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 찍는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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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장인
그림/삽화
휴재장인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1
최근연재일 :
2024.09.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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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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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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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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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새로운 팀

DUMMY

다음 날, 나는 코치님이 보낸 문자에 적힌 건물에 도착했다.


‘와...’


건물 안으로 들어간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기업에서 후원하는 팀이다 보니 원래 있던 숙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시설이 좋았다. 


살짝 기가 죽은 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드디어 감독실을 찾을 수 있었다.


- 똑똑


노크를 하고 잠시 기다리자, 문이 열리며 인상 좋아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나타났다.


“누구세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정동빈 코치님 소개로 온...”


“아, 누군지 알겠네. 일단 들어와서 얘기합시다.”


나는 얼떨결에 감독실 안까지 발을 들였다. 방을 구경하며 멍을 때리고 있자, 감독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반가워요. 이름이... 김유성 군이라고 했었나? 저는 여기 감독직을 맡고 있는 한승철이에요.”


“아,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그래, 그러면 뭐. 아무튼 정 코치님한테 너 얘기 많이 들었어. 열심히 한다고 칭찬 엄청나게 하시더라.”


“코치님이요?”


나한테는 단순히 추천을 했다 정도로만 말했었는데,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도움을 많이 주신 것 같았다. 나중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지.


잠시 나와 얘기를 나누던 감독님은 로켓츠 선수들을 만나러 가자는 제안을 했다.


“그럼 우리끼리는 통성명을 했으니까··· 지금 딱히 안 바쁘면, 팀원들 얼굴이라도 한번 볼래? 사실 우리도 일정이 꽤 촉박해서...”


“네, 지금 바로 갈까요?”


하긴 내가 워낙 늦게 들어온 탓에, 1월 대회까지는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나 역시 조금이라도 빨리 연습을 시작하고 싶었기에, 흔쾌히 감독님을 따라 연습실로 향했다.



“여기가 우리 연습실이야.”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금은 연습 시간이 아닌지 선수들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대충 둘러보니 몇 번 경기를 해서 얼굴을 아는 선수도 있었고, 반대로 이제 막 올라왔는지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


“이쪽은 우리 팀원들...”


감독의 소개를 한 귀로 흘려들은 채 나는 우선 상태창을 켜 선수들의 능력치부터 살펴봤다. 안경을 얻게 된 이후로 생긴 습관이었다.


이지성(18세, 미드)


라인전 : 33 / 100

한타 : 30 / 100 

운영 : 28 / 100

집중력 : 29 / 100


김한민(19세, 서폿)


라인전 : 27 / 100

한타 : 25 / 100 

운영 : 35 / 100

집중력 : 33 / 100 


 ‘와...’


확실히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팀이라 그런지 전반적인 능력치가 좋았다. 대부분의 선수가 평균 30 정도 되는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선수의 상태창을 확인한 순간, 앞의 능력치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유지민(17세, 원딜)


라인전 : 42(+5)/100

한타 : 32/100

운영 : 39/100

집중력 : 42/100


[ 라인전의 대가 ] - 상당한 라인전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인전 스탯 +5

[ 유망주 ] - 풍부한 잠재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경험치가 일정 수준 이상 쌓였을 때 모든 스탯이 

 증가하고 ‘유망주’ 특성이 사라집니다.


‘이게 말이 돼?’


나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스탯 총합. 거기다가 스탯과 관련하여 특수한 효과까지 있었다.


‘아마 저게 특성이라는 거겠지?’


라인전 스탯을 5 늘려주는 특성만 해도 사기인데, 더 기가 찬 건 ‘유망주’라고 적혀 있는 특성이었다. 지금도 충분히 높은 수치인데 여기서 스탯을 더 늘려 준다니?


스탯을 늘려 주기는커녕 페널티를 안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이쪽은, 이번 대회에 같이 나가게 된 김유성이라고 한다. 같이 3부 리그에서 뛰었으니까, 얼굴은 다들 알지?”


