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새글

설차
작품등록일 :
2024.07.16 15:48
최근연재일 :
2024.09.18 22:28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727,273
추천수 :
20,581
글자수 :
291,469
유료 전환 : 4시간 남음

작성
24.07.26 15:00
조회
14,319
추천
335
글자
12쪽

접전(2)

DUMMY



진나라 15만.


유목민족 연합 10만.


양측의 거리는 수십 리에 불과했다.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양군은 고각을 울리면서 위압감을 떨쳤다.


“중원 놈들···!”

“저토록 많은 대군이 장성을 넘었단 말인가!”


갑옷과 군기, 그리고 마갑까지 검게 물들인 진나라의 군세는 무시무시한 악몽과도 같았다. 상장군 몽염에게 대패했던 부족장들은 그것을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었다.


턱밑까지 두려움이 차올랐다.

장성을 넘어선 진나라의 병력은 예상을 아득하게 넘어선 상태였다.


만약 두만이 백마를 죽여 부족장들의 사기를 고취시키지 않았다면 공포에 사로잡혔겠지. 수천에서 수만에 이르는 병마를 거느린 부족장들은 날카로운 병장기를 거머쥔 채로 대선우의 명령을 기다렸다.


“수개월 동안 이어진 가뭄으로 하류가 많이 얕아졌소.”

“분명 중원 놈들은 하류로 우회하여 본진을 급습할 것이네.”


황하의 본류에서 갈라진 하천이 말라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흙바닥을 드러낸 하천까지 널렸을 정도였다.


지독한 가뭄만 없었다면 감히 도하(渡河)를 시도하지 못했겠지.


하천의 깊이가 종아리에 닿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대규모 병력의 도하에 어떤 장애도 되지 못할 것이었다.


“중원의 철기병이 급습했네!”

“놈들이 강을 건넜소! 강족의 다부대 선우와 가하 선우가 맞서고 있소이다!”


불길한 예상은 언제나 적중하는 법이다.


무성후 왕리가 이끄는 기병군단이 선공을 개시했다.


하류를 도하하여 접근했으리라.

과연 기민한 결단력을 자랑하는 장수답게 본대가 도착하자마자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 * *



적의 본진을 들이친다는 것은 벌집을 맨손으로 두들기는 행위와 같았다.


삼면에서 화살세례가 쏟아졌다.

그리고 본진을 호위하던 강족의 병력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두만은 몽염이 본진을 급습하리라 예측하고 강족의 용맹한 전사들을 배치했다. 진나라의 기병군단이 급습하자 곧바로 응수에 나서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모두 짓밟아라!”


온몸을 철갑으로 무장한 철기병에겐 화살세례가 통하지 않았다. 선두에 배치된 철기병은 전장을 단숨에 가로지르면서 강족 궁수들을 덮쳤다.


꽈득-!

콰직! 콰드드득!


마갑을 두른 군마의 말발굽이 흙바닥에 쓰러진 궁병들을 잔인하게 짓밟았다. 말발굽에 휩쓸린 궁병들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어육으로 변했다.


피와 살점이 흩뿌려졌다.

방어선을 돌파한 철기병은 거침없이 육탄공세를 이어나갔다.


“어르신이 좌측을 뚫어주십시오! 저는 정면을 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왕리의 명령에 번금이 휘하 병력을 이끌고 말머리를 돌렸다.


아군을 포위하려는 적들의 움직임을 봉쇄해야 한다. 백발을 늘어트린 노장이 날카로운 월도를 휘두르면서 적진에 파고들었다.


“늙은이야! 내가 바로 백수강의 가하 선우다!”

“비천한 오랑캐 놈이!”


공방의 승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장졸들의 사기였다.


사기를 단숨에 끌어올리는 효율적인 방법은 적장을 쓰러트리는 것이다. 적장의 수급을 취한다면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게 될 터.


창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월도를 늘어트렸다.


늙은 장수가 매서운 고함을 내지르면서 달려들어 부족장의 머리를 베었다.


