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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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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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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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독침 두개를 쏘다.

DUMMY

“애송이 정신차리라!! 전쟁은 그야말로 국가총력전이다. 이것저것 재면서 어떻게 전쟁에서 이길 생각을 하는가. 전황이 한번 뒤집어지면 그깟 예비대를 몽땅 때려붓는데도 이미 늦는것이다. 그게 전쟁이란 말이다!!”


“왜 이리 통쾌합니까? 십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고 있습니다.”


무정의 일갈을 들으니 이봉선이 신이 난 모양이다.


대략 작전에 대한 개요는 세워졌다.

부대의 움직임을 짚어주며 작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 회의실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아오른다.


후방 평양에 있던 사단까지 남하하기 시작하면 무려 10개 사단이 불벼락치듯이 남으로 몰아칠것이다.


전쟁초기, 남과 북은 서로를 향한 무수한 헛발질과 시행착오로 승리의 기회를 놓치거나 막대한 전력의 손실을 입었다.

이는 채학산과 강건이라는 어설픈 사령관들의 무능력과 실수를 연발한탓이 컸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김홍락과 무정.


남북을 대표하는 최고의 지휘관이 모두 최전선에 나섰다.

최고의 전략가들이 나선 이상, 조금만 빈틈을 보여도 상대에게 물어뜯기지 않겠는가.


앞으로 전쟁 양상이 확연하게 달라진다는걸 쉽게 알수 있을것이다.


회의가 끝나자 넓은 회의실에 세사람만 남았다.

조금전의 열띤 분위기가 가라앉자 실내가 오히려 냉랭해지는 느낌이다.


“방금전 회의에서 했던 말은 다 헛소리야.”


정적을 그어내는 낮고 두꺼운 목소리는 평소 쾌활하고 거침없던 무정답지 않는 자조적인 말투였다.


“하핫. 형님 그럼 다들 속인거란 말이요?”


진천부가 황당하다는듯이 말하지만 눈은 초승달을 긋고 있다.


“이번 전쟁은 적을 얼마나 기만할수 있냐는데 달린것 아니냐.”


“호오~~ 적을 기만하기 위해서 아군까지 속였다는 말이군요.”


“짓궂군. 다알면서 뭘 그리 비아냥 대는거냐? ”


저렇게 심각한 내용을 농담처럼 말하다니..

전쟁터에서 아군 수뇌부를 속였다는 얘기를 저렇게 간단히 해도 되는건가.


하지만 맞은편 사내는 둘의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앉아있을 뿐.


“이번 공세에선 너희 두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정이 천천히 허리를 세우며 아까와는 다르게 사뭇 진지해졌다.


“너희는 내가 준비한 두개의 독침이니까.”


두개의 독침.


시종일관 관심없어 보이던 사내의 눈에 힘이 들어가는게 이제야 호기심이 생긴건가?


“이번 작전의 성패는 여기에 달렸다고 봐야지. 독침은 독해야 하지만 또한 빨라야 한다.”


무정이 둘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여전히 뭐가 즐거운지 싱글대는 진천부와 무심한 표정의 사내가 사뭇 대조적이다.


“만뇌. 부담이 클것이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고립무원으로 가는것 아닌가.”


“하핫. 걱정하지 마십시오. 형님이 뒤에 계시니 이제 마음놓고 작전을 펼칠수있지 않습니까. 적들의 마지막 숨통을 반드시 끊어낼것입니다.”


“그래. 내가 그대 능력을 의심하면 누굴 믿을수 있겠는가.”


“하핫. 제가 형님께 우겨서 하는 작전 아닙니까. 기필코 성공할테니 형님은 이번 공세에만 신경쓰십시오.”


그제야 고개를 돌려 종일 무뚝뚝하게 앉아있는 사내를 본다.


“내 진동지에게 그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진동지는 그대를 높게 평가하더군. 그대의 능력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지.”


“하핫, 맞습니다. 박동지는 후방에서 능력을 예리하게 갈아왔습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봐서 잘알지요. 아마도 전선에 있는 어떤 사령관도 박동지보다 낫진 못할겁니다. 이권무 동지쯤 되야 비슷할겁니다.”


“좋군. 사각턱과 동급이라. 진동지가 이리 칭찬하는건 정말 오랜만이야.”


최고의 전략가 둘이 본인을 칭찬하고 있지만 사내는 여전히 한쪽 귀로 흘리고 있다.