‘음?’


내 소개를 들은 팀원들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하긴...’


몇 번 맞붙었던 만큼 내 실력에 대해 모를 리가 없었다. 입 밖으로 말을 꺼내는 선수는 없었지만, 지금 이 상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때, 아까 눈여겨봤던 선수인 유지민이 입을 열었다.


“감독님. 그냥 승윤이 형 복귀할 때까지 기다렸다 2월 대회부터 나가면 안 되나요? 어차피 이런 급조한 팀으로 나가도 좋은 성적은 못 거둘 텐데요.”


말은 ‘급조한 팀’이라고 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나를 저격하는 말처럼 느껴져 괜히 찔렸다. 사실 이 팀의 기존 탑 라이너와 비교했을 때 내 실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니까.


다행히 감독은 부드럽게 상황을 무마시켰다.


“대회 성적보다도 거기서 얻는 경험이 더 중요한 거야. 그리고 막상 나가 보면 의외로 좋은 성적을 거둘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너가 유성이 좀 많이 챙겨 줘라.”


“...네, 알겠습니다.”


감독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반대할 정도로 막 나가는 성격은 아니었는지 유지민은 손쉽게 수긍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내게 악수를 청해왔다.


“잘 부탁드려요, 형.”


다행히 나에 대해서 별다른 악감정은 없는 듯했다. 나 역시 흔쾌히 손을 맞잡고 악수했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한다.”



***


로켓츠 루키즈에 들어온 지 일주일째.


그동안의 일과는 기존에 썬더스톰에 있었을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11시 기상 후 오전 스크림. 밥 먹고 솔랭.


7시부터 다시 저녁 스크림. 밥 먹고 새벽 4시까지 솔랭.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 한 가지였다.


‘다들 잘한다.’


상태창으로 능력치를 확인했을 때도 느낀 거였지만, 같이 게임을 해 보니 왜 이 팀이 4위라는 위치에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개개인의 능력치도 뛰어날뿐더러, 팀워크가 좋아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툭하면 서로에게 정치질이나 해대던 원래 팀과는 천지 차이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건 역시 유지민.


- 퍼스트 블러드!


- 아군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정글의 개입만 없다면, 어지간히 불리한 상성이 아니고서야 말 그대로 상대 바텀을 박살냈다.


“이거 지금 바로 용 달리죠.”


게다가 높은 운영 수치 때문이었는지, 원딜러인데도 특이하게 오더까지 도맡아 하고 있었다.


나머지 팀원들은 그 오더를 충실히 수행하고, 동시에 유지민이 편하게 딜을 넣을 수 있도록 곁에서 보좌했다.


팀 전체가 유지민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느낌이랄까.


얼핏 듣기로는 유지민은 이미 2군 콜업이 확정되었고, 만 17세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던데··· 그게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닌 듯했다.



반면 내 경우는 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 적이 당신을 처치했습니다.


‘아, 또 죽었다.’


상대에게 솔킬을 당한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상태창을 열었을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스탯이 많이 늘긴 했다. 하지만 손목 문제 때문인지 능력치에 걸맞지 않게 여전히 라인전에서 솔킬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됐어요. 바텀 이기고 있으니까, 그냥 전령은 주죠.”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팀원과의 호흡도 맞지 않는다는 것.


“텔! 텔! 아··· 이거 늦었다. 본대 다 쓸렸어.”


확실히 강팀이라 그런지 내가 기존에 경험했던 것에 비해 게임의 속도가 확연히 빨랐다.


템포를 따라가지 못하던 나는 혼자서 사이드를 밀다 허무하게 잘려 역전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 제압되었습니다.


“아, 쏘리···”


“휴, 일단 이러면 내셔는 줘야 할 것 같고, 미드 라인이나 밀죠.”


- 상대 팀이 내셔를 처치했습니다. 


