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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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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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진자호(亡秦者胡)

DUMMY

=================



시황제는 자신이 세운 전무후무한 업적들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랐다.


아방궁(阿房宮).

여산(驪山)의 황릉(皇陵).

서쪽에서 동쪽 끝까지 아득하게 연결되는 만리장성(萬里長城)에 이르기까지.


그것들은 모두 시황제 본인의 업적을 찬양하기 위해 축조된 상징물이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했던 당대의 수많은 위정자들처럼 시황제도 본인이 사망하면 천하통일의 업적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두려워했다. 그래서 본인의 업적들이 영원히 기록되도록 대규모 토목공사를 남발해온 것이다.


“상장군께선 망진자호라는 말을 들어보셨소?”

“예. 세간에 떠돌고 있는 해괴한 궤변으로 알고 있습니다.”


망진자호(亡秦者胡).


진나라는 오랑캐에게 멸망하리라.


흉노족을 대파한 진나라의 명장은 그 말을 얼토당토않은 궤변으로 취급했다.


한낱 요설일 뿐이다.

중원을 제패한 통일제국이 어떻게 오랑캐들 따위에게 무너지겠는가.


하지만 시황제는 진나라의 강성한 위용을 과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유목민족들의 침략을 크게 염려했다. 흉노족을 위시한 오랑캐들의 말발굽에 중원이 짓밟힌다면 진나라의 모든 유산이 한낱 잿더미가 되어 사라질 테니.


“폐하께선 언제나 북적의 침략을 염려하셨소. 북방의 장성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잖은가. 단순한 기우에 불과했다면 수십만 명의 백성들을 동원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는 없었겠지.”

“예, 그건 그렇사옵니다만.”

“아들이자 신하가 된 도리로서 부황의 심려를 해결해드리고 싶소. 북적을 경계하는 부황의 심려만 해결된다면 무리하게 감행되고 있는 장성의 토목공사가 후순위로 밀려날 테니.”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두려움을 지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근원을 말소하는 것이다.


유목민족들의 맹주를 자처하는 흉노족을 완전히 말소한다면 편집증에 가까운 시황제의 불안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 터.


단언하기 어려운 과업이다.

대승을 거둔 몽염도 두만 선우를 쫓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는가.


두만과 측근들을 사막까지 축출했지만 흉노족 산하의 부족들은 여전히 건재했다. 드넓은 초원을 호령하는 부족장들은 스스로를 선우(單于), 혹은 우현왕(右賢王)이라 자칭하면서 방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옛 연(燕)나라 국경을 수차례 침탈하고 있었다.


“이대로 토목공사가 이어진다면 백성들의 한탄과 원망이 누구를 향하겠소? 고립무원의 처지에 봉착한 육국의 백성들이 진나라를 타도하고자 벌떼처럼 일어나겠지.”

“······.”


만리장성의 무리한 축조로 진나라를 멸망으로 이끌 대규모 민중동기가 발생한다면 유목민족들의 침공을 두려워한 시황제는 천손만대에 걸쳐 웃음거리로 전락하리라.


그를 직감한 몽염은 무거운 침음을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구원군과 운중군을 정벌하여 흉노족들을 일소한다면 분명 폐하께서도 안심하실 것이옵니다.”

“아니,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소. 동호가 점령한 대군과 상곡군까지 쓸어버려야 하오.”


동호(東胡)까지 정벌하겠다는 호언에 무거운 침음이 재차 이어졌다.


불신하는 것은 아니다.

황실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공자를 누구보다 믿고 있었다.


하지만 강족과 흉노족에 이어 동호까지 도모하겠다는 부소의 계획은 상장군 몽염조차 감히 엄두를 내기 어려운 위험한 모험이었다. 그렇기에 확답을 미루면서 복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상장군의 휘하로 참전하고 싶소. 절대 방해는 안 될 테니 안심하시오.”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근데 문제가 있소. 내가 말을 못 타오. 출정하기 전에 말 타는 방법부터 알려주면 좋겠소.”

“······.”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농담이 아니다.


부소의 진지한 모습을 바라보던 몽염은 눈앞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 * *



상군(上群)의 만리장성 현장으로 좌천된 부소가 상소문을 올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궁궐이 발칵 뒤집혔다.


불과 한 달도 안 되어 벌어진 일이다.


유배지나 다름없는 변방에서 은인자중하면서 사면을 기다려도 모자랄 판국에 궁중으로 상소문을 재차 보내어 황제의 심기를 건드린단 말인가. 어전에 집결한 문무백관은 곁눈질로 슬쩍 황제를 바라보면서 반응을 살폈다.


