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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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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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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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원정

DUMMY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물자로 분류되어 왔다.


병기와 군량을 수송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했다.

특히 말을 탄 기병은 전장을 호령하는 최강의 병종으로 불렸기에 용맹하게 육성한 군마(軍馬)의 필요성이 더더욱 강조되었다.


기마술에 능통한 북방의 유목민족들은 기병의 우위를 발휘하여 중원을 번번이 침략했다. 그에 상장군(上將軍) 몽염은 초원에서 우수한 준마들을 조련하면서 기병 전력을 키워나갔다.


“명마들 중에서도 으뜸이라 불리는 천리마입니다. 서역의 부족들과 교역하여 천리마를 들여오고 있습니다.”


푸르르릉-!!


마온(馬溫) 직책을 맡은 마구간지기가 커다란 말을 끌고 왔다.


맹수처럼 사나우면서 용맹하다.

게다가 마신(馬身)이 무려 7척에 달했기에 본능적으로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극상의 명마로 불리는 한혈마(汗血馬)가 틀림없다.


상장군 몽염과 휘하의 장수들은 모두 한혈마를 탄다고 한다. 당연히 한혈마가 무척 귀하기 때문에 일반 기병들에게는 지급되지 않았다.


“으앗! 고, 공자님!!”


함께 따라온 은리가 비명을 내질렀다.


마구간을 나온 한혈마가 갑자기 은리가 쓰고 있던 의관을 덥석 물었기 때문이다.


“공자께서 말을 능숙하게 다룰 정도로 기마술을 익히신다면 당연히 상장군께서 천리마를 선물하지 않겠습니까! 분명 천리마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마를 주실 겁니다!”

“음···. 기마술을 익히는데 보통 몇 년 정도 걸리나?”

“족히 2년은 걸립니다. 그리고 실전에서 1년을 더 배워야 합니다.”

“······.”


정석대로 기마술을 배운다면 원정이 끝날 때까지 빌빌대겠군.


마차를 타야 하나.


아니,

그건 너무 모양새가 빠지는 일이다.


일단 한 달 동안 기마술 훈련을 받아본 다음에 결정해야지.


최선을 다해 훈련했음에도 결과가 엉망진창이라면 차선책을 알아볼 수밖에.


“공자님이 이 맹수를 탄다고요? 분명 일각도 못 버티고 말에서 떨어지실 텐데···.”

“무, 물론 아닙니다.”


마구간지기가 머쓱한 듯 헛기침을 하더니 한혈마를 돌려보내고 조랑말을 끌고 왔다.


“공자께서 타실 훈련마입니다.”

“···혹시 망아지인가?”


늠름한 위용을 자랑하던 한혈마 때문에 안목이 높아진 탓일까.


중원 품종의 말을 보게 되자 실망감이 밀려들었다.


체격이 현저히 작다.

과하마(果下馬) 수준까진 아니겠으나 한혈마와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컸다.


흉노와의 전쟁을 준비하던 한무제(漢武帝)가 우수한 한혈마들을 확보하기 위해 대완국(大宛國)을 공격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맹수처럼 사나운 한혈마들로 기병을 육성한다면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을 테니.


“자네가 말을 타는 방법을 가르쳐주게.”

“하, 한낱 마온에 불과한 제가 어찌 공자를 가르치겠습니까? 저는 그저 군마를 대령할 뿐이옵니다.”


기마술을 단기간에 학습하기 위해선 노련한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달인이 필요할 터.


설마 독학하라는 말은 아니겠지.


“저, 저요?! 저는 일개 환관일 뿐인데요!”

“기대도 안 했어.”


은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자 곱상한 용모의 환관이 아연실색하며 손사래를 치는 반응을 보였다.


‘과연 원정이 개시될 때까지 말을 탈 수 있으려나. 망신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겠다만.’


군문을 나서자마자 말에서 굴러떨어진다면 필시 망신을 당하게 될 터였다.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사양하고 싶다.

일단 상장군 몽염에게 부탁하여 말을 타는 요령을 알려줄 무관을 수배하려 했다.


“소녀가 공자에게 말을 타는 요령을 알려드리겠사옵니다.”


발걸음을 돌리려던 와중에 검은색 도의를 걸친 여인이 다가왔다.


상장군 몽염의 외동딸인 몽연화였다.


아버지의 당부를 받고 마구간까지 찾아온 듯했다. 북방을 평정하겠다고 호언했던 주제에 말도 제대로 못 타는 샌님이라는 사실을 들키자 머쓱한 마음이 들었다.


“근데 등자가 한쪽 밖에 없구려. 원래 양쪽에 달려있지 않소?”

“네?”


등자(鐙子)는 안장에 달린 발의 받침대를 말한다.


신기하게도 훈련마의 안장에 달린 등자가 한쪽 밖에 없었다.


왜 양쪽에 달려 있지 않지?

좌우에 달려있으면 마상에서 훨씬 균형을 잡기 편할 텐데. 훈련마이기 때문에 일부러 한쪽 등자를 빼버린 건가.


