에는 답답한 침묵이 흐르고 있다.


“아마도.”


침묵을 깨고 내가 입을 열었다.


“김포 사령부에서 전황에 별다른 보고가 없는걸 보면, 한강하구를 넘어온 탱크가 전장을 크게 우회해서 경인국도를 타고 올라온것 같습니다.”


“그렇다, 서쪽에서 나타난 놈은 난지도에서 넘어온 것일테고.”


김홍락 사령관이 지도를 가리키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적장도 영리한 놈이다.”


“급하게 왔기 때문에 병력은 따라오지 못한걸로 보입니다. 기갑을 이용한 전격전으로 밀어부칠 모양입니다.”


지금 탱크가 영등포를 활보하고 있다.

아군의 진지와 시내건물을 향해 닥치는대로 전차포와 기관총을 날리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


“곧 노량진으로 넘어가 철교에서 넘어온 놈들과 협공하려고 할것 같습니다.”


“그래, 철교에도 탱크가 곧 나타나겠지.”


지도를 한참 사령관이 보고 있다.

상황판을 응시하던 주변 참모들 사이로 사령관의 낮은 되뇌임이 또렷이 들린다.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씁쓸한 목소리, 이건 스스로 되묻는 말이었다.

사령관의 자조가 섞인 목소리에 참모들은 무거운 침묵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여기까지인가?

난 최선을 다했는가?


“그렇습니다. 사령관님은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당연한 말이었다.

백척간두의 절박한 상황 아니었는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방어를 책임지는 사령관이 되어, 손아귀의 모레처럼 갈라지고 흩어져버린 부대들을 다시 뭉치고 통합시켰다.


새로 창군하는거에 비견할만한 재편과정 중에서도 요소마다 적절하게 부대를 충원하며 5일이나 전선을 지켜냈다.


이 이상 어떻게 잘할수 있겠는가.

김홍락이 아니라면 누가 있어 이렇게까지 할수 있겠는가.


“그래. 이젠 퇴각하자.”


나약하게 들릴만한 낮고도 짧은 말이지만, 여전히 날카롭게 빛나는 사령관의 눈빛은 체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

이 지긋지긋한 전쟁이 여기서 끝날리가 없으니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


“한강의 모든 부대는 속히 후퇴하라고 일러라. 1번 국도를 따라 후퇴시켜라.”


한강 방어전은 이렇게 5일만에 무너졌다.

5만대 700으로 시작한 방어진을 그렇게 오랫동안 버텨낸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강의 상황이 점점 더 급변하고 있다.


노량진으로 향했던 탱크가 철교근처의 아군 진지를 향해 전차포를 발사했다.

그리고.


위이이잉


철교위에 모터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사이드카가 달린 오토바이 수십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철교위를 건너오고 있다.

모터싸이클 연대 소속으로 사이드카에 기관총이 거치돼 있다.


빠른 기동력을 살린 소련제 M72 오토바이 (일명 천리마)가 순식간에 철교를 건너 아군 진지를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며 지나치고 있다.

앞뒤로 협공받은 진지의 아군은 크게 혼란에 빠졌다.


잠시 후.

철교 위에 나타난건 육중한 화차, 화차 10대를 기관차가 뒤에서 밀며 오고있다.


화차에 실려있는건 탱크 13대, 철교 끝에 다다르자 탱크가 일제히 화차에서 내려와 도로에 올라섰다.


노량진과 영등포의 방어병력은 모두 퇴각하기 시작했다.

아직 인민군 보병은 보이지 않아 국군은 골목길과 하천을 따라 부대별로 후퇴한다.


저녁쯤에서야 인민군 보병이 철교와 여의도를 통해 건너와 영등포를 장악하게 된다.

그렇게 한강방어선이 무너졌다.




작가의말

피난가는 도중 복부에 총상을 입고 신음하는 국군 상사를 만났다.

도와주고 싶었으나 한사코 거절하면서 최후까지 적을 죽이겠다고 적지를 향해 기어갔다.

10분이 지났을까.. 수류탄 폭발음을 들었다.

끝까지 적을 죽이겠다던 국군의 자폭의 순간이 눈에 선하다.

아! 인간이 죽을 자리를 선택한다는것은 엄숙한 것이로구나!


피난가던 학생의 7월 2일 일기랍니다. 이 학생은 나중에 대구에서 자원 입대하지만 결국 전사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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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워커, 필사의 각오를 밝히다 1 24.09.11 20 0 10쪽
139 화령장전투, 사상 첫 한미연합작전 24.09.10 19 0 10쪽
138 화령장 전투. 결국 독침을 막은건 국민이었다 24.09.09 21 0 10쪽
137 화령장전투 , 독침 살갗을 파고들다 24.09.08 2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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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지연전 시작되다 24.08.31 3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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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인민 2군단장 무정 1 24.08.27 32 1 9쪽
124 스미스 특임대, 미국 참전의 신호탄 24.08.26 32 1 8쪽
123 풍덕천 전투, 희망의 불씨는 이어지고.. 24.08.25 30 1 9쪽
» 한강방어선, 무너지다 24.08.24 31 1 9쪽
121 한강방어전, 대비하는 자만이 승리한다 24.08.23 2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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