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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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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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공자 부소와 상장군 몽염이 북벌을 개시했다는 소식이 함양으로 날아들었다.


15만 대군.

지금까지 전례가 존재하지 않았던 대규모 원정이다.


흉노족에게 빼앗긴 구원군과 운중군을 모두 탈환하겠다는 호언장담이 있었기에 백성들의 이목이 부소에게 집중되었다. 온화한 샌님에서 질풍노도의 풍운아로 돌변한 변화부터 시작하여 부소는 세간의 중심에 선 폭풍의 눈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디를 가도 어리석은 백성들이 부소 놈을 칭송하고 있네요. 불쾌하기 짝이 없군요.”

“본래 백성들이란 듣기 좋은 말을 내뱉는 자에게 꼬리를 흔드는 법이옵니다. 부인께선 어찌하여 가축들 따위의 일희일비에 관심을 두십니까.”


부소.


부소.


초나라 계집의 아들을 칭송하는 목소리들이 끊이질 않았다.


궁궐에서도,

백성들이 모인 저잣거리에서도.

심지어 문무백관의 부인들이 모인 친목회에서도 부소를 찬양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깟 놈이 뭐라고.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위선과 허풍이나 떨 뿐인 사기꾼이거늘.


부인(夫人) 호씨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토해내면서 중거부령(中車府令) 조고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중거부령, 폐하께선 예정대로 전국순회를 떠나는 거겠지요?”

“물론이옵니다. 한단과 태원을 거쳐 업성으로 향하신다고 합니다.”


한단(邯鄲), 태원(太原), 업성(鄴城).


한단은 옛 조(趙)나라의 수도이며, 태원과 업성은 한단을 호위하는 도시였다.


조나라의 영토를 둘러보실 생각이겠지.

이번 전국순회도 작년처럼 혹독한 강행군이 될 것이었다.


그렇기에 부인 호씨는 조고의 대답을 듣자마자 아연실색하는 반응을 보였다. 척박하고 험준한 영토를 횡단하는 여정이 필시 목숨을 위협할 터였기 때문이다.


“재작년의 전국순행은 단양과 진을 거쳐 수춘으로 향하셨지요. 재작년에는 초나라, 그리고 올해는 조나라군요.”

“그렇사옵니다. 아마 폐하께선 순서대로 옛 육국의 영토를 둘러보실 것 같습니다.”


진(陳), 거양(阜阳), 수춘(壽春).


모두 초나라의 수도가 자리했던 도시였다.


시황제는 통일제국의 위협이 될 만한 왕기(王氣)를 우려했기 때문인지 옛 육국의 수도들을 빠짐없이 순회하는 기행을 일삼았다. 그런 시황제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백성들은 황위를 찬탈할 운명을 가진 홍의동자(紅衣童子)와 청의동자(靑衣童子)를 찾아내려는 속셈이라며 수군거렸다.


“호해 공자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사위가 폐하를 호위하면서 호해 공자를 보필하겠사옵니다.”

“소장은 염락이라 하옵니다.”


두터운 갑주를 차려입은 거구의 장정이 군례를 취했다.


비장(飛將) 염락.

중거부령 조고의 사위이자 중랑장 몽염의 휘하에 속한 장수였다.


시황제는 전국순행에 처첩들을 동행시키지 않았기에 따라갈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부인 호씨는 혹독한 강행군에서 아들을 보좌할 염락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과연 듬직한 용장이로군요. 호해를 맡길 수 있겠어요.”

“믿고 맡겨주십시오!”


한 달 뒤에 옛 조나라 영토로 순회하는 전국순행이 시작될 예정이다.


태원과 한단은 북방에 위치하고 있다.

아마 시황제는 옛 조나라 영토에 머물면서 부소와 몽염의 북벌을 지켜볼 듯했다.


북방에서 오랑캐들과 뒹구는 자식보다는 자신을 지척에서 보필하는 자식에게 총애를 보내시겠지. 흉노족과의 전면전이 시작되면 백면서생에 불과한 부소의 무능함이 드러날 것이기에 황제의 총애는 모두 호해를 향하게 되리라.


부인 호씨가 야심찬 미래를 점치면서 궁녀에게 명령하여 호해를 불러들이도록 했다.


그에 조고와 염락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였다.



* * *



지평선 너머가 아득하게 펼쳐진 초원에 들어섰다.


산이 존재하지 않는다.

작은 언덕과 구릉만이 있을 뿐이기에 엄습과 은폐가 불가능했다.


