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마왕의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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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고
작품등록일 :
2024.07.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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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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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전이

DUMMY

다음날 눈을 떠보니,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다들 어디갔지?’


집이 불탄 뒤, 홉스는 임시로 곡식창고에서 지내고 있었다. 다음날 눈을 떠보니 남아있는 건 나 혼자였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어제까지 그런 일이 있었던지라, 괜히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고 밭에 나가봤지만, 홉스랑 타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덜컥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 곡식창고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문열어!”


창고 문고리를 잡고 흔들어봤지만, 안에서 잠겼는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


쿵쿵쿵!

문을 두드려도, 안쪽에선 답이 없었다.


나는 밭에서 쓰는 곡괭이를 가져와서 문을 부수려고 했다.


“으아아앗!”


“프리츠! 우리다 우리. 문 부수지마라!”


“에? 홉스? 거기서 뭐해?”


“잠깐만, 잠깐이면 된다.”


“프리츠! 잠깐만! “


타냐도 안에 있는 모양이었다. 둘이서 대체 뭐하는거지?


한참을 와당탕 거리더니 문이 열렸다.


“하하핫, 들어와라 프리츠.”


“프리츠! 들어와! 키득키득.”


창고에 얼렁뚱땅 만든 나무 책상이 놓여있었고, 그 위로 딱봐도 수상한 덮개가 덮어져 있었다.


“뭐야, 이 수상한 건.”


가재눈을 뜨고 노려봐도 홉스와 타냐는 생글생글 웃을 뿐이었다. 타냐가 내 소매를 잡고 덮개 앞으로 이끌었다. 열어보라는 뜻이었다.


‘이게 대체 뭐지?’


덮개를 들어올리자,


꽝! 꽝!


“우왓! 깜짝아!”


갑자기 뒤쪽에서 큰 폭발음이 나서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돌아보니 꼬깔모자를 쓴 홉스와 타냐가 양팔을 번쩍 들었다.


“프리츠! 생일 축하한다!”


“왁!”


뚜껑을 열어보니 삐뚤빼뚤한 글씨로 [축! 생일] 이라고 씌여진 케잌이 있었다.


‘생일이라고···?’


쾅쾅쾅!


그때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계십니까.”


“누구지? 잠깐 나가보마.”


***


어제 저녁, 성당.


“신부를 내놔! 이 사기꾼들.”


“해명해! 어서 나와!”


“내돈 내놔라!”


성당에선 성난 군중들의 진입을 막는 중이었다.


“성당 문을 닫아! 움직여!”


항의하는 인파를 뚫고 병사들은 무사히 신부를 대피시켰다.


“헥터는 어떻게 안거지?”


“그러게. 타이밍이 정말 묘하군 그래.”


중대 병력 전체를 투입한 덕분에 신부를 무사히 데려올 수 있었다. 병력이 더 적었다면 무장한 병사들이라도 유혈사태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마터면 신부놈, 정말 매달렸을지도.”


성당문을 닫은 뒤에도 헥터의 신묘한 조치에 병사들이 술렁거렸다. 사태가 어느정도 정리되자 병사 하나가 다가와 바짝 경례를 올렸다.


“필승! 대장님. 바깥 인원들은 어떻게 할까요?”


“최소한 인원만 두고 철수해.”


문을 닫아버리자 소란도 잦아들었다.

바깥에선 아직 고함소리가 들려왔지만 차마 쳐들어올 엄두는 못냈다. 병사들을 의식한 것이다. 농성하던 인파들도 하나둘 사라져갔다.


“제군들, 오늘 임무로 고생이 많았다. 휴식을 취하도록.”


“예!”


“응접실은 이쪽으로 오셔요.”


병사들은 모두 물러났다.

리사 수녀가 병사들을 인솔해갔다.


예배당엔 신부와 헥터 둘만 남았다.


“설명을 좀 해보실까. 신부.”


