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 찍는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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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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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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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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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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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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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DUMMY

다음 날 아침, 로켓츠 루키즈의 멤버들과 스태프들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숙소 앞으로 집합했다.


“모두 모였지? 이제 출발하자.”


대회 장소는 숙소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한 피시방.


일반적인 피시방보다는 조금 큰 규모이긴 했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은 탓에 비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참가자 수만 100명은 가까이 되는 데다 코치, 감독, 스카우터들까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 1조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 5조 경기 시작 10분 전입니다. 참가 팀들은 준비해 주세요.


여기저기서 방송이 울려대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직원의 안내 덕분에 가까스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 팀은 뒤쪽 순번이라 아직 경기 전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나는 한숨 돌리면서 대진표를 살펴보기로 했다.


‘첫 경기는··· 아마추어 팀이네.’


잠시 3부 리그의 일정에 대해 설명하자면, 1월, 2월, 3월에 열리는 대회는 오픈토너먼트라고 해서 아마추어와 3부 리그 프로게이머가 섞여 토너먼트를 진행한다.


4월에는 오픈토너먼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각 구단에서 면접을 진행하는데, 이를 트라이아웃이라 한다.


그렇게 해서 팀의 멤버들이 새롭게 짜여지고 나면, 5월에 리그와 플레이오프를 통해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이 과정을 상반기에 1번, 하반기에 1번 진행하고 나면 1년간의 모든 일정이 끝나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길 수 있다. 1년에 오픈토너먼트만 6번이 열리는데, 굳이 내가 프로 구단에 남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냥 아마추어 신분으로 토너먼트에 계속 도전하다 보면 스카웃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응, 안돼.’


하루 종일 게임만 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들과 달리, 연습생들은 현실적으로 연습의 양과 질 모두 부족하다. 당연히 실력도 부족하고 팀워크도 잘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본 16강부터 시작하는 프로게이머들과 달리, 아마추어 팀들은 예선 차원에서 64강부터 시작한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더 심하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리그에 비해 업셋이 잘 일어나는 토너먼트의 특성상, 경기 수가 많아질수록 재수 없게 떨어질 확률도 늘어난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한 경기 못하면 탈락하는 게 토너먼트이니 말이다. 


이게 내가 기를 쓰고 이번 대회를 준비한 이유였다. 2월 대회부터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솔직히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없었다.


- 14조 경기 시작까지 30분 남았습니다. 준비해 주세요. 


그러는 사이 드디어 우리 순서가 찾아왔다. 나는 반대편에 앉은 상대 선수들의 능력치를 눈으로 스캔했다.


‘생각보다 좋은데?’


확실히 예선을 거치고 올라온 팀인 만큼 능력치가 나쁘지 않았다. 대부분의 스탯이 20 후반대였다.


상대 탑 라이너 역시 능력치가 준수했다. 다른 능력치는 평범했지만, 라인전만큼은 페널티를 감안하면 나와 비등한 수준이었다. 


‘라인전 스탯이 26이라...’


능력치를 보고 나니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상대가 아마추어라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고전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의외로 그런 나를 진정시켜준 건 유지민이었다.


“어차피 바텀 게임할 거니까, 탑에서 뭐 할 생각 하지 말고 경험치만 챙겨요.”


시비 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저 말이 자기 딴에는 나를 배려한답시고 꺼낸 말이라는 걸 안다.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고, 덕분에 조금 안정된 상태로 경기에 들어갔다.


-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내가 맡은 역할은 별 거 없다. 아까 유지민이 말했던 대로 그냥 버티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탱커이면서도 후반에 팀원들의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해 줄 수 있는 ‘대장장이’를 골랐다.


반면 상대 선수가 고른 건 악어왕. 대장장이와 다르게 후반이 되면 고기방패나 다름없을 정도로 힘이 빠지지만, 그 대신 초중반에는 엄청난 강력함을 자랑한다. 


즉, 사고 없이 무난히 후반으로 게임이 흘러가면 내 승리, 그렇지 않고 초반에 악어왕이 득점을 하면 상대의 승리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게임은 초반부터 순조롭게 흘러갔다.


‘할 만한데?’


