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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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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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폭풍을 뚫다(1)

DUMMY

회전(會戰)의 승세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나라를 향했다.


그를 증명하듯 피칠갑을 한 검은 물결이 전장을 빠르게 뒤덮었다.


저벅-. 저벅-.

검은 갑옷을 걸친 진나라 보병들이 움직였다.

날카로운 창검을 내지를 때마다 외마디의 비명과 함께 흉노족 병사들의 숨통이 끊어졌다.


“진나라 만세!”

“오랑캐들을 처단하라!”


지독하게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볕.


바람이 불 때마다 짙은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상장군 몽염이 본대를 출격시키면서 전황이 순식간에 기울었다. 진나라의 맹공에 흉노족과 강족은 패퇴를 거듭하는 참담한 결과를 맞이해야 했다.


“두만 선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분명 월지족이 배후에서 대군을 이끌고 온다고 하지 않았나!”


전투에서 대다수의 병력을 잃은 부족장들이 울분을 토해내면서 두만에게 책임을 물었다. 당장이라도 칼자루를 빼들 것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정오를 넘어 신시(申時)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참전을 약속했던 월지족이 나타나지 않았다.


맹주로 추대된 두만을 철석처럼 믿었기에 배신감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이윽고 흉노족과 선봉을 맡았던 동호(東胡)의 왕들이 궤멸적인 피해를 입고 패주했다는 소식이 전령을 통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더욱 내려앉았다.


“아버지!”


분열과 반목이 이어지고 있었을 때,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장수가 군막 안으로 들어섰다.


두만의 삼남(三男)인 황기였다.

전황의 불리함을 보여주듯 목소리에 당혹감이 가득했다.


“철기병의 공격에 좌익군이 무너졌습니다, 어서 증원군을 보내주십시오! 묵돌 형님과 혼단 형님이 위험합니다!”

“기병마저 불리하단 말이냐!”


수만 규모의 대규모 기병전에서 무성후(武城侯) 왕리가 승세를 거머쥐었다. 진나라가 자랑하는 철기병이 흉노족 기병들을 돌파하면서 좌익군이 무너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원 놈들의 기병 전력은 한없이 빈약하지 않았던가.


진나라에게 연패하던 순간에도 기병들의 싸움에선 항상 우위를 보였다. 완전한 승전을 예측했던 기병전에서 열세를 보이자 패색이 더욱 짙어지게 되었다.


“모두 검을 들어라. 내가 직접 나서겠다.”


두만이 호위병에게 월도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본진의 병력을 움직였다.


“본진의 기병대를 모두 붙여주겠다. 네가 기병들을 이끌어라.”

“알겠습니다, 아버지.”


월지의 증원군은 반드시 온다.


아니,

반드시 와야 했다.


탐욕스러운 중원 놈들에게 빼앗긴 오르도스 고원과 초원길을 수복하지 못한다면 유목민족들은 계속 쇠퇴할 수밖에 없다. 강대한 유목제국을 세우겠다는 야망과 동포들의 후일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전장의 불리함을 뒤집을 것이다.



* * *



패배로 이어질 위험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완승(完勝).

머릿속에는 오직 두 글자만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몽염은 패퇴를 거듭하는 유목민족 세력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다. 늑대처럼 교활한 두만이 어떤 승산도 없이 전투에 임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두만, 대체 네놈의 속셈이 뭐냐? 매복을 우려했다만 반격을 가해올 낌새는 보이지 않는군.’


그 뒤로도 척후들을 수차례 보냈음에도 매복의 흔적은 없었다.


비명을 토해내면서 도망치는 강족과 동호의 병사들만이 보일 뿐이다.


“흐하핫! 놈들이 꼴사납게 도망치고 있다!”

“무관들은 나를 따르라! 오랑캐 놈들을 모조리 요절낼 것이다!”


승세가 짙어질수록 의심 또한 짙어졌다.


이상하지 않은가.


저들은 전력의 격차가 명백함에도 전면전을 선택했다. 부족의 이익과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부족장들이 무모한 만용을 벌일 리가 없었기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상장군?”

“···분명 무언가가 있네.”


칼자루를 거머쥔 채로 심사숙고를 거듭하던 몽염이 입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전령이 도착했다.


“그, 급보입니다! 4만에 달하는 월지족의 대군이 후방을 급습하고 있습니다!”

“월지 놈들이 개입했단 말이냐!”


