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마왕의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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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고
작품등록일 :
2024.07.19 15:54
최근연재일 :
2024.08.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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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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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국경지대

DUMMY

“저기다! 저 바위틈으로 들어가!”


“프리츠! 내가 잠시 시선을 끌겠다!”


눈앞에 좁은 동굴처럼 생긴 바위가 보였다. 틈이 깊지는 않았지만 입구가 좁아 덩치큰 데모보어는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 해골이가 뼈장검을 휘두르며 시선을 끄는 사이, 우리는 그 안으로 쏙 들어갔다.


‘해골이는 무사할까?’


바위틈 사이를 내다보려했지만,


덥석!


‘미친! 물릴뻔 했잖아!’


순간 바위틈 사이로 뭔가가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직감적으로 몸을 뒤로 빼지 않았다면 머리통째로 뜯어먹힐뻔 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놈은 아쉽다는듯이 입맛을 다셨다. 바위틈으로 서늘한 바람이 들어온다.


“소환해제, 소환.”


바깥으로 나갔던 해골이가 돌아왔다.


“해골아 어떻게든 시간을 끈다며?”


“···면목없다. 내쪽은 아예 돌아보지도 않더군.”


나는 해골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뼈밖에 없어서!”


“···타냐. 그런말 하면 못써.”


“···.”


해골이가 시무룩해졌다.


“외피가 너무 두껍다.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멧돼지는 샷건을 맞아도 죽지 않고 달려드는 놈이다. 해골이와는 체급부터가 달랐다.


“프리츠. 멧돼지 또 땅판다.”


“뭐?”


쾅!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또다시 바위가 부서질듯한 굉음이 들리며 바위틈이 흔들렸다.


킁컹킁컹!


동굴은 그렇게 깊지 않았다. 깊이가 대략 3미터정도.

바위틈 사이로 데모보어의 주둥이가 튀어나와 킁킁댔다.


“우욱, 씹!”


바로 눈앞에서 입을 벌린채 침을 좔좔 흘리는 녀석. 놈이 밀어넣은 주둥이를 벌리자 끔찍한 역한 냄새가 동굴안으로 퍼졌다. 입맛을 다지며 혀까지 낼름낼름거리고 있었다.


“해골아 그것좀 줘봐!”


푸슛!

놈이 들이민 혀를 뼈장검으로 찔러버렸다.


뀨이이익! 킁컹킁컹킁컹!!!!


오히려 놈을 흥분시킬 뿐이었다.

되려 더 미친듯이 바위틈 사이로 주둥이를 밀어넣으려고 했다.


후루루룩 후루루룩!


두두두두두둑.

급기야 땅을 파는 데모보어.

혀를 찌르니 오히려 식욕이 자극된듯 했다.


“끼약! 프리츠! 멧돼지 밥된다!”


주둥이를 밀어넣었다가 혀를 들이밀었다가

땅을 팠다가 지랄발광을 하는 멧돼지. 급기야는 바위틈사이에 머리를 비집고는,


“끼약! 프리츠! 바위가 들릴 것 같아!”


멧돼지가 힘을 쓰자 흙가루들이 떨어져내렸다. 바위틈이 금방이라도 쪼개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내가 어떻게든 하겠다.”


해골이는 뼈장검을 들어 필사적으로 데모보어의 눈을 찔렀다. 데모보어는 가까스로 피하더니 동굴에서 거리를 뒀다.


식재료가 된다는건 이런 기분이구나···. 한동안 삼겹살은 못먹을 것 같다.


‘먹을것에 진심이네···.’


데모보어는 분했는지 바위틈새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뜨거운 숨을 내쉴때마다 끔찍하게 역한 입냄새가 들어왔다. 그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쾅!

쾅!


몇번을 더 화풀이하듯 부딪쳐댔지만, 동굴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결국 여기를 사수한 것이다. 놈은 멀어져갔다.


‘와···. 드디어 갔나?’


“프리츠! 프리츠! 온다!”


두둥, 두둥, 두둥,

둔탁한 발소리에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진동에 땅이 울렸다.


‘뭐 미친?’