“박동지, 이번 공세에서 15사단은 주머니의 송곳처럼 날카로워야 한다. 찌르고 싶을때 꺼내서 찌르는 송곳 말이야. 나는 후방의 사단들이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곧 놈들의 틈을 만들 작정이야. 이때 그대는 독침이 되어 적의 목덜미에 깊게 박혀야한다.”


이제야 고개를 조금 흔드는 박성철을 진천부가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과할 정도로 조용한 남자, 처음 봤을때 누가 저렇게 과묵할줄 알았겠는가.


감히 김일성의 사촌 여동생을 버리고 새장가를 간 불꽃남자.

호텔까지 찾아와 사단 전술의 배움을 청할 정도의 배포.


이정도면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옆에서 지켜본 박성철은 벙어리로 착각할만큼 입이 무거운 사내였다.


이런 과묵함은 필승연대의 국단욱 대좌를 떠올리기 쉬우나 두사람은 전혀 달랐다.


국단욱은 과묵함속에 치밀하면서도 부하들을 잘 보살펴 신망이 두터운 반면, 박성철은 돌맹이 같은 입안에 극독의 독니를 숨기고 있는 독사의 영악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 그런 의미에서 독침의 역할은 그에게 딱 맞는 임무일테지..


“경부축선에서 3. 4사단의 탱크들이 잘하고 있지만 대전까지 점령하기는 쉽지 않을것이다. 그대가 적의 목덜미를 직접 노려야 한다.”


평택까지 진출한 인민군이 천안. 조치원은 그렇더라도, 대전의 북쪽을 해자처럼 둘러싼 금강을 쉽게 건널수 있을까?


틈새를 파고든 박성철이 대전 후방을 교란한다면 전쟁은 손쉽게 끝날것이다.


“동지, 이번 공세에서 마음껏 휘저으시오. 이제는 능력을 보여줄 때요.”


표정없던 얼굴이 딱딱해지다니 포커페이스인 그도 긴장하는가.

하긴 예비대로 후방에 있던 사단이 강력한 첨봉(尖峰)으로 전선전면에 나서게 됐으니 그런거겠지만..


진천부가 눈꼬리를 올리며 쳐다보고 있다.


“박동지, 얼마전에 동지 휘하로 들어간 동지를 잘 부탁하오. 아마 동지에게 큰 힘이 될것이오.”


흔하지 않는 진천부의 완곡한 부탁.

생색내거나 하다못해 겉치레라도 안심시키는 말을 할법도 하지만 박성철은 고개만 살짝 끄덕일 뿐이다.

박성철이 그의 부대로 되돌아갔다.


이천 장호원면.


“사령관 동지. 드디어 우리 사단이 정면에 나서게 됐습니다. 다른 부대가 공을 세우는걸 보고만 있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이제 공을 세워야지요.”


참모장 한기철 대좌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말하지만, 박성철은 손가락으로 턱을 괸채 별말없이 듣고만 있다.


“사령관 동지가 오신후부터 오늘을 위해 맹렬히 훈련해 오지 않았습니까. 전사들이 전선에 나가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고도 15사단은 후방에 남아 단내나게 훈련했다.

사단기동이라는건 쉽지않은 전술, 다른 사단과는 차원이 다른 훈련양을 감당해야 했으니까.


“하하하, 이래 심약해서리.. 사령관 동지래 막상 전장에 나간다니끼니 쫀기 아님네까? 걱정 마시라요. 나만 믿으면 되지 안갔슴네까!”


제법 호탕하게 웃지만 군기가 엄격한 인민군에선 생각하지도 못할 불경을 저지르고 있다.


“예전에도 그러디만 똑같기만요. 힘내시라우요. 사령관은 뒷짐만 뒤고 있음되는기 아니요? 전쟁이야 우리가 치루는거이디!”


회의실에서 대좌가 큰소리로 사령관을 무시하고 있지만 아무도 제재하지 않는다.

회의장 분위기가 갑자기 냉랭해졌다.


참모들이 힐끔거리며 사령관 눈치를 보고 있으나 그는 여전히 턱을 괴고 듣고 있을 뿐이다.


워낙 과묵해서 그렇게 보이는가,

아니면 아직도 사단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가.


오상만 대좌

소련파인 그는 나름 군부에 끝발이 있는 장교로 15사단에서는 연대장을 맡고 있다.


오상만이 사령관이 될거라고 다들 예상했지만, 어느날 박성철이 사령관이 되어 갑자기 나타났다.


