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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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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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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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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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락전투, 전쟁중에도 애기는 생기는 법

DUMMY

정말 식겁했다. 다행히 사람이 다치지 않아서 망정이지 큰 사고가 날뻔했다.


뒤를 돌아보니 그 여자가 지프로 터벅터벅 다가오고 있다.


산을 헤매고 다녔는지 머리는 멋대로 헝클어졌고 옷도 군데군데 찢어지고 흙투성이다.

눈물과 땟자국이 뒤섞인 얼굴과 퉁퉁 부은 눈으로 이곳을 노려보며 오고 있다.


“야, 이 미친년아!! 겁도 없이 차에 달려들어?”


여전히 신용관 중위가 그녀를 향해 삿대질하며 악쓰고 있다.


“어딜 도망가려고, 왜 또 도망가려는거야. 언제까지 그럴거냔 말이야!!”


“뭐.. 뭐? 이런 미친...”


오히려 그녀가 악다구니 쓰자, 신용관이 어이가 없는지 말문이 막혔다.


전장의 공포가 비단 군인만의 전유물이겠는가.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거나 삶의 터전에서 허겁지겁 떠나야하는 일반인에게도 전쟁의 두려움과 고통은 똑같은 현실이니까.


“왜 또 도망가냐고!!”


분에 겨운듯 소리치던 그녀가 이제는 울먹이고 있다.


“왜 자꾸 도망가는 건데. 애들은 어쩌라고. 동네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왜 너희들은 자꾸 도망만 다니는거야. 도대체 왜!!”


그녀가 울며 넋두리를 하다가 또 화를 낸다.


“완전히 미쳤군. 쯧쯧. 더 상대할 필요가 없겠어. 야, 출발해!”


신용관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운전병 철모를 툭치며 말했다.

지프가 다시 출발한다.


백미러로 그녀를 보니 여전히 지프를 향해 오열하고 있다.

웬지 느낌이 쎄~~하다.


“잠깐 스톱.”


“네?”


“다시 빠꾸(back).”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차를 멈춰 세우던 운전병이 지프를 후진시킨다.


“대위님. 왜 그러십니까?”


신용관도 이상한 모양이다.


“잠시, 확인해 보려고.”


다시 지프가 다가오자 그녀도 눈물범벅인 얼굴로 빤히 쳐다보고 있다.


“아가씨는 인민군을 봤다는 얘기요?”


그녀가 아직도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서 본 거요?”


“동락.. 국민학교...”


“지금도 거기에 있다는거요?”


“그.. 그래요. 전 거기 선생입니다. 오늘 새벽에 인민군이 들어왔어요.”


조금 진정되는지 목소리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그렇소? 숫자가 얼마나 되는것 같소?”


“정확히는 모릅니다. 굉장히 많았어요. 운동장이 꽉 찰 정도로요.”


박성우 대위가 머뭇거리는게 뭔가를 고심하는 눈치다.


“좋소. 여기 타시오. 어이! 하사, 자리 좀 내어드려라.”


“네? 네...네.”


남한기가 옆으로 이동해 자리를 비켜주자 그녀가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김옥령이었다.

화장실 창으로 탈출한후 산을 넘어 이곳까지 도망친것이다.


“대위님?”


“응? 왜?”


가는 길에 신용관이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이런 말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이 여자 말을 믿을수 있겠습니까?”


따가운 시선이 뒤통수에 꽂히고 있다.


“이 여자,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닌것 같습니다. 어떻게 거기서 빠져 나올수 있겠습니까? 프락치일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까?”


그가 한쪽 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그런다고 안들리겠냐?


“군인이 국민의 말을 못믿으면 누구 말을 듣습니까? 당신이 이러니 국민도 군인을 못믿는 겁니다.”


“뭐라고..?”


“전 죽기를 각오하고 거기서 도망나온 겁니다. 그런데 프락치라니요?”


“사실이 그렇잖소. 어떻게 당신같은 여자 말을 함부로 믿고 부대를 움직인단 말이오?”


“저같은 여자가 왜요? 당신같은 남자도 군인이랍시고 이렇게 거드름 피우잖습니까?”


“보자보자하니까 이여자가 정말..”


“왜요, 때리시게요? 북괴한테 맨날 쥐어 터지면서 아녀자에게 화풀이 하겠다는 겁니까?”


“누가 때린답니까? 억지 좀 부리지 마시오.”


