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 찍는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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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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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장인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1
최근연재일 :
2024.09.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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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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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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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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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실패한 프로게이머

DUMMY

레전드 리그. 줄여서 렐.


5명의 플레이어가 한 팀이 되어, 적을 잡아 성장하고 상대의 기지를 파괴하는 5:5 AOS 게임.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출시된 이 게임은 전 세계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고, 덕분에 각종 대회와 프로게이머가 생겨났다.


처음에는 게임이 직업이 될 수 있겠냐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일류 선수의 경우 수십억이 넘는 연봉을 받을 정도로 대우가 좋아졌다.


그 덕분에 오늘날에도 수많은 프로게이머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나도 그런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이었다.


바로 어제까지는 말이다.





“내년부터는 너랑 같이 가기 힘들 것 같다.”


“예?”


갑작스러운 감독의 말에 나는 혼란에 빠졌다. 그러니까··· 내가 잘렸다고?


“잠깐만요. 이번 시즌 시작할 때만 해도 분명 재계약하자고...”


“그렇게 말하긴 했지. 근데...”


감독은 나에게 여러 지표가 적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 14분 라인전 지표 : -15개(10th)

- 14분 골드 지표 : -342(10th)

- KDA : 1.5(9th)

- DPM : 352(9th)

.

.

.


내용을 살펴본 나는 침묵했다. 현재 내가 소속된 리그에서 나와 포지션이 겹치는 사람은 10명밖에 없다. 즉 대부분의 지표에서 내가 최하위권이라는 말이었다.


“네가 봐도 심하다 싶지?”


“...”


“이런 성적이면 내년까지 너를 믿고 기다려 줄 수가 없어. 약속을 못 지키게 된 건 미안하지만, 재계약은 없다.”


이대로라면 내 선수 생활은 끝이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감독에게 매달렸다.


“딱 1년만 더 기회를 주실 수 없겠습니까?”


하지만 감독의 태도는 단호했다.


“기회는 이제까지 충분히 주지 않았나? 3년 했으면 너도 오래 했어. 내가 보기엔 넌 이쪽엔 재능 없으니까 접고 다른 길 알아봐라.”


그 말을 끝으로 감독은 축객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딱 하나뿐이었다.


“X됐다···.”





- 퍼스트 블러드!


- 적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 전설의 출현!


‘아··· 또 죽었네.’


갑자기 팀에서 나가게 된 마당에 게임에 집중이 될 리가 없었다. 나는 거의 3분마다 한 번씩 상대에게 솔킬을 허용했고, 덕분에 상대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괴물이 되어 있었다.


그 결과 상대 캐릭터는 우리 팀원들을 무참하게 학살하기 시작했다. 사실 프로 단계에서는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게임이 터져 버렸다.


정식 대회였다면 억지로 게임을 이어 나갔겠지만 지금은 단순히 연습을 위한 스크림. 때문에 팀에서는 더 이상의 게임 진행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항복 버튼을 눌렀다.


‘휴···.’


게임이 끝나고 헤드셋을 벗자 희미하게 팀원들이 불평을 쏟아내는 소리가 들렸다. 


“와··· 매번 대단하다, 진짜.”


“야, 그만해.”


순간 화가 나긴 했지만 나는 그냥 침묵을 선택했다.


평소에 내가 못했던 것도 있고, 무엇보다 팀에서 잘렸다는 사실에 정신이 쏠려 입을 열 힘도 없었다.


코치도 내 표정을 보더니 이대로 연습을 계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잠시 스크림을 중단시켰다.


“···잠깐만 쉬었다 하자.”




그렇게 다른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러 갔지만 나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제 어떡하지?’


감독의 태도로 봤을 때 이미 팀에서 잘린 건 기정사실. 그렇다면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빨리 새로운 팀을 구해야 하는데···


문제는 내 나이다. 당장 두 달만 지나면 21살이 되는데, 이는 1부 리그 기준으로도 신인치고는 적지 않은 나이다. 


심지어 내가 있는 리그는 1부 리그도, 2부 리그도 아닌 3부 리그. 3부 리그가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한 리그라는 걸 생각해보면, 말할 것도 없이 많은 나이다. 


게다가 실력 문제 때문에 방출되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진다면, 새로운 팀을 찾는 건 더욱 어려워질 게 분명했다.


“휴···.”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던 내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게임 홈페이지에 띄워져 있는 렐드컵 우승 소식이었다. 


< 한국의 담한 게이밍! 2020년도 렐드컵 우승! >


- 2020년 11월 7일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렐드컵 결승전에서는 한국의 담한 게이밍과 중국의 샤이닝 게임즈가 맞붙었다. 1세트는 담한 게이밍, 2세트는 샤이닝 게임즈가 가져가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던 결승전은 3, 4세트를 담한이 내리 가져가며···


‘렐드컵 우승이라··· 어떤 기분일까?’


