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 찍는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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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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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장인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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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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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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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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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마지막 경기(2)

DUMMY

1세트를 승리하고 나자 포인트를 획득했다는 알림이 마구 쏟아졌다.


[ 경기에서 승리했습니다. ]

[ 3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 업적 <첫 솔킬> 을 달성했습니다. ]

[ 1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 업적 <첫 승리(세트)> 을 달성했습니다. ]

[ 1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와우.’


전부 합치면 무려 5000포인트. 스탯을 2개는 더 찍을 수 있는 양이다. 


‘역시 라인전을 고르는 게 맞았어.’




아까 전 잠깐의 퍼즈 시간 동안, 내가 선택한 스탯은 라인전이었다. 


선택의 이유는 간단했다. 경기 시작 전 내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는 단 4000포인트. 운영이나 집중력을 선택하면 스탯을 1개밖에 올릴 수 없으므로 당장은 비효율적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라인전과 한타뿐인데, 그건 간단한 문제였다.


‘무조건 라인전이지.’


라인전에서 잘 성장하고 나면 한타를 못하고 싶어도 못 할 수가 없다. 어지간히 실력 차이가 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골드 차이로 찍어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타는 결국 5대 5 싸움이기 때문에, 1명이 잘하거나 못한다고 해서 결과에 큰 영향을 주기가 어렵다. 그만큼 객관적으로 실력을 평가하기도 힘들고.


반면 라인전의 경우 정글의 개입을 제외하면 철저한 1대 1 싸움. 실력의 차이가 CS 개수, 솔킬 등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기에 선수의 실력을 평가하기도 쉽다.


코치나 감독들에게 주목을 받아야 하는 내 상황을 고려하면 최우선으로 올려야 하는 스탯이라 할 수 있다. 


‘라인전 스탯 구매.’


[ 라인전 : 15(-4) -> 17(-4) ]

[ 잔여 포인트 : 4000 -> 700 ]


‘된 건가?’


상태창에 적힌 수치는 변했지만, 당장은 아무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능력치를 올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나?


- 경기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게임에 들어가자, 미묘하지만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게임이 잘 된다.’


반응속도가 미세하게 빨라졌다. 덕분에 스킬샷과 무빙 모두 조금씩이나마 좋아졌다.


마치 높았던 핑이 낮아진 것처럼 쾌적한 느낌. 


‘손목을 다치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상대는 달라진 내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했는지, 스킬을 빗맞히는 빈도가 늘어났고, 그 결과 CS 격차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정도만 해도 스탯을 올린 효과를 충분히 본 셈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뭐야?’


상대가 조급해졌는지 궁극기와 점멸까지 모두 사용하며 딜교환을 걸어온 것이다. 실패하면 반격할 수단이 없는, 사실상 도박에 가까운 행위였다.


원래의 나였다면 반응하지 못하고 죽었겠지만, 스탯을 올린 덕분인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회피했다. 물론 상대가 너무 성급하게 스킬을 쓴 덕분도 있었다.


‘넌 이제 죽었다.’


상대의 스킬이 모두 빠졌으니 이제는 내 차례였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솔킬을 기록했다. 


- 퍼스트 블러드!


허무하게 솔킬을 내주고 나자 상대는 멘탈이 나갔는지 쓰로잉에 가까운 플레이를 이어갔고, 덕분에 1세트는 손쉽게 승리했다.


이어진 2세트에서는 1세트와 같은 솔킬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우리 팀이 기세를 탄 상태였다. 내가 별다른 활약을 하지 않았음에도 다른 라인에서 계속 킬을 내며 2세트마저 승리를 거뒀다. 


[ 경기에서 승리했습니다. ]

[ 3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 업적 <첫 승리(매치)> 을 달성했습니다. ]

[ 2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나는 오랜만의 승리를 자축하며 헤드셋을 벗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포인트가 쏟아졌다. 




도합 1시간 만에, 자신들보다 두 단계나 순위가 높은 갤럭시 루키즈 상대로 2:0 승리.


팀 입장에서는 기뻐해야 할 결과이지만, 감독을 포함한 몇몇 인원들은 한편으로 당혹감을 느꼈다.


둘 다 하위권 팀이다 보니 불가능한 결과는 아니다. 문제는 경기 내용이었다. 그동안 팀의 구멍이라고만 생각했던 김유성이 의외의 활약을 보여준 것이다. 


이 사실에 가장 충격을 받은 건 팀의 코치인 정동빈이었다.


