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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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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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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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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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침 하나, 인민 15사단

DUMMY

양옆에 도열해 있는 참모들 사이의 한 사내.


전우.


인민 12사단장으로 동부전선의 조공이었던 그에게 춘천공략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동부 2군단에서 책임을 씌울자는 그밖에 없었으니까.

진천부가 우려했던바 그대로 된것이다.


독립4사의 독립사단을 이끌며 임표와 함께 국민당을 정벌한 나름 대륙의 전쟁영웅이었던 그가 이따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최현의 춘천공략이 막히게 되자, 군단장은 전우에게서 2개 연대를 빼내 최현 사단으로 배속시켜 버렸으니, 전우로서는 눈뜨고 부대를 뺏긴 셈.


2개 연대면 사단전력의 7할, 이걸 빼가면 아무리 전쟁영웅이라 해도 제대로 된 전투를 치를수 있을리가 없다.

그런데도 작전실패의 책임을 그에게 씌우다니.


원래는 총살감이지만 전력이 약화된 상황을 감안했다며, 선심쓰듯이 계급을 강등해 중좌로 마무리짓자 진천부가 박성철에게 보낸것이다.


전우는 울분을 삼켰지만 어쩌겠는가.

일단 살았다는게 다행일뿐.


“작전참모!”


박성철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회의내내 듣는둥 마는둥했던 그였지만 어느새인지 눈동자에 촛점이 맺혀있다.


“공을 세우라. 그러면 그대의 부대를 다시 찾을것이다.”


뜬금없는 선문답처럼 들리지만, 말을 뱉은 김성철의 눈꼬리가 슬쩍 올라가 있다.


말의 뜻을 이해한건가. 사령관을 쳐다보는 전우의 표정이 더 단단하게 굳어진다.


그날 밤, 무정이 쏜 독침이 날아가기 시작한다.


인민15사단이 은밀히 움직이기 시작한것.

목표는 충북음성, 무정의 계획대로라면 그곳은 지금 무주공산이다.

이틀내로 그곳을 통과해 남조선 놈들의 허를 찌를것이다.


선두는 오상만의 48연대.


“대장동지. 정찰부대가 적과 만났다는 보곱네다.”


“뭐이야? 적의 규모는 어케 되는기야?”


뜻밖의 보고로 오상만이 미간을 조이고있다.

분명 음성으로 가는 길목엔 적이 없다하지 않았나.


“소대규모임네다. 기습을 받았지만서도 후속부대가 쫓아냈슴네다. 적들은 남쪽으로 퇴각한걸로 보임네다.”


“글키만 그래. 아새끼래 퇴잔병 아니갔어?”


그럼 그렇지.

밤새내내 진군한 오상만 대좌의 본진이 이제 막 음성에 진입했다.


새벽에 정찰부대가 적과 조우한 곳은 음성군 남쪽에 있는 음성읍의 인근지역, 역시 무정의 예상대로 음성에는 적이 없었다.


곧 동이 트려는지 어둠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는 새벽녁, 이제 연대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저녁에 다시 진군을 시작하면 내일중으로 음성을 돌파할수 있다.


적의 방어선이 음성 좌우로 늘어섰다는 사령부의 정보가 맞다면 이곳 음성이 방어선의 빈틈, 이곳만 통과하면 적의 후방이라는 소리 아닌가.

이대로 행군하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전공은 따놓은 당상일터, 그생각에 오상만의 입꼬리가 배시시 올라가고 있다.


“여기래 어디야?”


“동남리임네다.”


“고럼 오늘은 이 근처에서 보낼기야.”


“알겠슴네다. 동지.”


부하들이 쉴만한 곳을 찾아 정찰대를 보냈다.



동남리는 음성과 이천의 경계에 있는 마을.


전쟁이 터지자 동남리에 있는 동락국민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져, 모든 선생들이 학교를 떠나 뿔뿔이 흩어진 가운데 김옥령 선생만이 홀로 학교에 남았다.


“아~~ 이걸 어떡해.”


새벽부터 들리는 서남쪽의 총과 화포소리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


거기는 김옥령의 고향이 있는 곳, 사범학교를 막 졸업하고 발령받은지 한달밖에 안된 초보선생인 그녀는 미처 고향으로 피신하지 못했다.