병장기와 함께 일도양단하는 맹렬한 노익장을 토해냈다.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되었음에도 전혀 노쇠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 일당백의 근력을 자랑했다.


“하핫! 번금 영감께선 여전하시오!”

“이대로 영감한테 공적을 뺏길 순 없지! 오랑캐 놈들을 진멸하라!”


3대를 섬긴 왕씨 가문의 가신들이다.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되었음에도 소싯적의 혈기는 여전했다.


변방의 도적떼일 뿐이다.

남군(南郡)에서 싸운 초(楚)의 장졸들에 비하면 한참 미적지근한 정도였다.


부족장을 잃은 병력이 일거에 와해되었다. 곧바로 새로운 군세가 병력을 충당했지만 잃어버린 사기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그를 증명하듯 철기병이 달려들자 방어선의 전열이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놈들의 증원이 도착했습니다! 흉노족입니다!”

“고원에서 쫓겨난 흉노 놈들이 낯짝을 드러냈군!”


유목민족들의 맹주를 자처하는 흉노족과 전면전을 치르기엔 아직 이르다. 놈들과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다음 공방전이 될 터였다.


적장을 죽이고 병졸들의 사기를 꺾었다.

소정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기에 왕리는 말머리를 돌리면서 퇴각을 명령했다.


철기병이 급속도로 선회하면서 재차 포위를 시도하는 강족의 군세를 무너트렸다. 뒤를 따르던 기병들이 뿔뿔이 와해된 잔병을 도륙하면서 메마른 벌판을 피와 살점으로 물들였다.



* * *



흙먼지를 나부끼면서 전선을 돌파하는 기병들의 위용은 현대의 미디어 따위가 결코 담아낼 수 없는 광범위한 장관을 연출했다.


용맹하면서 웅장하다.

드넓은 벌판을 내달리는 말발굽소리가 지축을 흔들었다.


사정없이 짓밟히고 살해당하는 적병들의 모습이 처참했지만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온몸을 검은색 갑주로 무장한 진나라 용장들의 위용에 매료된 탓이다.


육국(六國)을 멸망시킨 진나라의 후예들.


철갑을 두른 철기병은 벌떼처럼 달려드는 병력을 상대로 유린하면서 전열을 무너트렸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자마자 뛰어난 기동력을 발휘하여 전장을 벗어나는 기예마저 선보였다.


‘초나라를 멸망시킨 왕전의 손자이니 당연히 잘 싸우겠지, 라고 생각은 했는데···. 거의 초인에 가까운 무력이잖아? 왕씨 가문의 우락부락한 노인들도 그렇고.’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용장이니 일당백의 무력을 자랑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현대인의 입장에선 초인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팔씨름이라도 했다간 팔이 부러지겠군.


만약 공자의 신분이 아니었다면 백발이 성성한 노장들에게 질질 끌려다녔겠지.


진나라의 용장들이 강을 도하하여 귀환할 때까지 지켜보았다. 일기당천의 활약을 달성한 철기병의 위용을 조금이라도 더 시야에 담아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과연 무용이 대단하더군, 무성후.”

“공자께서 치하해주시니 영광입니다.”


피와 살점을 뒤집어쓴 기병들이 군문을 통해 진주에 들어섰다.


그에 부소는 두 팔 벌려 환대했다.


“껄껄! 이 정도야 가벼운 산책 수준이지요.”

“다음 공방에서도 기필코 승전으로 보답하겠나이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노장들이 이를 드러내면서 웃는 광경은 공포영화의 장면을 보는 듯했다.


대단한 노인들이군.

가장 위험한 선두에서 싸웠음에도 기운이 넘치다니.


노익장을 발산하는 노장들이 특이한 경우겠지. 전투에서 돌아온 장졸들은 대부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당장이라도 누워서 자고 싶다는 듯이 발걸음을 비틀대는 병사들이 여럿 보였다.


“어허! 좀 더 씩씩하게 걷지 못할까!”

“원정이 끝날 때까지 한시라도 긴장을 풀지 말도록!”


