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마왕의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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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고
작품등록일 :
2024.07.19 15:54
최근연재일 :
2024.08.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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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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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림자 길드

DUMMY

요정들이 가져온건 풀잎 잔에 담은 액체였다.


[요정의 이슬]

- 이슬만 먹고 산다는 요정들의 주식.

- 정신을 맑게 해준다.


풀잎을 곱게 개서 잔을 만들고, 거기에 이슬을 담은 건데.


“그냥 맹물아냐?”


파랑이가 발끈했다.


“먹기 싫음 말아! 남자한테 좋은 거야!”


얼른 마셨다.

꿀꺽 꿀꺽.


‘맛있잖아?!’


이슬인데 왜 달콤한 맛이 나지?

풀잎에 담아 마셔서 그런지 달콤하고 향긋한 향이 입안에서 은은하게 퍼졌다.


“크···. 한잔 더 없어?”


[마력이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차가 내려가니 머리가 맑아지면서 충만한 감각이 들었다.


“여기가 술집인줄알아? 이거 귀한거라고!”


“실피. 그러지말고 꽁쳐둔거 몇잔 더 가져와요. 은인이신데.”


“쳇, 알겠어 엘라. 잠깐만 기다려.”


실피는 툴툴거리면서도 요정의 이슬을 몇잔 더 말아왔다.


“크···. 죽인다!”


“타냐. 그런말 배우면 못써.”


이슬을 몇잔 더 마시자 충만한 기분이 조금씩 옅어졌다. 아마도 한도가 있는 모양.


“엘라라고 했나? 고마워. 근데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될까?”


“네 용사님. 저희가 도울 수 있는거라면 뭐든지요.”


“우리는 국경지대를 넘어가려고해. 길안내를 해줄 수 있을까?”


“인간. 그건 내게 맡겨.”


초록 요정이 앞으로 나서더니 안경을 까딱 들췄다.


“이 숲은 내 구역이니까.”


“그럼 맡길게.”


초록요정이 앞장서자, 세 요정들은 불빛을 깜빡이며 길을 안내했다. 요정들은 신기한 지름길로 안내하며 빠르게 숲을 벗어났다.


“인간. 우리가 같이 가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용사님. 이 길을 따라 쭉 걸으시면 목적지가 나올거에요.”


“야! 다음엔 내꺼 가로채지마!”


세 요정들은 불빛을 깜빡이며 사라져갔다. 타냐는 아쉬웠는지 불빛이 사라질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와, 신기한 경험이었어.”


“숲의 요정이라···. 나도 처음보는군.”


“헤헤. 담엔 잠자리채 가져올래.”


우리는 길을 따라 쭉 걸었다.

요정들의 말대로 목적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저기가 그림자길드인가.”


***


“뭐? 그게 진짜야? 혼또오??!”


끄덕 끄덕.

해골병사는 릴리트의 앞에서 고개를 까딱였다.

인간계에 [강림]이 발생했다는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

변방에 있는 릴리트만 소식이 늦었다.


“꺄악!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허접마왕님 제법인걸?”


해골병사는 릴리트 앞에서 따봉을 날린다.


“골골아? 이럴땐 따봉이 아니라 쌍따봉을 해야지.”


머쓱하게 쌍따봉으로 바꾸는 골골이.


“그래! 잘 - 했어! 이제 들어가자. 사요나라!”


딱!

릴리트가 손가락을 튕기자 골골이가 바스라졌다.


“끄으으응! [강림]을 직접 보지 못하다니 너무 아쉽잖아.”


릴리트가 입맛을 다신다.


“안되겠어. 역시 내가 직접 가봐야겠지? 그치?”


이번엔 옆에 있는 인형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대답하는 인형.


“릴리트. 그치만 너는 갇힌 몸이야.”


“헤에??”


오랜 유배생활로 혼잣말 달인이 돼버린 릴리트.

하지만 어떻게 나갈것인가.


“흠···. 그렇긴 하지. 좋은 지적이야.”


다시 딱! 손가락을 튕기자 인형이 고개를 떨군다.


“역시 이 방법밖에 없을거같아.”


그리고는 이마에 있는 눈을 뜬다.


“음···. 주문이 뭐였더라? 아마 이렇게 말하는 거였나?”


주인님께 새롭게 배운 주문을 외웠다.


“상태창!”


***


한여름에도 지하감옥엔 한기가 스민다.


“헥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


그러나 지하감옥의 냉기보다도 차가운 말투로 근위대장이 묻는다.


“재해급 몬스터가 나타났습니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걸 핑계라고! 애초에 허락도 없이 데려가지 않았나.”


“면목 없습니다.”


겉으론 순순히 죄를 인정하는 듯 했지만, 근위대장은 아까부터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왜 이렇게 여유롭지?’


허가없이 중대원 전원을 데려가서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사건. 덕분에 국경엔 구멍이 뚫렸다. 본보기로는 사형이 당연할 터.


왜이렇게 당당하지? 믿는 구석이라도 있나?

헥터의 태도에는 은근한 오만함이 배어나왔다.


