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마왕의 묵시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타마고
작품등록일 :
2024.07.19 15:54
최근연재일 :
2024.08.04 11:39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31
추천수 :
1
글자수 :
107,565

작성
24.07.21 15:28
조회
29
추천
0
글자
11쪽

#3. 꿈에서 깨어.

DUMMY

휘리릭 - !


내 노력도 무심하게 또다시 날아온 칼날.

나는 피하지 않았다.

눈도 감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끝났구나.’


날뛰던 심장이 가벼워진다.

잔뜩 울고난 뒤처럼 개운한 기분이다.

적어도 고통의 시간은 이제 끝난 셈이니.


시퍼런 칼날의 한기가 목에 닿는다.

익숙하게 섬뜩한 감각.


- 콰과과광!


궤도를 이탈한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 벽에 쳐박힌다.


“꼬마야! 넌 누구냐? 어째서 그분을 알고있지?”


999번의 삶, 998번의 죽음.

그중 처음으로 칼날이 비켜갔다.


***


마계의 2인자 릴리트.

그녀는 우울했다.


음욕의 악마라고도 불리우는 그녀는 루시퍼의 오른팔로 불리웠다.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마계의 간부 생활이 쉬운 일이 아니다.


“······.”


마왕은 까다롭고 엄격했다.

그리고 제일 X같은 건 뭘 원하는지 눈빛만 보고 알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아... 제발 원하는게 있으면 말을 하라고!”


“릴리트님? 배필을 찾을때가 되신걸까요? 조금 날카로워지신듯한 기분이... 호호호”


악마새끼들답게 건방지고 기어오르는 새끼들도 많았다.


마왕의 발밑에 납작 엎드린 채, 기어오르는 새끼들을 꾹꾹 눌러 잡은 세월이 어느새 1000년.


하지만 그럼에도 그를 섬겨온건,

그 검게 타오르던 뿔...! 아!


「가장 강한 자가 마왕이 된다.」


그것이 마계율법 제 0조.


마왕은 누구의 도전도 받아주었다.

하지만.


“꿇어라.”


루시퍼가 마계를 평정한 이래 그의 자리를 위협할 존재는 없었다.


그 뿔이 검게 타오르고 나면 도전자는 언제나 그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렸다.


“그랬는데, 씻팔!”


릴리트는 분했다.


“천번을 죽여 마땅한 놈들”


그 비겁함에 아직도 치가 떨린다.

움켜쥔 주먹사이로 주르륵 피가 흘러내렸다.


“릴리..트. 울지...말거라. 그저 긴... 여행을... 쿨럭”


왕국을 토벌하기 위해 출병한 마왕.

그는 바로 그녀의 눈앞에서 허무한 최후를 맞았다.


그녀가 쌓아올린 삶도 휴지조각이 됐다.

마왕의 오른팔이란 이유로 이딴 곳으로 유배와 문지기 노릇이나 하게 된 것이다.


마계의 2인자에서 밑바닥 문지기로.

그녀의 상실감은 엄청났다.


‘언젠가 도륙을 낼 것이다···!’


사색에 잠긴 악마.

릴리트가 실의에 빠진 이유였다.


그리고 오늘, 한 인간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꼬마같은데.

어째서 여기에 있지?


예전이었다면 당연히 들었을 의문.

하지만 릴리트는 인간 혐오증 말기였다.

생각이란 건 멈춘지 오래.


‘인간... 죽인다...’


반사적으로 날린 칼날 뒤로,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오랜 종이여,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가?”


“···!?”


그리운 목소리가 릴리트의 무의식을 깨웠다.


저 꼬마는 누구지?

어째서 마왕님의 목소리를 하고 있는거지?

인간의 몸으로 이런 지옥의 변방까지 오는 게 가능한가?


휘리릭 - ! 콰과과광!


순간적으로 날린 칼날의 궤도를 틀었다.

목으로 똑바로 쇄도하는 칼날에도 인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건가?


수많은 의문의 파도 속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


“꼬마야! 네놈은 뭐냐? 마성을 모독하는 것이라면 죽는걸론 끝나지 않는다!”


“나의 오랜 종이여,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가?”


다시 한번 들려온 그 목소리.

릴리트의 얼굴은 이제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그분은 그때 분명 내 눈앞에서 돌아가셨!?”


“고작 죽이는 정도로, 내가 죽을거라 생각했나?”


“그럴 리가···. 분명 그분이 죽는 걸 내 두 눈, 아니 세 눈으로 똑똑히···!”


그녀의 세 번째 눈.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그녀는 마기를 끌어올렸다.


[전용스킬 : 「섭리의 눈」이 발동됩니다.]


그녀의 세 번째 눈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특별한 것이 바로 업.


