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마왕의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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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고
작품등록일 :
2024.07.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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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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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성마대전

DUMMY

프롤로그 – 성마대전.


붉은 달이 떠오른 밤.

성벽 아래 떨고있는 인간들이 있었다.

천년을 지켜온 성벽.

그 역사가 오늘 하루만 더 이어지길.

인간들은 잊었던 신의 존재를 떠올리며 간절히 기도했다.


툭, 투둑


하늘에선 검붉은 비가 내렸다.

성벽안의 사람들은 곧 비릿하고 끈적이는 그것이 평범한 비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성벽위 검은 하늘위로 펼쳐진 끝도없는 원형의 방진. 그 중심에서 거대한 눈동자가 눈을 떴다.


깜빡, 깜빡.


원형의 방진을 채운 거대한 눈동자. 작은 눈동자들이 거대한 눈동자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이 깜빡일때마다 지상으로 검붉은 눈물이 내렸다.


“오늘 저물기 위해 성을 쌓았는가.”


성벽위로 나타난 마왕은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조용히 읊조리자, 그의 뿔이 검은 불꽃으로 타올랐다.


원형의 진이 붉은 빛을 발하자, 빼곡한 핏빛 문자들이 드러났다. 그 문자는 인간에게 전해진 적 없는 문자. 그러나 인간들은 보는 순간 그 의미를 깨달았다.


모든것의 주인이자 먹이사슬의 정점.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던 존재는 더 이상 이땅에 없노라고.


오직 그것만이 인간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 한가지 사실이었다.


그렇게 천년을 지켜온 성벽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성벽이 무너져내리자, 사제들은 환희에 젖어 찬송가를 불렀다. 하지만 그들 중 십자가를 바로 든 이는 없었다. 어떤 이는 그 소리를 듣고 귀를 막았고, 어떤 이는 찢어질 듯한 웃음을 토했다. 젊은이들의 빛나던 금발은 하룻밤만에 하얗게 새어버렸다.


“주인이시여···. 제발 목숨만은···.”


왕관을 벗은 왕은 새로운 주인의 발밑에 조아렸다. 왕국의 누구도 감히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드는 이는 없었다.


“신이시여···. 부디 저희를 구하소서.”


어쩌면 왕국의 운명을 구한 것은 한 눈먼 노인의 기도였을지도 모른다.


홀연히 나타난 용사는 오직 검 한자루에 몸을 맡겨 홀로 마왕의 군세와 맞서 싸웠다. 잿더미가 된 왕국에, 빛나는 것은 오직 용사의 황금빛 검 뿐이었다고 전해진다.


“신의 사자다! 신께서 우릴 위해 사자를 보내셨다!”


용사의 검이 황금색 빛을 일으키자, 어떤 이가 그렇게 외쳤다. 그 빛은 작았으나, 아주 멀리서도 그 빛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검광을 바라본 이들은 홀린 듯 일어섰고, 후대의 사람들은 마족을 멸하는 검을 성검이라 칭송했다.


***


“윽···. 이 앞을 지나가선 안된다···.”


마왕의 왼팔은 패퇴하고, 오른팔이라 하는 자는 무릎꿇렸다. 사흘밤낮을 싸워 마왕앞에 선 용사. 마침내 마왕이 입을 열었다.


「인간, 어째서 내 앞을 막는가?」


“나는 신의 부름을 받고 왔다.”


「신께서는 인간의 일에 간섭하지 않으신다. 날 보내다오. 왕국을 네게 주겠다.」


그때 용사가 뭐라고 답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찰나의 망설임 끝에 단칼에 뿔을 베어냈다고 전해질 뿐.


「용사여. 신의 부름을 받았다고 했나.」


“계시를 받았다.”


「정말인 것 같군···. 이몸을 쓰러뜨리다니···.」


“남길 말은 없는가.”


「용사여.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라. 칼을 뽑았다면 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


“영화를 누리고자 뽑은 검이 아니다.”


「그런가···. 얄궂은 운명이군. 자네는 후회하게 될것이다···.」


그렇게 마왕은 사라져 갔다···.


전쟁이 끝나고, 왕은 성대한 축제를 열어 영웅의 개선을 맞이했다.


「용사, 왕국을 구했으니,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


“모든 것은 신의 뜻이니, 바라건대, 그저 작은 안식을 원합니다.”


왕국을 구한 영웅이 바란 것은 변경지역의 마당과 텃밭이 있는 작은 집한채였다고 한다.


나라를 구한 보답이라기엔 너무나 작고 소박한 것이었다. 그렇게 용사는 홀연히 왕국을 떠났다···.


***


[치직. 치직.]


[플레이어들에게 가리워진 역사의 이면을 여기에 남긴다.]


“잠깐만! 기다려주시오!”


홀로 왕국을 떠나려는 용사를, 마차 한 대가 불러세웠다. 용사는 돌아보지 않고 걷는다. 그러나 곧 따라잡은 마차.


숨을 헐떡이며 나온 것은 인간들의 왕이었다. 왕의 기사가 그 뒤를 따라나왔다. 용사는 다친 몸을 숙여 예를 갖췄다.


“용사여,”


“···.”


용사는 말없이 왕을 바라보았다. 이미 할말을 알고있다는 표정. 왕은 간절한 표정으로 용사를 바라보았다.


“이미 말씀드렸을텐데요.”


“무엄하다! 어전임을 모르는가?”


기사가 호통치자, 왕이 손을 들어 제지한다. 용사를 이해한다는 표정.


“용사여. 힘 없는 평화란 부질없는 것이네. 부디 왕국에 남아주지 않겠나?”


“저의 사명은 끝났습니다. 이제 저에겐 아무런 힘도 남지 않았습니다.”