병사들이 물러나자, 헥터는 곧장 신부를 몰아붙였다.


“저, 전부 설명하겠소. 이게 다 그놈의 수작이요!”


“수작? 무슨 수작 말이오.”


“악마의 유혹이오. 악마가 인간들의 정신을 홀린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양처럼 순하던 주민들이 저렇게 변할 리 없소.”


“흠.. 악마의 유혹이라···.”


헥터는 뒷짐을 진 채, 생각에 잠긴 듯 예배당을 어슬렁대다 멈춰섰다.


“좀 진부하지 않나?”


“무엇이 말이오?”


“악마의 유혹이니 뭐니. 성난 군중들을 떠올려 보시오. 그런걸로 납득이 되겠냔 말이오.”


헥터가 신부를 향해 뚜벅뚜벅 걷자, 신부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정말 상상력이 빈곤한 노인네구먼.”


헥터는 허리춤의 칼을 뽑았다.


“지, 진정하시오! 여긴 신성한 예배당이오!”


신부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생각이 나도록 해주겠소.”


헥터가 신부의 멱살을 틀어쥐자, 신부의 몸이 맥없이 딸려갔다.


“봐, 봤소!”


“보긴 뭘봐?”


헥터가 팔을 뿌리치자, 신부는 그대로 구석에 내동댕이쳐졌다.


“끄윽.. 정말이오. 내, 내가 가, 감시를 했었단 말이오.”


헥터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감시?”


“그, 그년이 알을 깐것이오. 아이들과 주민들의 몸속에. 알을 까서 기생충처럼 기생하는 게요.”


“계속 말해보시오.”


“주민들은 조종당하는 것이오! 농장에 수녀와 사제들을 보내 감시했었소. 그때 발견한 것이니 믿어주시오!”


“그 말 책임질 수 있소? ”


헥터는 서슬퍼런 칼날을 비스듬히 들이댔다.


“시, 신을 모시는 신성한 예배당에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소!”


“정말 신을 걸고 맹세할 수 있냔 말이오.”


헥터는 그 꼴을 보고 실실웃으며 칼을 들어 신부의 얼굴앞으로 가져왔다.


“무, 물론이오! 내, 신을 걸고 맹세하지!”


“푸흡”


헥터가 실소를 터뜨렸다.


“어이, 신부.”


“이, 이게 무슨 짓이오?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것 같소? 교단이 가만있지···.”


칼끝이 신부의 입안으로 쑤욱 들어와 신부의 말을 잘랐다. 신부는 뭐라뭐라 웅얼댔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신을 걸고 맹세한것까진 좋소.”


콰직!

헥터는 웃으며 신부의 입안으로 검을 쑤셔버렸다.


“근데 신도 안믿는 새끼가 걸긴. 큭큭.”


털썩.


신부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엎어졌다. 헥터는 신부의 몸을 뒤집고 허벅지에 찬 단도를 꺼냈다.


숨이 완전히 끊어지진 않았는지, 목에서 피거품이 보글댔다.


“여기에 있단 말이지. 가만있어봐! 킥킥.”


“끄웨에아아앍”


헥터는 단도로 신부의 이마를 도려냈다. 신부는 단말마를 내뱉고는 그대로 숨이 끊어져버렸다.


“진짜로 이런 게 있을줄이야. 크큭”


헥터는 손가락으로 든것을 응시하다, 그대로 입안으로 가져갔다.

꿀꺽.


“끄으으으윽!”


헥터는 고통스럽게 비명을 삼켰다. 이내 헥터의 얼굴 살같 아래가 꿈틀대더니 이마에 모여들어 세번째 눈이 터져나왔다.


눈은 눈부신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신부의 시체를 바라봤다.


[계획은 성당부터였는데, 아쉽게 됐군.]


“안나!”


그의 부름에 텅빈 눈빛의 수녀가 나타났다. 이마에 눈을 뜨고 신부의 시체가 덩그러니 놓여져있어도 안나는 놀라는 기색 하나 없었다.


