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공모전참가작 새글

뒤폰트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0
연재수 :
148 회
조회수 :
7,070
추천수 :
360
글자수 :
652,307

작성
24.09.18 09:00
조회
10
추천
0
글자
10쪽

한국 해병대, 전설의 시작 2

DUMMY

“대.. 대장님. 저. 저게 탱크인가 봅니다.”


속삭이는 민요한 소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그러나 김석배 중령은 싸늘한 시선으로 이를 갈고있다.

그래. 저놈이 얼마나 무식하게 지랄발광하는지 익히 들어 알고있다. 역시나 거대한 위용의 화포덩어리, 하지만 오늘 저놈 분명히 박살내고 만다.


“대장님. 9중대에서 무전이 왔습니다. 양촌리 방향에서도 적이 나타났습니다. 곧 교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놈들. 양동작전을 펼치려는 모양이군. ”


여전히 싸늘한 얼굴과 이가 갈린 목소리.


양촌리는 이곳에서 수킬로뒤에 있는 후방, 아래지방인 고성으로 적이 침투했다는 정보를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들었다.

놈들이 아군의 후방을 노리고있다. 김석배는 이곳 창원군(현 창원시) 출신이라 이지역 지리는 파삭하다.

놈들이 올라오는 길이야 뻔한것, 대비는 충분히 해놨으니까.


“해일, 어떻소?”


“준비가 끝났습니다. 날이 밝았잖습니까.”


서양인답지 않게 키가 170도 안되는 왜소한 체구의 미군이 씨익 웃는다.


“부탁하오, 해일 대위.”


“오케이.”


그는 근접지원을 위해 부산에서 급파된 미군 연락장교였다.

곧 먼하늘에서 시끄러운 발동기 소리가 들린다.


“빠르군.”


김석배 중령의 말대로였다. 한 십여분 걸렸을까. 미군 전술폭격기 3대가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게 옆집에서 마실나온 것처럼 빨랐으니.


그러나 도로의 탱크와 뒤따라오는 보병들은 별다른 동요가 없다. 여전히 살벌한 전차포를 위압적으로 산기슭을 향해 겨누며 방아쇠라도 잘못당기면 불지옥을 만들듯이 압박해오고 있다.


“하하, 대부분 저렇습니다. 당하기전에는 설마하는 법이죠.”


도로를 내려다보던 헤일이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둥치는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도로의 탱크가 화염에 휩싸이고 보병의 머리에 불벼락이 내려쳐졌다.


산위에서 해병들이 그 모습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때, 머리위를 가로지르며 날아갔던 폭격기가 다시 선회하더니 고개 건너편에도 똑같이 못된짓을 저지르고 먼하늘로 사라졌다.


양촌리로 올라오던 적들 역시 아군의 기습과 미군 폭격기의 도움으로 패퇴시켰다.

그날 인민군의 2차공세도 이렇게 막았다.


“그렇게 당했는데 설마 또 올까요?”


먼가를 기대하는 민요한의 목소리지만, 도로를 내려다보는 대대장은 아무말이 없다.


‘우씨~~ 또 온다는 소리네.’


말 안들어도 알겠다.

하긴. 조국이 망한다고 난리치던데 이정도의 공세가지고 사령부가 그렇게 요란떨었을리 없으니..


“낮에는 적들이 나타나지 않을것이다! 잠깐 휴식을 취하며 진지를 다시 개편한다.”


그래 그렇게 폭격을 당하고도 낮에 또 나타나면 병신이지.


“놈들이 도로로 오진 않을것이야. 진지 편성을 다시해야 한다.”


도로를 따라 V자 모양으로 배치했던 부대를 서쪽을 향해 일렬로 기슭에 재편해야한다.

놈들은 이제 가까운 기슭부터 점령하려고 할것이기에 고지전을 준비하란 소리였다.


벌써 세번째 진지공사지만 아무도 궁시렁대지 않고 열심히 삽질하고있다.

경험이란게 이렇게 무서운것이지..


“정찰조를 보내라!”


각각 3명으로 된 정찰조가 앞산을 향해 서쪽으로 서둘러 떠났다.

적들이 다시 몰려오기전에 자리잡아야 하니까.


이제 8월 2일 밤이 됐다.


본부에서 명령한 시한은 내일 새벽, 오늘밤만 버텨내 마산에 미군이 도착하면 임무가 끝난다.


슈우우웅.

묵직한 쇳덩어리가 밤공기를 찢더니 곧이어 땅에 부딪히며 폭발한다.


쾅! 쾅! 쾅!


화약과 흙을 허공에 뱉어내며 구덩이가 진지 곳곳에 솟아나고 있다.


“포격이다!! 모두 몸을 숨겨라.”


