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 찍는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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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장인
그림/삽화
휴재장인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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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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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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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DUMMY

처음에는, 나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잠시 후 엄청난 통증이 들이닥쳤다.


“윽...”


마치 누가 내 신경을 불로 지지고 있는 듯한 느낌. 


손목을 붙잡고 쓰러진 내 모습에 옆에 앉은 팀원은 깜짝 놀라 퍼즈를 눌렀다.


- 로켓츠 루키즈의 요청으로 잠시...


“뭐야? 무슨 일이야?”


“형? 괜찮아요?”


“으...”


하지만 나는 대답할 기력도 없었다. 계속된 통증에 앓는 소리를 내던 와중 미친듯이 알림이 울렸다.


[ 특성 <위험한 계약> 발동이 취소됩니다. ]

[ 라인전 : 37(-1) -> 37(-11) ]


[ 부상으로 인해 페널티가 증가합니다. ]

[ 라인전 : 37(-11) -> 37(-21) ]

[ 한타 : 18(-9) -> 18(-13) ]

[ 집중력 : 24(-4) -> 24(-15) ]


알림을 본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내 몸이 보내온 경고를 무시한 대가를 결국 치르게 된 셈이다.


“김유성 선수, 괜찮으십니까?”


퍼즈가 길어지자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 위해 심판이 다가왔다. 어느 정도 고통에 익숙해진 덕분에 이제는 간신히 말은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아... 잠깐 손목이 조금··· 이제는 괜찮습니다.”


나는 별일 아니었다는 듯 다시 일어났다. 적 칼날무희를 잡기 직전이었다. 경기를 재개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게임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내 손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덜덜 떨리기만 하며 마우스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시발, 좀 움직여라!’


더도 말고 딱 1분. 1분이면 결승전을 갈 수 있다. 그걸 남기고 여기서 무너진다고?


하지만 이미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반쯤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내 손을 본 감독은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유성아. 이제 그만하자.”


“예? 아니, 잠깐만요. 잠깐만 쉬고 나면...”


“아니, 넌 충분히 열심히 했어. 이제 쉬어라.”


“...”


절대 반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말투였다. 


물론 김유성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억지로라도 게임을 재개시키면 이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감독으로서는 옳은 결정일지는 몰라도, 사람으로서는 아니었다. 지금 김유성은 경기를 할 게 아니라 당장 병원을 보내야 했다. 


“심판, 기권하겠습니다.”


“예? 아...”


당장 로스터에 서브 선수가 없었기에, 김유성이 빠지고 나면 대체할 선수가 없었다. 게임 규칙상 최소 5명이 게임에 참여해야 하므로 기권패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잠시 규정을 살펴본 심판은 마이크를 통해 경기가 끝났음을 알렸다.


- 경기 결과 공지하겠습니다. 로켓츠 루키즈의 메테오 선수가 손목 통증으로 인해 퍼즈를 신청했고, 심판 조사 결과 더 이상 게임을 재개할 수 없는 상태임이 확인되었습니다.


- 로켓츠 루키즈는 메테오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서브 선수가 없는 관계로 기권패 처리되었습니다. 이로써 4강 1경기는 종료되었고, 잠시 후 오후 3시부터 4강 2경기가 진행될...


다소 허무한 결과에 장내의 관중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게 뭔가요? 이렇게 경기가 끝났습니다!”


“썬더스톰 입장에서는 정말 천운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고, 반대로 로켓츠 입장에서는··· 아, 정말 너무 안타깝다고밖에 할 말이 없네요.”


“네, 아무쪼록 메테오 선수의 부상이 잘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잠시 후 다시...”


당황스러운 건 관중들이나 해설뿐만이 아니었다. 내심 김유성을 눈여겨봤던 관계자들도 갑작스러운 부상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 한 번 오퍼나 해보려고 했는데, 이러면...”


“아이고, 어떡하냐··· 쟤 21살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래. 솔직히 저 나이에 저렇게 되면 재기하기 힘들걸.”


모두가 충격에 빠져있는 사이 김유성은 손목을 붙잡고 감독과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경기를 했던 불렛츠의 팀원들, 심지어 썬더스톰의 전 팀원들마저 그 광경을 씁쓸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너무 늦었습니다.”


급하게 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지만, 의사가 건넨 말은 절망적이었다.


“이미 오랫동안 혹사가 되어왔고, 최근에 더욱 무리한 활동이 이어졌던 것 같은데... 조금만 빨리 왔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미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자연적으로 나을 만한 단계는 이미 진작에 넘어섰고, 수술을 해도 원래대로는 힘들단다. 아마 일상생활에서도 불편한 점이 생길 거라고.


그 말은 선수로서는 더 이상 손목을 쓰기 힘들다는 말에 가까웠다.


“아니, 그게 무슨...”


“···죄송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게 답니다.”


충격적인 대답에 감독님은 눈을 감았고, 나는 고개를 떨궜다.



한 달 동안 준비했던 대회는 결국 이렇게 막을 내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결승에 올라간 썬더스톰 루키즈는 강력한 상대를 만나 0:3으로 패배해 우승에는 실패했다.


나 때문에 기권하지만 않았어도 결승전에 가는 건 우리였을 텐데. 감독님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오히려 신경 쓰지 말라며 치료에만 열중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틀 뒤, 소식을 듣고 급하고 올라오신 부모님이 나를 데리러 오셨다. 평소 내가 프로게이머가 되는 걸 반대하던 부모님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 삑.


“2200원입니다.”


다시 아마추어 신분이 된 나는 집 앞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손님, 그거 드시기 전에 계산하셔야...”


