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마왕의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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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고
작품등록일 :
2024.07.19 15:54
최근연재일 :
2024.08.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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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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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말하는 해골

DUMMY



“프리츠, 갈곳은 정한거냐?”


“···?”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해골이 혼자 멀뚱멀뚱 쳐다보고있었다.

분명 맑고 청량한 남자 목소리였다.


“지금 말한거 아니지?”


“···.”


해골이는 고개를 갸웃 하며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잘못들었나?’


다시 고개를 돌리려 할때였다.


“···말하면 안되는 거였나?”


“···?”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그동안 말할줄 알면서 가만히 있었던거야?”


“농사에 대화가 필요한가?”


“······.”


해골이와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옥수수를 캐고···

옥수수를 캐고···

옥수수를 캤던 과거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말하는 사역마를 불편해하는 주인도 있다. 다른 뜻은 없었다.”


왜 불편해하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지성이 있다고 하면 마구 부려먹을때 양심에 찔리니까.


‘날새도록 캐라고 한적도 있는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이내 단념했다.

대신 앞만보고 한참을 걸었다.


“정말 처음부터 숨긴거야??”


홱 돌아서서 쏘아붙이니 해골이가 대답했다.


“말을 할 수 있게 된건 오늘부터다.”


“···그런걸로 하자.”


***


“프리츠.”


“왜.”


“이녀석 쉬한 것 같다.”


“···.”


마침 하늘도 어둑어둑해지는 찰나였다.

오늘은 이 주변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타냐를 내려놓고 주문을 외웠다.


“소환해제, 소환”


땅에 들어갔다 나오니 다시 뽀송한 해골이 되었다.

입고있는 갑옷은 그대로지만.


“고맙다.”


해골이와 나는 돌아다니며 마른장작을 모아왔다.

해골이가 불을 피우려 하자 나는 해골이를 제지했다.


“다크 플레어.”


내 손에서 타오른 작고 검은 불꽃이 나무로 옮겨붙었다. 아직은 실전에 쓰기에는 미약한 불꽃이지만 불붙이기정도는 가능했다.


“그런것도 있었나?”


“얼마 안됐어.”


짐속엔 창고에서 가져온 감자가 있었다.

불가에 감자를 던져넣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끄응···.”


그때 타냐가 눈을 떴다.


“프리츠.”


“정신이 들어?”


정신이 돌아온 타냐를 보니, 덜컥 겁이 났다.


‘홉스에 대해 물으면 뭐라고 해야하지?’


죽음이라는게 뭔지도 모를 나이였다.

홉스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지만 마음을 굳게 먹는 수밖에 없었다.


“프리츠. 홉스는···?”


나는 타냐의 얼굴을 봤다.

타냐가 바라는 대답은 아니겠지만.

나도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다.


“홉스는 땅으로 돌아갔어.”


“···.”


나는 타냐에게 그동안의 일을 말해주었다.

홉스를 죽인 녀석들이 돌처럼 굳어 죽어있었던 이야기, 홉스를 땅에 묻어준 이야기와 케잌을 먹은 이야기. 복수를 하기위해 농장을 떠났다는 사실도.


“타냐. 지금부턴 마음을 굳게 먹어야해.”


“이제 홉스를 기억하는 건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으니까.”


타냐도 다 이해하긴 어려운 듯 했지만 이런말을 남겼다.


“흐끅···. 감자도 같이 묻어줬어? 홉스는 엄청 많이 먹잖아.”


“응. 감자라면 밭에 수도 없이 있잖아. 감자밭에 묻어줬으니 몽땅 가져갔을걸?”


“아! 그렇네?!”


타냐는 처음으로 웃었다.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그 미소를 보고있으니 나도 처음으로 피식 하고 웃게됐다.


“자, 먹어둬 타냐. 이제부턴 강해져야 하니까.”


“응!”


뜨거운 감자를 호호 불어 타냐에게 건넸다.

타냐는 감자를 한입 베어 물더니 오물오물 감자를 먹었다.


“프리츠.”


“응?”


“나도 따라갈래. 복수.”


“응???”


눈빛으로 해골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싸늘한 답변 뿐이었다.


“설마 버리고 가려고 한거냐?”


“아, 아니! 사람을 뭘로 보고!”


사실 난감하긴 했다.

타냐를 데려가자니 방해가 될 것 같고, 고아원에 맡겨버리면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아··· 어떡하지’


“걱정마라.”


그때 해골이가 입을 열었다.


“이녀석은 재능이 있다.”


“재능?”


“신병에 걸린다는건 영적인 재능이 있지않고서는 불가능하다.”


“···!”


“설마 그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한거냐?”


해골이는 허리춤에 찬 뼈장검을 꺼냈다.


“잠깐 손좀 빌리겠다.”


“으앗!”


해골이는 뼈장검으로 살짝 베어 내 손바닥에 작은 상처를 냈다.


“타냐. 정신을 집중해봐라.”


