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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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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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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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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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병대, 전설의 시작 1

DUMMY

‘니미, 지금 뭘하고 있는거야?’


차마 입밖으로 뱉어낼수 없는 욕을 계속 속으로 되뇌고있다.

지금 이 상황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생경한 지역, 그것도 처음본 산자락을 며칠동안 이리저리 타고 다니니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에고고~~

여수에 입항할때만 해도 그렇게 좋더니만.


제주도에서 출발할땐 고작 중대였던 부대가 여수에 도착해 거기에 있던 부대들을 흡수해 대대로 증편됐다.

그리고 99식 고물소총으로 줄곧 훈련했던 부대에 M1소총이 전원에게 지급되자 사기도 충만하지 않았나.


바로 전쟁터로 달려갈줄 알았건만..

그것뿐이었다.


부대는 남원으로 이동했고. 다시 전주로 갔다가 전주가 적에게 함락되자 바로 남원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함양을 통해 또 진주로 옮겨야했다.


적의 진격에 맞춰 싸워보지도 못하고 계속 후퇴명령만 듣고 있다니, 새로 지급받은 총은 언제쯤 제대로 쏴볼건가.

이때까지만 해도 적이 누군지 몰랐다. 나중에야 호남으로 도둑고먕이처럼 스며든 놈이라는걸 알았지만.


진주에 도착해 금성국민학교에 대대가 주둔할때, 때마침 이권무에게 퇴각해 진주로 들어온 미 24사단 부대의 예하로 배속됐다.


그래, 그때도 좀 좋았구나.

거기서 미군이 휘하부대랍시고 AR자동소총과 무전기를 지급해줬으니까.

그러고는 우리 부대를 진주후방의 망진산으로 이동시켜 방어하게 했다.


진주가 적에게 공격받자 드디어 M1소총으로 적과 교전을 벌였지만 그것도 잠시, 진주가 함락되자 다시 철수명령이 떨어진것이다.


빌어먹을, 어디까지 후퇴할것인가.

부대는 지금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벌써 10여일을 지리산 부근에서 행군만 한 셈이다.

그것도 남으로, 동으로.. 이건 누가봐도 퇴각하는 모습 아닌가.


민요한 소위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러나 이것도 끝이다.”


내내 품었던 불만을 눈치챘을까?

앞에 걷던 대대장의 거친 음성에 속마음이 들킨것같아 몸이 움찔거렸다.


“마산을 어떡하든 수호하라는 명령을 받지 않았나. 네 녀석의 불평대로 이제야 제대로 싸울 자리를 찾은셈이다.”


헉! 저 귀신.

대대장 김석배 중령은 가끔 사람을 놀라게하는 재주가 있다.

표정만으로도 사람 마음을 읽다니, 민요한 소위가 대대장을 힐끔 쳐다본다.


하긴. 저 양반도 사람이니 긴장할수밖에 없겠지.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로운 척 말하지만, 눈을 보면 그도 긴장하고 있다는걸 알수있다. 이 양반 부관으로 일한 짬밥이 얼만데.


우리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해병대.


창설된지 고작 1년, 역사가 짧은탓에 아직 2개대대가 전부인 작은 규모지만 해병의 사기와 전투력만은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부하고있다.


본부가 제주도 있는 관계로 본격적인 전투에 참가하지 못했다.

육지가 풍지박살났다는 무성한 풍문만 들었을 뿐.


8월 1일.


하루를 꼬박 걸어서 도착한곳은 진주와 마산을 잇는 도로(현 2번 국도).

진주의 적이 동쪽으로 진출하는걸 여기에서 막는게 해병대가 맡은 임무였다.


이곳은 마산시 진전면 고사리, 2번국도 양옆으로 중대를 배치했다.

진전면은 진 3면중 가장 서쪽에 치우쳐져 있어 마산방어의 최전방과 같은곳이다.


“이제 우리의 가치를 증명할때가 왔다!! 조국이 위험에 빠질때까지 우리는 뭐하고 있었느냐!! 후방에서 놀고 있었는가, 아니면 울분을 삼키며 칼을 갈고 있었는가. 이제 국가의 운명이 우리에게 맡겨졌다. 죽기를 각오하고 마산을 지켜야한다. 그동안의 훈련이 헛되지 않았다는걸 보여주자!! ”


그래. 이순간을 위해 뼈를 깎는 훈련을 한것이지.


그나저나 우리 대대장.. 부지런히 움직이며 대원들 전의를 올리는건 좋은데 이양반 뭘 잘못먹었나?

산 위와 아래, 두군데에 진지를 구축하도록 명령하다니 한여름 뙤약볕에 진지공사를 두번이나 해야하는 대원들의 욕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나?


“이놈들. 그만 좀 궁시렁대라. 대장님이 생각없이 그런적 봤나?”


