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찢는 북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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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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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DUMMY

“아무래도 용을 노리던 놈들 같은데, 뭔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이는군.”


그 말에 제리얀이 놀랐다.


“세상에 북부인 말고도 용 사냥에 도전하는 미친놈들이 또 있다니?”


“하여튼 입만 열면 지역 차별이 자연스럽게 나오는군.”


“아, 미안해. 정말 놀라서 말이야. 그래서 저놈들이 뭔 생각으로 저딴 싸구려 도발을 한대? 눈이 없나? 방금 네가 용 죽인 걸 보고서도 뭔가 느끼는 게 없는 건가?”


정체 모를 무리가 천천히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샬릭은 그들과의 거리를 가늠하며 말했다.


“내가 용을 죽이긴 했어도 그 과정에서 많이 다치고 지쳤으리라 생각하는 거겠지.”


제리얀이 샬릭을 쳐다봤다. 그의 몸은 피투성이였는데 확실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크게 다쳤으리라 착각할 만했다.


그러나 제리얀이 알기로 갑옷에 묻은 피 중 샬릭의 것은 단 한 방울도 없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 갑옷이 북부의 보물이라던가? 그래서 칼조차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고 했다.


“북부인이 아니라면 저놈들 정체가 대체 뭘까?”


“글쎄, 갑옷에 뭔가 문장 같은 게 그려져 있긴 한데. 무장의 통일성이 없는 걸 보면 기사단은 아니야. 그런 것치고 무장 상태는 썩 괜찮군. 내가 봤을 땐 용병들이다.”


제리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어쩔 거야? 싹 쓸어버릴 거지? 그런 거라면 나한테 맡겨.”


아니, 난 대화부터 할 생각이었는데. 샬릭은 쓸데없이 과격한 소리를 지껄이는 제리얀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북부인도 그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행동하진 않아. 일단 대화부터 해봐야지.”


“내가 널 며칠 동안 지켜봐서 잘 아는데, 대화해봤자 결국 칼부림으로 끝날걸. 그럴 바에는 그냥 처음부터 칼 뽑아.”


북부인에 대해 이토록 잘 이해하다니? 이 녀석은 확실히 북부에 갖다 놔도 잘 살겠군. 샬릭이 호오 소리를 냈다.


“그래도 일단 대화부터 해보자고. 내 생각엔 저놈들이 그냥 떠돌이 용병단 같진 않거든? 왜냐하면 용병단치곤 너무 그럴듯하게 생겼잖아. 분명 뒤에 누군가 있을걸.”


“그런가. 그럼 언제 칼 뽑을 건지만 말해줘.”


자기는 칼도 없는 주제에 왜 자꾸 칼을 뽑으려고 하나? 샬릭이 작게 웃다가 용병단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잠깐, 거기까지만 와. 더 오면 나도 목숨 장담 못 해.”


“네놈은 북부인인가?”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묻자 샬릭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시는 대로.”


“하기야 갑옷 입고 용 사냥하겠답시고 설치는 놈은 북부인뿐이지. 그럼 북부인, 거기서 물러나라. 용의 심장은 우리가 가져가야겠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난 아주 세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희 따윈 오 분도 안 돼서 다 죽여버릴 수 있어. 그래도 덤비겠나?”


그 말에 남자가 잠깐 몸을 움찔거렸다. 그도 샬릭이 용을 죽였다는 건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정도 실력자를 상대로 덤비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남자는 샬릭이 용과의 싸움에서 크게 다쳤으며 또한 몹시 지쳤으리라 생각했다. 게다가 그에겐 수십 명의 부하가 있었다.


이대로 싸운다면 부하들을 좀 잃겠지만 그 대신 용의 심장을 얻는다면 남는 장사가 아닌가? 남자는 그리 생각했다.


“내 이름은 고리다. 넌 이름이 뭐냐, 북부인.”


“샬릭.”


“그래, 샬릭. 허세는 그만 부리지 그러냐. 네 몸이 만전의 상태가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넌 우리를 이길 수 없어. 용의 심장을 넘기고 얌전히 물러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도록 하지. 금을 원하나? 아니면 진귀한 보물? 어떤 것이든 말하라. 내 기꺼이 지불할 테니.”