‘다친 데 하나 없이 멀쩡하잖아.’


게다가 진술이 하나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몬스터를 만났다기엔 상처하나 없는 몸. 혼자 도망쳤다기엔 루벤이라는 자도 마찬가지였다.


‘고문이라도 해야 하나? 그래도 한솥밥 먹은 동료인데···.’


이상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형할 것을 알면서도 뻔뻔하게 부대에 복귀한것. 이정도 대형사고라면 도망치는게 오히려 당연한데···.


‘설마 정말로 참회하기 위해서? 그럴 놈이 아닌데.’


여러 가능성이 스쳐갔으나 맞아떨어지는 것은 없었다. 그 묘한 여유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결국엔 먼저 말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


“헥터. 이정도 건이면 옷 벗는걸론 안끝나. 알고있지? 운이 좋으면 참수라고.”


“그럴일은 없을겁니다.”


“헥터! 너 지금 뭣 하는···?”


“곧 돌려드리겠습니다. 보여드리는게 빠르니."


헥터는 창살밖으로 손을 뻗어 근위대장의 검을 뽑았다. 그리고 눈을 감는 헥터.

헥터가 눈을 감고 집중하자, 지하감옥의 어둠속에서 검이 희미한 빛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오, 오러라고···?”


근위대장의 목소리가 경악으로 떨렸다.

검을 감싼 기운은 짙은 어둠속에서 마치 살아있는듯 일렁였다.


철컹.

헥터는 묶인 밧줄을 자르고 철문을 잘라내 걸어나왔다.

무엇이든 자르는 검.

틀림없는 오러였다.


헥터의 기세에 눌려 근위대장은 뒷걸음질 쳤다.


“잃은것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수확도 있었죠. 동료들의 희생으로 깨어난 것이니 참으로 고귀한 희생아닙니까.”


헥터는 예를 갖춰 검을 돌려주었다.


“처분을 기다리겠습니다.”


“곧 돌아오겠네···.”


근위대장의 목소리는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


***


숲에서 조금 걸어나왔을 뿐인데도, 주변엔 풀한포기 없는 사막같은 황무지가 나타났다.


“마계에서 흘러나온 마기때문에 풀이 자라지 못하는거다.”


저 너머는 마계. 신비로운 안개가 풍경을 덮고 있었다. 아직은 저 너머를 넘어가선 안된다.


“이쪽이다.”


해골이는 이곳에 와본적이 있는 듯 익숙하게 길을 안내했다. 황무지의 배경처럼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폐어. 그 아래 모래를 털어내자, 육중한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밀통로! 비밀통로!”


타냐는 비밀통로에 몹시 흥분했다.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해골이는 표정이란 게 없지만 왠지 우쭐해 하는 것 같기도. 모른척 해주길 잘한 것 같다.


“어서 들어가볼까.”


육중한 철문이 삐걱대며 열렸다. 지하의 서늘한 공기가 불어나왔다.


우리는 어둠이 짙게 깔린 지하계단으로 걸어내려갔다.


***


“두두두두두두”


“타냐, 그러다 넘어진다?”


캄캄한 계단을 내려가자 희미한 초록색 불빛이 통로를 밝히고 있었다. 군데군데 녹슨 곡괭이나 먼지쌓인 수레 따위가 남아있었다.


“옛날엔 여기에 마정석 광산이 있었다.”


“그래? 여길 되게 잘 아네.”


이걸 어떻게 알았지? 해골이는 유독 이곳 지형에 더 빠삭한 듯 했다.


“프리츠. 뭔가 이상한데.”


“뭐가?”


“저쪽을 봐라.”


해골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메인 통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지금은 쓰지 않는 폐 갱도가 보였다.


“가드가 없군.”


“어···?”


나는 그 폐갱 앞에서 멈춰섰다. 녹슨 철문이 반쯤 열려있었다. 반쯤 열린 철문 뒤편에 그림자길드의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조심해라. 벌써 누가 휩쓸고 지나간 것 같군.”


우리는 긴장을 늦추지않고 그 통로를 지나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통로 곳곳에 전투의 흔적같은 것이 남아있었다.


이윽고 탁 트인 공간이 나오며 퀴퀴한 냄새가 나는 여관이자 술집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여어! 오랜만에 보는 신참인걸?”


‘저게 길버트인가? 실제로 보니 되게 날카로워보이네.’


카운터의 직원은 길다란 귀에 안경을 쓴 남자 엘프였다. 쉽게 말해 실눈캐. 안경을 써서 지적으로 보이는 인상에 항상 웃는 얼굴.

실제로보니 지적이고 예리한 모습이었다.


그는 반가운듯 인사하더니 서둘러 잔을 닦고 있었다.


“길버트 무슨 일 있었어? 오늘 길이 좀 지저분하던데.”


“아 그거? 신경쓰지마. 소란이 좀 있었어. 지금은 괜찮아.”


길버트는 웃는 얼굴을 하며 말했지만 무심한듯 안경을 들추는 손에 핏자국이 묻어있었다.


