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일주일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공모전참가작 새글

zenithrone
작품등록일 :
2024.05.08 23:08
최근연재일 :
2024.09.20 18:00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531
추천수 :
0
글자수 :
390,044

작성
24.05.08 23:28
조회
70
추천
0
글자
12쪽

월요일

DUMMY

1. 월요일



왜 내게 말을 못해~ 이미 지나간 일들 진부한 옛 사랑얘기~


한 때의 나와, 나를 포함한 모든 내 또래들이 풋내 풀풀 풍겨내던 청춘남녀 시절,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줄기 추억을 인생에 각인시켜놓은 뜨거웠던 여성 삼인조 가수의 노래가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변치 않을 디지털 음악 파일 속의 감미로운 선율로 이른 아침의 정적을 조심스레 걷어낸다.

아직 잠이 얕게 덮여있는 멍한 머리를 잠시 갈무리 한 뒤 팔을 뻗어 머리맡에 놓여있던 전화기의 알람을 죽이며 시간을 보니 6시 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크게는 나라를 위해, 그것보다 조금 작게는 가족을 위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소박하게는 나 자신을 위해 조직사회 역군으로서의 사명감을 불태우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새롭게 하루를 열어야 한다는 지극히 보편적이고 타당한 이성과, 간밤 내내 뎁혀진 이부자리 속의 온기를 동료삼아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현실세계로 끌려나와 그 뒷얘기가 미치도록 궁금해 죽겠는 꿈나라 속 이야기로 바삐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저급한 반사회적 본성사이에서 피할 수 없는 대립의 기운이 움터 올랐다.

이 치열한 전투는 대략 10여 분간 소리 없이 이어졌고··· 결국은 언제나 그러했듯 달력 속 빨간 날이나 의사의 효과적인 처방 없이는 절대로 일어 날 수 없었던 날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날들과 같이 지극히 당연한 이성의 끈으로 게으르기 그지없는 반사회적 본능을 꽁꽁 묶어 사지를 못 쓰게 한 후 무겁기가 천근만근인 거대한 몸뚱어리에 담아 덮이불 밖으로 힘겹게 밀치어낸다.

“으아아아~~~하아암~.”

간신히 일으킨 상체 위로 커다란 기지개와 깊은 하품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오늘치의 처절했던 기상전쟁이 마침내 종전을 알려오는 신호다. 아니, 그보다는 휴전이라고 해야 함이 옳겠지. 싸움은 아침마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니까. 만 하루, 24시간 동안의 길고도 짧은 휴전. 인생은 매일 거듭 싸우고, 또 이겨내야만 하는 전쟁의 연속.


월요일 아침이다. 모든 직장인들이 야근, 대책 안서는 꼰대가 끼어든 회식과 더불어 가장 싫어하는 사회생활의 삼대 마왕 중 최전방에 서서 자신의 이름을 갖다 붙인 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그 위풍도 당당한 선봉장이자 우리들의 주적.

··· 그만하자. 어차피 절대 피해 나갈 수 없는 그들과 세상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 하릴없는 현실이니까. 이런 도움 안 되는 불평들일랑 속히 접어 쓰레기통에 던져두고 어서 출근 준비나 하세. 까딱 잘못하여 주 첫날이면 으레 암팡스런 모습으로 시내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 출근지옥의 마수에 잡혀 오도가도 못 한 채 시계만 보며 애태우고 있기는 정말 싫거든.

대강대강 철저히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두 평 될까 말까한 보금자리에서 기어 나오니 바로 펼쳐지는 부엌. 어젯밤 눈여겨봐 두었던 동탯국은 가스레인지 위에 얹혀진 뚝배기 안에 다소곳이 자리를 잡고서는 여전히 그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열어 재낀 뚜껑을 바로 닫지 아니하고선 냄새를 한번 맡아보았다. 순간 입안에서 군침이 빠르게 돌았다. 다시 뚜껑을 덮고는 잼처 중간 밸브를 열어 불을 켠 뒤 최대한으로다 약하게 불꽃의 크기를 조절했다.