낮의 폭격에 복수라도하듯 좀처럼 끝나지않는 지독한 포격, 후방에 있는 산정상의 지휘소까지 화염의 불꽃이 터지고있다.

산의 흙을 전부 뒤집어 놓을것같이 촘촘히 떨어지는 포격에 참호안에서 철모를 누르고 잠시라도 몸을 꽉 조이듯 웅크리지 않으면 흙과 함께 위로 솟구치게 된다.


그렇게 꽤 시간이 흘렀다.

아군 참호가 있는 산기슭은 화염으로 대낮처럼 환하지만, 참호 정면의 벌판과 너머 산기슭은 한치앞도 보이지않는 완벽한 어둠에 파묻혀있다.


“조명탄을 쏴라!”


어두운 밤하늘로 한줄기 불빛이 올라가더니 펑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그아래 깨알같이 산으로 오르는 인민군들이 모습이 환하게 드러난다.


“정찰조로부터는 연락이 없는가?”


“아직 없습니다.”


빌어먹을 새끼들!! 아직도 참호엔 적의 포탄이 정신없이 터지고 있다.

몸하나 가누기도 힘든 상황이라 제대로 대응할수 없지만..


그대로 당하고만 있을수는 없지.


김석배 중령이 옆에 있는 장교에게 고개를 돌린다.

그가 눈을 마주치자 이빨을 모두 드러내며 매력넘치는 웃음을 보여주고 있다.


“콜.”


연약한 미군 장교의 무전. 그리고...


슈우우웅.

이번에도 공기를 가르는 묵직한 소리가 전장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러나 아군으로 날아오는 적의 포탄소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아군후방에서 적을 향해 멀어지는 소리도 아니다.


뜬금없이 적 진영 남쪽에서 날아오는 소리, 그 무언가에 의해 발산고개 건너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고개 너머의 적 진영에서 치솟기 시작한 거대한 불구덩이가 조금있다가 발산고개까지 강타하더니 이제는 벌판을 강타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아군의 산등성이쪽으로 다가오는 불기둥, 마치 개미를 짓밟아 죽이는 발자국처럼 느린 속도로 천천히 전진하고 있다.

담뱃불로 지진것같은 자국이 들과 산자락에 무수히 찍혀있고, 연기가 흩어진 자국 주변엔 인민군 시체들이 뭉텅이로 널려있다.


어디서 날아온지도 모르는 폭탄이 주변을 덮치자, 영문을 모른채 어쩔줄을 몰라하는 인민군의 모습이 진지에서도 생생하게 보이고 있다.


“낄낄낄. 너희만 포병이 있는게 아니다. 새끼들아!!”


왠지 비열해보이는 얼굴로 전방을 향해 통쾌하게 소리치는 민요한, 난데없이 적 진영에 터진 포탄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함포였다.

진해항에 있던 미 7함대 소속의 구축함이 마산만을 떠나 이곳 근처까지와 발사한 함포였다.


좁고 구불구불한 시골길로 무거운 화포를 끌며 트럭이 다닐 필요가 없다.

바다위를 미끄러지듯 순식간에 군함들이 달려오니까.


이제 전장은 화포를 이용한 난타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적과 아군진영 동시에 포탄이 강타하자, 2번 국도엔 조명탄이 필요없을 정도로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빛나고있다.


들판에 박히는 거대한 탄두에 옆 동료가 흔적도 없이 분해되도, 전사는 분노를 광기로 바꾸며 비탈을 오른다. 어디서 쏘는지도 알수없는 놈들의 포탄은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날벼락 같은것이었다.


포탄이 떨어지는 고개 너머의 후방이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면, 오히려 앞에 보이는 적의 진지근처까지 가서 놈들과 얽히는거야말로 겨눴던 포를 쏠수없게 만드는 안전지대 아니겠는가.


일명 데인저 클로즈 지역 (Danger Close Area).

아군의 지원공격이 아군 부대와 지나치게 가까운 상황으로, 스플래시 데미지에 의해 의도치않게 아군까지 당할수있는 범위를 말한다.


따라서 근접포격이 일어날수없는 구역이다.


이렇게 전사는 적의 총구를 향해 돌진해야만 살수있다는걸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있다.

시야를 가득 메웠던 동료 전사들의 뒷모습도 이젠 몇 보이지 않는다.


“저놈들도 보통이 아니다.”


대대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민요한도 놀라고 있다.


허리를 굽혀 몸을 낮춘 상태에도 기이할 정도로 빠른 진격속도는 도저히 인간의 몸놀림이라 할수없었으니까.


적의 포탄도 여전히 아군진지에 맹렬하게 떨어지고 있다.

참호안의 아군은 여전히 고개를 박고있는 상태, 그사이에 놈들의 선두는 벌써 산중턱까지 올라오지 않았나.

