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마왕의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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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고
작품등록일 :
2024.07.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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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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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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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 지금까지 제 소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나는 끝없는 수렁 속으로 굴러떨어지고 있다.


빛 한줌 없는 터널,

난 공중에 붕 뜬 상태로 터널속에 쳐박혔고, 긴 시간을 표류한 끝에 눈부신 빛이 쏟아지는 터널 끝까지 떠밀려 왔다.


철퍽!


드르르륵.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끈적하고 미끄덩거리는 바닥에서 눈을 떴다.


“오마에와! 난난다!”


일본어?

이상한 건 일본어가 마치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내 귀에는 마치 이렇게 들렸다.


“네놈은 뭐냐?”


어려운 대화도 아니긴 했지만, 지나치게 자연스러워 되려 이질감이 들었다.


‘그보다 여긴 어디지?’


나는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가 머리털이 쭈뼛 서는 듯 했다.


하나, 둘, 셋.

새카만 이마 한가운데 박힌 3번째 눈.


“히, 히익! 아, 악마!”


눈앞에는 새카만 악마 한 마리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날 응시하고 있었다.


“어이, 인간! 여긴 어떻게 들어왔나? 이곳은 너 같은 꼬맹이가 올 곳이 아니다!”


“으악! 도, 도망쳐!”


“귀찮은 꼬맹이군. 죽어라!”


휘리릭 – 서걱.


시야가 이지러지며 목 아래가 허전했다.


‘내 몸이 왜···. 저기에···.’


머리를 잃은 익숙한 몸에서 피분수가 솟았다.


[임사체험! 정신력이 +1 증가합니다!]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죽음이었다.


***


“우, 우웨에에엑!”


정신이 들자마자, 양팔로 뒷목을 감싸 쥐며 속에 든 것을 전부 게워냈다. 육체는 회복된 듯 했지만, 끔찍한 고통의 기억은 뒤늦게 뇌리에 아로새겨진 듯 했다.


“악! 넌 뭐냐 더러운 꼬맹이. 죽어라!”


휘리릭 – 서걱.


[임사체험! 정신력이 +1 증가합니다!]


***


몇 번의 죽음과 패닉상태를 더 겪은 후에야 가까스로 약간의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인간의 적응력은 죽음의 고통에도 어느 정도는 적응하게 되는 것이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했다.


침착함을 되찾은 나는 나의 상태부터 점검했다.


일단 눈앞에 보이는 이 글씨.

전용스킬 2가지가 있었다.


▶ 전용스킬 1 : 부관참시


▶ 전용스킬 2 : 성대모사


다시 살아나는 이유는 저 부관참시라는 특성때문인 것 같긴 한데.


스킬명에서부터 쿱쿱하게 느껴지는 지독한 악의.


나를 이곳에 데려온 녀석은 누굴까?


머릿속엔 저절로 들판에서 마주친 녀석의 실루엣이 떠올랐다.


얼굴이 보이지않아도 분명하게 느껴지던 악의. 모르긴 해도 날 여기로 데려온 녀석은 호의적인 편은 아닌 것 같다.


현생의 업보인걸까?

NPC를 너무 괴롭혀서?

확실한 것은 무한회귀와 유사한 이 특성은 축복이 아니다.


스킬명 그대로 한번 죽이는 걸로는 성이 안 차서 죽음을 무한반복 하라는 저의가 담겨있는 것이다.


게다가 전투력이 전혀 없는 두 번째 특성.

광대놀음이라도 하라는 걸까?

여기선 조롱마저 느껴졌다.


수많은 시도를 해봤지만

숨겨진 능력같은 건 없었다.


발버둥칠수록 무의미한 죽음과 고통을 반복할 뿐이었다.


정신은 차린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 물론 조상님들을 탓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여기가 호랑이 굴이 아니라는게 문제일 뿐.


[ 휘리릭 - ]


손끝에서 초승달 같은 칼날이 날아와 죄인을 심판한다.