그뿐만이 아니다.


말발굽을 보호하는 편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대신 말발굽을 가죽으로 덧씌워두고 있었다.


‘편자가 발명되기엔 너무 이르지. 등자가 한쪽 밖에 없는 것도 그렇고···.’


나중에 떠올린 사실이지만 말의 안장에 등자를 양쪽으로 달게 되는 것은 한나라와 삼국시대의 과도기부터였다.


한쪽만으로도 균형을 잡음에 있어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본인은 기마술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었기에 등자를 양쪽에 달기로 했다.


“말은 영특한 동물이옵니다. 그러니 말을 타면서 평정심만 유지하시면···.”

“어어?”


푸르릉, 소리를 내면서 빤히 쳐다보는 훈련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훈련마가 입을 벌리더니 옷소매를 콱 물었다.


“공자님!”

“고, 공자?!”


훈련마가 옷소매를 당기면서 홱홱 흔들어대자 바람에 나풀대는 종이인형처럼 무력하게 끌려다녔다.



* * *



공자 부소와 상장군 몽염은 진나라의 국경을 침범한 대역무도한 북적을 토벌하라.


황명이 내려왔다.

그에 상장군 몽염은 모든 장졸들에게 전역(戰役)을 선포했다.


촉군(蜀郡)과 파군(巴郡)에서 올라온 물자가 한중군(漢中郡)을 통과하여 전선에 이르렀다. 물자를 실은 수레들이 늘어나고, 병사들의 군사훈련이 잦아질수록 전운이 서서히 고조되었다.


“분명 말을 처음 타신다지 않았는지요?”

“그렇소만.”


1주, 2주.


그리고 1개월.


말을 다루는 솜씨가 일취월장하듯 부쩍 늘어났다.


신병들의 연습에 동원되는 온순한 훈련마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다. 하지만 지금은 노련한 기병처럼 곡예에 가까운 수준의 능숙함을 자랑했다.


한 달 만에 기마술을 대성한 사람이 있었던가?


단순히 재능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빠르다.

그래서 ‘어떤 의도나 목적 때문에 일부러 숨기신 게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했을 정도였다.


“일전에 말씀하신 편자라는 물건을 장인들에게 맡겨보았습니다. 일단 편자를 완성하긴 했습니다만··· 당장 기병에게 보급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옵니다.”

“말발굽을 깎을 사람도 없으니.”


편자를 만들었지만 가장 중요한 장제사(裝蹄師)가 없다.


말발굽을 어떻게 깎아야 할지,

그리고 깎은 말발굽에 어떤 편자를 달아야 할지 난감했다.


능숙한 조련사에게 장제사의 역할을 맡긴다면 수개월 안에 성과를 낼 수 있겠지. 하지만 개전이 머지않았기에 편자의 보급화와 장제사들을 육성하는 일은 후일로 미루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편자를 이용하면 더 이상 말발굽에 가죽을 동여매지 않아도 되겠지요. 기병의 운용에 필요한 자원이 크게 절약될 것이옵니다.”

“그러면 좋겠구려.”


처음에는 그저 백면서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전쟁에 꽤나 박식했다.


어디서 배운 걸까?

설마 케케묵은 글귀들로 가득한 경전에 적혀있진 않았을 텐데.


무척이나 흥미로운 인물이다. 부친을 보필하면서 수많은 영웅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속내를 알기 어려운 사내는 부소가 유일했다. 그렇기에 몽연화는 더욱 집중하여 부소를 관찰해나갔다.


“일전에 공자께서 주문하신 병기입니다! 과연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튼튼하게 만들었으니 안심하십시오!”

“오.”


몽연화와 함께 연병장에서 나오자 특별한 병기를 주문했던 장인이 달려왔다.


한 달에 걸쳐 병기를 완성했다.


공방의 인력을 동원하여 만들어낸 병기는 ‘전투 수레’였다.


“수레에··· 창검을 달았군요?”

“예! 그뿐만이 아니라 전면에 철갑을 둘렀습니다!”


전면에 두른 철갑.


그 철갑에는 날카로운 창검들이 장착되어 있었다. 후면에는 백병전에 동원되는 병기들을 매달아둔 거치대까지 마련해두었다.


좌우에 연결된 커다란 바퀴.

병사들이 쉽게 밀고 고정할 수 있도록 배후에 손잡이와 지지대가 존재했다.


이미 춘추전국시대부터 수레는 물자를 수송하는 운송수단임과 동시에 기병들의 돌격을 저지하기 위한 대(對) 기병전술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오로지 기병들을 대적하기 위해 제작된 전투용 수레는 없었기에 창검을 장착한 검차(檢車)가 낯설게 느껴졌다.


“상장군께선 뭐라고 하시던가요?”

“밤낮으로 재촉하여 최소 1백 대 이상은 만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보병들이 기병의 돌격에 맞서기 위해선 많은 위험이 요구되죠. 이제 검차만 있으면 정면에서 기병대의 돌격을 받아칠 수 있을 거예요. 최대한 많이 만들어주세요.”