“이사, 부소가 만리장성의 완공을 내후년까지 유예해달라는군.”


부소가 올린 상소문은 승상(丞相) 이사마저 당혹시키게 만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는지 완고한 얼굴에 의아함을 내비쳤다.


“결코 불가한 상소입니다. 올해 안으로 옛 조나라의 국경을 두르는 장성을 완공해야만 내년에 옛 연나라의 국경을 방비하는 장성을 쌓을 수 있습니다. 중원의 통일을 만천하에 선포하고 유목민족들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장성은 한시라도 빨리 완공되어야 하옵니다.”

“크흠, 당연히 그렇겠지.”


백년대계를 위한 희생은 어쩔 수 없다.


당장 수십만 명에 이르는 백성들이 고통을 받을지 모르나, 북방을 방비하는 장성이 모두 축조된다면 중원은 백년에 걸쳐 평화를 누리게 될 터였다.


고지식한 성격의 명사답게 이사는 지극히 정석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아무래도 부소 공자께선 고향을 떠나 토목공사 현장에서 노역하는 백성들을 대하면서 은연중에 측은지심을 느끼신 모양입니다. 과연 어진 성품을 갖추신 부소 공자로군요.”


이사가 뒤로 물러서자 중거부령(中車府令) 조고가 말을 덧붙였다.


칭찬은 허울에 불과했다.

늙은 환관이 클클 웃으면서 부소의 물러터진 성품을 비꼬았다.


한낱 동정심에서 비롯된 상소문을 올려 황제를 기만하고 궁중에 소란을 일으켰으니 분명 황제께선 이번에야말로 불효막심한 아들에게 엄벌을 내리실 터였다. 조고는 기대감에 물든 눈길로 황제의 명령을 기다렸다.


“흐흐, 흐하핫! 흐하하하핫!!”


양손으로 펼치면서 상소문을 읽던 시황제가 돌연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궁중을 들썩이게 했다.


승상 이사. 중거부령 조고.

그리고 수많은 문무백관의 시선이 시황제에게 집중되었다.


지금까지 험악하고 살벌한 면모를 일관해온 황제였기에 파안대소를 터트리는 천진난만한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게 되었다. 황제의 측근인 이사와 조고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대장군은 있는가.”

“부르셨사옵니까, 폐하.”


시황제가 상소문을 내리면서 호명했다.


그에 대장군(大將軍) 풍겁이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군례를 올렸다.


“구원군과 운중군을 침탈한 오랑캐 놈들을 모두 일소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나?”

“으, 으음···. 3년은 족히 걸릴 것이옵니다.”


광활한 들판과 사막을 종횡무진하며 활개치는 유목민족들은 전면전을 회피하고 유격전을 즐기는 교활한 방식을 고수했기에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웠다.


3년.

최대한 기간을 줄여서 대답했다.

만약 어수룩하게 곧이곧대로 말했다간 황제로부터 “무능한 놈!” 이라며 매서운 불호령이 떨어질 터였기 때문이다.


풍겁의 대답에 시황제는 상소문을 이사에게 건네면서 입을 열었다.


“장성의 완공을 내후년으로 유예하는 조건으로 부소가 상장군 몽염과 함께 오랑캐들의 정벌에 나서겠다고 호언장담하는군. 게다가 2년 안에 오랑캐들에게 빼앗긴 구원군과 운중군까지 탈환하겠다라···. 허풍도 이런 허풍이 없지. 이사는 어찌 생각하는가?”

“······.”


허장성세에 불과한 협상이다.


하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이미 부소에게 상장군 몽염을 보필하여 강족과 흉노족을 토벌하도록 명령하지 않았던가. 유목민족들의 토벌과 함께 빼앗겼던 영토를 탈환하게 된다면 만천하에 다시금 진나라의 위용을 떨치게 되리라.


도중에 실패하더라도 나쁠 건 없겠지.


부소를 황량한 변방으로 좌천시킨 이유는 유순한 성정을 뜯어고치기 위함이었다. 군중의 장졸들과 함께 전장의 가혹한 참상을 마주함으로서 많은 경험을 쌓게 되리라.


게다가 실질적인 지휘는 상장군 몽염과 휘하의 장수들이 전담할 것이기에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천하통일을 완수한 진나라의 30만 정예군단이 오랑캐들에게 패배할 리가 없었으니.


“폐하, 법가의 근본을 뒤흔드는 궤변이옵니다. 폐하께서 만천하에 내린 황명을 번복한다면 백성들이 법의 지엄함을 가벼이 여길 겁니다. 어서 부소 공자에게 참군을 파견하여 장성의 완공을 재촉하시옵소서.”