차라리 빨리 날아왔으면 좋겠는데.

죽음 앞에 서니,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처럼 느릿느릿 날아오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실제로 느린 건 아니기에 고통의 두려움만 연장되는 거지만.


칼날에 맞으면 무조건 한방에 끔살이다.

막기, 회피하기, 지형지물에 숨기, 또 뭐가 있을까?


해볼 수 있는 건 다해본 것 같다.


아니, 아직 안해본게 하나 있다.

한국인에겐 이순신 장군의 명언이 있지 않은가.


필생즉사, 필사즉생.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으아아아악!!!”


“넌 뭐냐? 죽어라!”


휘리릭 - ! 서걱.


물론 죽었다.

아마도 65? 70? 번째 죽음이었을 것이다.

사실 이젠 몇 번짼지도 잘 모르겠다.


[임사체험! 정신력이 +1 증가합니다!]


***


[LV. ?? 문지기 악마 ???]


눈앞에 떠있는 상태창.

내가 아직도 희망을 갖는 이유이다.

이곳이 게임이라면 클리어 조건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어쩌면 저 이름이라도 알면,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나 죽음을 반복하면서,

그런 희망도 옅어져 간다.


보통의 게임이라면 클리어 조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없는 죽음을 반복한 결과,

여기에는 그런 것 따윈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확신으로 굳어져 간다.


애초에 내 전용특성과 스타팅 포인트를 보라. 깨라고 만든 것이 아니었다.


[ 지옥으로 떨어지세요. 아버지. ]


어쩌면 녀석의 말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여기는 게임 속이 아니라 그냥 사후세계고, 나는 게임을 하다가 죽은 것이다.


그리고 게임 속 NPC들을 괴롭힌 죄로, 영원히 끝나지 않는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대부분 말이 되었다.

저 빌어먹을 상태창만 빼고.


< 인물 정보>


[프리츠 폰 바젤]


▶ 종족 : 인간

▶ 나이 : 9살

▶ 레벨 : 1

▶ 전용스킬 : 부관참시, 성대모사

▶ 종합능력 :

··· (중략)

- 업보 : 999

▶ 종합 전투등급 : F-


프리츠 폰 바젤.

내가 지은 캐릭터의 이름이다.

업보 998을 찍었던 내 마지막 캐릭터.


업보가 1 더 오른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이 게임이 아니라면, 어째서 저 이름이 보이는 걸까?


그때 악마의 칼날이 날아왔다.


휘리릭 – 뎅겅!


[임사체험! 정신력이 +1 증가합니다!]


***


생김새에 다소 압도되었지만,

악마는 인게임 내에서도 지성이 있는 존재로 묘사된다.


실제로 저 악마는 게임 극 후반부에 만나는 악마와 생김새가 유사하다.


대화가 가능하다면 지금처럼 무지성으로 공격해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악마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여긴 어디죠?”


“어이, 인간! 여긴 어떻게 들어왔나? 이곳은 너 같은 꼬맹이가 올 곳이 아니다!”


“그냥 어쩌다 재수없게 여기로 떨어졌어요.”


“그러냐? 재수없는 꼬맹이군. 죽어라!”


휘리릭 – 뎅겅!


역시나 말이 통하지 않았다.


[임사체험! 정신력이···.]


***


혹시 쓰레기 같아 보이는 스킬에 답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성대모사를 써보기로 했다.


이 성대모사로 마족이나 악마인척 하는 것이다. 동족이라고 하면 살려줄지도 모르지 않은가.


“어이, 인간! 여긴 어떻게 들어왔나? 이곳은 너 같은 꼬맹이가 올 곳이 아니다!”


[ 전용스킬 – 성대모사를 사용합니다. ]


[ 대상 : 문지기 악마 ??? ]


“여긴 어디죠?”


나는 악마의 목소리를 따라했다.


“꼬마야 너는 뭔데 내 목소리랑 똑같은 거냐? 기분 나쁘다. 죽어라!”


휘리릭 – 뎅겅!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성대모사...


