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마왕의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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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고
작품등록일 :
2024.07.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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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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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마녀재판

DUMMY

마녀재판은 크게 4개의 시험으로 구성된다.


성경의 시험, 바늘의 시험, 물의 시험, 불의 시험.


시험을 통과하면?

놔주는게 아니라 점점 더 가학적인 고문으로 진행된다.


특히 물의 시험과 불의 시험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물에 빠져죽으면 무죄, 물에서 떠오르면 유죄.

화형도 똑같다. 불에 타죽으면 무죄, 불에 타도 안죽으면 유죄.


유죄면 살려주고 무죄면 죽인다. 극한의 답정너인 셈.


결국 기승전 화형이다.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마녀 키워서 잡아오냐? 빨리 시작해!”


“죽여라! 불태워라! 크하하하”


이 미개한 중세인들이 극한의 도파민 중독자였던 탓인데···


결국 이 판을 엎으려면 “나 무죄요”하고 읍소해서는 씨알도 안먹힌다는 것이다.


그야 화형쇼를 보러왔는데 “사실은 무죄였습니다” 한다면 이 도파민중독자들 입에서 나올 소리는


“에잇 씨펄 재미없게.뭐하고 있어 지금?!”


어차피 나만 아니면 되는데 죄가 있고 없고가 중하겠는가? 이들은 그저 재미있는 쇼를 원할뿐.


결국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이 도파민 중독자들에게 더 재밌는 뭔가를 제시해야 한다는거다.


‘오냐, 와라. 내가 한판 재밌게 놀아줄게.’


내가 나타나고부터 광장에 모인 놈들은 손가락질과 야유를 하면서도 침을 좔좔 흘렸다.


이제부터 이놈들 장단에 어울려 줄 것이다.

지금부터 쇼타임이다.


[전용특성 : 성대모사를 사용합니다.]


[말투 : 어릿광대 ]


“여기 더 좋은게 있는데 뭐하러 이런걸 해요?”


나는 손에 든 것을 달랑달랑 흔들었다. 그건 성당에서 주는 성수 였다.


“우리 매주 동전 1개씩 주고 산거 있잖아요. 한번 시험해 보고 싶지 않아요?”


사람이 미치게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건 바로 자기돈이 걸렸을 때다.


“마녀한테 이거 뿌리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잖아요? 매주 꼬박꼬박 성수를 샀는데 돈값은 해야죠.”


작전명 호기심 지옥.

나를 잡아 잡숫더라도 이건 못참는 거다.


“아니, 지금 교단을 모독하는건가?”


“성수를 시험하다니··· 그런 발칙한···”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믿어선 안된다.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으니까.


‘좀 더 양념을 쳐볼까.’


나는 손에 든 성수를 뿅 하고 없앴다.

아무것도 없다는 듯 손바닥을 흔들곤 뿅 하고 3개로 만드는 마술을 선보였다. 성수를 차례로 던져올려 저글링을 보여주니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푸하핫, 저놈 재롱한번 잘부리는구만.”


“가끔 서커스에서 보던 기술인걸. 뭔가 오해가 있을지도.”


“농장에서 봤다는것도 헛것을 본거 아녀?”


내 재롱을 보자, 군중들은 조금씩 동조하기 시작했다. 믿음이 깊은 사람들도 동요하긴 마찬가지였다.


“크흠.. 믿음을 시험하는건 아니지만 이건 좀.”


“귀신을 봤다던데··· 소품같은걸 잘못본거 아닐까?”


군중을 넘어 이단심문관들마저 호기심을 보였다.


“호오··· 이건 귀하군요. 성수 고문이라니.”


결국 신부가 나섰다.


“다들 진정하시오! 저 악마의 꾐에 넘어갈 셈입니까? 저 성수는 진짜가 아니오!”


“그래! 악마 말을 어떻게 믿냐? 가짜다!”


몇몇 동조하는 놈들이 있었지만 문제되지 않았다.