부하들을 다독이긴 하지만 왠지 생각없이 그런것같아 불안하긴 하네..


한적한 시골길, 전쟁의 그림자가 여기까지 드리워진 까닭일까.

도로마저 발길이 끊겨 온종일 개미 한마리도 구경못했으니.


처음으로 실전을 치루게 된 해병대.

이들이 느끼는건 태풍이 휘몰아치기 직전의 고요함이었다.


너무 긴장해서일까?

삼킬 침까지 바짝 말랐는지 입안이 깔깔해지고 정신마저 흐릿한것이, 곧 치러야할 전투가 실감나지 않아서겠지.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은지 온종일 시끄럽게 떠들던 산새들도 지쳐 잠들시간인 새벽 4시가 되자 멀리 발산고개에서 신호가 왔다.

적 선두부대가 나타났다는 신호.


“대원들을 단단히 준비시켜라.”


대대장의 명령에 양쪽 진지의 간부들이 돌아다니며 대원들을 다독거리자 피곤에 지쳐 졸고있던 대원들이 황급히 일어나 총을 잡는다.


전쟁이 터지고 한달이상 지났건만 제주도 본부를 떠나지 못하고 훈련만 한 부대원들에게 이제야 제대로 된 첫 전투.

죽을지언정 절대 후퇴는 없다는 협박섞인 대대장의 잔소리를 귓전에 담으며, 잔뜩 긴장한 눈으로 도로를 노려보고 있다.


은은하게 비추는 달빛아래 적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이곳에 적이 기다리고 있을거란걸 예상하지 못한탓인가.

아니면 아직 제대로 된 적을 만나지 못했다는 오만함인가.

발걸음이 저렇게 거침없다니. 오냐, 이 죽일놈들...


해병대가 매복한 중간지점을 인민군이 막 지나갈때였다.


“사격하라!!”


“사격!! 사격!!”


“한놈도 남겨두지 마라!! 사격~~”


산꼭대기에서 대대장이 명령에 곳곳에서 간부들의 외침이 들렸다.


탕! 탕! 탕!


길옆에서 일제히 터지는 총소리와 적이 줄줄이 쓰러지는건 거의 동시였다. 총알이 밑을 향해 공기를 찢고 있고 박격포가 연달아 터지며 수십개의 수류탄이 던져졌다.

정신 사나울만큼 요란한 공격, 허공에 흩뿌려진 붉은 핏방울이 사방에서 뒤집혀진 흙과 섞이며 생긴 찐득한 피흙덩이가 시야를 가리고 있다.


하지만 적들이라고 만만할리가 없다.

잠시 허둥대는것 같더니 군관의 시끄러운 고함과 함께 어느새 대형을 이루며 응전하기 시작한다.

길가의 나무나 죽은 동료의 시체를 엄폐물로 삼아 위를 향해 따발총을 갈기자, 다양한 종류의 탄환이 위아래로 빗발치고 있다.


“놈들도 보통이 아니구나!!”


대대장의 쓴맛 나는 소리에 민요한이 갑자기 조바심이 생겼다.


“흥. 그래 봤자다! 금방 끝날것이다.”


또 부관의 속마음을 읽었는가.

김석배 중령의 안심시키는 말처럼 아무리 용맹한 부대라도 이렇게 매복에 걸리면 피해가 클수밖에 없다.

이때였다.


쾅! 쾅! 쾅!

박격포와 수류탄도 도로와 주변에 터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생이 늘어가자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적들이 악착같이 움직이며 퇴로를 뚫어내고 있다.

이윽고 많은 사상자를 도로에 남긴채 발산고개 너머로 적이 도망쳤다.


시끄러웠던 소음이 사라지자 한순간에 적막이 찾아온 도로에 화약연기가 희뿌옇게 주변으로 조금씩 퍼져 나간다.


“이제 본격적으로 놈들이 나타날것이다. 모두 긴장하라!!”


김석배 중령의 차분하지만 강한 어조.


“네? 놈들이 다시 몰려옵니까?”


반면에 부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있다.


“당연하지. 이건 시작에 불과해. 적들도 동쪽으로 가려면 반드시 이 도로가 필요할것이야.”


대대장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지만, 민요한의 가슴이 다시 고동치기 시작한다.

첫 전투는 기습이기에 이길수 있었다지만 다음 전투도 이길수 있을까?


다시 찾아온 적막, 처음보다 오히려 더 긴장되지 않나.

어둠이 서서히 옅어지고 어느새 여명이 찾아오며 주변이 파랗게 변하자, 어둠과 포연으로 보이지 않았던 도로의 모습이 이제야 희미하게 형태를 드러낸다.


민요한은 놀라고 만다.


오체분시

팔다리가 제대로 붙어있는 시체는 반도 되지 않는다.

시체위에 다시 터진 포탄으로 또다시 찢어지고 발라진 잔해들.