샬릭이 웃었다.


“고작해야 용병단 단장으로 보이는 놈이 감히 용의 심장을 돈으로 사려 해? 뒷배에 누가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지. 가서 네 주인에게 고해. 용의 심장을 원한다면 직접 사냥해서 얻으라고.”


“그래서 기어코 내주지 않겠다?”


“그래.”


고리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 그는 흥 하고 콧김을 세게 뱉어내더니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았다.


“어리석은 놈. 황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차버리고 죽음을 재촉하는구나.”


“글쎼, 그건 내가 아니라 너 같은데.”


샬릭이 한 발자국 나서자 제리얀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칼부림하는 거 맞지?”


“그래.”


“그럼 저놈들은 내가 상대하지. 용과 싸우는 것도 아닌데 굳이 네가 나설 것까지야?”


이 기특한 놈, 알아서 쓰레기 청소를 자처하는군. 샬릭이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넌 북부에서 태어났어야 했는데.”


“그런 끔찍한 소리는 자제해주겠어?”


“그럼 난 뒤에서 좀 쉬고 있으마.”


제리얀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속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샬릭이 뒤로 물러나고 제리얀이 싸울 태세를 갖추자 고리가 눈가를 찡그렸다.


“귀쟁이? 넌 또 뭐냐?”


“귀쟁이가 아니라 요정이다, 이 종족 차별주의자야.”


“설마 저 북부인 놈의 부하인가? 언제 배신할지도 모르는 귀쟁이를 부하로 들이다니, 제정신이 아니군.”


“닥쳐, 이 종족 차별주의자야!”


화르륵! 제리얀의 분노를 대변하듯 거대한 불새가 일어나 용병단을 향해 날아갔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불새의 성난 기세에 놀란 용병들이 허겁지겁 무기를 뽑았다.


그러나 그건 멍청한 짓거리였다. 실체가 있는 새였다면 모를까, 불로 만들어진 새에게 무기를 휘둘러봤자 타격을 줄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빠르게 날아간 불새가 용병 무리에 부딪혔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비명이 울렸다. 어떤 용병은 몸에 불이 붙어 바닥을 나뒹굴었고 어떤 용병은 바닥에 쓰러진 채 끙끙 소리를 냈다.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 열 명도 넘는 적을 쓰러트린 제리얀이 사납게 웃었다.


고리가 소리쳤다.


“돌격해! 돌격!”


비록 열 명도 넘게 쓰러트리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적이 남아 있었다. 용병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제리얀을 향해 달려왔다.


제리얀은 침착하게 다음 마법을 발동했다. 마력은 반투명한 화살이 되어 용병들을 향해 재빠르게 날아갔다.


수십 발의 마력 화살이 용병들을 공격하자 일부는 무기를 들어서 막았으나 일부는 나자빠졌다. 그래도 아직 숫자가 많았다.


기어코 제리얀에게 가까이 다가온 놈도 있었다. 용병 하나가 무기를 크게 휘두르자 깡 하는 소리가 났다. 무언가에 막힌 듯 무기가 허공에서 부들부들 떨렸다.


“다 함께 쳐!”


고리의 명령에 여러 명이 달려들어 무기를 휘둘렀다. 제리얀의 몸을 지키던 보호막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엔 쩍 소리를 내며 깨지고 말았다.


용병들은 크게 웃으며 다시 무기를 휘두르려 했지만 보호막이 깨지는 것과 동시에 마력이 터져 나왔다.


그 충격으로 용병들이 뒤로 날아갔고 바닥에 처박힌 채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제리얀의 마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 용병이 뒤에서 칼을 휘둘렀으나 제리얀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공간 이동으로 안전한 곳으로 도망친 제리얀이 두 손을 모았다가 휙 휘둘렀다.


