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 찍는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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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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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장인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1
최근연재일 :
2024.09.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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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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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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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피닉스 루키즈

DUMMY

“...네. 그럼 이대로 계약 진행하겠습니다. 김유성 선수, 잘 부탁하겠습니다.”


드디어 지루했던 계약 협의 과정이 끝나고, 서명이 완료된 계약서를 받아든 나는 웃음이 나왔다.


썬더스톰에서 나온 지 5달 만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드디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6개월에 500만원이라...’


연봉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금액이었지만, 나는 그럭저럭 만족했다. 어찌 되었건 연봉을 받으니 프로게이머가 되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게다가 3군 프로게이머한테는 아예 연봉을 주지 않는 곳도 많다. 그런 걸 생각하면 이 정도라도 챙겨주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 숙소에 들어갈 수 있다. 더 이상 지긋지긋한 고시원 생활을 할 필요가 없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그동안 신세를 졌던 정동빈 코치와, 로켓츠 루키즈의 팀원들한테 전화를 돌렸다.


정동빈 코치는 이제부터 더 열심히 하라고 했고, 한승철 감독은 자기가 한 게 뭐가 있냐고 다행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유지민은 고작 3군에 들어온 걸로 좋아하지 말라고 덕담(?)을 건넸다.


어쨌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선 셈이니, 앞으로가 시작이었다. 



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날 나는 곧바로 피닉스 루키즈의 숙소로 짐을 옮겼다.


5월에 열리는 리그를 데뷔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빠르게 팀에 합류해 연습을 시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왔어? 가자. 내가 숙소 구경시켜줄게.”


장성우 감독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내가 도착하자마자 숙소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기 시작했다.


“여긴 식당. 부페식이고, 아주머니 안 계실 때도 아침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열려 있으니까 배고프면 와서 먹으면 된다. 아주머니한테는 인사 열심히 하고.”


“예.”


“여긴 체력단련실. 헬스장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있을 건 나름대로 다 있어.”


“그리고 너희 자는 곳. 2인 1실이긴 한데, 방이 좁지는 않으니까 괜찮을 거야. 어차피 잘 때 말고는 쓸 일이 없는 곳이기도 하고.”


밖에서 봤을 때는 건물이 그리 크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작아도 있을 것은 다 있다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육성에 신경 쓰는 팀이다 보니 3군 팀인데도 불구하고 시설이 꽤 좋았다.


“마지막으로 연습실.”


한창 연습할 시간이라 그런지, 5명이 헤드셋을 끼고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잠시 게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 감독은 나와 팀원들을 인사시켰다.


“이쪽은 이번에 새로 팀에 들어오게 된...”


나는 팀원들의 얼굴을 쭉 둘러보았다. 워낙 콜업이 활발한 팀이다 보니, 몇 명은 아는 얼굴이었지만 모르는 얼굴이 더 많았다.


그러다 마지막 선수의 얼굴을 보고 나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마 기존에 이 팀에서 탑 라이너를 맡았던 선수였던 모양인데, 내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자 자신이 밀려날 것임을 직감했는지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순간 썬더스톰에서 밀려났던 내 모습이 겹쳐 보여 마음이 약해졌다. 하지만 이내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건방 떨지 말자, 김유성.’


자신은 이제 겨우 팀에 들어왔을 뿐이고, 아직 주전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이 신경 쓰이면 실력으로 빠르게 콜업되면 된다. 


“자, 그럼 이렇게 된 김에 스크림 한 번 해 볼까?”


감독은 실전에서의 내 모습이 궁금했던 모양인지, 다음 스크림에서 기존 탑 라이너를 빼고 나를 집어넣었다.


‘조금 피곤한데...’


첫날이라 정신도 없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라 피곤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이 요청했는데 선수가 거절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나는 곧바로 헤드셋을 끼고 세팅을 시작했다.


‘흠··· 어떡하지.’


감독이 나를 시험하고 싶어하는 부담스러운 상황. 익숙하지 않은 팀원들. 무엇보다 손이 풀리지 않은 첫 경기.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고려해본 나는, 여느 때처럼 탱커인 대장장이를 골랐다.


‘일단 버티기만 하자.’


내가 선픽으로 대장장이를 고르자, 상대는 탱커의 카운터라 할 수 있는 검투사를 골랐다.


초반부터 계속해서 찔러 들어오는 공격이 꽤 매서웠지만, 나는 반격 대신 뒤로 물러나 적당히 받아먹는 걸 택했다.