‘뭐지?’


3년 동안 김유성을 옆에서 가르쳐왔다. 그런 만큼 그 실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잘하는 놈이 아닌데···’


김유성이 엄청난 노력가인 것과는 별개로, 솔직히 그다지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게다가 손목 부상을 당한 이후로는 더욱 폼이 떨어져, 반등할 기미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달랐다. 평소에는 솔킬만 안 당하면 다행이라 할 정도로 불안한 라인전 실력을 보여줬지만, 뜬금없이 역으로 솔킬을 따내 버렸다. 그 솔킬이 경기에 미친 영향을 생각한다면 사실상 1세트는 김유성 덕분에 승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상대가 실수에 가까운 플레이를 하긴 했지만, 어쨌든 실수를 받아먹는 것도 실력이었다.


‘진작에 좀 이렇게 할 것이지.’


몇 주 전부터, 감독은 김유성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개인적으로는 반대하고 싶었지만, 그럴 명분이 없었다. 김유성이 열심히 하는 게 안타깝긴 하지만, 냉정히 말해 손목 부상 이후 김유성은 프로게이머로서의 가치가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 정도 경기력이라면 3부 리그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결정을 바꾸기는 늦었다.’


평소에 꾸준하게 저런 실력을 보여줬더라면 자신이 감독을 설득할 근거라도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다. 소문으로는 감독이 이미 김유성을 대체할 탑솔러와 접촉까지 끝마쳤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대로 김유성이 팀에서 나가게 된다면 나이 때문에 새 팀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게 뻔했다. 최선의 방법은 서브 선수로라도 이 팀에 남는 것이지만, 한 고집 하는 감독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떻게 방법이 없나?’


고민하던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평소 스크림 때문에 나름 친분이 있던 다른 팀의 코치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전화한 용건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이번에 플레이오프에 나가게 됐으니 스크림을 좀 해달라는 것이겠지.


“여보세요? 바쁠 텐데 무슨 일이냐?”


하지만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이 전해주는 내용은 자신이 상상하지도 못한 것이었다.


“뭐?”





다음 날.


짐을 모두 챙긴 나는 숙소 건물 앞에서 코치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눴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어제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르긴 했지만, 결국 내가 팀에서 나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고작 1경기 잘했다고 바뀔 상황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코치는 복잡한 표정으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래. 너무 실망하지 말고 좀만 기다려 봐라. 다른 팀에 자리가 날 수 있으니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라고 덕담을 해주는 게 고마웠다. 


“예. 그럼 가보겠습니다.”


코치와 인사를 끝내고 나니 더 이상 볼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친했던 팀원과는 어제 인사를 마쳤고, 감독의 경우는 나를 자른 사람을 굳이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잘 있어라.’


나는 마지막으로 숙소 건물을 한 번 쳐다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썬더스톰 루키즈에 입단한 지 정확히 3년 만의 일이었다.




“으아, 이제 다 옮겼다.”


이삿짐을 모두 정리한 나는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내가 새롭게 머물기로 한 곳은 기존 숙소 근처의 고시원. 본가는 서울이 아니고, 수중에 돈은 없다 보니 남은 선택지가 여기밖에 없었다.


최대한 싼 곳을 고르다 보니 시설은 영 좋지 못했지만, 일단 지금은 참고 지낼 수밖에.


‘그보다 일단 할 일부터 해야지.’


나는 상태창을 열고 어제 들어온 포인트를 점검했다. 


-----------------


김유성(20세)


라인전 : 17(-4) / 100 

한타 : 18(-4) / 100 

운영 : 29 / 100 

집중력 : 23 / 100 


잔여 포인트 : 10700


- 상태 이상 : 손목 부상. 라인전과 한타 수치가 일시적으로 4씩 감소합니다.


-----------------


2번의 세트 승리, 3번의 업적 달성으로 인해 모인 포인트는 무려 10000포인트가 넘어갔다.


워낙 많은 포인트가 쌓여 있다 보니 다른 스탯도 찍을까 잠시 고민을 해봤지만, 이윽고 원래 결정을 고수하기로 했다.


‘괜히 이것저것 찍으면 망한다.’


나는 모아둔 포인트를 모두 라인전 스탯 구매에 사용했다. 


[ 라인전 : 17(-4) -> 22(-4) ]

[ 잔여 포인트 : 10700 -> 700 ]


이로써 내 라인전 스탯은 22가 되었다. 처음 상태창을 열었을 때만 해도 15였으니, 하루 만에 무려 7개나 스탯을 올린 셈이다. 


