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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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실력을 숨김

DUMMY



정벌군이 점령한 영토의 지명이 신진군(新秦郡)으로 붙여졌다.


새로운 진나라.

그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세황제. 2대째. 새로운 천하.


흉노족을 대파하여 영토를 확장한 적장자를 이세황제의 재목으로 삼겠다는 의중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조정의 원로들은 한단에서 소식을 접하자마자 들뜬 기대감을 내비쳤다.


“분명 부소 공자가 태자에 책봉되실 걸세!”

“폐하께서 전국순행에서 돌아오시면 당론을 모아 책봉식을 진언하겠습니다.”


황제의 나이가 마흔일곱이다.


주름이 늘어나고 체력이 줄어드는 등의 변화가 점점 드러났다.


더욱이 불로초(不老草)를 고집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황제의 건강은 세월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거듭했다. 용태를 살폈던 태의령(太醫令)의 보고에 따르면 졸음과 조증이 부쩍 늘고 환각과 환청을 자주 겪고 있다고 한다.


수은 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또한 장기간의 우울증과 편집증이 합쳐진 결과이기도 하다.


극심한 두통과 정신착란 증상마저 보일 정도였기에 더욱 심각했다. 그렇기에 조정의 원로대신들은 부소가 태자에 책봉되면 곧바로 황제에게 대리청정(代理聽政)을 건의하려 했다.


“부소 공자가 가까운 시일 내로 돌아오시지 않겠습니까. 승상께선 어찌 생각하시는지···.”

“폐하께서 결정하실 일이네. 그러니 잡담 말고 벼루나 가져오게.”


어전에서 법가의 이론을 두고 첨예하게 언쟁을 벌이셨으니 부소 공자를 속으로 꺼림칙하게 여기고 계실 터. 승상부(丞相部)의 학사들이 조심스럽게 승상(丞相) 이사의 반응을 살폈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제 일이 아니라는 것처럼 법전(法典)의 탐독에 여념이 없었다.


관계가 악화된 부소가 함양으로 복귀하여 태자에 책봉된다면 심한 마찰이 벌어지겠지. 어쩌면 삭탈관직과 함께 가문과 식읍마저 모두 빼앗기는 수모를 당할지도 모른다.


학사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이사는 업무에 집중했다. 본인이 철저한 외골수임을 증명하듯 빠르게 격변하고 있는 정세에 그 어떤 관심도 내비치지 않았다.



* * *



호랑이가 사라지면 여우가 자리를 탐내는 법이다.


부소가 변방으로 쫓겨나자 황실의 공자들은 적장자의 공백을 호시탐탐 노렸다. 사실상 후계구도에서 탈락한 셈이기에 분명 후궁의 자식들 중에 한 명이 태자에 책봉될 터였으니까.


“부소 형님이 북방 원정에서 대승을 거두셨다고···!”

“몽염과 왕리를 측근으로 삼았다면 황실의 후계자는 부소 형님이시다.”


하지만 추방당한 적장자가 전공을 거두면서 기회가 영영 사라지게 되었다.


조정의 원로들이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3대에 걸쳐 군부를 관장했던 몽씨 가문과 왕씨 가문이 보필하고 있었다.


부소를 지지하는 막강한 세력을 추월하여 이세황제가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벌의 승전보와 한단에서 들려온 소식을 접한 공자들은 허탈한 마음으로 단념해야 했다.


“오라버니께서 곧 돌아오시는 거지?”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면 좋겠어!”

“선물! 오라버니에게 드릴 선물을 준비해야 돼!”

“근데 무슨 선물이 좋을까? 오라버니가 기뻐하실 선물로 준비할래!”


궁녀가 전한 소식에 쌍둥이 공녀들은 종달새처럼 재잘대면서 떠들었다.


부황께서도 노여움을 푸시겠지.

대현과 소현은 오라버니와의 재회를 바라면서 두 눈을 반짝였다.


딸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모친인 세부(世婦) 공씨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권력을 향한 탐욕과 질투로 가득한 황궁에서 오로지 딸들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그녀였기에 변경으로 떠난 부소가 돌아오길 바랐다.


‘하지만···. 분명 부인 호씨가 가만있지 않을 텐데.’


부인(夫人) 호씨는 황제의 시중과 식사를 모두 전담할 정도로 깊은 총애를 받고 있었다.


또한 야심이 넘치는 후궁들 중에서도 권력을 거머쥐려는 욕망이 광적일 정도로 지독했다.


미천한 출신을 극복하기 위함일까.

아니면 아들을 반드시 이세황제로 만들겠다는 비뚤어진 모성애의 발로일까.


황후 미씨가 병사한 이후부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부인 호씨는 노골적으로 부소를 쫓아내고 자신의 아들인 호해를 태자로 내세우려 했다. 실로 후안무치한 술수였지만 부인 호씨는 황제의 신임을 받는 총비(寵妃)였기에 누구도 건들 수 없었다.