“하하하! 그건 전혀 문제되지 않죠 신부님. 위대하신 신부 로베 - 르 사마께서 여기 계신데 그깟 성수가 없는게 문젤까요? 어떠십니까. 지금 즉석으로 하나 제조하시는건? 산지직송! 신선한 성수로 시험해보시는건 어떠세요?”


나는 일부러 더 우스꽝스런 말투를 사용해가며 신부를 조롱했다.


그리고 모름지기 선동이란 말이지.


‘말보다 행동이라 이거야.’


뽕 -


코르크마개를 뽑고,


“정순한 성수를 뿌리면 악마는 연기처럼 녹아버린다고 하죠!”


새끼손가락에 찍어,


“자, 이 블리스우드에 악마로 소문이 자자한 제가 한입 마셔보겠습니다!”


[성수]를 찍어먹었다.


“꿱!”


나는 죽는척을 하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사람들은 자지러지게 웃었다. 모두가 축제분위기였다.


딱 한사람만 빼고.


신부는 이미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보라색이었다.


“맙소사! 설마 이 신성한 블리스우드 주민들의 피같은 돈을 지불해왔던게 맹물은 아니었겠죠? 동전 한닢이면 불쌍한 어린 고아가 열흘을 날 수 있는 거금인데요!”


물론 구라다.

동전한닢으로 어떻게 열흘을 살아?

하지만 그 사실을 가지고 따지고 들 사람은 없었다.


“맙소사? 그 많은 동전은 누가 다 먹었을까요? 설마 저 으리으리한 성당을 짓는데 전부 써버린건 아니겠죠?”


나는 뾰족하게 솟은 지붕을 가리켰다. 성당의 성당이 웅장한 성당의 자태를 드러내자, 좀 더 격앙된 반응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야! 얼른 시험해봐라!”


“가짜면 가만 안둔다!”


나는 신부를 똑바로 노려봤다.

이제 결정타를 날릴 순간이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성수가 진짜면 제 동생을 여기다 매달고, 성수가 가짜면 저 신부를 여기다 매다는건?”


“옳소!”


“매달아라! 매달아라!”


“어린애가 무슨죄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암 그럼그럼. 여기모인 인파가 몇인데 실망을 시키면 되겠는가. 장난감을 뺏으려면 다른 장난감 하나쯤 던져주는게 동방예의지국의 도리인 것이다.


“그.. 그런 말도 안되는”


신부는 감격에 겨웠는지 말까지 더듬었다.


“말이 안되긴 뭐가 안되냐?”


“우릴 기만한거면 가만 안둬!”


“내돈 내놔라!”


그틈에 난 타냐에게 다가가 묶인 손을 풀어주었다. 타냐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다음은 먹방 타임이다.


“타냐! 이거 마셔.”


“프리츠! 흐끅, 어떻게···?”


타냐는 아직도 떨리는 손으로 성수를 받아 꿀떡꿀떡 마셨다.


광장의 모두가 숨을 죽이고 타냐의 성수먹방을 지켜봤다.


방송종료 기념으로, 타냐의 머리위로 병을 뒤집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똑, 똑.


성스러운 물방울이 타냐의 머리위로 방울방울 떨어져내렸다.


“신부가 우리를 속였다!”


“저놈을 붙잡아라!”


“매달아! 매달아!”


“횃불 가져와!”


“아, 아니오! 저 아이는 마녀가 아니었던모양이오! 내가 실수를 했소!”


마을 광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혼란한 틈을 비집고 나와, 타냐와 나는 인파를 헤치고 조용히 농장으로 돌아갔다.


‘이게 21세기식 선동이다. 미개인들아!’


***


놀란 타냐를 달래며 집에 오는 길.

길 한복판에 웬 책한권이 떨어져 있었다.


“프리츠! 저기, 책!”


‘어? 저게 뭐지?’


가까이 다가가보니, 익숙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 마녀사냥의 절차와 방법이 담긴 책. 마녀와 이교도들의 가죽과 피로 쓰여졌다고 알려져있다.


‘오? 퀘스트 보상인가?’


