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마왕의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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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고
작품등록일 :
2024.07.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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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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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지하실의 악마

DUMMY

“해골소환”


대니가 뒤를 돌았을 때, 나는 마법진을 그려 해골이를 소환했다.


해골이의 얼굴은 베일로 가리고, 검은 사제복을 입혔다. 머리엔 두건을 깊이 눌러써서 이중으로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손도 안보이게 잘 싸고...’


대니가 제법 손재주가 있었기에 뒤집어쓰니 영락없는 신부였다. 조악한 부분도 있지만 어둠속에서 구분하긴 어려울 것이다.


‘좀 답답할거같긴 한데.’


마지막으로 나는 해골이의 갈비뼈에 들어가 쪼그리고 앉았다.


“해골아, 바짝 조여줘.”


내가 들릴 듯 말듯 속삭이자 해골이가 갈비뼈를 바짝 조여 몸을 고정시켜줬다.


나는 사제복 틈새로 바깥을 보며 대니의 뒤를 따랐다. 대니가 어둠속에서 길을 헤매면 내가 마안으로 방향을 지시했다.


끼익 - ,


성당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갔다. 문 열리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끼익댔다.


우리가 예배당 앞을 지날때였다.

예배당 스테인드글라스가 희미한 별빛을 비추고 있었다.


“대니, 저기 예배당에서 방금 누가 기도하고 있지 않았어?”


“아니? 아무도 못봤는데?”


“그래? 저기 분명 구석에서 누가 기도하고 있었는데?”


“하지마... 나 진짜 무섭다고.”


“크크큭. 안통하네?”


내 안에 깃든 마왕의 힘 때문일까? 아니면 강해진 정신력 때문일까?


나는 칠흑같은 어둠속에서도 별로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되려 겁에 질린 대니를 보니 자꾸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반응이 은근 재밌네.’


그래도 과하면 들킬 우려가 있었기에 심하게 놀래키진 않았다.


지하로 가는 계단은 불빛 하나 없는 컴컴한 암흑이었다. 우리는 그 아래로 내려갔다.


“대니, 지키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계단 내려가야 있어.”


“너 혼자 여기까지 왔었던거야?”


“...응”


저 겁많은 녀석이 밤중에 혼자 여기까지 왔었다니. 갸륵하단 생각을 하며 반아치형 계단을 내려갔다.


‘모솔 탈출이 이렇게 어렵구나.’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니 저 멀리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어두운 복도 끝에 누군가 촛불을 켜고 문을 지키고 있었다.


“앞만 보고 걸어. 대니. 그리고 대답하지 말고 들어.”


“....”


“저 안에 뭐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절대로 놀라지마. 그럼 전부 망하는거니까. 알았으면 옷자락을 살짝 잡아.”


대니가 옷자락을 살짝 잡았다 떼는 것을 확인한 뒤 나도 심호흡을 했다.


나는 대니를 옆에 세우고 침착하게 앞으로 나갔다. 이젠 옷자락 틈도 완전히 가려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누구십니까.”


가까이 다가가니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지하 입구를 지키는 수도사인 모양이었다.


[전용특성 : 성대모사를 사용합니다.]


“허허. 늦은 시간까지 고생이 많아요. 접니다.”


“아, 예! 신부님. 조금 일찍 오셨네요.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이 시간에 준비? 뭘 준비하는걸까?


“고생했어요.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왔습니다.”


“근데, 옆에는 누구십니까?”


순간 대니가 희미하게 움찔 떠는게 느껴졌다.


“수도사님.”


“네?”


“문좀 열어주시겠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바로 열겠습니다.”


대니가 숨을 죽인 채 숨을 길게 내쉬는 게 느껴졌다.


철컥. 드르르륵.


철컥 하더니 도르래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도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통과인가.’


지하의 문은 육중한 철문으로 되어있어 바깥에서 열어줘야 나갈 수 있는 구조였다.


서서히 열리는 문틈 사이로 은은한 악취가 배어나왔다. 그것은 오래된 지하의 쿱쿱한 곰팡이 냄새에 미묘하게 섞여 있었다.


“자, 내 뒤를 따라오세요.”


나는 사제를 뒤따라오게 하고 지하 수녀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엔 길고 널찍한 복도가 있고 또 하나의 문이 나타났다.


안쪽의 문쪽으로 다가갈수록 어둠은 깊어졌고, 그에 따라 공기에 은은하게 배어있던 곰팡내와 악취도 더욱 진해져 갔다.


앞섶 사이로 들여다봤지만 어둠이 짙게 깔려있어 주위를 완전히 파악하긴 어려웠다.


철컥. 드르르륵.


문이열리자, 순간 열린 문틈 사이로 진한 악취가 확 끼쳤다 흩어졌다.


“사제님은 여기 계세요.”


“알겠습니다 신부님.”


사제는 문뒤로 사라졌다. 사제의 발소리가 문 뒤쪽으로 이어지는 걸 확인한 뒤 열려진 두 번째 문으로 한발 내딛었을 때였다.