불행의 시작일까.

살떨리던 새벽을 보내고 아침이 되자, 동락국민학교에 난데없이 인민군이 들이닥쳤다.


밖에서 들리는 각종 차량소음와 기계음 그리고 소란스러운 발걸음 소리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숙직실에서 불안에 떨고 있을때 숙직실 문이 쾅하고 젖혀졌다.


“뭐이야!! 사람이 있는기야?”


시커먼 얼굴의 전사가 의외인지 눈을 치켜뜨고 있다.


‘아~~’


총구가 자신에게 향하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온몸이 떨리고 있다.


“날래 나오라우!!”


막다른 길에서 마주친 맹수의 표효같은 군인의 거친 윽박지름에 오히려 다리 힘이 더 풀려 꼼짝할수가 없다.


“이 애미나이가 죽고 싶은거네?”


거친 손길에 이끌려 밖으로 나온 김옥령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끌려간다.


교정엔 이미 발 딛을틈이 없을 정도로 군인들로 꽉차있고, 교정밖 길가에는 막 도착한 차량이나 중장비가 시끄럽게 자리잡고 있다.


그녀가 끌려간 곳은 교정 한쪽 끝, 포승줄에 묶인채 꿇려있는 사람 앞에 한 장교가 의자에 앉아있다.


“숨어있는걸 잡아 왔슴네다.”


전사가 먹이를 던지듯 김옥령을 꿇어 앉혔다.

눈을 내리깔며 거만하게 앉아있는 장교 주변에는 악귀같은 무서운 얼굴을 한 사내들에 삥 둘러싸고 있다.


너무 무섭다.

심장이 마구 벌렁거리고 숨이 탁막혀 제대로 숨쉴수가 없다.


“여선상..”


사내가 갈라진 입술을 핥으며 말한다.


“아직도 남아있었다니 용감하구만기래.”


사내가 거칠게 광대뼈를 위로 솟구치며 야릇하게 웃자, 주변에서도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온몸을 훑고 있는 섬뜩한 시선들, 오싹한 솜털들이 전신에 솟구치고 있다.


탕! 탕! 탕!


그때였다. 바로 옆에서 터진 천둥같은 총소리에 김옥령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불과 십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뒤로 손이 묶인 사람들의 등뒤에서 쏜 총소리, 김옥령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니 뒷쪽에 포승줄에 묶인 사람들이 여럿 더 있다.


평소에 안면이 있던 면사무소와 경찰서 직원들이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이었건만..


노인과 아녀자도 꽤 눈에 띄는게 그들의 가족들, 지금도 팔에 붉은 완장을 찬 자들이 포승줄에 묶인 사람들을 계속 끌어오고 있다.


평온하던 세상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런 아비규환으로 변할수있나.

뇌가 천개 만개로 갈라지듯이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걱정하지 말라. 반동분자를 처단하는것 뿐이야.”


사내는 아직도 그녀에게서 가늘어진 눈을 떼지않고 있었다.


“여선상은 협조만 잘하면 그럴 일 없디.”


“대장 동지. 마을엔 수상한 낌새래 없슴네다. 주변에 정찰조를 보냄네까?”


그때 군관이 와서 보고하자 사내가 입술을 비틀어 웃더니 그녀를 향해 상체를 앞으로 숙인다.

그녀의 코끝에 느껴지는 기분나쁜 숨결.


지독한 눈길에 눈을 깔고 고개를 숙이며 외면하지만, 그게 더 사내를 만족스럽게 자극하고 있다.


“선상... 대답해보라”


“...”


“이 근방에서 국방군 놈들 본적이 있는기야?”


어제까지 부근에 있었던 국군은 오후에 모두 철수했다.

이빨은 탁탁 부딪칠 정도로 요동치지만, 얼어붙은 입술은 쉽사리 열리지 않는다.


“어.. 없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보여지는 탐욕스럽고 저열한 미소에 진정하려 애를 써봐도 가슴의 방망이질은 더욱 난동부리고 있다.


“선상.. 거짓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갔지.”


여전히 눈동자를 교차시키며 웃지만, 의미심장하게 내리까는 목소리에는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소름이 있다.