쿠왕!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몸통박치기.

동굴 전체가 지진난듯 흔들렸다.


‘여기도 무사하지 못한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알았다.

여기도 얼마 못버틴다는 걸.

그때 멧돼지와 눈이 마주쳤다.


헥,헥,헥,헥 킁컹킁컹!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피식의 공포.

광기에 가까운 식탐이 눈에 서려있었다.

반드시 먹고 말겠다는 집념.


‘대체 왜 이렇게까지 쫓아오는거야?’


얘가 그렇게 맛있어보이나?

타냐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확실히 살이 포동포동하긴 한데···.


오물오물.


“타냐? 너 뭐먹어?”


타냐는 나랑 눈이 마주치더니, 황급히 품속으로 뭔가를 숨겼다.


“안돼! 이건 내꺼야···.”


그게 뭔지 알아차린 나는 뒷머리가 쭈뼛 서는 것 같았다.


‘감자였어!’


“타냐! 그거 이리내!”


“내꺼라고!”


타냐는 필사적으로 감자를 끌어안았다.


“타냐···. 배고픈 멧돼지한테 하나만 주자. 전부 달라고 안할테니까 한개만···.”


“진짜 1개만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간절하게 부탁하자, 타냐가 감자를 하나 내놓았다. 포슬포슬 잘익은 감자. 아주 작은 조각 하나를 떼서 밖으로 던졌는데.


쿰척쿰척!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어 감자를 집어삼키는 데모보어···.


‘역시 이것때문이었나?’


감자조각을 집어삼킨 멧돼지는 감질나서 그런지 바위사이로 주둥이를 쑤셔넣고 미친듯이 킁컹댔다.

물론 그 큰몸집으로 들어올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곤 다시 바위를 부수려고 뒤로 물러섰다.


“지금이야! 뛰어!”


먼저 감자를 든 해골이가 뛰었다.

나랑 타냐는 반대쪽.


데모보어는 광분해서 나무들을 마구 쓰러뜨리며 해골이를 쫓았다. 나는 눈으로 해골이를 쫓는한편 그것을 찾았다.


‘국경지대라면 분명히 있을거야.’


[마안 : 초급 심미안이 발동됩니다.]


눈에 마력을 집중시키고 숲을 살폈다.

국경지대라면 분명히 있다.

그때 눈에 마력의 파동이 들어왔다.


“여기야! 이쪽으로 뛰어!”


내 신호와 함께 해골이가 방향을 틀었다.

나랑 타냐는 바위 뒤로 숨어 엎드렸고

민첩하게 뛰는 해골이의 뒤를 둔탁한 땅울림이 뒤따랐다.


타다다다다닷!


“소환해제!”


해골이가 내가 말한 위치에 다다랐을때, 나는 해골이를 소환해제 했고, 뒤따른 멧돼지의 발밑에선 눈부신 빛이 뿜어져나왔다.


국경지대의 함정.

대 마수용 무기 마력지뢰였다.


빛나는 섬광이 데모보어를 감싸고,

굉음과 함께 숲 전체가 뒤흔들릴 폭발음이 터져나왔다.


“프리츠! 아직 살아있어!”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일어서려고 하는 멧돼지.

온몸이 불타 너덜너덜 해졌으면서도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콰직!


재생이 되기 전에 숨통을 끊어야한다.

나는 재빨리 뛰어가 폭발로 가죽이 뜯겨져나간 부분에 검을 찔러넣었다.


놈은 부르르 떨며 움찔댔다.

숨이 끊어져가면서도 나를 노려보며 식탐을 버리지 못한 멧돼지.


나는 지뢰 앞에 놓인 감자조각을 주워 녀석의 입에 던져넣었다.


푸르르르.

그러자 녀석은 푸드덕 떨더니 그대로 숨통이 끊어졌다.


[데모보어를 처치했습니다.]

- 데모보어의 엄니 X 2

- 데모보어의 가죽 X 1

- 데모보어의 삼겹살 X 1


휴···. 살았다.


***


그대로 긴장이 풀려버린 나는 그자리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해골아 나와!”


