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 찍는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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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장인
그림/삽화
휴재장인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1
최근연재일 :
2024.09.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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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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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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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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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지막 경기

DUMMY

김유성(20세)


소속 팀 : 썬더스톰 루키즈


라인전 : 15(-4) / 100

한타 : 18(-4) / 100 

운영 : 29 / 100

집중력 : 23 / 100 


- 상태 이상 : 손목 부상. 라인전과 한타 수치가 일시적으로 4씩 감소합니다.


----------


“뭐, 뭐야?”


내 눈앞에 나타난 건 마치 증강현실과 같은 홀로그램이었다. 깜짝 놀라 안경을 벗고 나자 홀로그램은 사라졌다. 


‘내가 꿈을 꾸고 있나?’


혹시나 해서 팔을 꼬집어 봤지만 그대로 통증이 전해졌다. 


‘아무래도 이 안경 때문인 것 같은데···.’


아무리 살펴봐도 겉보기에는 특별한 것 없는 안경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조금 오래되어 보인다는 정도?


‘다시 한번 봐야겠어.’


안경을 착용하자 전과 같은 홀로그램이 다시 나타났다. 홀로그램에는 내 이름부터 나이, 소속 팀, 심지어 부상 이력까지 다양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VR기기도 아니고 이 조그마한 안경이 어떻게 이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내가 손목을 다쳤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이쯤 되니 대체 이 안경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인 것 같은데···


‘에이, 모르겠다.’


어차피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유일한 단서인 택배마저 발송인이 적혀 있지 않아 정체를 추리할 방법도 없었다.


일단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고민해보기로 하고 나는 다음 내용을 살펴봤다.


‘라인전, 한타, 운영···’


이것들은 레전드 리그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였다. 아무래도 게임 캐릭터마냥 내 능력치를 세분화해서 표시해놓은 것 같았다.


능력치를 모두 살펴본 후 드는 감상은 딱 하나였다.


‘너무 능력치가 낮은데.’


그나마 운영은 29. 집중력은 23으로 나쁘지 않았다. 아마 오랫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한타는 18, 라인전은 15에 불과했다. 100점 만점인 걸 감안하면 터무니없게 낮은 수치. 심지어 손목 부상으로 인해 그마저도 페널티를 먹은 상태였다.


슬픈 점은 내 생각에도 수치가 그럭저럭 정확하다는 점이었다. 실제로도 라인전이 약점이라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왔으니까. 


‘하긴, 이제 이게 무슨 상관이야.’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이 안경이 조금 신기한 물건이긴 하지만 그 능력치를 숫자로 바꿔서 나타내 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차피 내일이면 프로게이머 생활도 끝이다. 이런 물건을 얻었다 해도 딱히 자신의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니다. 


그때 마침 코치가 돌아왔다.


“좀 쉬었냐? 어, 그 안경은 뭐야?”


“아, 이건······?”


------------------


정동빈(29세)


라인전 : 25(-10) / 100

한타 : 19(-10) / 100 

운영 : 38 / 100

집중력 : 17(-10) / 100 


- 상태 이상 : 노쇠화 / 연습 부족. 능력치가 감소합니다.


------------------


“야, 왜 말을 하다 말아?”


“네? 아, 그러니까··· 아까 택배 안에 들어있더라구요.”


코치는 멍해 있는 내 표정을 보더니 안쓰럽다는 투로 말했다. 


“그래. 이따가 경기 있는 건 알지? 오늘 스크림은 이제 없으니까 좀 쉬어라.”


“예, 감사합니다.”


아마 코치는 내가 잘린 것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코치의 상태창에 정신이 팔린 것뿐이었다.


‘생각보다 능력치가 높구나.’


코치 역시 처음에는 나처럼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었지만, 재능의 벽을 느끼고 일찌감치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도 선수 시절에는 나보다 능력치가 높았다는 걸 보고 나자, 내가 얼마나 밑바닥에 위치해 있는지 새삼 실감이 되었다.


‘그나저나 다른 사람의 능력치도 볼 수 있다니...’


나에 관한 정보야 그렇다 치고, 다른 사람을 보자마자 인식해서 능력치를 내놓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도대체 이 안경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해하던 찰나, 알림이 울렸다.


- 띠링!


[ 업적 <지피지기> 을 달성했습니다! (달성 조건 : 타인의 상태창 관찰)]

[ 2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업적 달성··· 포인트···?’


생각해보니 처음 상태창을 열었을 때도 이런 알림을 본 것 같았다.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보니 역시 포인트가 올라가 있었다.


- 잔여 포인트 : 4000


‘하지만 이건 어디에 쓰는 거지?’


그러자 내 물음에 대답하기라도 하듯 다시 알림이 날아왔다. 


[ 포인트로는 능력치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

[ 포인트는 퀘스트, 업적, 게임 승리 등을 통해 획득할 수 있습니다. ]


“!”


이거다. 나는 설명을 듣자마자 몸에 전율이 돌았다.


물론 다른 사람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좋은 능력이다. 감독이나 스카우터 같은 사람이 이 안경을 얻으면, 잠재력 있는 선수를 마구 발굴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데뷔할 때부터 내 목표는 오직 단 하나, 렐드컵을 우승하는 것뿐이었다. 물론 내 주제를 깨닫고 금방 포기했지만··· 만약 정말로 능력치를 올리는 게 가능하다면 불가능한 얘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까?’


지금까지 이 안경이 보여줬던 능력이 워낙 신기하긴 해도, 사람의 실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말 그대로 초자연적인 일이니까.


하지만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해보면 왠지 가능할 것만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라, 일단 해보자.’


놀랍게도 능력치를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상태창의 내용이 바뀌었다.