“트..틀림없습니다. 저.. 전쟁이 일어났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고장에 구.. 군인이 들어온 적은 어... 없었습니다.”


요동치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겨우 이 몇마디 뱉는데 사력을 다해야만 했다.


“기래. 기랬구만. 정찰은 필요없갔어.”


오상만이 다시 허리를 세우며 흡족하게 쳐다보더니 군관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바로 옆의 포승줄에 묶인 사내에게 시선을 돌린다. 마을 면장이었다.


“동무. 내래 왜 동무를 살려주는디 알아?”


면장은 고개를 떨구고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 뿐이다.


“동무는 운이 좋디. 내래 기회를 주는기야. 지금 우리 동지들이래 배가 고픈거 아니갔어. 가서 밥과 고기를 내오라. 그걸 보고 동무를 어떡할지 결정하갔어.”


“네.. 네.”


마을 면장이 군인들에 이끌려 국민학교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여기서 쉰다. 저녁에 다시 출발할기야.”


둘러싸던 군인들의 요란하게 주변을 떠나자,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오상만이 다시 김옥령을 흘려본다.


“선상,”


그의 눈길은 한층 더 비릿해졌다.


“선상도 대기하고 있으라.”


저급하게 뒤틀며 승천한 광대를 보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가고도 남는다.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할지 상상만으로도 불쾌한 소름이 돋아났다.


낄낄거리는 군인들을 뒤로하고 전사에게 이끌려 다시 숙직실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오상만이 흡족하게 보고 있다.


이제 난 어떻게 되나?

방에 들어온 그녀는 아직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얼마 안있어 밖에 소란해지며 풍겨지는 냄새, 식사준비를 하는것 같다.

그녀가 숙직실 밖으로 나오자 돼지 한점을 입에 오물거리던 전사가 묻는다.


“어딜 가는기요? 방에 있으라 하디 않았슴매?”


“화... 화장실이 급해서..”


“날래 갔다오라요.”


운동장 맞은편에 화장실로 쓰는 작은 건물이 있다.

학교 교정은 이제 군인들로 바글바글하다.


그녀가 문을 열고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어떡하든 탈출해야 한다. 안그러면 죽을거야.”


그녀가 화장실 위에 있는 작은 창문을 보며 결심하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기를 쓰고 창 틈으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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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낙동강전투 서막, 채학산의 죽음. 24.09.13 19 0 10쪽
141 워커, 필사의 각오를 밝히다 2 24.09.12 19 0 10쪽
140 워커, 필사의 각오를 밝히다 1 24.09.11 20 0 10쪽
139 화령장전투, 사상 첫 한미연합작전 24.09.10 19 0 10쪽
138 화령장 전투. 결국 독침을 막은건 국민이었다 24.09.09 21 0 10쪽
137 화령장전투 , 독침 살갗을 파고들다 24.09.08 20 0 10쪽
136 미원전투, 워커와의 첫만남 24.09.07 23 0 10쪽
135 미8군사령관 워커, 드디어 한국으로 넘어오다 24.09.06 20 0 10쪽
134 음성전투. 계속 날아가는 독침 24.09.05 26 0 10쪽
133 음성전투, 덫을 놓다 24.09.04 24 0 9쪽
132 동락전투, 국군 최초의 승전보 24.09.03 29 0 9쪽
131 동락전투, 전쟁중에도 애기는 생기는 법 24.09.02 27 0 10쪽
130 동락전투, 바우연대 24.09.01 30 0 9쪽
129 지연전 시작되다 24.08.31 30 0 9쪽
» 독침 하나, 인민 15사단 24.08.30 32 0 9쪽
127 무정, 독침 두개를 쏘다. 24.08.29 27 0 9쪽
126 인민 2군단장 무정 2 24.08.28 32 1 9쪽
125 인민 2군단장 무정 1 24.08.27 31 1 9쪽
124 스미스 특임대, 미국 참전의 신호탄 24.08.26 32 1 8쪽
123 풍덕천 전투, 희망의 불씨는 이어지고.. 24.08.25 30 1 9쪽
122 한강방어선, 무너지다 24.08.24 3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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