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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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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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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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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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령장전투 , 독침 살갗을 파고들다

DUMMY

전라북도 군산인근.


쏴 아 아 아.

칠흑같이 어두운 밤, 밤이라서 바다의 파도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지도 모른다.

서해안에 펼쳐진 갯벌 따라 이어진 울퉁불퉁한 작은 오솔길.


들 들 들 들

파도소리와 섞여 들려오는 소리는 분명 기계음이다.

아까부터 나타난 전조등을 끈 차량행렬이 해안길에서 꼬리를 물고있다.


한참 전투가 벌어지는 경부축선이나 중부전선과는 상관없는 전라지역. 거기에서도 서쪽 맨끝의 서해안은 전쟁의 포화가 미처 닿지않는 지역일텐데..


거대한 야포를 끌고있는 트럭이나 장갑차와 전차같은 각종 중장비. 그리고 끝이 보이지않게 늘어진 행군대열의 군인들.


“x팔, 끝이 없네요. 왜 여기에 저새끼들이 있는겁니까?”


파도소리와 각종 기계음만 들리고있는 길 숲속, 아까부터 이것들을 지켜보는 하얀 눈빛이 몇 보인다.


질린 표정의 강현일 하사가 나직이 불평을 토하고있다.


“이정도면 최소 연대급아닙니까.”


“그래. 그런것같다.”


이금국 소위와 황화순 소령도 이해가 안되는건 마찬가지였으니.


이들은 김포전투에서 인천으로 퇴각해 배를 타고 서해안을 따라 남하했다.

도중에 태풍을 만나 며칠간 표류하다 이곳 군산에 가까스로 도착했건만, 왜 여기서 저놈들을 본단 말인가.


“아...”


순간 이금국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보.. 보셨습니까?”


“그래. 봤다. 이 지긋지긋한 새끼들.”


행렬속 트럭하나에 펄럭이는 깃발.

푸른 바탕위의 붉은 글씨.


필승.


필승부대라니..


“x팔 저 새끼들은 얼마전까지 우리랑 붙던 빨갱이들 아닙니까? 저 새끼들이 왜 여기에 나타납니까?”


강현일 하사도 저 깃발을 알아봤다.

하긴, 며칠간이나 김포에서 지긋지긋하게 전투를 벌였던 그 깃발 아닌가.


“저 새끼들 정말 귀신이라도 됩니까? 우리가 가는데마다 저게 나부끼다니. x팔.”


진천부의 인민 6사단.


거대한 병력이 호남으로 도둑고양이처럼 은밀하게 기동하고있다.

서쪽으로 쏜 무정의 독침이 미군과 국군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오는것이다.


그 누구도 모르게...


.....



적들의 공세는 매우 맹렬하고 또 집요했다.

벌써 며칠째, 이곳 미원에서는 아직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있다.


그러나, 워커가 방문한 며칠후였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1군단 사령부의 김홍락 군단장에게서 온 통신.


“지금 전선이 심상치않게 돌아가고 있다. 방금전 인민군이 화령장에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포로를 심문한 결과 적 15사단 병력이라고 한다.”


김홍락 군단장의 말에 순간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박성우 소령이 다행히 의자를 가져다주어 망정이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을뻔했으니까..


그.. 그럴리가 있는가. 화령장이라니...


화령장이면 미군과 국군이 상정한 금강, 소백방어선이 뚫리고 말았다는 소리 아닌가.

그것도 내 지역에서 어떻게 그럴수가, 도대체 믿기지가 않는다.


우리 사단이 적 포격에 두들겨 맞으면서도 소백산맥 입구를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다.

인민 15사단은 우리 사단정면에서 며칠동안 죽을듯이 달려들고 있지않은가.


놈들이 나타났다는 화령장(상주시 화서면)은 내 후방, 결국 적은 내 등뒤의 속리산을 우회해 소백산맥을 넘었단 소리였다.


“사령관님, 적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겨우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보고로는 소규모지만 그정도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말씀은 놈들이 더 침투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게 판단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


내가 반문하자 잠시 정적이 흐른다.


“내가 놈들에게 한방 맞았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


“네?”