쩌렁쩌렁한 노성이 울렸다.


유격훈련을 맡은 교관을 보는 듯하다.

휘하의 장졸들이 훈련병처럼 굴려지는 모습에 연민과 동정심을 느꼈다.


“본진의 수비는 강족이 맡고 있었습니다. 흉노족은 강족이 수세에 직면하자 뒤늦게 증원을 이끌고 전장에 개입했습니다.”

“···그런가.”

“왜 그러십니까, 상장군?”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두만 선우가 슬하의 자식들을 선두에 내세우지 않았던 것이 잠시 의아했을 뿐이네.”


서북의 험준한 산악지대를 지배하는 강족은 용맹과 담력이 뛰어난 전사들이다. 예로부터 용맹을 인정받아 주(周)나라가 거금을 주고 용병으로 부렸을 정도였다.


그런 강족에게 본진의 방비를 맡기는 것은 당연했다.


딱히 이상할 것은 없다.


잠시 의문을 느꼈을 뿐이다.

언제나 두만은 전투를 치를 때마다 제 자식들에게 역할을 맡겼기 때문이었다.


‘가장 총애하는 아들인 묵돌조차 보이지 않았다니 의심스럽군. 설마 아비와 함께 본대를 이끌고 있었나.’


척후들을 틈틈이 보내어 주변을 경계했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본진의 흉노족과 유목민족들은 말을 관리하면서 일전을 준비하는 모습만 보였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면서 불안을 가라앉힌 몽염은 부소와 함께 군막에 들어섰다.



* * *



철기병의 급습으로 수천 명에 이르는 강족 전사들이 손실되었다.


만약 증원군을 급파하지 않았다면 백수강(白水羌)을 위시한 수많은 부족들이 전멸하는 절멸적인 피해로 이어졌으리라.


초전을 패배로 장식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장졸들의 사기가 꺾임과 동시에 진중의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과연 방심할 수 없는 놈들이로군. 미친 들개 같으니라고.”


사냥감이 조금이라도 빈틈을 허용하면 재빠르게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그것이 바로 진나라의 방식이다.


엄격한 지휘와 군율로 통제되는 진나라의 장졸들은 비겁함을 모른다. 죽음이 두려워 전장에서 도망치면 곧바로 참형에 처해지기 때문이었다.


죽지 않으려면 죽여야 한다.

전장에서 공을 세우면 한미한 출신이어도 무관이 될 수 있다.


시황제는 엄격한 군율을 강조하면서 공적을 세운 장졸들을 언제나 우대했다. 그렇기에 진나라의 장졸들은 금은보화를 등한시하고 적의 수급을 취하는 데만 열중하는 특이한 습성을 가지게 되었다.


“묵돌, 내일부터 동생들과 함께 강족을 대신하여 방비를 맡아라.”

“알겠습니다.”


장남 묵돌에게 차남 혼단, 삼남 황기를 부장으로 붙여주었다.


아버지의 명령에 묵돌은 군례를 취하면서 받들었다.


“이대로 방비를 맡겼다간 불합리하다며 이를 드러내겠지. 본래 그런 놈들이다. 제아무리 긍지와 대의를 강조하더라도 결국에는 자기 부족의 이익과 보신에만 집중할 뿐이지.”

“······.”


부족 단위의 철저한 이기주의.


그것이야말로 유목민족들이 중원을 이길 수 없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덜떨어지고 무식한 놈들.

두만이 강족을 비롯한 유목민족들에게 경멸을 품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을 기억하느냐, 묵돌? 오르도스 고원을 두고 중원 놈들과 혈투를 벌였을 당시···. 마지막 체면마저 집어던지고 구원을 요청했지만 어느 누구도 응답하지 않았지. 빌어먹을 놈들.”

“제가 어찌 통한의 치욕을 잊었겠습니까.”


진나라가 겨눈 칼끝은 흉노족을 향할 뿐이다.


우리 부족과는 연관이 없다.


그렇게 판단한 부족들은 같잖은 변명을 늘어놓으며 두만의 요청을 거절했다.