땅에서 솟은 해골이가 나와 데모보어를 내려다보았다.


“완전히 숨이 끊어졌군.”


해골이는 놀라워하며 말했다.


“여기 지뢰가 있다는걸 어떻게 알았지?”


“마력 파동이 보였어.”


고인물이라서 아는거지만 아무튼.

나는 전리품을 살펴보았다.


[데모보어의 엄니]

- 멧돼지몬스터 데모보어의 거대한 엄니.

- 무기나 방어구의 재료로 쓰이는 듯 하다.


[데모보어의 가죽]

- 무겁지만 단단한 데모보어의 가죽.

- 갑옷이나 의복의 재료로 쓰인다.


[데모보어의 삼겹살]

- 데모보어의 고기.

- 질기고 단단해 식재료로 쓰기엔 품질이 좋지 않다.


나는 그것들을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다.

일단 이 삼겹살은 먹고싶진 않았다.


“어? 근데 타냐 어디갔어?”


데모보어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타냐가 사라지고 없었다. 타냐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저쪽에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타냐! 이쪽으로 와!”


나는 타냐쪽을 향해 뛰어갔다. 타냐는 그 희미한 빛쪽으로 홀린듯이 걸어가고 있었다.


“프리츠. 이거 예쁘지?”


빨강 초록 파랑색 불빛이 반딧불처럼 깜빡깜빡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고 있었다. 저게뭐지?


“당신이 데모보어를 처치한 용사님인가요?”


“어? 말을 하잖아?!”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것은 작은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는 요정이었다.


말을 건것은 빨간 여자 요정. 그리고 뾰로통한 표정의 파란 남자요정, 그리고 안경을 쓰고 성별이 애매한 학구적으로 생긴 초록요정.


셋다 옷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야! 어딜보는거야?!”


파란요정이 성난 말투로 쏘아붙였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그리로 가는걸 어떡하라고.

크기는 작지만 있을건 다 있었다.


“그럼 옷을 입든가.”


내 말이 떨어지자 세 요정은 빙글 돌더니 나뭇잎 뒤로 숨었다. 나뭇잎을 잘라 중요부위를 가린 요정들이 다시 내 앞으로 날아왔다.


다시 온화한 빨간 요정이 얼굴을 붉히며 말을 걸었다.


“실례했어요. 인간들의 복식은 잘 알지못해서.”


“아니, 뭐 괜찮아. 근데 너흰 뭐야? 갑자기 나타나서는.”


“으앗, 이거 놔! 난 인형이 아니야!”


타냐는 파란요정을 붙잡아 끌어안더니 볼에 부비적댔다.


빨간요정은 그쪽을 흘긋 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이 숲에 사는 요정. 뭐든 먹어치우는 데모보어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어요. 당신이 해치운 데모보어는 우리 요정을 잡아먹고 마력을 얻은거죠.”


“그럴수가···. 그럼 아까 처음에 먹고 있던게?!”


“네···. 아마도···.”


빨간 요정의 얼굴에 슬픈 기색이 비쳤다.


“인간. 뭐 하나만 물어볼 수 있을까.”


이번엔 초록요정이 말을 걸었다.

안경을 써서 학구적인 인상의 요정이었다.


“뭔데?”


“아까 녀석을 어떻게 해치운거지? 너 그렇게 강해보이진 않는데.”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마력지뢰에 대한 걸 설명해줬다. 몬스터가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인간들이 설치한 함정이라는 것도.


“흠···. 그렇군. 우리는 날개로 날아다니다보니 그런게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초록요정은 굉장한 흥미를 보이며 말했다.


“인간들의 문명은 좋진 않지만 이참에 연구해보는것도···. 흠흠.”


‘꽂혔네. 꽂혔어.’


점잖은척 했지만 눈빛이 빛나는게 폭탄마의 자질이 있는 녀석이었다.


“숲 곳곳에 마력의 파동이 느껴지는 곳이 있어. 그런 곳들을 찾아봐.”


“호오···. 그거 흥미롭군.”


초록요정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뭔가 바라는 게 있는 표정.