렐드컵. 전 세계 모든 ‘레전드 리그’ 팀들이 모여 당해 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대회.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수천만 명의 시청자가 렐드컵을 시청하고, 우승 상금도 수십억이 넘는다. 


무엇보다 우승팀 멤버에게는 우승을 기념하여 자체 스킨까지 제작해준다. 레전드 리그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다. 


3부 리그에서 최저시급도 받지 못한 채 몇 년을 썩고 있는 내 처지와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저렇게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처음 레전드 리그를 시작한 건 중학생 때였다. 나름 재능이 있었는지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반인 중에서는 최고 티어라고 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티어를 달성했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다이아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마스터 티어를 달성했고, 자신감이 극에 달한 나는 본격적인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기 위해 자퇴를 결심했다. 


‘그게 실수였지.’


하지만 생각보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나 정도 실력을 갖춘 연습생은 발에 챌 정도로 많았고, 어지간한 팀들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잠까지 줄여가며 연습에 매진했지만, 오히려 남은 건 망가진 손목뿐.


덕분에 그나마 있던 실력마저 사라지고 나자 3부 리그에서조차 최하위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동안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었다.


한마디로 지금의 나는 나이 많고, 실력 없고, 손목은 망가진··· 실패한 프로게이머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상념에 빠져있던 나는 코치가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택배 왔다. 네 팬이라는 사람이 보내준 거 같던데?”


“팬...이요?”


코치에 말에 나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나마 꾸준히 중계를 해주는 덕분에 고정 시청자라도 있는 2부 리그와 달리, 3부 리그는 어지간한 매니아나 골수팬들이 아니라면 보는 사람이 없다. 아니, 애초에 라이트 팬 입장에서는 3부 리그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게다가 내 경우에는 팀 성적이나 개인 성적 모두 좋지 않으니··· 도대체 나한테 무슨 팬이 있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택배 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포장된 선물 상자 하나와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나는 일단 상자는 제쳐두고 편지부터 읽어 보기로 했다. 예상 외로 편지에 적힌 내용은 간략했다.


-------------------------------------------------------


김유성 선수님께.


오랫동안 당신의 플레이를 지켜봐 왔습니다. 힘든 일이 있으셔도 잘 극복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동봉된 선물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당신의 가장 오래된 팬으로부터.


-------------------------------------------------------


‘힘든 일이라...’


다소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말이었지만 우연의 일치겠거니 하고 그대로 선물을 열었다.


“이건··· 안경?”


상자를 열어보니 약간 오래되어 보이는 안경 하나가 들어 있었다. 


‘뭐지?’


어릴 때부터 시력이 좋아 한 번도 안경을 써본 적이 없었다. 오랫동안 나를 봐온 팬이라는 사람이 그것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굳이 안경을 선물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처음으로 팬에게 받은 선물을 무시하기도 좀 그래서, 나는 곧바로 안경을 착용했다. 


“음, 나쁘지 않네.”


다행히 나한테 딱 맞는 사이즈인데다 도수도 거의 없어 안경을 쓴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다음에 안경을 쓸 일이 생기면 다시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안경을 벗어 안경집에 넣으려는 순간이었다.


[ 사용자 인식 완료. ]

[ 상태창을 개방합니다. ]


‘···?’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음성과 함께 눈앞에 뭔가가 나타났다.


------------


김유성(20세)


소속 팀 : 썬더스톰 루키즈


라인전 : 15(-4) / 100

한타 : 18(-4) / 100 

운영 : 29 / 100

집중력 : 23 / 100 


- 상태 이상 : 손목 부상. 라인전과 한타 수치가 일시적으로 4씩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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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적 <상태창 개방> 을 달성했습니다! ]

[ 2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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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트라이아웃 24.08.30 48 0 11쪽
13 추락 24.08.29 52 0 12쪽
12 4강(3) 24.08.27 60 2 15쪽
11 4강(2) 24.08.26 65 1 12쪽
10 4강(1) 24.08.25 64 1 12쪽
9 8강(2) +1 24.08.24 69 1 11쪽
8 8강(1) 24.08.23 72 1 11쪽
7 16강 +2 24.08.22 90 2 12쪽
6 훈련 24.08.21 86 2 10쪽
5 새로운 팀 +1 24.08.20 102 2 11쪽
4 기회 24.08.18 98 2 11쪽
3 마지막 경기(2) 24.08.17 97 2 13쪽
2 마지막 경기 24.08.16 104 2 11쪽
» 실패한 프로게이머 24.08.15 13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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