“그런데 신부님.”


문 뒤에서 사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섰다.


“제 이름. 알고 계십니까?”


***


지하복도를 걷는길.

대니는 앞서가는 프리츠를 보며 생각했다.


‘갑자기 어떻게 키가 큰거지?’


프리츠가 만들어 달라는대로 사제복을 만들어주긴 했지만 정말 영문 모를 일이었다. 프리츠의 뒷모습은 누가봐도 영락없는 어른이었다.


‘혹시 서커스단에 있었나?’


대니는 예전에 봤던 서커스를 떠올렸다. 목발같은 것을 짚고 3미터도 넘는 키다리 광대가 재주를 부리던 장면이 떠올랐다.


프리츠의 성대모사를 떠올리면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정말 눈앞에서 보고도 못믿을 신기한 묘기였으니까.


농부로 썩히기는 아까운 재능이었다.


“근데, 옆에는 누구십니까?”


사제가 그렇게 말했을땐 머릿속이 완전 새하얗게 굳어버려 숨조차 쉴 수 없었다. 하지만 프리츠는 짐짓 화난척 연기까지 하며 넘겨버린 것이다.


‘배짱이 보통녀석이 아니야.’


그렇게 무난하게 안쪽 문까지 도착했을 때, 대니도 이젠 됐다 싶어 반쯤 안심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냄새가 너무 고약한데? 누나는 이런곳에서 사는건가?’


철컥. 드르르륵.


어두컴컴한 안쪽 문이 열리고 프리츠가 먼저 발을 들여놓는 게 보였다. 대니도 곧바로 뒤따르려 했지만 문 뒤쪽에서 들린 목소리에 발이 얼어붙어버렸다.


“제 이름. 알고 계십니까?”


‘뭐야?! 여기까지 와서?!’


프리츠와 작전회의를 했을 때 몇몇 성당사람들 이름도 얘기가 나왔지만 수도사들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


안쪽에선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당연히 이름을 알 리가 없을 터. 이대로 도망칠까 생각했지만 아무리 어둡다해도 숨을 곳도 없는 복도에서 어른 남자를 따돌리는건 무리였다. 애초에 발목이 얼어붙어 한발짝도 못움직일 것 같았다.


‘...완전히 다 틀렸어.’


그때 앞쪽에서 또다시 신부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프레데릭 사제. 이 늙은이 간 떨어질뻔 했습니다.”


여전히 흐트러짐 없는 여유로운 목소리였다.


‘뭐야? 어떻게 알았지?’


***


‘상태창!’


실로 오랜만에 열어보는 상태창이었다.


‘X새끼... 갑자기 불러서 깜놀했네.’


「인물정보 : 프레데릭」


LV. 5 직업 : 사제.


“허허. 프레데릭 사제. 이 늙은이 간 떨어질뻔 했습니다.”


상태창을 보니 또렷하게 보이는 이름. 나는 태연한척 그 이름을 불렀다.


“...죄송합니다 신부님. 다녀오십시오.”


사제는 그제야 의심이 풀렸는지 순순히 안으로 들여 보내 주었다. 나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안에 대체 뭐가 있길래.’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자, 아주 희미한 바람과 빛이 느껴졌다. 안쪽엔 지상과 연결되는 틈이 있는 듯 했다.


대니와 나는 반쯤 뛰듯이 걸어 정신없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똑, 똑, 똑, 똑, 똑.


뚝.


정신없이 앞서가던 대니가 발걸음을 멈췄다.


“프, 프리츠. 이게 대체 뭐지?”


“응? 뭔데 그래?”


똑, 똑, 똑, 똑, 똑.


속삭이던 대니가 발걸음을 멈추자,

어둠속에 희미하게 들려오던 물방울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나는 마력을 눈에 집중해 어둠을 조금 밝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소리의 정체를 올려다봤다.


똑, 똑, 똑,


“대니.”


“...저, 저, 저, 저,”


대니는 손가락을 들어 그것을 가리키며 바르르 떨었다.


“대니.”


“저, 전능하신 루, 루, 루멘이시여 악의 그림자로부터 내 영혼을 구, 구하소서....”


“대니!”


그 끔찍한 광경 앞에 대니는 소리치지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며 신을 찾을 뿐이었다.


똑, 똑, 똑,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대니가 그토록 찾아 헤맨 성녀는 온몸으로 신을 부정하며 간절히 신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성당의 지하 예배당은 신의 눈길조차 닿지 않을 만큼 어둡고 깊숙한 곳에 있었다.


그녀의 이마엔 붉은 선혈이 눈물처럼 흐느껴 내렸다.


새하얀 수녀복을 입은 어린 소녀는 거꾸로 된 십자가에 매달린 채 손을 가슴에 모아 기도하듯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수녀의 주위로는 한눈에도 불길하고 신성모독적인 상징들과 기이하게 일그러진 글씨들, 그리고 바닥을 가득 메우는 거대한 원형의 마법진이 움푹 패여 새겨져 있었다.