만약 전투가 벌어진다면 기병전의 승패가 우열을 선점하겠지. 그렇기에 무성후(武城侯) 왕리가 지휘하는 기병들은 주변을 철저히 경계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무진장 덥군.”


초원을 바싹 말리는 무자비한 햇볕.


거칠게 변한 호흡.

끊임없이 울리는 금속음과 말발굽소리.


15만에 이르는 대군의 행군은 무자비할 정도로 체력과 인내심을 요구했다.


장성을 넘어 초원에 이르렀다.

그것은 온갖 위험과 변수가 도사리는 유목민족들의 영역에 도달했음을 의미했다.


유목민족들의 신출귀몰한 기동력이 고스란히 발휘되는 평지였기에 몽염 휘하의 장졸들은 병장기를 거머쥔 채로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거센 흙먼지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흉노족 기병들은 단숨에 선봉을 들이칠 것이기에 특히 주의해야 했다.


“벌써 몇 개월째 건기가 이어지고 있사옵니다. 샘과 연못까지 모두 말랐겠지요.”

“그럼 식수를 구하기 어려울 텐데. 화공을 당할 우려도 있지 않소?”


바싹 말라버린 풀.


강한 열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불바다로 돌변하여 초원을 뒤덮겠지. 근심으로 가득한 몽염의 험상궂은 얼굴이 위험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흘 동안 밤낮으로 진군하면 황하에서 뻗은 본류가 나올 것이옵니다. 그리고 강을 마주하고서 흉노족과 대치하게 되겠지요. 그때까지 흉노족은 본진에서 병력을 규합하고 있을 겁니다.”

“흠, 상장군의 여식도 그렇게 말했었지.”


황하에서 뻗은 거대한 강줄기가 흉노족의 영역을 관통하듯 형성되어 있다.


삭방군.

구원군과 운중군.


초원의 중심에 위치한 황하의 본류에서 격돌하게 될 터.


부족 단위로 분열되어 반목해온 유목민족들은 이기적인 성향이 강하다. 진나라의 대규모 원정으로 초원의 세력도가 급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분명 배신을 궁리하고 있는 부족들이 존재할 터였다.


그렇기에 두만은 진나라의 군세를 최대한 끌어들인 이후에 전면전을 치르려 했다.


“상장군, 기릉과 사남의 부족들이 두만에게 합세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부족들도 모두 넘어갔겠군.”


진나라는 조나라, 연나라와 마찬가지로 유목민족 세력에 대해 철저히 강경책을 고수했다.


비참하게 죽든가.

아니면 대진(大秦)의 깃발 아래에 굴종하든가.


강경책을 꺼내든 진나라가 초원길과 오르도스 고원을 점령하면서 강족과 흉노족은 결사항전을 부르짖게 되었다. 그동안 유목민족들에게 어떤 유화책도 없이 무력을 위시한 강경책을 고수해온 결과였다.


“고지가 머지않았다! 모두 힘을 내라!”

“대열을 유지하라! 오랑캐 놈들의 공세에 대비하여 측면을 경계하라!”


장수들이 날카로운 칼끝을 치켜들면서 강행군을 독촉했다.


그에 병사들은 거친 호흡을 토해내면서도 무거운 발걸음을 움직이며 초원을 가로질렀다.


나흘이 흘렀을까.

드넓게 펼쳐진 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잔잔하게 흐르는 황하 너머에 각양각색의 군기들이 펄럭이고 있었다. 두터운 가죽갑옷에 맹수의 뿔과 이빨 등으로 치장한 강족과 흉노족의 전사들을 목격한 부소는 한숨을 깊게 토해내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강족과 흉노족의 맹주가 두만이니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은 했었다만···. 병력이 더럽게도 많군. 족히 9만이나 10만은 되겠어. 초원과 사막의 부족들을 모조리 긁어모아서 데려왔나?’


많다.


가죽갑옷을 걸친 전사들이 수만 명에 달했다.


진나라 병력보다는 훨씬 적었지만 낙관할 순 없었다.


기병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선두에 배치된 전사들 중에 기병이 아닌 병종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강행군을 거치면서 당도한 중원의 원정군에게 위압을 가하기 위함일까. 진나라 병사들이 진형을 갖추자마자 강족과 흉노족 진형에서 날카로운 고함과 함께 북소리가 울리면서 전운을 고조시켰다.


“강을 건너면 바로 운중군이옵니다. 아군이 강을 건너자마자 놈들이 벌떼처럼 달려들겠지요.”