아직도 참호밖으로 고개를 내밀수 없다면 이 전투, 더는 위험하지 않겠는가.


바로 이때였다.


“대대장님 정찰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기다리던 무선이 왔다.


“그래, 다행히 늦지 않았군. 헤일 대위!”


“오케이.”


통신병이 건네준 쪽지를 받은 헤일이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조금후 고개너머 꽤 먼곳에 화염이 일어났다.


적 122밀리 화포위치를 알기위해 낮에 전방고지 두군데에 은밀히 파견한 정찰조에게 이제야 위치가 파악되었다.


전투내내 진지를 강타하던 적의 포격이 멈췄다.

그래, 이제는 반격할때다.


“공격하라. 적들이 가까이 왔다.”


적 선두는 첨봉소대와 이미 이십여 걸음까지 가까워졌다. 아군 함포로도 섣불리 쏠수없는 지점까지 다가온것이다.

앞 진지에서는 일제히 수류탄을 던지며 칼을 총에 견착하고 육박전을 준비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해병이다.

해병은 남한 유일의 특수부대라는 자부심이 있다.


해병은 아무 엄폐물도 없는 해변에 상륙해 적 방어를 뚫고 침투해야한다. 이렇게 적진에 포위된채 고립무원 상태에서 싸우는게 일상인 부대 아닌가.

따라서 해병은 훈련이나 전투능력에 있어 타 부대와 비교되는것조차 수치로 여길 정도로 자긍심이 넘친다.


진지에서는 맹렬한 육박전과 총격전이 벌어지고있다.


하지만 적들도 오랫동안 전쟁터를 휩쓸었다던 최정예다웠다.

발산고개에서 수없이 터지는 함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장의 광기에 사로잡힌채 여전히 개떼처럼 몰려오고있다.

치열한 전투가 밤새내내 이어졌다.


아침에 동이 뜰때가 되서야 비로소 조용해진 전장.

그 전장에서 산기슭 동녘하늘의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오롯이 서있는건,


피범벅이 된 해병이었다.


지옥같은 혈투속에서 기어이 2번국도를 지켜냈다.

이렇게 8월 3일 아침까지 대한민국 해병대는 만뇌사단의 공세를 막아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93화부터 본격적인 한국전쟁이 시작합니다. 24.07.26 18 0 -
공지 첫 이틀간의 전투는 하루 2편씩 올리겠습니다. +3 24.05.13 86 0 -
148 한국 해병대, 전설의 시작 3 NEW 9시간 전 5 0 10쪽
» 한국 해병대, 전설의 시작 2 24.09.18 11 0 10쪽
146 한국 해병대, 전설의 시작 1 24.09.17 13 0 10쪽
145 국가를 구하는 부대기동 2 24.09.16 14 0 10쪽
144 국가를 구하는 부대기동 1 24.09.15 20 0 10쪽
143 발등의 불 24.09.14 19 0 10쪽
142 낙동강전투 서막, 채학산의 죽음. 24.09.13 19 0 10쪽
141 워커, 필사의 각오를 밝히다 2 24.09.12 19 0 10쪽
140 워커, 필사의 각오를 밝히다 1 24.09.11 20 0 10쪽
139 화령장전투, 사상 첫 한미연합작전 24.09.10 19 0 10쪽
138 화령장 전투. 결국 독침을 막은건 국민이었다 24.09.09 21 0 10쪽
137 화령장전투 , 독침 살갗을 파고들다 24.09.08 20 0 10쪽
136 미원전투, 워커와의 첫만남 24.09.07 23 0 10쪽
135 미8군사령관 워커, 드디어 한국으로 넘어오다 24.09.06 21 0 10쪽
134 음성전투. 계속 날아가는 독침 24.09.05 26 0 10쪽
133 음성전투, 덫을 놓다 24.09.04 25 0 9쪽
132 동락전투, 국군 최초의 승전보 24.09.03 29 0 9쪽
131 동락전투, 전쟁중에도 애기는 생기는 법 24.09.02 27 0 10쪽
130 동락전투, 바우연대 24.09.01 30 0 9쪽
129 지연전 시작되다 24.08.31 30 0 9쪽
128 독침 하나, 인민 15사단 24.08.30 32 0 9쪽
127 무정, 독침 두개를 쏘다. 24.08.29 28 0 9쪽
126 인민 2군단장 무정 2 24.08.28 32 1 9쪽
125 인민 2군단장 무정 1 24.08.27 32 1 9쪽
124 스미스 특임대, 미국 참전의 신호탄 24.08.26 33 1 8쪽
123 풍덕천 전투, 희망의 불씨는 이어지고.. 24.08.25 30 1 9쪽
122 한강방어선, 무너지다 24.08.24 31 1 9쪽
121 한강방어전, 대비하는 자만이 승리한다 24.08.23 29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