“지금 생사람 잡는게 누굽니까? 접니까? 당신입니까?”


이 여자 보통이 아니네.

한마디도 안진다.


“이제 그만. 말하는거 보니 미친것 같지는 않다. 사실 여부는 가서 확인해보면 알 일이다.”


“에잉~~~”


신용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지만 어쩌겠는가.

말로는 상대가 되지 않으니 참아야지.


잠시 후, 가섭산 북쪽 산봉우리 정상.


“정말 그렇군.”


동락국민학교를 찬찬히 살피던 2대대장 김종수 소령이 쌍안경을 내리고 말한다.


학교교정에는 수천의 대규모 병력이 집결해 있었다.

전사들이 제멋대로 운동장 바닥에 드러누워 서로 포갠채 잠에 취해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건물 높이의 122밀리 곡사포 10여문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음성방향으로 방열되어 있고, 학교 옆길에는 장갑차와 사이드카 오토바이를 비롯한 각종 차량이 줄지어 서있다.


“저 정도면 최소한 연대급인것 같습니다.”


역시 쌍안경으로 보던 박성우 대위가 말했다.


길을 안내한 김옥령이 신용관 중위를 째려보고 있다.

그녀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신용관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건을 하나 건넨다.


헐.. 건빵?


“미안하오. 내가 오해했소. 아침부터 한끼도 못먹었겠소. 이거라도 드시오.”


“그래도 쪼잔한 남자는 아니군요.”


신용관이 순순히 사과하자 건빵을 받으며 삐죽거리며 말했다.

허겁지겁 건빵을 먹는 그녀를 보며 신용관이 다시 수통을 건넨다.


“목 메이겠소. 천천히 드시오. 여기 물도 좀 마시고.”


신용관이 내민 수통을 낚아채듯이 받은 그녀가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있다.

신용관의 얼굴이 다시 대대장을 향한다.


122밀리까지 가진 연대급 규모를 확인했다.

이제 어떡할 것인가.


“작전회의를 하겠다. 신 중대장은 선생을 산 아래까지 모셔다 드리고 중대장들을 이리 모이라 하라.”


신용관 중위가 김옥령과 산에서 내려온다.


“당분간 지낼곳은 있으시오?”


“읍에서 가까운 곳이 고향입니다. 정 안되면 고향으로 내려가야지요.”


그 말을 들은 신용관이 말이 없어졌다.

입을 다물고 앞장서서 내려가는게 뭔가 생각에 빠진 모습이다.


“아무래도 사실대로 말해야겠소.”


한참을 그렇게 걷더니 무슨 결정이라도 내린건가.


“아까 선생이 했던 말은 사실이오.”


“네?”


뜬금없는 소리에 그녀가 눈을 키우며 신용관의 등뒤를 보지만, 여전히 그녀를 외면한채 앞만 보고 있다.

성큼성큼 계속 앞서는게 그녀를 볼 자신이 없어서일까?


“아까 물었잖소? 왜 자꾸 도망만 다니냐고.”


“...”


“선생 말대로요. 당분간은 후퇴할수밖에 없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걸까?


“미군이 참전했으니 앞으로는 달라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전황이 바뀌지 않을것이오.”


이제야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선 그의 낯빛을 보니, 상당히 미안해 하는것 같다.

이 남자가 왜 이러지?


“그 말은 선생 고향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오. 선생은 탈출했다고 하지 않았소? 그럼 고향에 있으면 위험해질 것이오. 오히려 당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더 위험해지지 않겠소?”


“아...”


신중위의 말뜻을 비로소 이해한 그녀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럼 어디로 가야하나.


그후로 어색해진 둘은 서로 말없이 산에서 내려왔다.


“여기에 좀 쉬다가 떠나면 되오.”


그녀를 바래다준 신용관이 다시 중대장들을 찾아 길을 나섰다.

부대에 혼자 남은 그녀가 어쩔줄을 몰라 막연하게 서 있다.


“선생!”


“아..”


사라졌던 신용관이 다시 돌아왔다.

그새 어디서 적었는지 쪽지 하나를 그녀 손에 쥐여준다.


“이.. 이게..”


“이번 전투가 끝나면 이 주소로 갈 교통편을 알아봐 주리다. 혹시 모르니 내가 못올일이 생기면 이 주소로 찾아가시오. 내가 보냈다하면 잘 돌봐줄거요.”


“여긴...”


“내 고향 집이요. 남쪽이라 거기에 있으면 안전할 것이오.”