“예, 옙···!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누가 부녀지간 아니랄까봐.


오늘부터 대장간의 기술자들은 혹독한 과로를 겪게 시작할 터였다.


무골 가문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강한 기대를 내비치면서 당부하자 장인은 황급히 차렷 자세를 취하면서 대답했다.


“흠, 생각보다 잘 만들었군. 보완해야 할 점들도 보이지만···.”

“공자께서 말씀해주시면 바로 고치겠습니다!”


검차를 동원하면 방어력이 월등히 올라가지만 기동력을 포기해야 하는 단점이 존재했다.


진형의 변화가 어렵다.

적들이 예상치 못한 공세로 허점을 공략한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유목민족들을 지휘하는 인물이 흉노족의 두만 선우이니 검차진(檢車陣)의 약점을 단번에 간파할 것이었다. 하지만 상장군 몽염의 휘하에는 일당백을 자랑하는 철기병이 있었기에 실전에서 검차를 동원하기로 결정했다.


“선봉이 출진하려면 앞으로 두 달은 걸리겠지. 그동안 최대한 많은 검차를 만들도록 하게.”

“무, 물론입니다!”


검차의 철벽을 툭툭 두드리면서 부탁하자 장인이 당찬 목소리로 외쳤다.



* * *



오르도스 고원은 하북(河北)으로 향하는 관문임과 동시에 서역의 초원길로 이어지는 입구였다.


그동안 중원과 서역의 중개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누렸던 흉노족의 입장에선 오르도스 고원은 생명줄과도 같은 요충지였다. 또한 하북을 약탈하여 식량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진나라에게 빼앗긴 고원을 반드시 탈환해야 했다.


정복욕에 빠진 잔악무도한 중원 놈들을 토벌하라.


흉노족의 두만 선우가 반진(反秦)을 부르짖자 초원의 수많은 유목민족들이 모여들었다.


“진나라 놈들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오!”

“이제는 서역 놈들마저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소! 매년마다 보내던 세폐까지 끊겠다는군!”


무역로를 통하는 상단들로부터 얻는 조공과 전리품이 상당한 이익을 차지했다. 그렇기에 진나라에게 오르도스 고원을 빼앗기면서 무역로의 영향력을 상실하자 수많은 유목민족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식량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약탈품마저 끊어졌다.


모래알처럼 분산되어 반목과 분열을 반복하던 유목민족들이 진나라의 팽창정책에 분노를 토해내면서 흉노족을 중심으로 결집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우리들은 중원과 서역 놈들로부터 공포의 상징으로 군림하여 왔네. 그런데 오만한 진나라가 중원을 통일하더니 우리들에게서 공포를 앗아갔지!”


공포는 무리들을 효율적으로 길들일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그동안 공포를 휘두르면서 얼마나 많은 이익을 누렸던가.


진나라.

그 탐욕스러운 놈들이 공포마저 앗아갔다.


매년마다 세폐와 통행세를 제공했던 서역의 부족국가들은 오르도스 고원의 패권이 넘어가자마자 진나라에 귀부하여 조공을 바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초원길을 지배해온 흉노족에게 있어 부족국가들의 배신은 씻을 수 없는 치욕과도 같았다.


“놈들을 진멸해야 하네! 놈들에게서 고원을 되찾아야 하오! 오만한 진나라를 모조리 도륙하여 만천하에 초원의 늑대들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를 알려줍시다!”


공포를 빼앗긴 늑대들은 결국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두만 선우의 막사에 집결한 부족장들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진나라가 대규모 원정을 준비한다는 첩보를 입수하자마자 두만과 부족장들은 전면전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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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환관을 끌어내려라 +17 24.08.12 14,168 367 12쪽
24 죽던가. 죽이든가(2) +17 24.08.11 13,786 388 12쪽
23 죽던가. 죽이던가. +20 24.08.09 13,917 363 12쪽
22 암습(3) +20 24.08.08 13,684 383 12쪽
21 암습(2) +20 24.08.06 13,632 363 11쪽
20 암습 +14 24.08.05 13,890 35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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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모래폭풍을 뚫다(1) +19 24.07.29 13,813 36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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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접전(3) +17 24.07.27 13,997 346 12쪽
12 접전(2) +14 24.07.26 14,321 335 12쪽
11 접전(1) +13 24.07.25 14,635 334 11쪽
10 출진 +21 24.07.24 14,978 357 13쪽
» 대규모 원정 +14 24.07.23 15,282 363 12쪽
8 망진자호(亡秦者胡) +21 24.07.22 15,479 407 11쪽
7 두 번째 상소문 +18 24.07.21 15,858 404 12쪽
6 상장군 몽염 +13 24.07.20 16,314 393 11쪽
5 30만 정예군단 +18 24.07.19 17,203 386 13쪽
4 다시 돌아온다면 +15 24.07.18 17,962 430 13쪽
3 추방 +23 24.07.17 18,941 428 14쪽
2 진나라 황실 +17 24.07.16 19,765 462 14쪽
1 공자 부소 +43 24.07.16 23,020 48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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