그녀는 신부의 시체를 어디론가 질질 끌고 곧장 사라져버렸다.


***


루벤은 응접실에 있었다.


“와, 이게 다 뭐야?”


응접실엔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리사가 예의 하얀 수녀복을 입고 대원들을 맞이했다.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아버지께 기도를.”


안나는 기도를 올리고 병사들을 축복했다.


“크아···. 혹시 천사 아니야?”


“남자친구 있을까?”


“미친놈. 너 수녀가 뭔지 몰라?”


리사가 기도를 올리는 중에도 병사들은 껄떡대기 바빴다. 그러나 식사가 시작되자, 병사들은 허겁지겁 식사를 해치우기 바빴다.


요며칠 강도높게 이어졌던 근무끝에 주어진 꿀같은 휴식이었다.


“천천히들 드셔요. 음식은 얼마든지 있으니.”


리사가 배시시 웃자, 병사들이 허겁지겁 먹다 말고 리사를 쳐다봤다. 모두 깊이 감명받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밥을 먹고 있으니, 리사는 어디선가 예의 큼직한 포도주 병을 들고왔다.


“병사분들은 식사하실때 이게 꼭 있어야 한다고 들었어요.”


그 말을 하며 리사는 루벤쪽을 보고 웃었다.


‘나를 기억하나?’


루벤은 쑥쓰러워 시선을 피했다. 그래도 미인이 알아봐주니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잔 받으셔요.”


리사는 돌아다니며 손수 적포도주를 따라주었다.


“여, 영광입니다. 수녀님”


다들 어쩔줄 몰라하며 잔을 받았다. 여자라곤 창녀들밖에 몰랐던 놈들이었다. 그럴때마다 수녀는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마침내 루벤에게도 차례가 왔다.


“루벤님은 구면이네요.”


리사는 그렇게 말하곤 또 배시시 웃었다. 순식간에 주위에서 따가운 눈총이 화살처럼 쏟아졌다.


“야, 너 수녀님이랑 아는사이야?”


“저번에 헥터랑 임무로 딱 한번 온거야.”


“새끼···. 부럽다.”


옆구리를 쿡쿡찔러대며 추궁해 왔기에 둘러대느라 애를 먹었다.


‘역시, 분명 냄새가 이상해.’


이번에도였다. 방금 받은 포도주에 왠지 비릿한 향이 섞여있다. 루벤은 잔을 마시는 척 하며 몰래 수통에 담았다.


“야, 그걸 왜 거기다 담아?”


“쉿, 수녀님이 주신건데 아껴먹어야지.”


주위를 보니 다들 포도주 한잔에 그새 헤롱대고 있었다.


“거기서 무슨 냄새 안나나?”


“헤으응, 리사···.”


‘이정도로 뻗어? 술한잔에?’


방금전까지 대화를 나눴던 녀석이었다. 루벤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저 술 안에는 뭔가 있다. 루벤은 슬그머니 포크를 내려놨다.


그때 또다른 수녀가 나타났다.


“메인요리가 왔어요.”


저번에 헥터와 함께 먹었던 정체불명의 고기였다. 이번엔 왠지 식욕이 나지 않았다.


“오늘 고기는 신선한 고기랍니다.”


고기 익히는 시설은 부족한지, 요리는 한번에 나오지 않고 한사람분이 나오고 한참있다 또 한사람분이 나왔다.


‘어딜 가는거지?’


메인요리를 먹은 사람들은 수녀의 부축을 받아 어디론가 사라졌다. 돌아온 사람들은 어딘가 차분해 보였다.


‘설마 지하실인가?’


루벤 차례까지 남은 접시는 10개.

밥을 먹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돌아오면 차분해진다.


이제 루벤의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 지하실에 다녀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술에 취해 헤롱대는 사람들과 얼음장같이 차가운 사람.


하지만 그 차가운 표정속 일렁이는 눈빛만은 묘하게 흥분된 눈빛이었다.