“그럼 사지로 뛰어들 장졸들이 필요하겠구려.”


부소의 말에 대답한 몽염이 한손을 뻗으면서 장수들을 소집했다.



* * *



초원과 사막의 유목민족들이 기꺼이 회맹(會盟)에 응답했다.


동북에 위치한 흥안령(興安嶺) 산맥의 동호(東胡) 세력까지 두만 선우의 부름에 가세하면서 힘을 보태게 되었다.


강족. 흉노. 동호.

그리고 산하의 부족과 독립된 유목민족들에 이르기까지.


진나라의 북벌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거나 두려움을 경험한 부족들이 모두 결집했다. 수천에서 수만에 이르는 병력을 호령하는 부족장들은 반진(反秦)의 기치와 함께 동맹의 대의를 외치면서 군중의 사기를 드높였다.


“맹수의 용맹을 이어받은 형제들이여! 일월의 힘을 계승한 자손들이여!”


흉노족의 선우가 회맹에 동참한 부족장들에게 소리쳤다.


그에 부족장들은 군례를 취하면서 부름에 응답했다.


“서융의 영정이라는 폭군이 선조의 땅을 강탈한 것으로도 모자라 우리들을 위협하고 있네! 드넓은 초원을 호령하면서 일월의 기운을 하사받은 우리 형제들이 어쩌다가 중원의 나약한 무리에게 쫓겨나는 신세에 처했단 말인가? 그것은 나약한 저들이 결집에 성공했으며, 용맹한 우리들은 결집에 실패했기 때문이지 않나!!”


우리 형제들이 중원을 침략하여 얻어내지 못했던 것이 없었다.


보물을 차지하고 미녀들을 취했다.

수많은 가축과 식량을 약탈하여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가족들을 배불리 먹였다.


오로지 정복 밖에 모르던 우리들이 어째서 스스로 세폐를 바치면서 목숨이나 구걸하던 중원의 나약한 무리에게 패배했단 말인가? 그것은 바로 결집력의 유무에 있었다.


두만이 격앙된 목소리로 문제점을 설파하자 부족장들은 주장에 감화되기 시작했는지 곁눈질로 눈치를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의 원한은 흘려버리게! 지금까지의 악연과 증오는 모두 털어버리세!”


자신을 회맹의 맹주(盟主)이자 대선우(大單于)라 칭한 초원의 거인이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밑에서 대기하던 묵돌이 뾰족한 단검을 뽑아들었다.


푸히히히힝─!!!


칼끝으로 사정없이 백마의 목덜미를 찢어발겼다.


비참한 울음소리와 함께 뜨거운 핏물이 울컥울컥 쏟아졌다. 그럼에도 묵돌은 칼끝을 내지르면서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던 백마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신성한 백마의 피로 입을 축이면서 맹세하겠네. 회맹의 대의를 배신하는 자에겐 반드시 초원의 위대한 선조이신 훈육과 험윤께서 천벌을 내리실 것이야!”


백마가 처참하게 도축된 제단 앞에 섰다.


그리고 양손으로 핏물을 가득 담아내어 들이켰다.


두만이 피를 뚝뚝 흘리면서 소리쳤다.

그 장렬한 광경을 지켜보던 회맹의 부족장들도 제단으로 나아가 백마의 피를 들이켰다.


“선조들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소!”

“이제부터 진나라가 멸망하는 순간까지 대선우를 따르리다!”


동북의 산맥에서 서쪽의 사막에 이르는 모든 부족들이 맹세를 외치면서 결의했다.


성공했다.


배신과 반목 밖에 모르던 맹수들을 규합시켰다.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유목국가를 세우는 것도 이제 불가능하진 않을 터.


두만이 대의를 외치는 부족장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음흉한 야심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리고 제단에서 백마를 도축하는 역할을 맡았던 묵돌은 그런 아버지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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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대규모 원정 +14 24.07.23 15,283 363 12쪽
8 망진자호(亡秦者胡) +21 24.07.22 15,481 407 11쪽
7 두 번째 상소문 +18 24.07.21 15,860 404 12쪽
6 상장군 몽염 +13 24.07.20 16,317 393 11쪽
5 30만 정예군단 +18 24.07.19 17,204 386 13쪽
4 다시 돌아온다면 +15 24.07.18 17,964 430 13쪽
3 추방 +23 24.07.17 18,943 428 14쪽
2 진나라 황실 +17 24.07.16 19,766 46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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