“저건 내가 가져도 될까?”


초록 요정이 가리키는 것은 마력지뢰의 잔해였다.


“응? 나는 가져갈 생각도 없었어. 니가 가져도 좋아.”


“크흠흠. 그럼 저건 내가 갖도록 하지.”


초록 요정은 지뢰가 있는 쪽으로 휭 날아갔다.


“야! 잠깐!”


이번엔 타냐의 품에서 빠져나온 파란요정이 말을 걸었다.


“야! 저 데모보어는 내가 해치우려고 했단 말이야.”


나는 어이가 없어져서 말했다.


“그럼 너희 동족이 잡아먹히기 전에 해치우지 그랬어?”


“그, 그건···.”


“실피. 데모보어를 물리치신 용사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빨간 요정이 나무라자 파란요정이 입을 삐죽댔다.


“용사님. 진정하세요. 실피는 요정족 전사가 되고 싶어한답니다.”


그래서 질투한건가? 쪼끄만 녀석이 입을 삐죽대니 귀여워보였다.


“인간. 저···.”


이녀석도 뭔가 바라는 게 있는 듯 했다.


“왜? 너도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빨리 말해.”


“그···. 엄니말야.”


“엄니?”


“멧돼지를 처치한 증표로 그 이빨을 갖고싶어. 가보로 간직하려구.”


‘이걸 줘도 되나?’


이건 재료아이템이라서 좀 아까웠다.

해골이한테 주면 딱일 것 같은데.


일단 엄니를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길이가 70센티는 되는 엄청난 엄니였다.


“아니···. 이렇게 큰건 말구!”


파란 요정은 데모보어가 뻗어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가까이 가보니, 시체 밑에 놓인 부러진 엄니가 있었다.


[데모보어의 부러진 엄니]

- 데모보어의 부러진 엄니이다.

- 부러져서 상품성이 떨어진다.


“이거?”


데모보어의 4개의 엄니 중 작은 엄니였다.

안그래도 작은데다 부러져서 쓸모가 있어보이진 않아서 안챙긴건데.


“응! 그거. 나한텐 그 크기가 딱 좋아. 부러진 모양이 전사같아.”


“이게?”


나는 그 엄니를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이녀석의 미적감각은 알수없군.’


속으로 고개가 갸웃거려졌지만 파란요정에게 엄니를 건네줬다.


“용사님 어쩌죠? 멧돼지도 처치해주시고 이런 귀한것들까지.”


“응? 음, 뭐 별거아닌데···.”


빨간요정은 눈앞에서 빛을 깜빡 깜빡 거리더니 말했다.


“대신 저희도 작은 선물을 하나 드리고 싶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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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그림자 길드 24.08.04 4 0 12쪽
» #18. 국경지대 24.08.04 3 0 12쪽
18 #17. 말하는 해골 24.08.04 3 0 11쪽
17 #16. 생일 축하 합니다. 24.08.03 5 0 12쪽
16 #15. 전이 24.08.02 7 0 12쪽
15 #14. 마녀재판 24.08.01 9 0 9쪽
14 #13. 경비대장 헥터 24.07.31 7 0 13쪽
13 #12. 맞고 벗을래? 그냥 벗을래? 24.07.30 8 0 13쪽
12 #1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4.07.29 7 0 14쪽
11 #10. 지하실의 악마 24.07.28 8 0 12쪽
10 #9. 탑에 갇힌 공주님 24.07.27 8 0 11쪽
9 #8. 화형식 24.07.26 6 0 12쪽
8 #7. 태양을 피하는 방법 24.07.25 12 0 13쪽
7 #6. 블리스우드 24.07.24 23 0 11쪽
6 #5. 안녕 마계. 24.07.23 27 0 13쪽
5 #4. 섭리의 눈. 24.07.22 26 0 12쪽
4 #3. 꿈에서 깨어. 24.07.21 30 0 11쪽
3 #2. 지금까지 제 소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07.20 26 0 13쪽
2 #1. 어버이 은혜 24.07.19 58 0 13쪽
1 프롤로그 - 성마대전 24.07.19 6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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