‘좋았어!’하고 내심 속으로 쾌재를 울리려는 찰나, 벌컥! 하며 안방 문이 열린다.

아아··· 그리도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조~용하게 움직이려 했건만···.

“아들 일어났어?”

아침잠에서 깬 아들을 처음 볼 적마다 늘 건네 오시는 어머니의 말씀.

이에 나도 질 수는 없다.

“왜 또 일어나셨어요? 좀 더 주무시라니까.”

살짝 퉁명스러웠으나 이 역시 아침마다 상투적으로 내가 대꾸하는 방식이다.

“그래도 아들 일 가는데 어떻게 자고 있냐?”

“아 그럼 좀 더 일찍 일어나서 미리 밥 좀 차려놓으시던가!”

“이 임병할 놈의 새끼가 아침부터 욕먹고 싶어서?!”

당연히 이어진 어머니의 육두문자를 시원하게 들어먹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역시 이래야 아침이 제대로 열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도망쳐간 좁은 장소에서 짧았던 밤 동안 코 밑과 입 주위에 거뭇거뭇 고개를 내민 남자의 상징을 지저분하다는 사회적 미명하에 깨끗하게 제단한 뒤, 면상에 물을 좀 묻히고 조심스레 나오자 어느새 차려진 만한전석이 식탁 위에서 따뜻한 김 모락모락 피어올리고 있음이다.

그 앞자리에 앉은 나는 머슴 밥 마냥 담겨있는 고봉에 힘차게 숟가락을 꼽았다 꺼내며 뻔뻔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침엔 그냥 푹 주무시라니까요. 제가 뭐 애도 아니고, 이제 나이도 서른 훌쩍 넘었는데 아직도 밥을 차려 주십니까?”

“니도 나중에 장가가서 애 낳아봐라.”

“어머니도 다음 생애에 다시 아들 되어보세요.”

“아니 근데 이 옘병할 새끼가 꼭 아침마다 지랄이네?”

“아 밥 먹는데 진짜! 이러니까 내가 그냥 주무시라는 거야!!”

“이 새끼가 진짜??!!’

늘 아침 밥상에서 난 어머니와 이렇게 투닥투닥 거린다.

물론 출근하는 아들 따뜻한 밥이라도 멕여 보내야겠다는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 그러하시겠지만, 딸·아들을 넘어서 대부분의 모든 자식 된 입장에선 한두 살 먹은 아도 아니고 나이는 점점 차올라가건만 결혼은커녕 자립조차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고 죄송한데 거기다가 매일 밥까지 챙겨주시니! 그런 마음이 항상 모든 걸 받아주고 보듬어주시려는 부모님들의 모습에 미안해져 더욱더 부아가 난다고나 할까. 속마음은 그렇지가 않은데.

뭐 그건 그거고, 어쨌거나 뜨거운 국물에 어우러진 밥 알갱이가 두 공기나 위장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나니 그때서야 머리 또한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역시 아침엔 속 든든한 게 진리!

“아침마다 뭔 밥을 그리 처먹냐? 머슴처럼.”

“아 늘 말씀 드리잖아요~. 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평민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뱃속에든 황제한테 애저녁부터 먹을 걸 안주니 밤사이 굶어죽지 못한 거지마냥 되어버려 날이 밝아오면 미칠 듯한 허기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그럽니다!”

되도 않는 아들의 개똥같은 소리에 드디어 어머니께서는 두 손을 드신다.

“알았다, 알았어. 니 잘났다~.”

어머니와 이렇게 화기애매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밥상은 치워지고 슬슬 옷을 입고 집을 나설 시간이 되어간다.