“그... 그래도 어찌..”


“군인이 국민을 지키는게 임무요. 선생이 말했잖소. 그러니 부담가지지 마시오. 알다시피 난 바빠서 가보겠소.”


그가 황급히 다시 가려고하자 김옥령이 그의 옷자락을 꽉 잡는다.


“..?”


“안됩니다. 그런 무책임한 말은 들을수 없습니다. 전투가 끝나고 다시 직접 전해주십시오. 그러면 당신 말대로 하겠습니다.”


“휴~~ 선생은 정말 쉬운 여자가 아니구려. 알겠소. 내 반드시 살아오리다.”


헛웃음을 짓던 그가 다시 사라질 때까지 김옥령은 그 자리에서 계속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가섭산에서 중대장들과 즉석 회의가 열렸다.


“적은 병력만 3천 정도의 연대규모다. 우린 대대라고 하나 고작 300명일 뿐이고 장비도 열악하다. 연대본부의 명령을 받으려고 했으나 통신도 불통이다. 우리가 받은 명령은 주변을 감시하는 것이다. 허락받지 않은 전투는 자칫 군법에 문제가 될수도 있다. 자 여기까지다. 이제 의견을 말하라.”


“대장님. 아무리 그래도 적을 놔두고 못본척 할수는 없습니다.”


“지금 망설일때가 아닙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당장 쳐야합니다.”


중대장들의 의견은 대동소이했다.


“음, 좋다. 박대위의 생각은 어떤가?”


다른 부대의 회의에 끼어들수 없어 듣고만있던 박성우의 의견도 물었다.


“어차피 내일이면 전투를 벌여야할 놈들입니다. 이해가 안될 정도로 무방비 상태로 있습니다. 지금이 놈들을 섬멸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박성우의 말대로 이상할만큼 경계를 소홀히 하고 있다.

후방이라고 안심한 건가?

전방과 측방에 대한 정찰이나 경계도 하지 않고 도로변과 학교 정문에만 보초를 세웠다.


바우연대도 아침이 되서야 음성군에 진입했으니 척후부대가 국군을 못봤겠지만, 결국 오상만 대좌가 김옥령의 말을 맹신한 까닭이다.


“다들 의견이 통일됐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놈들을 친다.”


김종수 소령의 결정으로 대대가 전투준비에 돌입한다.



131.jpeg


작가의말

지금도 동락초등학교엔 그녀에 대한 기념비가 있어요.


그리고 둘은 결국 결혼합니다.

전장에서도 로맨스가 싹트고 아기도 생기는 법이니까요.


다만 안타까운건 십년후에 발생한 고재봉 살인사건입니다.

검색하면 나옵니다만 요점은 살인마가 복수 상대가 바뀐줄 모른탓에 생긴 일이죠.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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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국가를 구하는 부대기동 2 24.09.16 14 0 10쪽
144 국가를 구하는 부대기동 1 24.09.15 2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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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낙동강전투 서막, 채학산의 죽음. 24.09.13 1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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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워커, 필사의 각오를 밝히다 1 24.09.11 20 0 10쪽
139 화령장전투, 사상 첫 한미연합작전 24.09.10 20 0 10쪽
138 화령장 전투. 결국 독침을 막은건 국민이었다 24.09.09 21 0 10쪽
137 화령장전투 , 독침 살갗을 파고들다 24.09.08 21 0 10쪽
136 미원전투, 워커와의 첫만남 24.09.07 24 0 10쪽
135 미8군사령관 워커, 드디어 한국으로 넘어오다 24.09.06 21 0 10쪽
134 음성전투. 계속 날아가는 독침 24.09.05 26 0 10쪽
133 음성전투, 덫을 놓다 24.09.04 25 0 9쪽
132 동락전투, 국군 최초의 승전보 24.09.03 29 0 9쪽
» 동락전투, 전쟁중에도 애기는 생기는 법 24.09.02 28 0 10쪽
130 동락전투, 바우연대 24.09.01 30 0 9쪽
129 지연전 시작되다 24.08.31 3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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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인민 2군단장 무정 1 24.08.27 32 1 9쪽
124 스미스 특임대, 미국 참전의 신호탄 24.08.26 33 1 8쪽
123 풍덕천 전투, 희망의 불씨는 이어지고.. 24.08.25 30 1 9쪽
122 한강방어선, 무너지다 24.08.24 3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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