법에 예외가 존재할 순 없다.


그리고 황제가 내리는 지엄한 황명에 번복이 있어선 안 된다.


장성을 완공하는 기간이 유예된다면 황릉과 아방궁을 건설하는 현장에서도 완공을 유예해달라는 목소리들이 서서히 나오겠지. 무질서한 희망은 통치를 어지럽히는 극독(劇毒)이나 다름없었다.


“폐하, 부소 공자께서 그토록 호언장담하니 대규모 토벌을 맡겨보시지요. 상장군 몽염과 용맹한 제장들이 옆에서 보필할 텐데 무엇이 걱정이겠사옵니까?”


전쟁터에선 언제나 수많은 위험들이 존재한다.


눈 먼 화살에 절명할지도 모른다.

진중에 은밀히 잠입한 살수에게 목이 달아날 가능성도 있었다.


대규모 원정이 처참한 실패로 끝난다면 상장군 몽염과 함께 문책을 받게 되겠지. 진나라 군부의 수장인 대장군이 난색을 띄울 정도이니 원정에서 실패하거나 함양에 빈손으로 돌아올 확률이 높았다.


부소와 몽염을 한꺼번에 보내버릴 절호의 기회였다. 둘을 싸잡아서 제거한다면 호해를 이세황제에 추대함에 있어 수월해질 것이다.


조고는 일거양득의 상황을 계산하고는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설득했다.


“짐은 이미 부소에게 상장군 몽염과 함께 흉노족을 정벌하도록 명령했다.”


과장된 광대놀음에 가까운 허장성세를 덥석 믿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허장성세가 만들어낼 결과에 기대감을 느꼈다.


거칠고 모진 원정이 될 터.

황량한 사막과 초원을 누비면서 오랑캐들을 대적하게 되리라.


원정에서 실패하더라도 패전의 경험이 깊은 교훈을 심어주겠지. 직접 현장에서 경험을 쌓도록 변방으로 파견했던 시황제였기에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한 부소의 제안에 흥미를 느꼈다.


“이사, 촉군 태수와 파군 태수에게 파발을 띄워라.”

“예···. 알겠사옵니다.”


관중(關中)에 이어 어마어마한 생산량을 자랑하는 촉군(蜀郡)과 파군(巴郡)의 물자를 동원한다면 단기간에 거병 준비를 끝낼 수 있을 터.


부소의 제안을 흡족하게 여긴 시황제는 촉군과 파군에 징발령을 내렸다.


“폐하, 상장군 몽염에게만 출진을 윤허하시옵소서.”

“부소 공자는 전쟁을 수행해본 적이 없습니다. 자칫 원정에서 참혹한 흉사라도 입으실까 두렵사옵니다.”


시황제가 부소의 얼토당토않은 계획을 그대로 수용하자 진나라의 노신들이 우려를 내비치면서 반대에 나섰다.


성군의 재목을 잃을까 두렵다.

노신들은 부소의 상소문을 젊은 혈기에서 비롯된 만용이라 여겼다.


광활하게 펼쳐진 황야를 누비면서 오랑캐들을 토벌하는 대규모 원정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수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으리라. 학문을 좋아하는 백면서생에 불과한 부소가 혹독한 강행군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짐은 이미 부소와 몽염에게 북적의 토벌을 명령했다. 그러니 대신들은 나서지 말라.”

“······.”


시황제가 확고한 결심을 내비치자 노신들은 머뭇대는 모습을 보이면서 물러섰다.


작가의말

Q: 마오쩌둥이 미안할 때 말은?


A: 잘모택동 ㅋㅋㅋㅋㅋ


오후 조크를 한 번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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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접전(1) +13 24.07.25 14,636 334 11쪽
10 출진 +21 24.07.24 14,978 357 13쪽
9 대규모 원정 +14 24.07.23 15,283 363 12쪽
» 망진자호(亡秦者胡) +21 24.07.22 15,479 407 11쪽
7 두 번째 상소문 +18 24.07.21 15,858 404 12쪽
6 상장군 몽염 +13 24.07.20 16,316 393 11쪽
5 30만 정예군단 +18 24.07.19 17,203 386 13쪽
4 다시 돌아온다면 +15 24.07.18 17,963 430 13쪽
3 추방 +23 24.07.17 18,942 428 14쪽
2 진나라 황실 +17 24.07.16 19,765 462 14쪽
1 공자 부소 +43 24.07.16 23,024 48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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