“놈들이 노리는 화령은 아군이 절대 뺏겨서는 안되는 요충지다. 놈들은 화령을 통해 대구를 노릴것으로 생각된다.”


대구는 대한민국 정부가 있는 임시수도일뿐 아니라, 국군과 미 8군의 사령부가 있는 최고의 후방기지였다.


“하지만 저정도 병력으로는 대구를 노릴수없다.”


“음...”


“만일 그정도면 후방교란에 그칠것이다. 막는데 어렵지않다.”


“말씀대로 대구를 노릴려면 사단은 되야한다는 소리 아닙니까. 하지만 그게 가능합니까?”


도무지 믿을수가 없다.

그게 가능할리가 없지 않은가.


소백산맥의 높고거친 산악지형은 단순히 험한 봉우리 몇을 넘는다고 끝날일이 아니다.

말그대로 첩첩산중 아닌가.


겹겹이 쌓은 방패처럼 험한 봉우리가 첩첩이 포개져있어, 아무리 빠른 맹금도 몇번은 쉬어야 넘을수있는 거대한 장벽이다.


보통 사람은 넘다가 길을 잃거나 도중에 굶어죽기 십상이라, 예로부터 죽령. 조령. 추풍령과 같은 낮은 새재가 유일한 통로였고 교통의 요충지였다.


“내가 안일하게 생각한탓이다. 팔로군 출신은 가능하다는걸 말이야.”


수화기너머 군단장의 뒤틀린 음성이 들린다.


김홍락 역시 국군의 배치를 새재를 막는데 중점뒀지만, 적은 새재가 아닌 속리산이라는 산맥의 제일 거친 산봉우리 사이를 돌파했다.

아군의 거점을 우회한것이다.


“바보같은 실수다. 그렇게 겪어놓고도..”


김홍락의 자책.

중일전쟁에 일본군을 상대한만큼, 국공 내전당시 팔로군도 질릴정도로 상대했건만 또다시 놓치고 말았다는..


대륙의 크고 작은 산맥을 도로처럼 이용한다는 팔로군이면 능히 가능하다.

인민군안에 중국출신이 꽤 많이 있다는건 더이상 비밀이 아니지 않는가.


“벌써 후방은 난리가 난 모양이다.”


대구의 미8군 사령부는 혼란에 휩싸였다.


“그래, 그럴만도 하지.”


수화기에서 다시 푸념이 들린다.


화령은 보은과 영동에서 상주로 넘어가는 세지역 길이 만나는 고개, 예전에 그곳에 큰장이 섰다해서 마을이름도 화령장이다.


화령을 지나치면 나오는 상주, 그 바로 아래가 대구 아닌가.

적 입장에서보면 화령장만 돌파하면 상주를 통해 대구를 위험에 빠트릴수있으니 참기힘든 유혹일테지..


미8군 본부를 부산으로 옮겨야하는 상황이 올수도..


“그러나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차라리 단순하게 대구를 노린거라면 말이야.”


“네?”


“정말 위험한건 화령 바로 아래 영동과 김천이 있다는 점이다.”


“아..”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영동, 김천은 경부축선에 있는 지역들, 만일 인민군이 점령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대전에서 전투를 벌이는 미 24사단과 뒤를 받치기위해 영동으로 이동한 기병사단의 퇴로가 차단된다.


“영리한 놈들이다. 일부 병력으로 자네를 견제하면서 산을 넘었다. 기동에 능하다해도 결코 쉽지않은 일이야. 분명 경험많은 지휘관이 저중에 있는것이다.”


빌어먹을..


“알겠나? 귀관도 반드시 준비하고 있어야한다.”


후방에 대규모병력이 나타날때를 대비하라고 몇번이나 다짐을 받은 장군이었다.


“어떤 새끼일까요?”


전화를 끊자 박성우가 분기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나도 궁금하다.

내 눈을 완벽하게 속이고 험한 산맥을 넘은 지휘관이 어떤 놈인지..


...


“사령관 동지!! 선두부대가 갈령을 넘어 화령장에 진입했다고 연락왔습니다.”