다급함이 역력한 전령의 목소리에 몽염 휘하의 장수들이 술렁거렸다. 무려 4만에 육박하는 병력이 아군의 뒷덜미를 노렸다는 것에 대경실색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대로 월지의 대군이 들이쳤다면 앞뒤로 포위되어 대패를 피하기 어려웠으리라.


모골이 송연해졌다.

하마터면 모두 불귀의 객이 될 뻔한 연계였기 때문이다.


전령의 급보를 접한 몽염은 그제야 두만이 맹신하던 승산을 알게 되었다.


“월지의 병력이 너무 많습니다! 왕립 장군과 송봉 장군이 맞서고 있사오나 중과부적입니다!”


후방을 수비하고 있는 병력은 1만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월지의 증원군은 4만에 달한다.


격차가 무려 4배였다.

새로운 병기인 검차를 동원했지만 공세를 받아치기엔 역부족일 터.


섣부르게 결정한 자신의 실책을 통감한 몽염은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왕공염은 당장 2만의 병력을 이끌고 후방을 지원하라! 부소 공자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

“알겠사옵니다, 상장군!”


전선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하던 예비대에게 곧바로 출격을 명령했다. 본진에서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예비대 병력은 말머리를 돌리면서 진형을 갖췄다.


하지만 도중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수천 기에 달하는 강족과 저족 기병대가 전장을 크게 우회하여 측면을 공격해왔다. 그로 인해 증원군으로 편성된 2만의 병력은 일시적으로 발목이 붙잡히게 되었다.


“몽염을 죽여라!”

“저기 있다! 대장기를 향해 돌격하라!”


죽음을 각오한 결사의 급습이다.


그를 증명하듯 진나라의 본대를 향해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북방 유목민족은 수세에 직면할 때마다 특공을 감행하는 저돌적인 전술을 보여주었다. 오르도스 고원에서 공방을 치르던 당시에도 좌현왕(左賢王) 묵돌이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특공을 벌이지 않았던가.


“이런 빌어먹을 놈들···!”


부소가 위험하다.


그리고 1만의 병력도 마찬가지였다.


본진을 급습한 동귀어진의 특공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중과부적의 전황에 직면한 부소와 1만 병력을 구원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물귀신처럼 달려드는 적들을 노려보던 몽염은 1만의 병력을 추가적으로 증원했다.



* * *



방진이 무너지면서 진형이 노출되었다.


재정비를 끝낸 월지족 본대가 공세를 감행함과 동시에 대규모 백병전이 펼쳐졌다.


“방패를 들어라!”

“후퇴는 없다! 죽을 각오로 싸워라!”


양군 병력이 완전히 뒤엉킨 현장은 생지옥을 보는 듯했다.


고함과 비명이 쏟아졌다.

피를 뒤집어쓴 병사들은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처절하게 싸웠다.


방패를 들면서 자신을 보호하던 병사가 쓰러졌다. 날카로운 화살이 방패를 관통하면서 미간을 뚫었기 때문이다.


“큭···!”


둥-! 두웅-!


북채를 휘두르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멎었다.


두렵다.


죽음의 공포가 서서히 숨통을 조이는 듯했다.


용맹한 장수처럼 의젓하고 씩씩한 면모로 일관하고 싶었다. 하지만 노도처럼 밀려드는 적들을 바라볼 때마다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수레를 치워라!”

“흐하하! 드디어 방진이 무너졌군!”


연이은 공세에 너덜너덜하게 변한 검차는 더 이상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월지족 병력이 검차를 통과하면서 포위망을 좁혀왔다.


사방이 포위되었다.

측면을 둘러싸던 월지족 기병대가 배후까지 점령한 것이다.


퇴로마저 잃어버린 진나라 병력은 방패를 치켜들면서 새로운 방진을 구성했다. 전황을 지켜보던 월지족 장수들은 잔뜩 웅크린 꼴이라며 비웃어댔다.


“공자, 소장들이 목숨을 다해 퇴로를 뚫겠습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


진나라 본대가 전면전에서 승리했다면 이미 증원군이 도착했어야 했다. 하지만 간절하게 염원하듯 증원군을 기다렸음에도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걸까.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불길함이 가중되었다.


하지만 비관적인 불평을 토해낼 여유는 없었다. 측면을 포위했던 월지족의 기병대가 지금까지 검차에게 당한 울분을 갚겠다는 듯이 총공세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중원 놈들을 다 죽여라!”


말발굽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증거였다.


버틸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겠지.