손이 그리는 궤적을 따라 거대한 불길이 일었다. 경로상에 있던 용병들은 그대로 불에 타죽었고 멀리 떨어져 있던 놈들은 불길 때문에 감히 제리얀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제리얀은 불길 뒤에서 안전하게 용병들을 저격했다. 마력 화살, 바람의 칼날, 벼락불 등등. 온갖 마법을 선보이며 용병들을 농락하듯 압도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샬릭이 호오 소리를 냈다. 자기 실력에 굉장히 자신 있어 보이던데 그게 허세가 아니었군. 하기야 지금까지는 줄곧 용만 상대했으나 제 실력을 제대로 보일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더 싸울 놈 있나?”


용병들은 대부분 죽었거나 무력화됐다. 남은 놈들도 사기를 잃은 상황인지라 감히 더 덤빌 놈은 없어 보였다.


제리얀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리를 쳐다봤다.


“댁은 안 싸우나?”


고리는 대답이 없었다. 제리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안 싸우겠다 이거지. 그럼 죽어야지 뭘.”


“잠깐, 할 말이 있다.”


제리얀이 거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봐.”


“살려다오.”


제리얀은 그게 뭔 소리냐고 말하지 않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는 고리를 죽이는 대신 샬릭을 쳐다보며 물었다.


“살려달라는데?”


“나도 들었어. 자기 부하들은 다 죽게 뒀으면서 자기는 살려달라고? 웃기는 놈이군. 우리가 널 왜 살려줘야 하는지 이유나 하나 대봐.”


고리가 침착하게 답했다.


“황금을 주겠다. 진귀한 보물도 원한다면 내주지. 그러니 살려만 다오.”


“그거야 몹시 군침 도는 이야기지만 고작 그것 때문에 널 살려줘야 할 필요는 못 느끼겠는데.”


“제발······.”


샬릭이 픽 웃더니 말했다.


“애초에 용의 심장은 왜 노렸던 거냐? 여긴 또 어찌 알고 왔고?”


“내 주인에게 바치기 위해서였다. 용의 심장을 바쳐 더 위로 올라가려 했지. 여긴 어찌 알고 왔냐고? 이 근방에 용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놈을 죽이기 위해 용병단을 이끌고 왔는데······.”


“네 주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참 어리석군. 용의 심장을 탐내? 그게 고작 용병단 보내서 얻을 수 있을 만한 물건인 줄 아나?”


“······주인께서 날 여기 보낸 게 아니다. 내가 스스로 온 거지.”


“그래? 어쨌든 네 주인도 안 됐군. 애꿎은 부하만 잃게 됐으니.”


샬릭이 칼자루에서 칼을 뽑자 고리가 흠칫 놀랐다. 그가 다급하게 외쳤다.


“날 죽이면 안 돼!”


“왜 안 되지? 내가 그 이유를 맞춰볼까? 후회하기 때문이야. 네 뒤에 있는 그 주인이라는 놈이 어마어마한 거물이라서 내가 널 죽이면 분명 후회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겠지. 내 말 맞나?”


고리가 어어 소리를 내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그 말이 맞다. 내 주인께서는 몹시 거물이다. 그러니 날 죽이면 후회할 거야.”


샬릭이 쯧 하고 혀를 찼다.


“하여튼 너 같은 놈들을 보면 참 역겨워. 자기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주제에 뒷배를 믿고 설쳐대지. 그리고 죽을 때가 되면 꼭 자기 주인이 어쩌고 후회가 어쩌고 지껄이지. 지금까지 만난 놈들 중 안 그런 놈이 없어.”


“저, 정말이야! 네가 강하다는 건 알겠어! 거기 있는 요정 마법사가 강하다는 것도 알겠고! 하지만 내 주인께선 그보다 더 강하시다! 거느리고 있는 세력도 어마어마하고!”


샬릭이 여전히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네 주인이 누군데? 한 번 지껄여봐.”


고리가 기다렸다는 듯 다급히 외쳤다.


“이 땅에서 가장 위대하신 분, 모든 용병의 지배자, 일곱 제국공 중 한 명인 무적공(無敵公) 전하······.”


무적공? 샬릭이 아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 용병왕 양반? 옛날에 내가 두들겨 팼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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