시체가 산처럼 쌓인다는 옛말은 다 거짓이다.

저렇게 살과 뼈가 작은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어지는데 어떻게 쌓이겠는가.


전쟁은 참상이라더니 정말 지독하구나.


임관한지 얼마 안된 햇병아리 소위는 전쟁이 터지자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걸 느꼈었다. 어서 전선에 나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공을 세우고자 안달이 났다.

민족을 구한 영웅이 되는 꿈도 수시로 꾸지 않았나.


하지만 현실이 이렇게까지 참혹하다니.

지랄같은 포화에 정신을 온전히 가누는것조차 힘든 상황에서 동료처럼 찢겨나가지 않은건 단순히 운이 좋아서지 영웅과 무슨 상관인가. 전장에 대한 환상이라는 감정의 찌꺼기를 쓰레기통에 처박는건 한번의 전투만으로 충분했다.


“이제 날이 밝았다. 산위의 진지로 모두 이동한다.”


김석배 중령의 명령에 모두 참호에서 나와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미리 파놨던 참호, 왜 그런지 알 필요가 없다. 이젠 궁시렁댈 대원은 없으니까.

죽을만큼 혹독했던 훈련의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자만심은 진작에 버렸고, 그동안의 훈련이 그저 전장에서 살아남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랄뿐.


광포했던 전투소음에 숨을 죽이던 숲속 새들이 다시 조금씩 소리를 내려고 할때였다.


앞으로 총을 겨눈 해병에게는 아군의 긴장된 숨결과 박동하는 심장의 울림만 느낄뿐, 산새 따위의 지저귐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결코 듣고 싶지않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들 들 들 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나 자잘한 돌을 으깨며 전진하는 기계음, 새까맣고 거대한 위용의 쇳덩이 2대가 고개에 나타났다.




146.jpeg


작가의말

민에는 양이 되고 적에겐 사자가 된다. 초창기 해병대의 구호라네요.

처음 진주에서 창설된후 제주도로 본부를 옮김니다. 제주도43사태후 잔적토벌이 주 임무였죠. 초창기 해병대에 제주도 출신이 많았던 이유입니다.


경남에 함양군과 함안군이 각각 있습니다. 헷갈리지 마세요. 전 처음에 헷갈렸어요.

함양은 진천부가 이권무랑 만났던 거창 옆에 있는 경남 북서부의 군입니다.

반면에 마산전투의 주 무대는 함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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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한국 해병대, 전설의 시작 3 NEW 8시간 전 5 0 10쪽
147 한국 해병대, 전설의 시작 2 24.09.18 10 0 10쪽
» 한국 해병대, 전설의 시작 1 24.09.17 13 0 10쪽
145 국가를 구하는 부대기동 2 24.09.16 14 0 10쪽
144 국가를 구하는 부대기동 1 24.09.15 19 0 10쪽
143 발등의 불 24.09.14 19 0 10쪽
142 낙동강전투 서막, 채학산의 죽음. 24.09.13 19 0 10쪽
141 워커, 필사의 각오를 밝히다 2 24.09.12 19 0 10쪽
140 워커, 필사의 각오를 밝히다 1 24.09.11 20 0 10쪽
139 화령장전투, 사상 첫 한미연합작전 24.09.10 19 0 10쪽
138 화령장 전투. 결국 독침을 막은건 국민이었다 24.09.09 21 0 10쪽
137 화령장전투 , 독침 살갗을 파고들다 24.09.08 20 0 10쪽
136 미원전투, 워커와의 첫만남 24.09.07 23 0 10쪽
135 미8군사령관 워커, 드디어 한국으로 넘어오다 24.09.06 21 0 10쪽
134 음성전투. 계속 날아가는 독침 24.09.05 26 0 10쪽
133 음성전투, 덫을 놓다 24.09.04 24 0 9쪽
132 동락전투, 국군 최초의 승전보 24.09.03 29 0 9쪽
131 동락전투, 전쟁중에도 애기는 생기는 법 24.09.02 27 0 10쪽
130 동락전투, 바우연대 24.09.01 30 0 9쪽
129 지연전 시작되다 24.08.31 30 0 9쪽
128 독침 하나, 인민 15사단 24.08.30 32 0 9쪽
127 무정, 독침 두개를 쏘다. 24.08.29 28 0 9쪽
126 인민 2군단장 무정 2 24.08.28 32 1 9쪽
125 인민 2군단장 무정 1 24.08.27 32 1 9쪽
124 스미스 특임대, 미국 참전의 신호탄 24.08.26 33 1 8쪽
123 풍덕천 전투, 희망의 불씨는 이어지고.. 24.08.25 30 1 9쪽
122 한강방어선, 무너지다 24.08.24 31 1 9쪽
121 한강방어전, 대비하는 자만이 승리한다 24.08.23 2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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