대월의 후발대가 가세하면서 전열이 완전히 무너졌다. 거기에 뿔뿔이 흩어진 병력이 각개격파를 당하면서 불과 반절도 남지 않게 되었다.


“진왕의 맏아들이 있다고 들었다!”

“놈을 넘겨라! 수급을 바치고 투항한다면 목숨만큼은 살려주겠다!”


진왕(秦王)의 맏아들이라.


나를 말하는 거군.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부소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승리를 확신한 대월의 장수들은 날카로운 칼끝으로 위협하면서 굴욕적인 투항을 요구했다. 그러자 창과 방패에 의지한 채로 최후를 기다리던 진나라 병사들이 소리쳤다.


“닥쳐라, 더러운 오랑캐들아!”

“항복 따위는 없다! 우리들의 시체부터 넘어서라!”


싸움에 지친 병사들이 투항을 결정할지도 모른다, 라고 잠시나마 생각했던 자신에게 모멸감이 느껴질 정도로 완강한 저항이 터져나왔다.


망설임은 없다.

포위망에 갇힌 모든 장졸들이 죽음을 각오했다.


거칠게 내뱉는 숨소리가 들렸다.


칼자루를 거머쥐는 소리마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을 앞둔 적들에게 반격당한 월지의 장수가 분기를 토해냈다. 호기로운 고함을 도발과 모욕으로 받아들였는지 칼끝을 치켜들면서 공세를 준비했다.


“기껏 아량을 베풀어주려 했더니···! 개죽음을 당해야 정신을 차릴 놈들이로군. 그것이 소원이라면 당장 들어주겠다!”


승산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처참하게 죽게 되겠지.

하지만 호락호락하게 당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 장졸들을 위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솜씨로 칼자루를 뽑아들면서 각오를 다졌다.


‘미안하다, 아무래도 네 목숨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 뭐, 네 목숨이 내 목숨이긴 한데···.’


육체의 본래 소유자에게,


육체를 내어준 채로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인물에게 사과를 전했다.


그리고 옆에서 잔소리를 떽떽 늘어놓던 곱상한 환관과 귀여운 쌍둥이 공녀들을 떠올리면서 최후의 순간을 보냈다.


“마지막까지 싸워라!”


어차피 맞이하게 될 죽음이다.


죽음을 받아들이자 괴리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진나라 만세!”

“우리들은 최후의 일인까지 싸울 것이다!”


부소의 외침에 동화된 장졸들이 병장기를 내지르면서 장렬한 최후를 감행했을 때,


드드드드드드드-.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월지의 대군이 당도했던 순간과 같았다.


아니,

그보다 더욱 거칠고 난폭한 떨림이 땅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땅울림과 함께 자욱하게 일어선 흙먼지가 날아들었다. 최후의 공세를 준비하던 월지의 대군은 정체불명의 병력이 순식간에 배후를 점거하자 크게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드디어 몽염이 도착했나? 아니, 잠깐···! 저 방향은 서쪽인데. 서쪽에서 병력이 도착했다고?’


황하를 도하하여 전면전을 개시한 본대가 돌아왔다면 동쪽에서 왔어야 한다.


하지만 흙먼지를 휩쓸면서 등장한 병력은 서쪽에서 왔다.


서쪽.

대체 왜 서쪽에서 왔단 말인가?


추가적으로 투입된 월지의 새로운 증원군은 아니겠지. 고함을 내지르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월지의 반응을 통해 추측할 수 있었다.


촤아악-.


강한 바람이 몰아치면서 흙먼지를 날려보냈다.


그와 동시에 진나라를 상징하는 검은 갑옷으로 무장한 대규모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농서후(隴西侯) 이신.

강풍에 펄럭이는 흑색의 대장기를 통해 군세를 지휘하는 대장을 알게 되었다.


작가의말

이신.

몽염.


항연 피해자들 모임.

20만이면 충분하다도르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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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출진 +21 24.07.24 14,978 357 13쪽
9 대규모 원정 +14 24.07.23 15,283 363 12쪽
8 망진자호(亡秦者胡) +21 24.07.22 15,481 407 11쪽
7 두 번째 상소문 +18 24.07.21 15,860 404 12쪽
6 상장군 몽염 +13 24.07.20 16,317 393 11쪽
5 30만 정예군단 +18 24.07.19 17,204 386 13쪽
4 다시 돌아온다면 +15 24.07.18 17,964 430 13쪽
3 추방 +23 24.07.17 18,943 428 14쪽
2 진나라 황실 +17 24.07.16 19,766 46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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