“...”


“주력도 거의 넘어갔습니다. 내일이면 화령장에 도착한답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명령을 기다립니다.”


한기철 참모장이 흥분된 목소리로 보고하지만 박성철은 지도를 뚫어지게 바라볼뿐 대꾸도 없다.


인민 15사단이 음성에 진입한후 충주를 지키던 춘천사단이 수안보로 후퇴하자, 일부 부대를 충주로 우회해 길을 개척하게 했다.


팔로군으로 이루어진 선두부대는 그대로 산을 넘었고, 그뒤를 45연대와 전우를 연대장으로 임명한 48연대가 뒤따라 산을 넘게했다.


“하하하, 그동안 훈련한 보람이 있질 않습니까!! 전 부대가 산맥을 넘었습니다.”


속리산 동쪽의 산길(현49번 지방도)는 우마차도 빠져나가기 힘든 험한길, 그곳으로 화포와 각종 군수물자를 우마차나 수레에 싣고 산맥을 넘다니 훌륭하지 않는가.


인민 15사단은 원래 2선의 예비대, 중국전사가 적을수밖에 없음에도 신의주에서 기동술을 배운 박성철은 끊임없는 훈련으로 전병력이 산맥을 넘을수있을 정도로 단련시켰다.


팔로군에 못지않는 산악기동, 어쩌면 당연한것일지도.


“이로서 작전은 거의 성공한것 아닙니까!! 화령에 진입만 한다면 큰도로가 나옵니다. 놈들의 허를 그대로 찔렀습니다.”


희열이 가득찬 한기철의 얼굴처럼, 며칠전 전우의 제안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작전이 성공하고있다.


이제 화령에 진입하면 도로가 사통팔달 뚫려있어 상주, 김천. 영동 어디로도 갈수있지 않은가.

특히 상주는 불과 20킬로, 반나절거리도 안된다.

산맥도 넘었는데 그깟 평지길 쯤이야.


“사령관 동지. 어디로 향하면 되겠습니까?”


이제 사령관이 명령만 내리면된다. 어디에 있는 놈들의 목에 칼을 그을것인가.

이윽고 박성철의 손이 지도위의 한 지점을 가리킨다.


“오~~ 김천입니까? 양키들의 후방을 칩니까?”


크크크, 적들의 운명이 결정됐다.

김천을 점령해 미군을 동서 양단으로 두동강내서 퇴로와 후방지원 모두를 차단한단 말이지..


최종적인 무정 군단장의 계획.


경부축선의 미군을 전멸시키고 부산교두보로 들이치기위한 서곡, 그것은 김천점령으로 시작될것이다.


“부대에 연락하라!! 김천으로 진군한다.”


한미 양군의 방어병력이 모두 소백산맥 북쪽에 있을때 인민 15사단의 주력이 산맥을 넘어 후방으로 난입하고 있다.


그누구도 아직 눈치채지 못한 대규모병력의 은밀한 기동, 무정 군단장이 뱉어낸 독침하나가 자신도 모르게 치명적인 급소에 박힐것이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은 백척간두의 위험에 빠졌다.



image4.jpeg


작가의말

인민 15사단은 전쟁기간 내내 에이스다운 행보를 계속 보여줍니다.

다부동에서 활약은 물론이고, 낙동강 방어전에서 대구에 가장 가까이, 그리고 가장 위험하게 칼끝을 들이댄 부대도 15사단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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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국가를 구하는 부대기동 2 24.09.16 14 0 10쪽
144 국가를 구하는 부대기동 1 24.09.15 2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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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워커, 필사의 각오를 밝히다 1 24.09.11 20 0 10쪽
139 화령장전투, 사상 첫 한미연합작전 24.09.10 19 0 10쪽
138 화령장 전투. 결국 독침을 막은건 국민이었다 24.09.09 21 0 10쪽
» 화령장전투 , 독침 살갗을 파고들다 24.09.08 21 0 10쪽
136 미원전투, 워커와의 첫만남 24.09.07 23 0 10쪽
135 미8군사령관 워커, 드디어 한국으로 넘어오다 24.09.06 2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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