아무래도 본선 첫 경기인만큼 상대는 긴장했는지 제대로 된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라인전 스탯이 50에 가깝던 유지민을 상대하다 보니, 오히려 이 정도 상대는 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나대지 말자.’


원래는 악어왕이 초반에 조금이나마 이득을 봐야 하는 구도다. 그런데 지금 CS 상황은 거의 반반이었다. 버티기만 하면 유리해지는 내 입장에서는 무리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걸 아는 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상대 팀은 이대로 더 시간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전략을 취했다.


“어, 상대 니덜리 탑인 거 같은데?”


뒤쪽에서 상대 정글러가 튀어나오더니 우리 팀 미니언이 가는 길을 막아섰다. 타워 다이브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하필 지금...’


대장장이가 탱커이긴 하지만 아직 템이 갖춰지지 못한 지금은 몸이 약하다. 마침 아군 정글도 바텀 쪽에 있어서 도움을 바랄 수도 없다. 


게다가 상대 조합은 다이브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악어왕-니덜리 조합이다. 니덜리의 주력 스킬은 창을 던지는 스킬(Q)인데, 엄청난 데미지를 자랑하는 대신 투사체 속도도 느리고 판정도 구려서 꽤나 맞추기 힘들다.


그런데 악어왕은 적에게 확정 스턴(W)을 넣는 스킬이 있다. 즉 악어왕이 기절시킨 적에 니덜리가 확정적으로 창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어지간한 캐릭터는 이 스킬 연계에 당하면 저항도 하지 못하고 폭사한다.


살아남으려면 방법은 하나. 악어왕의 스턴을 대장장이의 저지 불가(W)로 무시하는 것. 하지만 악어왕의 W 스킬은 거의 즉발 스킬에 가까워 반응하기가 쉽지 않다. 적어도 내 피지컬로는 힘들었다.


‘어쩌지?’


고민하는 사이 상대 듀오는 포탑에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어쩔 수 없다. 상태창.’


페널티가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지금이 바로 이번 세트의 승부처였다. 더군다나 특성을 시험해보기에는 이것만큼 적절한 기회가 없었다. 


나는 곧바로 상태창을 켜 특성을 활성화했다. 


[ 라인전 : 33(-6) -> 33(+4) ]


스탯이 올라간 효과를 체감할 틈도 없이, 상대 악어왕은 곧바로 공격을 시도했다. 나는 눈을 부릅뜬 채 악어왕이 언제 W 스킬을 쓰는지만 지켜보고 있었다.


‘무조건 반응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는 내가 반응도 하지 못하게 할 작정이었는지, 점멸을 써서 순식간에 내게 접근했다. 


‘아차...’


머리로는 늦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움직였다.


내가 스턴을 씹은 덕분에 니덜리의 창 역시 한 발짝 차이로 빗나갔다. 나는 포탑 안으로 들어온 니덜리에게 CC를 넣으며 저항했고, 결국 니덜리는 점멸까지 쓰며 포탑 밖으로 달아났다.


딜이 부족해 니덜리를 잡지는 못했지만, 이것 자체가 정글 입장에서는 굉장히 손해였다. 탑을 봐주느라 동선도 꼬았고 시간도 허비했는데, 아무런 성과 없이 점멸만 빠진 셈이니까.


그리고 레전드 리그에서는, 대각선의 법칙이라는 게 존재한다. 니덜리가 탑에 모습을 드러내자 우리 팀 정글러는 아무런 부담 없이 바텀 갱을 성공시켰다.


- 퍼스트 블러드!


- 더블 킬!


상대의 탑 다이브는 실패했고, 우리 팀 바텀은 역으로 더블 킬을 냈으니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 후로는 게임이 급속도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바텀 다이브 갈게요. 탑도 텔 타주세요.”


‘이런, 욕 먹기 싫으면 빨리 텔 타야지.’



유지민의 오더를 들은 나는 바텀에 텔을 타서 다이브를 준비했다. 앞쪽은 내가, 뒤쪽은 아군 정글이 막고 있으니 상대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 뿌우~


결국 대장장이의 궁극기를 맞고 공중에 뜬 상대 바텀은 연계 CC에 손도 쓰지 못하고 사망했다.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바텀은 2데스. 게다가 탑인 악어왕은 후반으로 갈수록 무쓸모인 캐릭터. 당연히 상대 조합의 힘이 남아있을 리 없었다.