이것만은 하고싶지 않았는데.

그래, 광대놀음을 원한다면 최대한 웃기게 죽어보자.


갸륵해서 살려줄수도 있지 않은가?


서걱!


성대모사로 재롱을 떨다가

100가지의 다양한 포즈로 죽어봤다.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


여긴 어디인 것일까?

게임 속? 아니면 정말로 지옥?

아니, 이제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게 느껴졌다.


게임속에서 이런 필드를 본적은 없지만,

그게 뭐 어떻다고?


그래도 눈앞에 보이는 걸 말하자면,


생물의 뱃속같기도 하고, 묘지의 내부같기도 했다.


나는 항상 축축한 바닥에서 깨어나는데,

바닥과 벽에는 온갖 질척한 뼈와 살점, 피가 난자하다.


그리고 언제나 눈을 뜨면 저 빌어먹을 눈이 보인다.


새카만 이마 한복판에 달린 제3의 눈.


죽은 척을 해본적도 있다.

저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눈을 뜨지 않은 적도.


어둠속에서 갑자기 뜨여지는 눈.

그러나 눈을 감아도 그 눈은 나를 따라왔다.


질문을 해도 문답무용 수준으로 끔살을 당하니 정보를 얻을 수도 없다.


이제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이대로 눈을 뜨지 않을 수만 있다면.


[임사체험! 정신력이 +1 증가합니다!]


***


그렇게 수백번을 더 죽었다.

이제는 900번도 넘어갔을 것 같다.


이제와 의미는 없지만, 한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이 녀석은 900번을 죽인 나를 기억할까?

녀석을 도발해보기로 한 것이다.


“또 나를 죽일 셈이냐?”


“어이, 인간! 여긴 어떻게 들어왔나? 이곳은 너 같은 꼬맹이가 올 곳이 아니다!”


“나는 너를 900번 만났다. 대답해라, 또 나를 죽일셈이냐?”


“머리가 이상한 인간인가? 죽어라!”


휘리릭 - 뎅겅!


***


다시 깨어나면서 죽기 전 기억을 떠올린다. 녀석이 거짓말을 하는가?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벌레에게 속임수를 쓰는 인간도 있을까?

저 녀석에게 난 파리목숨만도 못하다.

파리도 잡으려 들면 은근 힘드니까.


파리만도 못한 존재를 사냥하기 위해 속임수를 쓰는 수고까지 들이진 않을 것 같다.


이 부관참시라는 이름의 무한루프는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지금에 와서도 나는 내가 놓친 정보가 있는지 생각한다. 이름, 나이, 장소, 그러고 보니 지금은 언제지?


정작 시간에 대한 것은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엔 시계도, 달력도 없는데.


악마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녀석은 누구고 왜 나를 죽이는가?

녀석의 스킬은 뭐고 왜 사색에 잠겨있지?


그러고 보니 아직도 놓친 게 많다.


“악마! 무슨 생각에 잠겨있나?”


“어이, 인간! 여긴 어떻게 들어왔나? 이곳은 너 같은 꼬맹이가 올 곳이 아니다!”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악마.


휘리릭 – 뎅겅!


이내 또 한번 내 목이 공중에 날린다.


***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깜빡거린다.

아니, 새로운 메시지가 아니다. 너무 구석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던 것 뿐.


나는 그 부분을 확대해본다.


[부관참시 : 995/999]


‘무한루프가··· 아니야?’


그 숫자를 발견한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나는 기뻐하는 걸까, 두려워 하는 걸까?


900번을 넘게 죽었어도, 목이 날아가는 순간엔 눈을 질끈 감게 된다.


다시 깨어날 때마다 죽지 않았음을 저주하면서도, 살아있음에 안도했음을 깨닫는다.


영원히 깨지 않고 싶다 생각했었다.

이 고통을 끝내기 위해.

900회차가 넘어갔을 때는 다시 눈을 뜨지 않는 것이 진심으로 내가 바라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995/999 그 숫자를 보았을 때 이 심장 박동과, 등뒤로 흐르는 식은땀 한줄기.