“이게 1+1 제품이 맞긴 한데, 이제 행사가 끝나서...”


“아니, 진짜 안 빼놨다니까요. 저도 그 제품 언제 들어오는지 몰라요.”


하루종일 진상을 처리하고 난 후, 지칠 대로 지친 나는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자기 전 휴대폰을 하던 와중 눈에 띄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 3월 오픈토너먼트 대회 최우수 원딜러 ‘유지민’ 선수 선정.


“이야...”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기사의 뒷부분에는 유지민이 이번 하반기에 콜업된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부럽네.’


반면 나는 완전히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다. 아르바이트를 제외하면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을 하는 게 요즘 내 일과의 전부였다.


처음부터 이렇게 자포자기를 한 건 아니었다. 1월 대회가 끝난 후, 나는 유명한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다니며 손목을 고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약도 먹고, 주사도 맞고, 심지어 부모님의 도움으로 수술까지 했다. 수술 후 한 달 동안은 아예 손목을 쓰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관리했다.


가능한 모든 치료를 다 끝낸 후, 의사가 이제는 손목을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을 때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의사의 말대로 손목은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


김유성(21세)


소속 팀 : X

라인전 : 37(-10) / 100

한타 : 18(-10) / 100 

운영 : 31 / 100

집중력 : 24(-5) / 100 


잔여 포인트 : 1000


- 상태 이상 : 손목의 영구적 손상. 라인전, 한타 수치가 10. 집중력 수치가 5 감소합니다.


------------------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페널티는 줄어들지 않았다. 가만히 있는 지금도 손이 저릴 정도였으니 게임 역시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처음에는 한 달 동안 공백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합리화를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이전 같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마음은 점점 급해졌고, 결국 실력마저 무너졌다. 3월에 열리는 오픈토너먼트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도저히 이 실력으로는 참가할 수가 없었다.


‘휴. 내가 대체 뭐 하는 건지...’


마음이 꺾인 나는 그나마 하던 연습도 그만두고, 아예 레전드 리그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마음 한구석으로 이제 연습해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미련 역시 남아 있었다. 만약 정말로 포기했다면 최대한 빨리 군대라도 가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군대를 가게 되면 이제는 정말로 프로게이머를 은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망설여졌다.


결국 두 생각이 충돌한 결과가 이것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만 하며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었다.


차라리 상태창이 없었더라면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었을 텐데. 괜히 넘보지 못할 꿈을 꾼 바람에 미련만 남아서 이러고 있었다.



- 띵동


그때 오랜만에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의아해하며 문을 열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바로 정동빈 코치였다.


“어? 코치님? 여긴 어떻게...”


“어떻게 오긴. 전화를 하도 안 받아서 내가 찾아왔지. 좀 들어가서 얘기하자.”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코치에게 혼이 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전화는 왜 안 받아? 그리고 3월 대회도 참가 안 했던데...”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기껏 나를 로켓츠에 추천해줬는데, 나는 거기서 민폐만 끼쳤으니··· 죄송해서 연락할 면목이 없었다.


대회의 경우는 실력이 안 된다고 판단해서 자포자기한 거고.


내 표정을 본 코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너희 부모님 연락 받고 온 거야. 너 요즘 알바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한다며?”


내가 프로게이머가 되기를 반대해오던 부모님이 코치에게까지 연락할 정도면, 생각보다 내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시는 듯했다.


“그렇다고 연습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던데. 아예 대회는 포기한 거야?”


“아뇨,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머릿속으로는 이제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속으로는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직 미련을 못 버렸구나.”


“···네.”


“그럼 다시 해.”


“네?”


나는 놀라서 코치를 쳐다봤다. 코치는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다시 하라고, 프로게이머.”


“코치님. 저도 그러고 싶은데··· 이제 이런 손으로는 못해요.”


“나도 알아. 너희 부모님이랑 한승철 감독한테 전해 들었어. 그래도 마우스를 쥘 수는 있는 거 아냐?”


“그건···맞죠.”


하지만 경기를 치르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게 눈에 보였는지 코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유성아, 너 드 샤이 아냐?”


“당연히 알죠. 18년도 렐드컵 우승했던 탑 라이너잖아요.”


“그래. 그럼 그 사람 팔 본 적 있어?”


기억을 되살려보니 인터넷에서 흉터로 가득한 드 샤이의 팔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교통사고 때문이랬나? 워낙 상태가 심각해서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그 사람은 그런 팔로도 우승했어. 드 샤이 뿐만이 아니야. 메이커, 기프트··· 이런 전설적인 선수들도 손목, 허리 등 부상을 겪고 있지만 아직도 현역으로 잘 뛰고 있다.”


“그러니까 저도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코치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 사람들은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다. 워낙 재능이 압도적이니 부상을 안고도 그만큼 활약할 수 있는 거겠지.


하지만 코치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니. 포기할지 말지는 네 선택이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변명하지 말라는 거야.” 


“!”


“부상이 있어도 될 선수들은 된다. 그러니까 혼자서 지레 겁먹고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하지 말고, 눈 딱 감고 도전해. 안 되면 미련 버리고 포기하고. 지금 너는 이도 저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굴고 있잖아.”


“....”


어쩌면 코치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벌써 한 달째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었으니···


코치는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오픈토너먼트에 참여했던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테스트의 지원서였다.


“트라이아웃 신청서야. 장소랑 시간은 알지? 결정하면 연락 줘라.”


코치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떠났다. 나는 코치가 남겨둔 종이를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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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훈련 24.08.21 87 2 10쪽
5 새로운 팀 +1 24.08.20 102 2 11쪽
4 기회 24.08.18 9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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