용사는 검을 뽑아들었다. 성검이라 불렸던 검. 이제 그 빛은 희미하게 약해져 있었다. 실망한 왕은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런가···. 알겠네.”


등을 돌려 떠나는 왕. 용사도 등을 돌려 떠나려는 찰나였다.


푸슛!


“커헉.”


날카로운 고통이 용사의 가슴을 꿰뚫었다. 기사의 검이 용사의 심장을 관통한 것이다. 경악에 찬 시선이 향한 곳에는 뜨거운 피분수가 솟구쳐 흘러내리고 있었다.


“힘을 잃었다는 게 빈말은 아니었나보군.”


기사는 쓰러진 용사의 품을 뒤져 안에 든 것을 꺼냈다.


“폐하. 보십시오. 제가 뭐랬습니까?”


“허엇···! 그, 그것은!”


“그건··· 안돼··· 없애지 않으면···.”


기사의 손에 들린것은 마왕의 뿔이었다. 놀랐던 왕의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용사. 우릴 속인것이오? 어찌 이런것을 숨겨두셨소.”


“폐하,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후환을 남기시면 아니되옵니다. 이자를 이대로 보내시면 곧 군대를 이끌고 돌아올 것입니다.”


뚜벅. 뚜벅.

왕은 천천히 걸어와 용사의 등을 내려다본다.


“용사. 옛정을 생각해서 대역죄인이라는 오명만은 거둬주겠소. 용사의 명예를 안고 잠드시길. 그게 내가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자비요!”


용사는 고개를 돌려 올려다본다. 용사의 시선이 기사의 얼굴로 향했다. 싸늘한 조소를 날리는 얼굴. 그 얼굴이 점점 일그러져 마족의 형태로 변해간다.


그것은 전장에서 자취를 감춘자. 마왕의 왼팔이었다. 용사는 그대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시시한 최후로군.”


조소를 머금고 돌아서는 등뒤로 나지막한 읊조림이 들려왔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시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바치오니,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내리소서.”


용사의 읊조림에, 기사는 아연했다. 저것은 동귀어진. 공멸의 기도였다. 등에 박힌 검을 뽑아내 저 목을 쳐야한다!

그러나 용사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심장에 박힌 검을 움켜쥐었다.


“아니···! 이 미친자가! 폐하, 빨리 이놈의 목을! 아니, 빨리 검을 이리 내!”


기사는 주춤주춤 물러섰다. 용사는 천천히 일어나 빛의 검을 뽑아냈다.


“삶을 바쳐 죽음을 구하고, 죽음을 바쳐 죽음을 얻고자 하니···. ”


“그, 그만둬! 너도 무사하지 못한다! 내 폐하를 설득해 볼 터이니···.”


“죽음은 곧 영생으로의 부활임을 믿사옵나이다.”


용사가 기도를 마치자, 희미했던 용사의 검이 다시 빛난다. 그 빛은 점점 빛나 용사의 몸을 에워쌌다. 멸악의 칼끝이 기사의 목을 향했다.


“돌아가라!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크아아악!”


눈부신 섬광이 빛났다. 벼락과도 같은 일섬.

성검의 빛은 기사의 왼팔을 날렸으나, 목숨을 끊어놓지는 못하였다. 검을 가로막은 것은 검은 화염에 휩싸인 뿔이었다.


“크핫, 크하하하!”


광소를 터뜨리는 기사.


“신이시여···. 어째서···.”


털썩.

나지막한 탄식을 끝으로, 용사는 쓰러졌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겼을때,

빠가가각!

마왕의 뿔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 안돼!!!”


뿔은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산산조각으로 흩어져버렸다. 광소를 터뜨리던 기사는 이내 광분에 휩싸여 소리쳤다.


“무엇하고 있나! 찾아라!”


그날, 왕국의 하늘엔 유성우가 내렸다.

하늘이 온통 쏟아져 내리듯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의 편린들은 검은 왕국의 하늘 위로 흩어져 내렸다.


***


[용사여.]


쓰러진 용사의 시체 위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대의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목소리에 반응하듯, 멈춰있던 몸이 움찔댔다.

사슬에 묶인 듯 무거운 몸을

칼집을 지팡이 삼아 겨우 일으킨다.


한걸음···. 또 한걸음···.

이미 절명한 몸을 일으켜 처절한 걸음을 내딛는다.

전쟁의 참상과 배신이 스쳐간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몸부림쳤나.


해방이라 믿었던 죽음.

그러나 죽음의 안식조차 빼앗긴 용사는 나지막한 탄식을 토했다.


“아직도···. 끝나지 못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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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전이 24.08.02 7 0 12쪽
15 #14. 마녀재판 24.08.01 9 0 9쪽
14 #13. 경비대장 헥터 24.07.31 7 0 13쪽
13 #12. 맞고 벗을래? 그냥 벗을래? 24.07.30 8 0 13쪽
12 #1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4.07.29 7 0 14쪽
11 #10. 지하실의 악마 24.07.28 8 0 12쪽
10 #9. 탑에 갇힌 공주님 24.07.27 8 0 11쪽
9 #8. 화형식 24.07.26 6 0 12쪽
8 #7. 태양을 피하는 방법 24.07.25 12 0 13쪽
7 #6. 블리스우드 24.07.24 23 0 11쪽
6 #5. 안녕 마계. 24.07.23 27 0 13쪽
5 #4. 섭리의 눈. 24.07.22 25 0 12쪽
4 #3. 꿈에서 깨어. 24.07.21 30 0 11쪽
3 #2. 지금까지 제 소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07.20 26 0 13쪽
2 #1. 어버이 은혜 24.07.19 58 0 13쪽
» 프롤로그 - 성마대전 24.07.19 6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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