“초나라 계집의 아들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도록 해주세요. 놈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야 제가 마음이 놓일 것 같아요.”


세부 공씨의 불안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소식을 듣자마자 부인 호씨는 길길이 날뛰면서 중거부령(中車府令) 조고를 호출했다.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도록-.

그 말은 곧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달라는 살인교사였다.


“심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명을 내려두었습니다.”

“중거부령, 그게 정말인가요? 하지만 몽염과 왕리가 단단히 지키고 있을 텐데···.”

“며칠 내로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독주대(督柱隊).


황제의 눈과 귀 역할을 대신해온 첩보기관은 중원 전역에 수많은 세작과 정보원들을 조련하고 있었다.


살수들이 움직였다.

그리고 몽염의 휘하에 잠입했던 세작들도 행동을 개시했다.


독주대는 진나라 황실을 도모하려는 불순분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창설된 첩보기관이지만 사실상 조고의 사병조직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독주대의 살수들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황제의 적장자를 척살할 터였다.


“몽염과 왕리가 반역을 획책할 때를 대비하여 심어둔 살수들입니다만 어쩔 수 없지요. 폐하의 총애를 얻기 시작한 부소가 함양으로 돌아온다면 큰 낭패를 볼 테지요.”

“고마워요, 중거부령. 우리 호해가 장차 황제에 오른다면 중거부령에게 진나라의 전권을 맡기겠어요.”

“허허. 부인의 호의에 그저 감읍할 뿐입니다.”

“초나라 계집···! 초나라 계집의 아들만 사라지면 돼요!”


증오와 질투의 갈망을 해소하고자.


그리고 진나라의 다음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놈이 함양으로 돌아오면 늦는다.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결집되기 전에 반드시 숨통을 끊어내야 했다.



* * *



정말 오랜만에 저택에 돌아왔다.


대문이 열리자 환관과 궁녀들이 예를 취하면서 주인을 맞이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이제 푹 쉬세요, 공자님.”


몽씨 가문이 마련해준 안가(安家)는 중앙의 본채와 일곱 개에 달하는 별채들을 비롯하여 드넓은 정원까지 보유한 저택이었다.


궁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꽤나 넓다.

변경으로 추방당한 공자에겐 더없이 호화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무역으로 상당한 부를 떨쳤지만 지금은 완전히 몰락해버린 졸부의 저택이었다지. 그렇게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공가를 구입하여 개축했다고 한다.


“저택을 지키는 꽤나 병사들이 많던데. 굳이 그럴 필요 있나?”


툇마루에 앉아 신발을 벗으면서 물었다.


그러자 은리가 입을 열었다.


“음흉한 암여우가 분명 공자님을 노리고 있을 거예요. 음식에 몰래 맹독을 집어넣을 테고, 밤이 되면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이 들이닥치겠죠.”

“암여우?”

“부인 호씨 말이에요! 호해 공자의 모친!”

“아.”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이름은 종종 들었다.


황제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총비.

제 아들을 이세황제로 만들고자 궁중에서 온갖 흉계를 벌였다지.


은리가 곱상한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트리면서 치를 떨었다. 마치 철천지원수를 대하듯 노골적으로 부인 호씨에게 혐오의 감정을 내비쳤다.


“내가 듣기로는 절세의 미녀라고 하던데. 얼굴이 예쁜 사람은 마음도 착해.”

“쓰읍!”

“농담이야, 농담. 뭘 그렇게 정색하냐.”

“부인 호씨는 미녀로 둔갑한 여우라고요! 외모만 보고 방심하다간 간을 떼먹힐 걸요!”


크아앙-!


은리가 양손을 높게 뻗으면서 위협했다.


그에 실소를 흘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배고파. 밥이나 먹자.”

“바로 석반을 들이라고 전할게요. 안채에 들어가서 쉬고 계세요.”


식사에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들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끼니마다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 궁인들의 모습에 부담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황실의 오랜 관습이자 불문율이다.


지금까지 시황제가 독살의 위험을 수차례나 겪었기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황제에게 백보 이상 다가서선 안 된다.

대전을 출입하는 외부인은 반드시 새로운 의복만을 입어야 한다.


진나라의 궁중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은 궁인들은 철저하게 예법을 이행했다. 자칫 조금이라도 실수를 범했다간 목이 달아날 수도 있는 공간이 황궁이기 때문이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음식에 은침을 꽂으면서 독의 유무를 파악했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온 궁녀가 음식을 조금씩 먹으면서 다시 한 번 살폈다.


이제 드셔도 괜찮사옵니다.

-라는 허락이 떨어져야만 비로소 진수성찬에 젓가락을 댈 수 있게 된다.


“저택을 호위하는 병사들이 괜찮겠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호신술이라도 익혀둘까?”