내가 책을 집어들자,

책은 검은 연기를 흩뿌리며 사라져 버렸다.


‘에게? 이게 뭐야···?’


“와! 사라졌다! 또 해봐, 또!’


타냐는 내가 또 마술을 하는줄 알고 신이 났다. 그때, 눈부신 빛이 눈앞을 가리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마왕의 서 - 마녀의 장이 열렸습니다!]


***


농장에 돌아와보니, 시커멓게 불타버린 집터가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었다. 그날 이후 아주 손을 뗐는지, 잡초들이 말도 못하게 무성했다.


“홉스! 우리 왔어. 홉스! 뭐야, 어디갔어?”


두리번거려도 홉스가 보이지 않았다.


“타냐, 홉스 어디갔는지 알아?”


“웅!”


타냐는 눈을 반짝이더니 어디론가 쪼로록 뛰어가버렸다. 곧이어 가축 우리 쪽에서 와당탕 꼬꼬댁 푸드득 하는 소리가 났다.


“프리츠! 홉스 찾았다!”


소리가 난 쪽으로 뛰어가보니 홉스가 눈을 땡그랗게 뜨고 나랑 타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너··· 너, 너, 너, 너!”


“뭐야, 홉스. 말을 해?”


“너, 너, 너! 너어어어!”


고장났나? 홉스는 렉 걸린것처럼 말을 더듬었다.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얼이 빠져있었다.


“프.. 프리츠?! 타냐?! 내가 지금 헛걸 보는건가?”


“웬 뚱딴지같은 소리야? 이 술병들은 또 뭐고?”


주위를 보니 술병들이 잔뜩 널부러져있었다. 하나같이 무척 독한것들. 하나, 둘, 셋, 넷, 다섯···.


“홉스! 대체 또 얼마나 퍼마신거야? 으억!”


홉스는 얼빠진 얼굴로 타냐와 나를 우악스럽게 껴안았다. 거칠거칠한 털복숭이 사이로 지독한 술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거 꿈 아니지? 진짜 프리츠랑 타냐 맞지?”


“으악! 따가워 홉스!”


“타냐 숨막혀! 끼약!”


한참을 그렇게 부비더니 내 얼굴을 붙잡곤 눈을 마주쳤다. 그 덩치큰 바보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잘왔다···. 정말 잘왔어···.”


홉스는 그렇게 말하곤 두 팔을 벌려 다시 우리를 꼭 껴안았다.


“그럼 여기오지 어딜가··· 여기가··· 우리 집인데···.”


블리스우드의 농장엔 그날 따라 빨간 노을이 졌다.


다 큰 남자의 눈가가 노을빛으로 물든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녀왔어. 홉스.”


그 눈가를 물들이는 노을을 보며, 나는 그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무거워야만 했던 어깨가 오늘은 조금은 가벼워 보였다.


부둥켜안은 세가족의 머리 위로,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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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전이 24.08.02 6 0 12쪽
» #14. 마녀재판 24.08.01 9 0 9쪽
14 #13. 경비대장 헥터 24.07.31 7 0 13쪽
13 #12. 맞고 벗을래? 그냥 벗을래? 24.07.30 7 0 13쪽
12 #1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4.07.29 6 0 14쪽
11 #10. 지하실의 악마 24.07.28 7 0 12쪽
10 #9. 탑에 갇힌 공주님 24.07.27 7 0 11쪽
9 #8. 화형식 24.07.26 5 0 12쪽
8 #7. 태양을 피하는 방법 24.07.25 11 0 13쪽
7 #6. 블리스우드 24.07.24 22 0 11쪽
6 #5. 안녕 마계. 24.07.23 27 0 13쪽
5 #4. 섭리의 눈. 24.07.22 25 0 12쪽
4 #3. 꿈에서 깨어. 24.07.21 29 0 11쪽
3 #2. 지금까지 제 소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07.20 25 0 13쪽
2 #1. 어버이 은혜 24.07.19 57 0 13쪽
1 프롤로그 - 성마대전 24.07.19 6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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