조그맣다 못해 개미 코딱지보다도 작은 방으로 다시 들어와 해 떨어질 때까지 만큼의 전쟁을 치르기 위한 전투복을 몸에 끼우기 시작했다. 드레스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바지를 추켜올리고 정장 상의를 걸치는데··· 귀찮아 죽겠다. 말 그대로 귀찮기 그지없어서 이미 넥타이는 매듭을 풀지 않고 소검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러나 최대한 길게 뽑아 놓고는 목걸이처럼 머리만 넣었다 빼기를 반복한지 오래. 어쩌다 부주의한 실수로 소검이 노트라고 불리우는 매듭에서 빠지거나 하는 날엔 입에서 쌍시옷 나온다. 특히나 그날이 오늘 같은 월요일이거나 지난밤의 과음으로 인해 휴전협정이 살짝 지연됐을 때엔 더 큰 지꺼리로 튀어나오게 됨이 당연지사. 너무 오랫동안 매듭을 풀지 않아 그 부분만 심하게 때가 타던지, 이제는 슬슬 매던 거 말고 다른 걸로 한번 바꿔볼까 하는 마음을 먹는 날 외에는 거의 매듭지을 일이 없기에 가끔은 그 방법이 안 떠올라 어쩌다 거듭 만들어 볼라치면 묶었다 풀었다를 반복하기 일쑤다. 다행히 오늘은 한 큐에 끝~! 냈지만, 정말 넥타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남성들에게 있어 매우 귀찮은 물건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을 지어다. 이딴 걸 양놈들은 도대체 왜 하고 다니게 만든 건지. 지금이 30년 전쟁에 파병 가야하는 17세기의 크로아티아 시절도 아니고, 그리고 그게 멋있어 뵌다고 패션으로 승화시킨 멋쟁이 귀족들이 사는 중근세도 아니고···.

이렇듯 고등학교 들어서면서부터 매기 시작한 넥타이의 필요성을 아직도 발견치 못한 나이다. 음식 먹을 땐 젓가락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행여나 국그릇에 빠질세라, 술 마실 땐 또 술잔이나 안주에 떨굴세라 어쩌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면 짜증이 폭발해 그 자리에서 거칠게 벗겨내어진 뒤 그렇지 않아도 좁아터진 주머니나 무거운 가방 속에 한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에 불과한데. 아! 한 번, 아 아니,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단 한 가지 용도로 쓰이는 걸 보기는 했다. 정확히는 기억해버리고 말았다. 고딩 시절 일진들이 음습한 곳에서 지보다 약한 애들의 그것을 한손에 둘둘 말아 쥐고선 나머지 자유로운 손으로 개 패듯 두들겨대는 용도로 사용하곤 했던 것을. 비록 30년 전쟁의 승자는 프랑스였지만, 그 승전국을 돕기 위해 참전했었던 크로아티아 용병들은 크라바트 때문에 무지하게 맞고 다니지 않았을까? 큭큭큭. 근데 그 유일무이한 용도마저도 함부로 건드리면 돈 수백 깨지는 성인 사회에서는 사용 될 일 절대 없다. 그러니 한마디로 변태적인 미적 감각을 위한 치장효과 말고는 실용적으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만약 제아무리 잘나갔던 일짱 출신이라 해도 학생 때 생각에 취해 상대방의 넥타이를 사용하여 어른이 된 이후 오랫동안 참아왔던 분노의 봉인을 풀어버린다면··· 아마 자기 때문에 불우하게 지냈던 학우들이 흘렸던 모든 눈물을 합친 것보다 더 많고 뜨거운, 거기다가 자신의 더러운 혈액까지 섞여있는 그 무언가가 양 볼 위로 맺혀 흐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겠지.

암튼 귀찮은 정장을 정성스레 걸쳐나가고 있자니 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차라리 이렇게 불편하고 무 쓸모 한 타이 따위 걸치지 않는 우리 고유의 맛과 멋을 간직한 자랑스런 한복을 입는 편이···!