그 후로는 내가 궁극기로 이니시를 열기만 하면, 우리 팀이 알아서 한타를 이겨 줬다.


- 아군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 아군은 전설적입니다.


이후 30분 만에 1세트는 종료되었다. 잠시 후 2세트가 진행되었지만, 상대는 준비해온 전략이 이것 하나뿐이었는지 거의 똑같은 픽으로 게임을 진행했고 그 결과 게임은 더 빠르게 끝났다.



***


[ 경기에서 승리했습니다. ]

[ 2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 경기에서 승리했습니다. ]

[ 2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 잔여 포인트 : 3200 -> 7200 ]


“야, 다이브 대처 좋았다. 네 덕분에 니덜리 썩어서 게임 터진 거야.”


“계속 이렇게만 하면 돼요. 어렵지 않죠?”


한 달 동안 준비해온 대회에서 기분 좋은 첫 승리. 감독님과 동료들의 칭찬. 그리고 오랜만에 획득한 포인트.


기분이 좋아야 정상이겠지만 상태창을 열어본 나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


김유성(21세)


소속 팀 : 로켓츠 루키즈(임시)


라인전 : 33(-7) / 100

한타 : 18(-7) / 100 

운영 : 30 / 100

집중력 : 24(-2) / 100 


잔여 포인트 : 7200


- 상태 이상 : 손목 부상. 라인전과 한타 수치가 7 감소합니다. 집중력이 2 감소합니다. 


--------------------------


‘···.’


원래 6이었던 페널티 수치가 7로 증가해 있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내 손목 부상이 더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경기 중에는 흥분한 상태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2세트가 끝나고 휴식 시간이 되자 손목이 점점 따끔거렸다. 


아마 이 상태로 경기를 치렀다면 경기에 제대로 집중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집중력 스탯이 떨어진 것은 그런 이유에서겠지.


‘일단 지금은 어쩔 수 없다.’


휴식을 취하고 싶어도 아직 오늘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잠시 후 또다시 8강 경기를 치러야 했다. 


어쨌든 특성을 쓴 덕분에 1세트를 쉽게 이기지 않았는가. 페널티 수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라도 주의하면 된다. 


나는 그렇게 위안을 삼으며 스탯을 올렸다.


[ 라인전 : 33(-7) -> 35(-7) ]

[ 포인트 : 7200 -> 300 ]




잠시 후 모든 팀의 경기가 끝나고 나자, 오전 일정이 종료되었다. 2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가지고 난 후, 오후부터 8강 경기가 진행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상대는 아마추어. 하지만 방금 전 만났던 팀과는 꽤 실력 차이가 있었다.


‘이 정도면 거의 프로급인데?’


다른 능력치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라인전 스탯이 30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상대 탑 라이너의 능력치가 눈에 띄었다. 


이주완(19세)


라인전 : 34 / 100 

한타 : 21 / 100 

운영 : 14 / 100 

집중력 : 24 / 100 


라인전 능력치만 떼놓고 보면 3부 리그 상위권 선수들보다 못할 게 없었다. 당연히 지금 내 실력으로는 라인전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었다.


결국 이번에도 내가 해야 할 역할은 하나였다. 일단 버티는 것. 어차피 라인전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내가 먼저 선픽을 하기로 하고, 우리 팀원들에게 후픽을 양보했다.


‘뭘 고르지?’


마음 같아서는 또다시 대장장이를 고르고 싶었지만, 대놓고 탱커를 골랐다가 카운터 픽을 만나면 골치가 아파진다. 


결국 나는 선픽용으로 무난한 악어왕을 골랐다. 초중반이 워낙 강력한 캐릭터다 보니, 카운터인 원거리 캐릭터가 나오더라도 라인전이 터지는 경우는 잘 없었다.


하지만 게임 시작 10분 후, 내 예상과 달리 탑 라인전은 완전히 박살이 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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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로운 팀 +1 24.08.20 102 2 11쪽
4 기회 24.08.18 98 2 11쪽
3 마지막 경기(2) 24.08.17 97 2 13쪽
2 마지막 경기 24.08.16 104 2 11쪽
1 실패한 프로게이머 24.08.15 13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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