어차피 내 역할은 라인전을 이기는 게 아니라, 후반에 팀에 도움을 주는 거니까.


그렇게 라인전을 지속하다 보니 어느새 빅웨이브가 형성되었고, 검투사는 어딘가로 자리를 비워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군 바텀이 4대 2 다이브를 당할 위기에 처해 버렸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해봤다. 바텀에 텔을 타주면 아군은 살릴 수 있겠지만, 이 웨이브는 전부 놓친다. 내 성장을 희생해서 아군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다. 


반대로 바텀에 텔을 타지 않는다? 나는 CS를 좀 더 먹겠지만, 바텀은 확실히 죽는다. 하지만 CS 조금 더 먹는다고, 내가 검투사를 이길 수 있는 상성은 아니다. 나는 결론을 내리고 바텀에 텔을 탔다.


‘이건 팀 게임이니까. 바텀이 나중에 보답해주겠지.’


지금은 14분 이전이라 뒷텔을 타는 건 불가능했고, 수비용으로 타워에 텔레포트를 타는 것 말고는 불가능했다. 내 텔을 본 상대는 만족했다는 듯이 일제히 빼기 시작했다.


반면 검투사는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내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신나게 탑 타워를 치기 시작했다. 검투사는 Q, E가 모두 타워에 적용되기 때문에, 탑에 올라오는 수많은 캐릭터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철거 능력이 좋은 캐릭터이다. 


덕분에 내가 다시 탑으로 걸어가는 사이, 검투사는 무려 포탑 골드를 4칸이나 뜯어먹고 유유히 사라졌다.


“탑 괜찮아요?”


“아··· 일단 버텨 볼게요.”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는 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방금 한 번의 텔레포트로 인해 나와 검투사의 격차가 너무나 벌어졌다. 단순히 손해라는 말로 포장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가서 아이템을 사온 검투사의 공격력은 무지막지했다. 도저히 몸으로 받아낼 수 없을 정도가 되자 나는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밀려난 만큼 손해를 보고, 또다시 격차가 발생해 더욱 밀려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더 이상은 혼자서 검투사를 제어할 수 없었다. 애초에 카운터 픽이 이만큼 성장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오브젝트를 어느 정도 포기할지라도 본대 인원을 끌어써야 했다. 나는 바텀이 합류한 것을 보고 곧장 궁극기를 사용해 검투사의 발을 묶었다.


- 뿌우~


하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이니시였기에, CC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검투사는 그 틈을 노려 곧바로 딜러에게 파고들었다.


‘젠장, 끝났다.’


딜러가 죽고 나면 검투사를 잡을 사람이 없었다. 모든 걸 포기하면서 검투사 사냥에 인원을 투자했는데, 이것마저 실패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니, 그냥 게임이 끝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다행히 검투사가 핵심 스킬인 반격을 허공에 날려 버렸고, 피 100을 남기고 아군 딜러가 생존하며 겨우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와, 죽는 줄 알았네.”


“휴···"


한 차례 날개가 꺾인 검투사는 그 후로는 기세가 죽었고, 사이드 운영이 원활하게 되지 않자 상대의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다. 결국 이리저리 치고받는 난타전 끝에 우리 팀이 겨우 승리를 가져왔다.


“나이스! 이거지~”


“어우, 대장장이 든든한데?”


장기전 끝에 거둔 극적인 승리인데다, 자신들보다 높은 순위의 상대에게 이긴 것 덕분인지 팀원들은 모두 흥분해 있었다.


하지만 감독은 경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무덤덤한 표정으로 적당히 칭찬할 뿐이었다.


“모두 잘했다. 다들 잠시 쉬고, 유성이는 나 좀 보자.”




다른 팀원들이 모두 휴식을 취하는 사이, 나는 감독과 함께 방금 경기의 리플레이를 시청했다.


“자. 3분 20초. 여기서는 왜 상대가 딜교환을 거는데 맞아주기만 한 거야?”


“어, 그냥 뒤로 빼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왜? 반격을 시도할 수도 있었잖아. 상대 스킬이 이 정도로 빠졌는데.”


“음···”


그러고 보니 이제껏 딱히 감독이 말한 것처럼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그냥 딜교환을 회피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그야 탑에서 죽지만 않고 버티는 게 1순위라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다른 것보다 이 부분이 문제야. 이 텔레포트를 타면, 탑에서 이렇게 손해 볼 걸 몰랐니?”