자, 그럼 이제 넥타이를 매는 수고를 하는 대신, 한복을 입고 출근하는 일상에 대해 고려해볼까?

···

······

그만 고려해보자.


“어머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차 조심하고~.”

‘아 그만 좀 하세요~. 제가 앱니까?’하는 톡 쏘임 가득한 몇 마디 말이 입안을 맴돌았으나 차마 내뱉지는 못하겠다.

“녜에~ 그럼 엄니도 압지하고 그만 좀 싸우시구요~.”

“이 임병할 놈 새끼가 진짜 욕먹고 싶어서!!”

참으로 많이 순화해서 내보낸 말인데도 어머니께선 역정을 부리시며 빌라계단을 내려가는 아들에게 마침 현관에 널려있던 신발하나를 냅다 집어던지신다. 하지만, 그걸 못 피할 내가 아니지. 나는 한창인 서른 줄. 어머닌 이미 기력이 딸릴 때로 딸릴 나이!


아··· 출근 한번 하기 힘들다···.

대략 내가 집을 나서며 하루를 열기 전의 일과는 이와 같다.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일상.

어머니께 단 한마디도 지지 않고 독설로 매번 응수해드리고는 있으나, 마음 한 켠은 언제나 쓸쓸하고 허전하기만 하다. 아직도 장가는 고사하고 사귀는 사람 하나 없는, 기반을 잡기는 개뿔 뭘 할 수 있는 조그마한 목돈조차 마련해놓은 구석 하나 없는··· 이 나이 먹도록. 그래서 아직도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는 현실이 항시 죄송하고, 한 편 뿐이라는 구석탱이를 넘어서 아예 그냥 마음 온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2024년 공모전에 드디어 참가하게 된 아마추어 작가입니다.



이 21세기의 대한민국이라는 세상 위를 힘겹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남성들을 위해 연필을 들어보았습니다.

아무쪼록 재밌게 봐주시고,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 가득하길 바라 마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4 호올맨
    작성일
    24.05.31 23:11
    No. 1

    순문학 쓰시는분 같은데 웹소로 보기에는 문장 문단의 호흡이 너무 긴거같아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ze******..
    작성일
    24.06.02 23:43
    No. 2

    아 넵 ㅎ.
    저도 웹에서 연재는 처음이라 ㅎㅎ.
    어떻게 고치면 더 보기 편하실까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의 아름다운 일주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금요일 NEW 8시간 전 3 0 23쪽
51 금요일 24.09.11 2 0 24쪽
50 금요일 24.09.07 4 0 24쪽
49 금요일 24.08.30 8 0 22쪽
48 금요일 24.08.22 10 0 27쪽
47 금요일 24.08.16 8 0 20쪽
46 목요일 24.08.08 8 0 22쪽
45 목요일 24.08.03 9 0 18쪽
44 목요일 24.07.27 8 0 18쪽
43 목요일 24.07.18 9 0 20쪽
42 목요일 24.07.12 6 0 20쪽
41 목요일 24.07.05 8 0 22쪽
40 목요일 24.06.28 8 0 12쪽
39 목요일 24.06.20 10 0 22쪽
38 목요일 24.06.15 14 0 26쪽
37 수요일 24.06.13 10 0 24쪽
36 수요일 24.06.12 8 0 26쪽
35 수요일 24.06.11 8 0 23쪽
34 수요일 24.06.11 9 0 24쪽
33 수요일 24.06.09 7 0 13쪽
32 수요일 24.06.09 8 0 13쪽
31 수요일 24.06.07 11 0 15쪽
30 화요일 24.06.06 8 0 14쪽
29 화요일 24.06.05 10 0 14쪽
28 화요일 24.06.04 8 0 15쪽
27 화요일 24.06.03 6 0 14쪽
26 화요일 24.06.02 8 0 13쪽
25 화요일 24.06.01 5 0 18쪽
24 화요일 24.05.31 12 0 13쪽
23 화요일 24.05.30 8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