똑, 똑, 똑,


수녀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그 움푹 패인 틈으로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짓을....’


시간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다행히 어린수녀는 약하지만 희미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대니, 정신차려! 얼른 이것부터 받아.”


“프리츠. 몸이 너무 차가워. 이미 죽었나봐.”


“아냐. 숨은 쉬고 있어. 얼른 밖으로 옮겨야해.”


대니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어린 수녀를 받더니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머리에 쓴 천을 찢어 수녀의 이마를 동여맸다.


“대니, 대니. 정신차려. 이제부턴 니가 누나를 데리고 나가야해.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절대 뒤돌아 보지마. 너는 누나를 업고 무조건 앞만 보고 가는거야.”


***


“프레데릭, 프레데릭!”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프레데릭은 어두운 지하 구석에 처박혀 있었고 뒤통수에 둔중한 통증이 느껴졌다.


눈앞에는 신부가 눈에서 불꽃이 이는듯한 얼굴로 노려보며 자신의 뺨을 거칠게 두들기고 있었다.


“신부님. 용무는 끝나셨습니까?”


“용무? 이 미친새끼야. 니가 무슨짓을 벌인줄 알아? 여기 들어간 쥐새끼들 누구야!”


프레데릭은 처음보는 신부의 모습에 자신의 두 눈과 두 귀를 의심했다. 이게 정말 신부님 맞나?


“신부님, 신부님이 아까 저기로 들어가시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문을 열어드렸고요.”


“리사 수녀.”


“네 신부님.”


“이 정신나간새끼 지하실에 처넣어 버려. 아니다.”


퍽, 퍽! 퍽!


신부는 돌연 뒤를 돌더니 프레데릭의 얼굴에 무자비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프레데릭 사제가 정신을 잃은 뒤에도 폭력은 한참동안 멈추지 않았다.


프레데릭의 얼굴이 피떡이 되자, 신부는 수녀에게 손짓을 했다. 리아 수녀가 어디론가 황급히 뛰어가더니 유리병에 담은 포도주를 한병 가져왔다.


좌라라락.


신부는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남은 와인을 프레데릭의 머리에 부어버렸다.


쨍그랑,


그래도 프레데릭이 일어나지 않자 머리통에 와인병을 깨 박살을 내버렸다. 프레데릭은 그대로 축 늘어졌다.


“이거 치워.”


“알겠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악!”


돌아서는 리사수녀의 등 뒤로 짐승과도 같은 절규와 포효가 발산했다. 그러나 리사는 영혼없는 얼굴로 프레데릭을 어디론가 질질 끌고 사라졌다.


“단죄다. 단죄야! 이제 모든게 드러날거야. 흐익! 흐이이익! 히히히힉!”


신부는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광기서린 비명을 내질렀다. 그 비명은 점점 두려움에 빠진 절규로 변해갔다.


“히히, 히히히, 거의, 거의 다 됐었는데. 히히흐흐흐흑!”


신부가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기괴하게 웃부짖자, 그의 얼굴속에서 뭔가가 징그럽게 튀어나와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 꿈틀거림이 격렬해질수록 신부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으어... 으어어어어!!! 으아아아아아악!!!”


불규칙하게 꿀렁대던 것들이 점점 모여들고, 마침내 이마 한가운데로 모였다.


푸슛!


이마 한복판에서 피거품이 터져나오며, 인간의 것이 아닌 세번째 눈이 눈을 떴다.


그는 신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빙그르르 -


사방을 빙 둘러보곤 그가 말했다.


“제법 깜찍한 짓을 벌였구나. 소년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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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국경지대 24.08.04 2 0 12쪽
18 #17. 말하는 해골 24.08.04 3 0 11쪽
17 #16. 생일 축하 합니다. 24.08.03 5 0 12쪽
16 #15. 전이 24.08.02 7 0 12쪽
15 #14. 마녀재판 24.08.01 9 0 9쪽
14 #13. 경비대장 헥터 24.07.31 7 0 13쪽
13 #12. 맞고 벗을래? 그냥 벗을래? 24.07.30 8 0 13쪽
12 #1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4.07.29 7 0 14쪽
» #10. 지하실의 악마 24.07.28 8 0 12쪽
10 #9. 탑에 갇힌 공주님 24.07.27 8 0 11쪽
9 #8. 화형식 24.07.26 6 0 12쪽
8 #7. 태양을 피하는 방법 24.07.25 12 0 13쪽
7 #6. 블리스우드 24.07.24 22 0 11쪽
6 #5. 안녕 마계. 24.07.23 27 0 13쪽
5 #4. 섭리의 눈. 24.07.22 25 0 12쪽
4 #3. 꿈에서 깨어. 24.07.21 30 0 11쪽
3 #2. 지금까지 제 소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07.20 25 0 13쪽
2 #1. 어버이 은혜 24.07.19 58 0 13쪽
1 프롤로그 - 성마대전 24.07.19 6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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