타냐가 다가와 상처 위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깊게 숨을 쉬면서 머릿속에 치유의 이미지를 떠올려 봐라.”


[초급 회복마법 : 치유의 빛을 사용합니다.]


타냐의 몸 주위로 희미한 빛이 나더니, 손바닥에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물리치료할때 쏘는 원적외선 같은 느낌? 그렇게 5분정도 지나니 상처가 완전히 아물어 사라졌다.


‘와···. 인간 마데카솔?’


손바닥을 움직여봤지만 상처가 정말 말끔하게 사라져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눈에 마력을 집중했다.


[초급 심미안을 발동합니다.]


심미안으로 들여다보자, 타냐의 몸 주위로 오오라처럼 하얀 빛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상서로운 빛이 틀림없었다.


‘와, 무슨 빛이 이렇게?’


“그릇이다.”


“그릇?”


“신병이 걸리는 이유는 영을 담을 수 있는 체질이라서 그런것이지. 영매라고도 한다. 누가 들어오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조차도 저런 건 처음 보는군.”


‘영매라고? 대체 그럼 뭐가 들어간거지?’


나는 자연스레 그 거대한 눈을 떠올렸다. 자신을 천사라 소개했던···.


‘이 녀석 혹시 엄청난 거물이 될지도.’


***


“베링겐 아카데미라는게 있다.”


앞으로의 거취에 대한 회의.

입이 터진 해골이는 내게 이것저것 방향을 제시했다.


“거긴 안돼. 내가 귀족도 아니고. 거기 가면 너는 숨어서만 살아야 할텐데.”


“음?! 거길 어떻게 알지?”


“사소한건 넘어가고.”


“그렇다면 애슈턴 기사단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긴 평민도 갈수있긴 하지. 근데 종자생활을 5년은 해야하잖아.”


“으잉?!! 그건 어떻게 안거지?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갈곳은 이미 정해졌어. 우린 국경을 넘을거야.”


계속 말을 끊어버렸더니 해골이도 살짝 발끈했다.


“···제 정신인가? 국경 수비대는 어떻게 돌파할 셈이지?”


“저번에 다 죽었잖아.”


“···!”


국경지대엔 경비가 삼엄해 쉽게 넘어갈 수 없다.

그러나 블리스우드는 중대급 병력이 몰살당하는 바람에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국경을 넘어가면 중립지대가 있어. 인간계도 마계도 아닌 곳. 우린 거기서부터 시작할거야.”


해골이는 잠깐 생각에 잠긴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이라면 돌파가 가능할 것 같다.”


왕국 바깥 중립지대. 폭풍성장이 가능한 곳이지만 초반엔 시스템상 진입자체가 불가능하다.


‘이게 이렇게 뚫릴 줄이야.’


국경밖 중립지역은 인간과 마계, 어느 쪽에서도 침범하기 껄끄러운 곳이다. 이곳을 건드린다는 것은 곧 전쟁을 의미했기에. 추격자들의 손길도 당분간은 미치지 않을 것이다.


“잠깐만 눈을 붙여라. 금방 이동해야 하니.”


***


‘역시 비어있군.’


초소는 예상대로 비어있었다. 덕분에 국경수비대가 지키는 영역은 손쉽게 통과. 문제는 이 다음인데.


국경지대는 울창한 숲으로 뒤덮힌 산지였다. 울퉁불퉁한 바위에 함정도 많아 이동에 제약이 있다.


“프리츠. 여기 긁혔어.”


험준한 지형이지만 자잘한 상처가 날때마다 타냐가 조금씩 치료해 줘서 버틸만 했다.


“타냐. 근데 너 뭐먹어?”


“헤헤 비밀.”


입가에 감자를 잔뜩 묻히고 오물거린다. 방실방실 웃는 타냐.


“타냐. 여기서부턴 빛을 쏘면 안돼.”


스산한 숲속.

어두운 숲속을 살금살금 걸었다.

함부로 빛을 쓰면 표적이 될 수 있다.


어려운 곳은 여기부터였다. 확률은 반반. 운이 나쁘면 몬스터를 만날수도 있다. 해골이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려나?


“해골아. 너 뼈가 부러지면 어떻게 돼?”


“뼛조각이 있으면 금방 다시 붙는다.”


“핵이 부서지면?”


“그건 시간이 꽤 걸리지.”


“얼마나?”


“하루정도는 걸릴거다.”


언데드라고 해서 무적은 아니다. 마력 핵을 파괴하면 전투불능에 빠지게된다.


문제는 해골이가 여기 녀석들과 상성이 안좋다는 것이다. 일단 마주치지 않는게 최선이다.


킁컹. 뀨이익.


‘설마···.’


그때 멧돼지 특유의 코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쉿, 여기 숨어.”


우리는 언덕 밑 바위옆으로 몸을 숨겼다. 바위옆으로 슥 녀석을 쳐다봤다. 한눈에 봐도 정상적인 멧돼지가 아니었다.