빌어먹을 이기주의 때문에 초원길과 오르도스 고원을 상실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수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실수를 인지한 부족들은 안타까움을 내비쳤지만 초원길과 오르도스 고원은 완전히 진나라에게 귀속된 이후였다.


“위대한 선조들의 이름을 걸고 맹세했으니 과거의 원한은 버려야겠지. 지금은 중원 놈들을 모조리 도륙하는 것에만 매진할 생각이다. 앞으로의 대업을 위해서라도 초원길과 오르도스 고원만큼은 반드시 탈환해야 하니!”


쿠웅-.


두만이 책상을 내리치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강을 중심으로 주둔한 진나라의 배후를 급습할 복병에 대해 물었다.


“월지 놈들은 어디까지 왔겠느냐.”

“계속 강행군을 이어간다면 보름 안에는 전선에 당도할 겁니다.”


월지(月氏).


척박한 황야를 호령하는 유목민족이다.


두만은 강족과 다른 유목민족들보다도 먼저 월지와 동맹을 맺었다.


월지의 왕에게 아들을 볼모로 내어주는 조건으로 무위(武威)와 금성(金城)의 병력을 전장에 급파해줄 것을 은밀히 부탁했다. 흉노족과 마찬가지로 진나라가 몹시 골치였던 월지의 왕은 3만의 병력을 기꺼이 파견하겠다는 약조를 보내왔다.


연이은 교전을 통해 진나라의 경계를 아군에게 집중시킨다.


그 틈을 노려 월지의 3만 병력이 진나라의 배후를 급습한다.


앞과 뒤에서 동시에 협공하면 제아무리 몽염이라도 무너질 수밖에 없겠지. 진나라가 자랑하는 15만의 정예군단은 메마른 초원에서 몰살당한 불귀의 객으로 전락하리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사람을 쓰는 것도, 버리는 것도. +38 24.08.17 14,225 433 12쪽
28 집행 +47 24.08.16 14,007 388 12쪽
27 국문 +27 24.08.15 14,006 413 12쪽
26 오래 걸린 만남 +24 24.08.13 14,187 393 12쪽
25 환관을 끌어내려라 +17 24.08.12 14,168 367 12쪽
24 죽던가. 죽이든가(2) +17 24.08.11 13,786 388 12쪽
23 죽던가. 죽이던가. +20 24.08.09 13,917 363 12쪽
22 암습(3) +20 24.08.08 13,683 383 12쪽
21 암습(2) +20 24.08.06 13,632 363 11쪽
20 암습 +14 24.08.05 13,890 350 12쪽
19 공자가 실력을 숨김 +18 24.08.04 14,184 382 12쪽
18 신진군 +27 24.08.02 13,998 377 12쪽
17 위협 +15 24.08.01 13,966 369 11쪽
16 모래폭풍을 뚫다(2) +15 24.07.31 13,809 378 12쪽
15 모래폭풍을 뚫다(1) +19 24.07.29 13,812 364 12쪽
14 접전(4) +14 24.07.28 13,912 350 12쪽
13 접전(3) +17 24.07.27 13,996 345 12쪽
» 접전(2) +14 24.07.26 14,320 335 12쪽
11 접전(1) +13 24.07.25 14,633 334 11쪽
10 출진 +21 24.07.24 14,976 356 13쪽
9 대규모 원정 +14 24.07.23 15,281 363 12쪽
8 망진자호(亡秦者胡) +21 24.07.22 15,478 407 11쪽
7 두 번째 상소문 +18 24.07.21 15,858 404 12쪽
6 상장군 몽염 +13 24.07.20 16,314 393 11쪽
5 30만 정예군단 +18 24.07.19 17,201 386 13쪽
4 다시 돌아온다면 +15 24.07.18 17,962 429 13쪽
3 추방 +23 24.07.17 18,941 428 14쪽
2 진나라 황실 +17 24.07.16 19,762 462 14쪽
1 공자 부소 +43 24.07.16 23,018 48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