라인전 : 15(-4) / 100 -> 1600포인트 필요

한타 : 18(-4) / 100 -> 1900포인트 필요

운영 : 29 / 100 -> 3000포인트 필요

집중력 : 23 / 100 -> 2400포인트 필요


잔여 포인트 : 4000


‘아하.’


현재 능력치가 15인 라인전을 업그레이드하려면 1600포인트가 필요하고, 능력치가 18인 한타의 경우 1900포인트가 필요하다.


즉, 능력치가 오를 때마다 업그레이드 비용이 100포인트씩 늘어나는 구조인 것 같았다. 


‘신중하게 결정하자.’


그동안 여러 온라인 게임을 해본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처음에 스탯을 잘못 찍으면 망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이건 엄연한 현실이니 되돌릴 수도 없다. 


주어진 포인트는 단 4000. 어느 스탯을 구매할지 한참 고민하던 나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


‘그래, 역시 이게 맞는 것 같아.’




몇 시간 후.


내가 소속한 팀인 썬더스톰 루키즈와, 상대 팀 갤럭시 루키즈와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 밴픽 시작하겠습니다. 


“휴···.”



이변이 없으면 이 경기가 프로게이머로서 나의 마지막 경기가 될 확률이 높았다.


은퇴 경기라는 생각에 시원섭섭한 감정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바로 능력치를 올리는 게 정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일단 처음은 그냥 해보자.’


나는 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 처음에는 스탯을 올리지 않은 채로 라인전을 시작했다.


‘역시나 빡세네.’


상대 선수도 그리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라인전만큼은 나보다 뛰어났다.


사실 손목을 다친 후로는 마지막으로 라인전을 이긴 게 언제인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제 안 되겠다.’


게임이 시작한 지 5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CS가 10개나 차이나고 있었다. 더 이상 손해를 보면 되돌릴 수 없었다.


나는 실수인 척 물병을 쏟고는 퍼즈를 요청한 후 상태창을 열었다.


- 썬더스톰 루키즈의 요청에 따라 잠시 경기를···


[ 스탯 구매 : 라인전 / 한타 / 운영 / 집중력 ]


아직도 반신반의한 상태였지만 어차피 나에게 남은 희망은 이것밖에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심호흡한 후 미리 결정해둔 대로 선택지를 눌렀다.





“마지막 경기라고 마음 놓지 말고, 어?”


“예~.”


‘어우, 귀찮아.’


갤럭시 루키즈의 탑 라이너, 박세준은 코치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이 경기에 딱히 의욕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별로 중요한 경기도 아니고, 대충 하고 빨리 끝내자.’


그도 그럴 것이, 


썬더스톰 루키즈의 순위는 10위.


갤럭시 루키즈의 순위는 8위.


이번 경기가 리그 마지막 경기인 걸 감안하면, 어차피 두 팀 다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경기의 결과로 순위가 바뀌지도 않는다. 


이기든 지든 상관이 없는, 말 그대로 죽은 경기.


때문에 의욕이 나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최근에는 스크림을 제외하면 개인 솔랭조차 거의 돌리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이 기억하기로는, 상대 선수는 그리 실력이 좋은 선수도 아니었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밟아버릴 수 있는 선수였다.


실제로 인게임에서도 박세준의 생각이 그대로 적중했다.


‘쉽다, 쉬워.’


상대는 탱커를 고르고 시종일관 맞는 것밖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다른 라인은 몰라도 탑은 그대로 압승할 분위기.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 썬더스톰 루키즈에서 퍼즈 요청했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경기 재개했습니다.


체감상 3분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은 퍼즈.


하지만 그 이후, 상대방의 플레이가 뭔가 달라졌다.


‘무빙이 좀 좋아진 거 같은데?’


퍼즈 전까지만 해도 스킬을 쏘는 족족 맞아주던 상대방이었는데, 자신의 패턴이라도 읽은 것인지 적중률이 상당히 낮아졌다.


자신의 마나도 무한은 아니었기에 맞지도 않는 스킬을 계속 날릴 수는 없었고, 스킬을 아끼는 사이 벌어졌던 CS 격차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 짜증 나네.’


상대 캐릭터는 초반에 좋지 못한 대신 후반 한타로 갈수록 활약할 여지가 큰 캐릭터이다.


반대로 자신의 캐릭터는 그런 상대방의 캐릭터를 괴롭히기 위해 라인전에 몰빵한 캐릭터.


즉, 이대로 초반에 이득을 보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유리해지는 구도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둘 순 없지.’


CS로 격차를 못 벌린다면, 킬로 승부를 보면 된다. 자존심에 살짝 스크래치가 난 박세준은 다소 무리한 판단을 내렸다. 


각이 보이자마자, 바로 앞점멸과 궁극기로 공격. 모든 걸 쏟아부은 만큼 만약 상대가 반응한다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겠지만, 상대는 그렇게 피지컬이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 십중팔구 반응도 못 하고 폭사할 게 뻔했다.


하지만...


‘어?’


상대는 아슬아슬하게 점멸을 쓰며 자신의 공격을 회피했고, 역으로 반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박세준은 뭔가 해보려 했지만 이미 스킬을 모두 써버려 대응할 수단이 없었고, 점멸도 빠진 상태라 도망갈 수도 없었다. 


- 퍼스트 블러드!


결국 상대를 얕본 대가로 박세준은 첫 킬을 허무하게 헌납하고 말았고, 그대로 1세트를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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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훈련 24.08.21 86 2 10쪽
5 새로운 팀 +1 24.08.20 102 2 11쪽
4 기회 24.08.18 98 2 11쪽
3 마지막 경기(2) 24.08.17 97 2 13쪽
» 마지막 경기 24.08.16 104 2 11쪽
1 실패한 프로게이머 24.08.15 13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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