“어이,”


그때 길버트가 싸늘하게 불렀다.


“근데 우리 구면이었던가? 내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아차, 너무 들떴나봐.’


실수였다. 게임속에서 봤다고 할수도 없고.

순간 너무 반가워서 아는척을 해버렸다. 그도 그럴게 게임할때 여기 단골이었는데.


“아는사람 소개로 왔거든. 일단은 요기를 좀 하고싶은데.”


“흐음···. 그래? 일단 안내할게.”


***


우리는 길버트를 따라 술집처럼 보이는 장소로 들어갔다. 실제로 몇몇은 술을 마시고 있기도 했다.


‘확실히 분위기가 좀 묘하네.’


그림자길드는 인간과 마계, 양쪽의 수배자들도 드나드는 곳. 그래서 함부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게 불문율이다.


“프리츠. 사람들이 자꾸 쳐다본다.”


“타냐, 프리츠. 앞만보고 걸어라. 함부로 눈을 마주치면 안돼.”


그러나 인간이고 마족이고 자리에 앉아있던 손님들은 묘하게 계속 이쪽 상황을 주시하는 눈치였다. 자기들끼리 이야기 하는 척 하면서.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래서···.”


길버트가 홱 돌아서며 말을 거는 바람에 세사람 다 움찔 하고 놀랐다.


“주문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


제일 저렴한 메뉴를 시킨 뒤, 일단은 돌아가는 상황을 좀 더 보기로 했다.


‘우리가 좀 특이하긴 하니까.’


누가봐도 프리츠 일행은 일반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갑옷을 입은 해골이야 그렇다쳐도 국경을 넘어온 어린아이 둘이라니.


어떻게 왔지 싶어서 의식하는걸지도.

모르는척 식사를 하면서 분위기를 살폈다.


그때 입구 바깥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애써 식사에 집중하려 했지만 신경이 쓰였다. 어떤 간큰녀석이 여기서 소란을 피우는거지?


그 순간 문이 열리며 한무리의 마족들이 들어왔다. 놈들은 거칠게 웃으면서 자리를 잡았고 주위 녀석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보였다. 나도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얌전히 밥만 먹었다.


“야 쟤네들은 처음 보는데?”


무리중 한놈이 이쪽에 관심을 보였다.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었다. 무리 중 한놈이 일어나더니 이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어이, 신입인가?”


“조용히 밥만 먹고 가겠소.”


한눈에 보기에도 강해보이는 녀석. 해골이가 대신 나서주었다. 너무 기분나쁘게 받아치지도, 너무 약해보이지도 않게.


“신입이냐고 묻잖아.”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는지, 녀석은 대뜸 해골이의 뒤통수를 후려갈겨버렸다.


데구르르.


“흐억! 나, 나 아냐. 그냥 툭 치기밖에 안했는데?”


해골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아무일 없었다는 듯 머리를 집어들어 다시 제자리에 붙였다.


“사연이 좀 있어서.”


떨어진 머리때문인지, 놈도 한풀 기세가 꺾였다. 그때 바텐더가 다시 나타났다.


“브렉. 여기까지만 해.”


어느새 돌아온 길버트가 브렉이란 녀석의 팔을 잡았다. 길버트는 예의 웃는 낯으로 말했다.


“손님들. 실례가 많았어. 오늘 방은 그냥 줄테니 이만 들어갈래? 요리는 방으로 들여줄게.”


“알겠어. 오늘은 그렇게 하지.”


그때 길버트가 열쇠를 주는 척 하며 몰래 접은 쪽지 하나를 건넸다.


[너희들, 블리스 우드에서 왔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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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그림자 길드 24.08.04 4 0 12쪽
19 #18. 국경지대 24.08.04 2 0 12쪽
18 #17. 말하는 해골 24.08.04 3 0 11쪽
17 #16. 생일 축하 합니다. 24.08.03 4 0 12쪽
16 #15. 전이 24.08.02 6 0 12쪽
15 #14. 마녀재판 24.08.01 8 0 9쪽
14 #13. 경비대장 헥터 24.07.31 7 0 13쪽
13 #12. 맞고 벗을래? 그냥 벗을래? 24.07.30 7 0 13쪽
12 #1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4.07.29 6 0 14쪽
11 #10. 지하실의 악마 24.07.28 7 0 12쪽
10 #9. 탑에 갇힌 공주님 24.07.27 7 0 11쪽
9 #8. 화형식 24.07.26 5 0 12쪽
8 #7. 태양을 피하는 방법 24.07.25 11 0 13쪽
7 #6. 블리스우드 24.07.24 22 0 11쪽
6 #5. 안녕 마계. 24.07.23 26 0 13쪽
5 #4. 섭리의 눈. 24.07.22 25 0 12쪽
4 #3. 꿈에서 깨어. 24.07.21 29 0 11쪽
3 #2. 지금까지 제 소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07.20 25 0 13쪽
2 #1. 어버이 은혜 24.07.19 57 0 13쪽
1 프롤로그 - 성마대전 24.07.19 6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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