“공자님의 목숨을 도모할 정도라면 분명 실력이 뛰어난 자객일 거예요. 지금 당장에 호신술을 익히는 것보다는 호위를 늘리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은리의 말이 맞다.


벼락치기로 호신술을 익힌다고 한들 자객에게 먹힐 리가 없었다.


검술. 무투술.

어느 무엇도 배우기 쉽지 않겠지.


하지만 무력함을 타개하기 위해 강해지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기에 검술과 무투술을 익히기로 했다. 자객이 들이닥치면 칼자루를 휘두르는 시늉이라도 하고 싶었으니까.


“언제까지 말라깽이로 살 수는 없잖아. 앙상한 어깨와 말라비틀어진 팔뚝을 봐. 이게 어딜 봐서 사내대장부의 몸이냐?”

“저, 저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무력이 필요했다.


한 달 동안 기마술을 익혔다.

그리고 이제 검술과 무투술을 배울 차례였다.


기마술은 어떻게든 요령을 배운 덕분에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검술과 무투술은 오로지 인내와 노력을 요구하는 기술이기에 기마술처럼 쉽지 않을 것이었다.


“공자를 가르치게 되어 영광입니다!”

“잘 부탁하오.”


식사를 끝낸 뒤,


때마침 도복을 걸친 남성이 저택을 방문했다.


몽염이 보낸 무술교관이다.

목검을 집어든 남성은 너털웃음을 흘리면서 자신이 뛰어난 교관임을 강조했다.


“일단 칼자루를 잡는 법부터 배우겠습니다. 휘두르고 찌르는 훈련은 그 다음입니다.”

“알겠소.”


꽉-.


목검의 칼자루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목검을 뻗으면서 눈앞의 남성을 겨눴다.


“이제 저를 향해 휘둘러보십시오! 괜찮습니다, 모두 막아낼 테니까요!”“흐음.”


몽염이 직접 발탁한 교관이니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하겠지. 남성이 공격을 종용하자 칼자루를 강하게 거머쥐면서 힘껏 휘둘렀다.


투앙-!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가격했다.


빈약한 양손으로 휘두른 일격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무거운 일격이다.


목검을 뻗으면서 공격을 받아낸 남성은 두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움을 내비쳤다.


“크흠, 꽤나 무거운 일격입니다! 무술에 대해선 문외한이라고 들었는데, 궁중에서 검술을 배우셨군요···!”

“그럴 리가. 다시 한 번 휘둘러보겠네.”


철저히 문외한이다.


칼자루를 뽑아든 적은 있어도 휘둘러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던 장졸들의 모습을 수차례 지켜보면서 견학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남성의 평가가 틀렸음을 확인시켜주고자 재차 목검을 휘둘렀다.


“크학!”


그렇게 몇 번이나 공방이 이어졌을까.


한낱 문외한에 불과한 백면서생이 휘두른 맹공에 남성이 침음을 삼키면서 목검을 툭 떨어트렸다.


“······?”


단순히 마구잡이로 휘둘렀을 뿐인데 왜 저러지.


고개를 들어 의문을 보냈다.


“헉!”

“고, 공자님이 이겼다!”


멀찍이 떨어져서 훈련을 관전하던 궁인들이 대낮에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비명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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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암습(3) +20 24.08.08 13,684 383 12쪽
21 암습(2) +20 24.08.06 13,633 363 11쪽
20 암습 +14 24.08.05 13,890 350 12쪽
» 공자가 실력을 숨김 +18 24.08.04 14,185 382 12쪽
18 신진군 +27 24.08.02 13,998 377 12쪽
17 위협 +15 24.08.01 13,966 369 11쪽
16 모래폭풍을 뚫다(2) +15 24.07.31 13,809 378 12쪽
15 모래폭풍을 뚫다(1) +19 24.07.29 13,813 364 12쪽
14 접전(4) +14 24.07.28 13,915 350 12쪽
13 접전(3) +17 24.07.27 13,998 346 12쪽
12 접전(2) +14 24.07.26 14,322 335 12쪽
11 접전(1) +13 24.07.25 14,636 334 11쪽
10 출진 +21 24.07.24 14,978 357 13쪽
9 대규모 원정 +14 24.07.23 15,282 363 12쪽
8 망진자호(亡秦者胡) +21 24.07.22 15,479 407 11쪽
7 두 번째 상소문 +18 24.07.21 15,858 404 12쪽
6 상장군 몽염 +13 24.07.20 16,315 393 11쪽
5 30만 정예군단 +18 24.07.19 17,203 386 13쪽
4 다시 돌아온다면 +15 24.07.18 17,962 430 13쪽
3 추방 +23 24.07.17 18,941 428 14쪽
2 진나라 황실 +17 24.07.16 19,765 462 14쪽
1 공자 부소 +43 24.07.16 23,021 48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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