흥, 저놈이래 내 부하였던 놈 아니었냔 말이야!!

소련 88여단 시절은 물론이고 북조선의 경비여단에서도 박성철은 오상만의 부하였다.


자신도 나름 북조선 군부에서 끗발있는 소련파 장교인데 낙하산에 당하다니.

오상만은 그가 사단에 내려온 첫날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김일성 동지는 저놈을 이리 아끼는기야!! 동상까지 내친 간나 아닌가. 내래 알고 있어. 저놈이래 과묵해 뵈는기 심약해서 그런거란 말이야. 그딴 놈이 내 상관이라니 이기 말이 안되는 거이야!!’


박성철을 잘안다고 생각한 오상만이 그를 무시하고 전횡을 일삼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역시 예상한대로 저놈은 말 한마디도 못하질 않나.


정말로 유약해서인가.

소문대로 오상만에게 오랫동안 주눅이 들어서일까.


사단내 장교들이 다들 수군거리고 있다.


“하하하. 그럼 내래 나가서 부대를 이동시키갔시오. 동지는 뒤에서 지켜만 보시라요.”


오상만이 나가자 회의실에 침묵이 깊게 드리워진다.

이상황에서 선뜻 입을 열다간 불벼락 맞기 십상이니까.


“저놈이 갈수록 안하무인입니다. 사령관 동지!! 전선에 나가기전에 저놈을 어떻게 해야합니다. 언제까지 지켜보실겁니까!!”


역시 무거운 공기를 찢고 이빨을 갈 사람은 참모장 한기철 밖에 없다.


사령관은 이것마저 한귀로 흘렸는지, 여전히 턱끝을 손으로 바치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고 있다.

아까부터 그의 시선은 앞에 앉아있는 참모 한사람에 머물러 있던것이다.


진천부가 부탁하던 그 장교였다.


작가의말

인민군 에이스가 등장했네요.


이당시 경험이나 성과를 보면 남북한 최고 무장은 김홍락과 무정입니다.

이들은 공교롭게 양군의 군단장으로 중동부 전선에서 계속 부딪치며 라이벌 구조를 형성하죠.


두사람은 팔로군 기동전과 방어. 지연전에서 최고수들입니다.

무정이 전쟁기간 내내 간담이 서늘한 기동을 여러차례 보여주지만 김홍락이 막아내죠.

특히 동해안에서 벌어진 두번의 기동은 워커가 심장이 떨어지는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지만 김홍락은 또 그걸 막아냅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제일 유명한 무정의 기동은 서쪽에서 일어납니다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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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발등의 불 24.09.14 19 0 10쪽
142 낙동강전투 서막, 채학산의 죽음. 24.09.13 19 0 10쪽
141 워커, 필사의 각오를 밝히다 2 24.09.12 19 0 10쪽
140 워커, 필사의 각오를 밝히다 1 24.09.11 20 0 10쪽
139 화령장전투, 사상 첫 한미연합작전 24.09.10 19 0 10쪽
138 화령장 전투. 결국 독침을 막은건 국민이었다 24.09.09 21 0 10쪽
137 화령장전투 , 독침 살갗을 파고들다 24.09.08 20 0 10쪽
136 미원전투, 워커와의 첫만남 24.09.07 23 0 10쪽
135 미8군사령관 워커, 드디어 한국으로 넘어오다 24.09.06 21 0 10쪽
134 음성전투. 계속 날아가는 독침 24.09.05 26 0 10쪽
133 음성전투, 덫을 놓다 24.09.04 24 0 9쪽
132 동락전투, 국군 최초의 승전보 24.09.03 29 0 9쪽
131 동락전투, 전쟁중에도 애기는 생기는 법 24.09.02 27 0 10쪽
130 동락전투, 바우연대 24.09.01 30 0 9쪽
129 지연전 시작되다 24.08.31 3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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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정, 독침 두개를 쏘다. 24.08.29 28 0 9쪽
126 인민 2군단장 무정 2 24.08.28 32 1 9쪽
125 인민 2군단장 무정 1 24.08.27 32 1 9쪽
124 스미스 특임대, 미국 참전의 신호탄 24.08.26 33 1 8쪽
123 풍덕천 전투, 희망의 불씨는 이어지고.. 24.08.25 30 1 9쪽
122 한강방어선, 무너지다 24.08.24 31 1 9쪽
121 한강방어전, 대비하는 자만이 승리한다 24.08.23 2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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