난 정말 죽고 싶은 걸까?

영원히 눈뜨지 않고 싶은 걸까?


아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저 이 고통에서 도망치고 싶었을 뿐.

진정으로 내가 바란 것은 죽음이 아니라 고통없는 삶이었다.


다만 살 방법을 찾지 못했기에 죽고 싶다고 나를 속였던 것 뿐.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또 한번의 죽음이 찾아왔다.


휘리릭 – 뎅겅!


***


[부관참시 : 996/999]


이제 남은 회차가 얼마 없다.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생각해라.

클리어 조건은 반드시 있다.


이 지옥에서 나가서 나를 여기 가둔 녀석을 쳐죽이기 전까진, 난 죽어도 죽을 수 없다.


도망치지 마라,

비겁하게 죽음으로 도망치지 마라.


여긴 어디고 지금은 언제고, 저놈은 누구고, 이곳을 나갈 방법은 무엇인가?


휘리릭 – 뎅겅!


***


[부관참시 : 997/999]


잠깐, 하나 알아낼 수 있는 정보를 깨달았다.


< 인물 정보>


[프리츠 폰 바젤]


▶ 종족 : 인간

▶ 나이 : 9살

▶ 레벨 : 1


나는 여기가 어디인지만을 알려고 했다.

장소.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하지만 그게 정말 내 의문의 답이 될까?

여기가 어디인지 알면 여기서 나갈 수 있나?


아니다. 어쩌면 시간이 더 중요한 정보일지 모른다. 시간대를 추측할 수 있다면, 그때 바깥에서 벌어진 사건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휘리릭 – 뎅겅!


***


[부관참시 : 998/999]


나이.


상태창에 보이는 내 나이는 9살.

성마대전이 끝나고 9년이 지난 시점,

본 게임이 시작되기 1년 전이다.

내가 살던 마을은 지하에서 재건중이던 마족 잔당의 습격을 받고, 유일한 생존자였던 난 천계의 인도를 받아 은퇴한 용사에게 거둬지게 된다.


나이가 힌트라면,

이게 게임이라면,

지금은 1599년,


젠장, 조금만 더 하면 알 것 같은데.

사라진 마왕, 마계의 몰락과 재건,

이거라면 어쩌면!


휘리릭 – 뎅겅!


***


[부관참시 : 999/999]


“어이, 인간! 여긴 어떻게 들어왔나? 이곳은 너 같은 꼬맹이가 올 곳이 아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놈 앞에 섰다.

이게 답인지, 확신은 없다.

하지만 확실한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면 내가 놈에게 해야할 말은 딱 하나다.


[ 전용스킬 – 성대모사를 사용합니다. ]


목소리를 바꾸고, 단전에 호흡을 끓어올렸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놈에게 묻는다.


“나의 오랜 종이여,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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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마녀재판 24.08.01 9 0 9쪽
14 #13. 경비대장 헥터 24.07.31 7 0 13쪽
13 #12. 맞고 벗을래? 그냥 벗을래? 24.07.30 8 0 13쪽
12 #1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4.07.29 7 0 14쪽
11 #10. 지하실의 악마 24.07.28 8 0 12쪽
10 #9. 탑에 갇힌 공주님 24.07.27 8 0 11쪽
9 #8. 화형식 24.07.26 6 0 12쪽
8 #7. 태양을 피하는 방법 24.07.25 12 0 13쪽
7 #6. 블리스우드 24.07.24 22 0 11쪽
6 #5. 안녕 마계. 24.07.23 27 0 13쪽
5 #4. 섭리의 눈. 24.07.22 25 0 12쪽
4 #3. 꿈에서 깨어. 24.07.21 30 0 11쪽
» #2. 지금까지 제 소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07.20 26 0 13쪽
2 #1. 어버이 은혜 24.07.19 58 0 13쪽
1 프롤로그 - 성마대전 24.07.19 6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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