‘뭐 저렇게 커?’


4개의 엄니에 키만해도 3미터가 넘는 거구의 멧돼지가 코를 킁킁댔다. 식인 멧돼지, 데모보어였다.


[데모보어]

- 멧돼지가 마물화된 몬스터.

- 식탐과 음식을 향한 집념은 상상을 초월한다.


컹킁컹킁.


다행히 데모보어는 뭔가 게걸스럽게 먹느라 정신이 팔려있었다.


“식사중인것 같으니 이틈에 도망가자.”


내가 속삭이듯 말하자 세사람 모두 살금살금 자리를 피했다.


살금살금.

살금살금.

빠지직.


하지만 누군가 나뭇가지를 밟아버렸다.

반사적으로 데모보어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순간 귀를 쫑긋하는 멧돼지.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안돼···. 제발···.’


컹킁컹킁.


“프리츠. 점점 다가오는 것 같다.”


탐욕스러운 킁킁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있었다. 다른 바위밑으로 숨어봤지만···.


“프리츠. 멧돼지가 계속 따라와.”


‘하···.’


뭔가 냄새를 맡은건가? 살금살금 다른곳으로 이동해봐도 놈은 끈질기게 따라왔다.


“프리츠. 이쪽으로 와라.”


꽤 높은 나무였다.

타냐와 내가 먼저 올라가고 해골이가 뒤에 남았다.

해골이는 밑에서 우리가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봐줬다.


컹킁컹킁컹킁.


멧돼지는 눈이 나쁘고 팔다리가 짧아서 나무에 오를 순 없다. 데모보어가 나무 밑에서 분한듯 씩씩댔다.


쿵.

쿵.


멍청한놈.

엄니로 나무를 두번정도 찍더니 씩씩대며 주위를 맴돌더니 분하다는 듯 멀어져갔다.


‘휴···. 살았다.’


“프리츠. 멧돼지 땅판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녀석은 포기한게 아니라 그저 추진력을 얻기 위한···.


쾅!


“으아아악!”


타냐와 나는 필사적으로 나무에 매달렸다.

데모보어는 2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전속력으로 뛰어오더니 우리가 있는 나무에 몸통박치기를 하기 시작했다.


쾅!

쩌저저저저저적.


“해골아 방금 안좋은 소리가 났는데?”


“오래 못버틸것 같다.”


“기우뚱 한다!”


“둘다 나한테 와라!”


쾅!


나무가 기우뚱 하는듯 하더니, 3번째 충격이 왔다.


“으아아아아악!”


콰지직.

그 커다란 나무가 단 3번만에 쓰러져 버린것이다.


킁컹킁컹킁컹킁컹!!!


데모보어는 기괴한 코먹는 소리를 내며 제자리를 뱅글뱅글돌았다. 꼭 즐거워서 웃는것 같아 보였다.


이마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엄니를 드러내고 침을 질질 흘렸다.


‘으악···. 미친!’


누가 밥한끼 먹자고 피까지 본단 말인가···.


“우린 먹을것도 없어···!”


억울했다.

삐쩍마른 아이 둘과 해골···.

한입거리도 안될 것 같은 우리를 먹으려고 저렇게까지 한다고? 미친 집념이었다.


‘저정도 피지컬이면 사냥을 하면 되잖아!’


우리는 죽도록 뛰었다.

나무에서 떨어진 충격이 남아있었지만···.

살기위해 뛰었다.


헉, 헉, 헉, 헉,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저기다! 저 바위틈으로 들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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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국경지대 24.08.04 3 0 12쪽
» #17. 말하는 해골 24.08.04 4 0 11쪽
17 #16. 생일 축하 합니다. 24.08.03 5 0 12쪽
16 #15. 전이 24.08.02 7 0 12쪽
15 #14. 마녀재판 24.08.01 9 0 9쪽
14 #13. 경비대장 헥터 24.07.31 7 0 13쪽
13 #12. 맞고 벗을래? 그냥 벗을래? 24.07.30 8 0 13쪽
12 #1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4.07.29 7 0 14쪽
11 #10. 지하실의 악마 24.07.28 8 0 12쪽
10 #9. 탑에 갇힌 공주님 24.07.27 8 0 11쪽
9 #8. 화형식 24.07.26 6 0 12쪽
8 #7. 태양을 피하는 방법 24.07.25 12 0 13쪽
7 #6. 블리스우드 24.07.24 23 0 11쪽
6 #5. 안녕 마계. 24.07.23 27 0 13쪽
5 #4. 섭리의 눈. 24.07.22 26 0 12쪽
4 #3. 꿈에서 깨어. 24.07.21 30 0 11쪽
3 #2. 지금까지 제 소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07.20 26 0 13쪽
2 #1. 어버이 은혜 24.07.19 58 0 13쪽
1 프롤로그 - 성마대전 24.07.19 6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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