그나마 잘 큰 상태인 바텀이 열심히 수성을 하긴 했지만, 내셔 버프를 끼고 들어오는 상대의 진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바텀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스크림은 패배로 끝났다.




그날 새벽.


다른 팀원들은 모두 연습을 끝마치고 자러 갔지만 나는 스크림에서 패배했던 판을 복기하고 있었다.


‘확실히 내가 제일 뒤처진다.’


리플레이를 돌려 봐도 나쁜 의미로 내가 제일 눈에 띄었다. 만약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해도, 내 실력이 지금 그대로라면 개인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 것이다.


‘지금 이대로는 안 돼.’


내게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한 달밖에 없다.


2월에 열리는 대회부터는 기존에 이 팀에 있던 탑 라이너가 징계에서 복귀하기 때문이다. 


즉 이번 대회에서 어떻게든 관계자들의 눈에 띌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했다.


여기 온 후로 잠까지 줄여가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제는 그걸 써야 할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룰렛.’


상태창을 열자 낡아 보이는 나무 원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C등급 룰렛 이용권 1장 구매.’


[ 잔여 포인트 : 13300 -> 3300 ]


무려 1만 포인트가 한꺼번에 사라짐과 동시에 원판 안의 공이 마구 회전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자 공은 마찰력으로 인해 서서히 속력을 잃어갔다.


C등급 특성이니 많은 건 바라지 않았다. 그저 스탯을 조금이라도 올려주는 특성이면 충분했다.


“제발···”


마침내 공은 힘을 잃고 숫자 칸으로 떨어졌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특성을 확인했다.


[ C등급 특성을 획득했습니다! ]

[ 위험한 계약 ] - 사용 후 1세트 동안 라인전 스탯이 10 증가합니다. 특성 사용 중 손목 피로도가 3배 증가합니다. 


‘좀 애매한데...’


[ 라인전의 대가 ] 와 비교했을 때 스탯 상승치 자체는 더 크다. 문제는 좀 심각한 페널티가 붙어 있다는 것.


‘손목 피로도라...’


손목의 상태가 좋지 않은 내게는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손목 피로도가 3배 증가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할지는 알 수 없지만,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될 특성이라는 건 확실했다.


아무래도 이 특성은 정말 급할 때를 제외하고는 일단 봉인해둬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룰렛을 돌리고 남은 포인트를 라인전 구매에 사용했다.


[ 라인전 : 27(-6) -> 28(-6) ]

[ 잔여 포인트 : 3300 -> 500 ]


무려 1만이 넘는 포인트를 사용했지만, 결국 당장 큰 변화를 주진 못했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시 솔랭을 시작하려 했다.



그때 누군가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유성아. 아직 안 자고 뭐 해?”


목소리의 주인은 감독님이었다. 이미 모두 자러 갔을 시간에 연습실에 불이 켜져 있으니 확인하러 오신 모양이었다.


“아, 잠이 안 와서 연습 좀 하고 있었어요.”


“그래, 고생이다. 적응하느라 힘들지? 뭐 필요한 건 없니?”


여기서 지낸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언제 봐도 참 착한 분이었다. 이 팀 입장에서 나는 굴러온 돌일 뿐인데. 방치하지 않고 항상 저렇게 편의를 봐주신다.


“아니ㅇ···"


고맙지만 괜찮다고 말하려던 그때, 오랜만에 상태창의 알림이 울렸다.


[ 퀘스트 : ‘라인전의 대가’에게 가르침 받기 ]

[ 보상 : 라인전 스탯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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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6강 +2 24.08.22 90 2 12쪽
6 훈련 24.08.21 87 2 10쪽
» 새로운 팀 +1 24.08.20 103 2 11쪽
4 기회 24.08.18 99 2 11쪽
3 마지막 경기(2) 24.08.17 97 2 13쪽
2 마지막 경기 24.08.16 104 2 11쪽
1 실패한 프로게이머 24.08.15 13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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