남은접시는 다섯개.

어째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대체 지하실 안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걸까?


“어이, 한스. 저사람들 어딜 가는줄 아나?”


“에? 으응~ 포도주 한잔 더 주면 알려주지? 헤헤헤.”


순서가 오지 않은 사람도 제정신이 아니긴 마찬가지였다.


이제 접시는 세개.


마침 들어오는 병사는 루멘과 친분이 있는 병사였다.


‘이번에 슬쩍 물어보자.’


슬그머니 손을 잡아봤지만 돌아온 건 차가운 시선 뿐이었다.


이제 접시는 한개.


‘지금이라도 여길 떠야해. 근위대장님께 이 사실을···.’


그렇게 결심하고 주위를 살폈을 때, 리사가 이쪽을 보고 배시시 웃고 있었다.


리사는 미소를 흘리며 루벤에게 다가왔다.


“두려우세요? 아니면 흥분되는건가.”


“···.”


리사는 루벤 앞을 스쳐갔다.

수녀복 자락이 얼굴을 스치며 은은한 향이 났다.

수녀는 루벤의 뒤로 돌아와서 루벤의 얼굴 옆으로 다가왔다.


“···저들은 어딜 다녀오는 겁니까?”


그러자 리사 수녀는 입꼬리가 귀에 걸릴만큼 웃었다.


“지하실인가요?”


리사는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얼굴이 가까워져, 아찔한 향이 났다.


“거기엔 대체 뭐가 있는거요?”


리사의 눈이 이채를 띠며, 루벤과 눈맞춤을 했다.


“거기있는건···.”


부드러운 손길이 귀를 매만지고,

더운 숨결이 귀를 파고 든다.


“천국이에요.”


“···천··· 국?”


“지하실엔 천국이 있어요.”


***


그 말을 끝으로, 수녀는 다시 멀어져갔다.

잠깐이지만 루벤은 꼼짝도 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역시 뭔가 이상해. 빨리 보고를···.’


여기엔 분명 뭔가가 있다.

안나가 루벤의 접시를 가지고 들어왔을때, 루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제군들.”


얼음같이 차가운 응접실에 헥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헥터에게 집중됐다.


“새로운 임무다.”


루벤은 그 목소리에 잠시나마 안도감마저 느꼈다.

그 다음 말을 듣기전까진.


“신부가 말하길, 이 마을 주민들의 몸속엔 악마가 알을 깠다는군.”


‘그런··· 말도안되는···.’


“전부 죽여라. 한놈도 남김없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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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국경지대 24.08.04 2 0 12쪽
18 #17. 말하는 해골 24.08.04 3 0 11쪽
17 #16. 생일 축하 합니다. 24.08.03 5 0 12쪽
» #15. 전이 24.08.02 7 0 12쪽
15 #14. 마녀재판 24.08.01 9 0 9쪽
14 #13. 경비대장 헥터 24.07.31 7 0 13쪽
13 #12. 맞고 벗을래? 그냥 벗을래? 24.07.30 7 0 13쪽
12 #1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4.07.29 6 0 14쪽
11 #10. 지하실의 악마 24.07.28 7 0 12쪽
10 #9. 탑에 갇힌 공주님 24.07.27 8 0 11쪽
9 #8. 화형식 24.07.26 5 0 12쪽
8 #7. 태양을 피하는 방법 24.07.25 11 0 13쪽
7 #6. 블리스우드 24.07.24 22 0 11쪽
6 #5. 안녕 마계. 24.07.23 27 0 13쪽
5 #4. 섭리의 눈. 24.07.22 25 0 12쪽
4 #3. 꿈에서 깨어. 24.07.21 29 0 11쪽
3 #2. 지금까지 제 소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07.20 25 0 13쪽
2 #1. 어버이 은혜 24.07.19 57 0 13쪽
1 프롤로그 - 성마대전 24.07.19 6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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