죄의 깊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능력은 시공간뿐 아니라 생과사, 윤회까지도 초월한다.


[섭리의 눈으로 업보를 측정합니다.]


섭리의 눈으로 측정된 업보가 시야를 물들인다.


‘인간의 업이 이토록 어두울 수 있는가?’


그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작은 인간의 영혼 뒤로, 검게 물든 심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 속에 있는것은 끔찍한 원혼들. 어지럽게 쇄도하며 절규하는 것들의 끔찍한 비명에 릴리트는 저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들여다볼 엄두도 나지 않는 심연. 악마로 태어나 마계에 살았던 자신도, 그토록 깊은 심연은 오직 한분 밖에 알지 못했다.


릴리트는 그 심연을 들여다보려 했다가, 그안에서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감각에 화들짝 물러서며 식은땀을 흘렸다.


헉, 헉, 헉, 헉!


과호흡증 환자처럼 숨을 몰아쉬었지만, 릴리트의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 듯 했다.


“아, 아이야, 넌 대, 대체 뭐냐? 정말로 그분이 살아 돌아오시기라도 한 것이란 말이냐? 이토록 깊은 죄업은 악마들조차 가지지 못한 것인데···.”


릴리트는 경악했다.

대체 그건 뭐였지?

자신이 하급악마였다면 그것으로부터 어렴풋하게 느낀 공포만으로도 즉사했을 것이다.


두눈으로도 모자라, 이마에 치켜떠진 제3의 눈까지 지진난 듯 흔들리고 있었다.


“나의 종 릴리트이여, 마지막으로 묻겠다. 그대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가?”


***


999번의 삶과 998번의 죽음.

처음으로 멈춰진 칼날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헉, 헉,’


목이 타들어가고, 금방이라도 이렇게 숨을 몰아 쉬고싶은 충동이 든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기회는 단 한번뿐.

이번을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두려움을 드러냈다간 지금까지 한 일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내가 지금 연기하고있는 건 마왕.


쫄아선 안된다.


“꼬마야! 네놈은 뭐냐? 마성을 모독하는 것이라면 죽는걸론 끝나지 않는다!”


[ 전용스킬 – 성대모사를 사용합니다. ]


[ 흉내낼 대상 : 마왕 루시퍼. ]


나는 단전에서 숨을 끌어올려 소리쳤다.


“나의 오랜 종이여,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가?”


무게감을 잔뜩 담아

다시 한번 불러보는 이름.

그러나 악마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그분은 그때 분명 내 눈앞에서 죽었!?”


뭐?

하필 얘 눈앞에서 죽었다고?

얘가 죽는 걸 직접 봤어?


‘하, 씹 좋된거 같은데.’


이미 죽었다는데?

뭔가 지어낼 말 없나?


그때, 번뜩 떠오르는 대사가 있었다.

나는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애니에서 본 마왕의 대사를 그대로 지껄였다.


“고작 죽이는 정도로, 내가 죽을거라 생각했나?”


“그럴 리가···. 분명 그분이 죽는 걸 내 두 눈, 아니 세 눈으로 똑똑히···!”


어어? 이거 통하나?

좀만 더하면 될거같은데?

악마는 분명 크게 동요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런 기대도 잠시,

악마의 이마가 꿈틀꿈틀 하더니

새카만 이마 한가운데서 제3의 눈동자가 나타났다.


[섭리의 눈이 당신을 지켜봅니다.]


아....거의 다 된 줄 알았는데....


‘여기까진가....’


나는 살포시 눈을 감았다.

저 눈의 위력은 잘 알고있었다.

아마 속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제 모든게 다 끝났다.


그냥 죽자.


서늘한 칼날이 목에 닿는 느낌을 상상하며

눈을 감았다. 비참하다못해 후련한 기분과 함께.


그 섬뜩한 감각이 떠올라 눈을 질끈 감았다.


‘....’


‘왜 아무일도 안일어나지?’


“헉, 헉, 헉, 헉!”


갑자기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에

나는 한쪽 눈을 살짝 뜨고 악마를 바라봤다.


‘...???’


악마는 양손에 마늘과 십자가를 하나씩 움켜쥐고, 혼자 춤추며 허공난무를 펼치고 있었다.


“악,,, 악귀야 물럿거라!!!! 훠어-이!”


“야??! 정신차려!! 꿈깨!”


***


나는 어느새 소녀로 변한 악마를 달래주고 있었다.


“흐엉! 마왕님! 나 진짜 마계인생 종치는줄 알았어....흐어어어엉 엄마~~~~~!!”


악마는 보라색 눈동자에 검은색 고딕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되어 내게 앵기고 있었다.


“울지말거라. 뚝!”