“알고는 있었죠. 포탑 골드를 4개나 뜯길 줄은 몰랐지만···.”


“근데 왜 텔을 탄 거야?”


“어··· 일단 바텀을 살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손해 본 만큼 나중에 바텀이 해주겠지. 이런 생각으로요.”


“흠··· 일단 알았다.”


그 후로도 리플레이는 계속되었고, 모든 게임을 지켜본 감독은 한 마디로 이번 게임을 평가했다.


“이번 게임을 보고 확신이 든 거지만··· 넌 너무 수동적이고 수비적이야. 물론 이번 게임 하나만 보고 평가하는 게 아니야. 대회 때의 네 경기들을 지켜봤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


“아...”


“너, 탑의 이기적인 플레이가 팀에게 이타적인 플레이가 된다는 말 알아?”


“네. 들어보긴 한 거 같아요.”


“넌 지금 정확히 그 반대로 하고 있어. 다른 라인한테 후픽 양보하고, 정글 지원도 받지 않고, CS 다 버리고 바텀에 텔 타주고··· 그런 모습들이 이타적인 것처럼 보이긴 하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탑 라인도 무너지지 않아야 의미가 있는 거야. 방금 판 처럼 네가 버티지 못하면, 결국 그 부담은 다른 라인으로 돌아간다. 어떻게 보면 너의 책임을 다른 팀원한테 전가한 거야.” 


확실히 감독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상태창을 얻기 전까지, 그리고 상태창을 얻고 난 후에도 기본적인 내 플레이 방식은 일단 탑에서 버티고 팀이 캐리해주기를 기다리는, 쉽게 말해 버스만 타자는 마인드였다.


그렇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내 라인전 실력이 워낙 형편없었으니까. 그 때문에 썬더스톰에 있던 2년 동안은 주구장창 탱커만 플레이했다. 그리고 1달 동안 로켓츠에 있었을 때도, 팀의 원딜러가 너무 뛰어나다 보니 오히려 거기에 기대는 경향이 생겼다.


그때는 내가 희생을 해서라도 억지로 바텀을 키우면 게임은 어떻게든 이겨줬으니까. 하지만 그때의 습관이 지금은 오히려 독이 되고 있었다.


“우리가 너한테 바란 건 이런 게 아니야. 솔직히 탱커만 시킬 거면 너 말고 다른 애 뽑았지. 내가 위험을 감수하고 너를 데려온 건 너의 그 라인전 실력 때문이야.”


물론 항상 좋은 모습만을 보여준 건 아니었지만, 가끔 정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폭발적인 실력을 보여줄 때가 있었다. 장성우는 그때의 모습이 꾸준히 나올 수만 있다면 김유성의 영입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유성의 질문에 감독은 생각에 잠겼다. 아직 김유성은 부족한 점이 많다. 한타 때의 포지션이라던가, 라인전 이후의 운영이라던가, 아니면 게임이 길어질수록 실수가 잦아진다는 점 등.


하지만 여기는 아마추어 레벨이다. 단점을 보충하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게 성공적인 전략이 될 수 있었다. 어쨌든 다른 사람들 눈에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니 말이다.


고민 끝에 장성우는 한달 동안 김유성을 어떻게 육성해야 할지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한달간··· 탱커를 버려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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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6 지언(至言)
    작성일
    24.09.05 03:34
    No. 1

    연중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휴재장인
    작성일
    24.09.06 19:53
    No. 2

    죄송합니다. 글을 제대로 써본 게 처음이라 1화 쓰는데 5~6시간 정도 걸리는데, 개학까지 하고 나니까 정신이 없어 한동안 글을 놓고 있었습니다. 물론 전부 변명에 불과하긴 합니다.

    1일 1연재는 무리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연재를 시작할 생각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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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추락 24.08.29 52 0 12쪽
12 4강(3) 24.08.27 60 2 15쪽
11 4강(2) 24.08.26 64 1 12쪽
10 4강(1) 24.08.25 64 1 12쪽
9 8강(2) +1 24.08.24 69 1 11쪽
8 8강(1) 24.08.23 72 1 11쪽
7 16강 +2 24.08.22 89 2 12쪽
6 훈련 24.08.21 86 2 10쪽
5 새로운 팀 +1 24.08.20 102 2 11쪽
4 기회 24.08.18 98 2 11쪽
3 마지막 경기(2) 24.08.17 97 2 13쪽
2 마지막 경기 24.08.16 104 2 11쪽
1 실패한 프로게이머 24.08.15 13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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