증가한 스탯을 보며 흐뭇해하던 나에게 또다시 알림 하나가 날아왔다.


- 띠링!


[ 업적 <과소비(1)> 을 달성했습니다. (달성 조건 : 하루에 10,000포인트 소비) ]

[ ‘C등급 룰렛’이 개방되었습니다. ]


‘룰렛?’


상태창을 확인해보니, 과연 카지노에 있을 법한 원판 하나가 생성되어 있었다.


[ 1회 뽑기 시 무작위 C등급 특성을 하나 획득할 수 있습니다. ]

[ 특성은 사용자에게 긍정적 혹은 부정적 효과를 부여합니다. ]

[ 뽑기 비용 : 10,000포인트 ]


‘정말 별 게 다 있구나.’


솔직히 특성이 뭔지 궁금해서 한번 뽑아보고 싶긴 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아직은 여기 손댈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일단 비용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설령 10,000포인트를 모은다 해도 효과도 알 수 없는 특성을 뽑자고 도박을 하느니 그냥 스탯을 구매하는 게 더 안정적일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서 스탯의 업그레이드 비용이 너무 높아지면 그때서나 고려해 볼 만한 기능이었다.


‘일단 이건 접어두자.’


상태창 확인이 끝났으니, 두 번째로 내가 해야 할 일은 포인트 수급 방법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었다.


상태창에 적힌 대로라면 포인트를 수급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 퀘스트, 업적, 게임 승리이다.


퀘스트는 아직 해본 적이 없고, 업적은 상태창 마음대로 주는 것 같으니 실질적으로 지금 당장 내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게임 승리밖에 없었다.


‘대회에서는 1세트를 승리할 때마다 3000포인트를 줬었지.’


그렇다면 과연 대회가 아닌 솔로 랭크 게임은 어떨까. 나는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레전드 리그에 접속해 가볍게 랭크 게임을 몇 판 돌렸다.


잠시 후.


- 승리했습니다!


모니터에 뜬 승리 화면과 상태창을 번갈아 살펴본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실화냐···.”


[ 랭크 게임(다이아)에서 승리했습니다. ]

[ 1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실험 결과 랭크 게임 승리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포인트는 단 100포인트. 대회에서 1세트를 승리할 때 주는 포인트가 3000포인트였으니, 무려 솔로 랭크 30판을 ‘이겨야’ 똑같은 포인트를 벌 수 있었다.


물론 대회와 솔랭 간의 수준 차이가 있으니 어느 정도 포인트가 줄어들 거라 예상은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상상치 못했다.


충격적인 사실에 잠시 정신이 나갔지만, 나는 이내 멘탈을 붙잡았다.


‘이러면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바로 새로운 팀을 구하는 것.


원래는 1시즌 정도 쉬게 되더라도, 솔랭을 돌리면서 포인트를 수급하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대회와 솔랭의 포인트 획득량 차이가 너무나 컸다.


어차피 팀에 들어간다고 해서 솔랭을 돌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거기다 업적 등으로 인한 추가 포인트까지 생각한다면, 성장 속도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날 게 분명했다.


‘문제는 나를 찾는 팀이 있느냐인데...’


다음 시즌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2달 정도. 로스터 등록 기간을 고려한다면 여유롭게 한 달 안에는 새로운 팀에 들어가야 한다.


원래 내 실력이었다면 냉정히 말해 가능성이 거의 없었겠지만,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지금으로서는 마냥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관건은 한 달 안에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한 달 동안 스탯을 올리고, 올린 능력치로 새 팀을 구한다.’


계획을 정한 이상 머뭇거릴 여유는 없었다. 나는 재빨리 다음 랭크 게임을 찾기 위해 큐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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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4강(2) 24.08.26 65 1 12쪽
10 4강(1) 24.08.25 65 1 12쪽
9 8강(2) +1 24.08.24 70 1 11쪽
8 8강(1) 24.08.23 73 1 11쪽
7 16강 +2 24.08.22 90 2 12쪽
6 훈련 24.08.21 87 2 10쪽
5 새로운 팀 +1 24.08.20 103 2 11쪽
4 기회 24.08.18 99 2 11쪽
» 마지막 경기(2) 24.08.17 98 2 13쪽
2 마지막 경기 24.08.16 104 2 11쪽
1 실패한 프로게이머 24.08.15 13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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