“흐어어어어엉 어떻게 안울어요 마왕님.... 내가 그동안 진짜 무슨꼴을 당했는지 알아요? 마왕님은 알지도 못하면서 흐엉!”


이년 혹시 술취했나?

살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3시간째 이짓을 하고 있으니 슬슬 짜증이 몰려왔다.


“릴리트. 나는 징징대는 여자를 제일 싫어한다. 그만 뚝 그쳐라.”


징징대던 중에 이름도 알게되었다.

루시퍼랑 릴리트라니. 마계 스케일이 큰 게임다웠다.


“흐끅! 넵! 이제 진짜 그칠게요 흐에엥. 근데 눈물이 안 멈춰요 흐에에엥.”


더 참을 수 없는 건 여자애 모습으로 변하더니 말투도 기괴하게 변했다는 것이다.


“···.”


나는 말없이 릴리트를 노려봤다.

경멸을 가득담은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제야 조금 진정하는 듯 했다.


“릴리트. 한가지 문제가 있다.”


“네, 뭔데요? 모든 저한테 말만 하세여.”


“네가 있는 여긴 어디지? 기억이 드문드문 끊어져 있구나.”


“흐아아앙! 비겁한놈들 누가 우리 루시퍼님 머리도 손댔나바!”


“릴리트.”


“넵! 마왕님.”


“한번만 더 혀짧은 소리내면 죽이겠다.”


“호에에엥! 무서워라! 그치만 마왕님 지금 허접이라 저 죽이지도 못하잖아요. 꺄르르륵!”


이딴 게 악마?

조울증마냥 오락가락하는 릴리트의 정신상태에 내 이마엔 핏줄이 돋았다.

루시퍼는 어떻게 이딴 걸 오른팔로 뒀지?


1000년의 커리어를 되살릴 불씨가 살아났단 기쁨에 제정신이 아닌 듯 했다.


“릴리트. 언제 추격자가 올지 모른다. 시간이 없다. 어서!”


“아 맞다! 근데요, 마왕님 마왕님! 그전에 그 그! 다시 만나면 꼭 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헤에 - ”


응? 하고 싶은 거라니?

릴리트의 보라색 눈이 갈색 붉은색 검은색으로 변하더니, 잡아먹을듯한 표정으로 덤벼들었다.


“어어, 나는 별로 너랑 하고 싶은 게 없는데···.”


불길한 기분에 슬금슬금 뒷걸음질 쳐봤지만,


쫘악!


그녀가 채찍처럼 뻗은 검은 꼬랑지에 옴짝달싹 못하고 묶여버렸다.


“조금 따끔- 할거에요?”


새카만 손톱을 바짝 세우더니,


콰직 - !


“끄아아아악!!! - ”


끔찍한 고통과 함께 시야의 반쪽이 사라졌다.

보이지 않는 쪽에서 질척하고 비릿한 것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왕님, 이제 다 됐어요. 여기 보고 웃어요, 쁘이!”


흐르는 핏물 사이로 보이는 건

해맑게 웃는 그녀와,

그녀의 오른손에 올려진 내 눈알 한쪽.


“꿀꺽 - !”


그리고 그 눈알 한쪽이 그녀의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모습이었다.


“헤에, 마왕님 눈깔 이제 내꺼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은 마왕의 묵시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성적 저조로 인한 연재중단 안내 24.08.04 2 0 -
20 #19. 그림자 길드 24.08.04 4 0 12쪽
19 #18. 국경지대 24.08.04 2 0 12쪽
18 #17. 말하는 해골 24.08.04 3 0 11쪽
17 #16. 생일 축하 합니다. 24.08.03 5 0 12쪽
16 #15. 전이 24.08.02 7 0 12쪽
15 #14. 마녀재판 24.08.01 9 0 9쪽
14 #13. 경비대장 헥터 24.07.31 7 0 13쪽
13 #12. 맞고 벗을래? 그냥 벗을래? 24.07.30 7 0 13쪽
12 #1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4.07.29 7 0 14쪽
11 #10. 지하실의 악마 24.07.28 7 0 12쪽
10 #9. 탑에 갇힌 공주님 24.07.27 8 0 11쪽
9 #8. 화형식 24.07.26 5 0 12쪽
8 #7. 태양을 피하는 방법 24.07.25 12 0 13쪽
7 #6. 블리스우드 24.07.24 22 0 11쪽
6 #5. 안녕 마계. 24.07.23 27 0 13쪽
5 #4. 섭리의 눈. 24.07.22 25 0 12쪽
» #3. 꿈에서 깨어. 24.07.21 30 0 11쪽
3 #2. 지금까지 제 소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07.20 25 0 13쪽
2 #1. 어버이 은혜 24.07.19 58 0 13쪽
1 프롤로그 - 성마대전 24.07.19 62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