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 찍는 프로게이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스포츠

휴재장인
그림/삽화
휴재장인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1
최근연재일 :
2024.09.02 20:4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232
추천수 :
21
글자수 :
83,879

작성
24.08.25 20:20
조회
64
추천
1
글자
12쪽

4강(1)

DUMMY

다음 날. 


긴장감 때문인지 새벽부터 눈을 뜬 나는 새로운 퀘스트를 확인했다.


[ 퀘스트 : 오픈 토너먼트에서 우승. ]

[ 보상 : C등급 룰렛 이용권 1회 ]


상태창을 얻은 후 두 번째로 받은 퀘스트. 룰렛 이용권 가격이 1만 포인트이니 나쁘지 않은 보상이긴 했다.


물론 지금 특성처럼 애매한 특성이 나올 확률도 높으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쨌든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컨디션을 확인할 겸 잠시 손을 풀고 난 후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어제까지는 인원이 많아 피시방에서 대회를 치렀지만, 오늘부터는 스튜디오를 빌려 4강 경기를 치른다. 방송을 위해서 카메라도 설치하고 중계진도 바쁘게 돌아다니는 걸 보니 진짜로 대회에 나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꿀꺽.’


그동안 항상 16강, 8강에서 떨어졌으니 이 스튜디오와는 연이 없었다. 낯선 환경에 긴장해 있던 찰나,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바로 내 전 소속팀인 썬더스톰 루키즈였다.


“어? 유성이 형, 오랜만이네요?”


하필 제일 싫은 놈과 얼떨결에 눈이 마주쳐버렸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눴다.


“어, 그래. 반갑다.”


“와··· 용병으로 다른 팀 들어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쟤네는 어떻게 저 형을 데리고 여기까지 올라왔지? 진짜 인정.”


옆의 동료에게 귓속말을 하는 척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 들으라고 하는 말에 가까웠다.


젠장.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얘네가 어떻게 올라왔지? 솔직히 어제 코치가 대진 상대를 말해줬을 때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물론 토너먼트의 특성상 약팀이라도 대진운만 좋으면 높은 곳까지 올라올 수 있는 건 맞지만 그럼에도 기이한 일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뒤늦게 경기장에 도착한 선수의 얼굴을 보자 나는 곧바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


이지성(18세)


라인전 : 35/100

한타 : 27/100

운영 : 25/100

집중력 : 32/100


[ 강약약강 ] - 자신보다 라인전 스탯이 낮은 상대를 만나면 라인전 스탯이 5 증가합니다. 

 - 자신보다 라인전 스탯이 높은 상대를 만나면 라인전 스탯이 5 감소합니다. 


---------------------------


‘저 녀석 때문이군.’


기존에 못 보던 얼굴이다. 아마 나를 대체해서 새로 들어온 탑 라이너인 것 같았다. 


‘스탯이··· 꽤 높다.’


운영을 제외하고 모든 수치가 나보다 높았다. 게다가 저 ‘강약약강’이라는 특성을 적용하면 라인전 스탯은 40이 된다. 


어쩐지. 원래 꼴찌에 불과했던 팀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나 했다. 그 과정에서 필시 저 선수의 활약이 있었을 것이다. 


‘왜 자꾸 저런 애들만 만나냐.’


8강부터 만나는 탑 라이너가 하나같이 심상치 않았다. 만약 탑 대신 다른 라인이 뛰어난 팀을 만났다면 쉽게 버스나 탔을 텐데. 약간은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아니다. 차라리 잘 됐어.’


원수도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를 내쫓은 팀에게 복수를 하기에는 이만한 기회가 없다.


물론 그렇다고 멍청하게 상대와 정면승부를 펼칠 생각은 없었다. 라인전에서의 싸움은 철저히 회피하고 바텀의 버스를 타는 게 내 계획이었다.


모든 세팅이 완료되자 드디어 1세트가 시작되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2021년 첫 번째 오픈토먼트 대회! 4강 경기를 시작~ 하겠습니다!!”


“네. 첫 번째 경기는 로켓츠 루키즈와 썬더스톰 루키즈의 대결인데요. 해설자님, 이 두 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우선 썬더스톰 루키즈의 경우에는 원래는 리그에서 10위에 있었을 정도로 강팀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웠는데요. 이번에 ‘엘리트’ 이지성 선수를 영입한 후로 탑 캐리 전략을 구사하면서 여기까지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군요. 그럼 반대로 로켓츠는 어떤가요?”


“로켓츠 루키즈 같은 경우는 전통적인 바텀 캐리를 추구하는 팀입니다. 바텀의 라인전이 워낙 강력하고, 후반 캐리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특이한 점으로는 이 팀은 대회 시작 전 약간의 멤버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하,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기존의 탑 라이너였던 ‘캐슬’ 김승윤 선수가 잠시 징계로 인해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대신 작년 썬더스톰 루키즈에 있었던 ‘메테오’ 김유성 선수가 임시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러니까 메테오 선수 입장에서는 친정팀을 상대로 경기를 하게 된 셈이 되었군요?”


 “그렇죠. 썬더스톰 루키즈는 메테오 선수를 자르고 엘리트 선수를 영입했는데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 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경기 밴픽을 시작하겠습니다.”




‘뭘 저런 것까지 말해?’


의도치 않은 관심을 받게 된 덕분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만약 이 경기를 지게 되면, 다들 나를 자른 게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할 테니까. 포인트건, 퀘스트건 관계없이 이번 경기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다.


“나루, 나루 자르자.”


“문어여왕도 밴할까?”


1세트 밴픽. 팀원들은 8강 경기를 통해 느낀 게 있었는지, 탑에 밴 카드를 많이 투자해 최대한 내가 견제받지 않고 무난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탑에서 버티고만 있으면 되는, 내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편안할 수 없는 조합이 완성되었다.


이렇게까지 도와주는데 나 역시 팀에게 민폐를 끼칠 순 없었다.


‘절대 안 죽는다.’


나는 어떻게 보면 비겁해 보일 정도로 딜교환을 회피하고, 타워에 숨어 CS와 경험치를 받아먹었다. 


바람직한 플레이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나에게는 이게 최선이었다. 현재 상대의 라인전 스탯은 40. 반면 특성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내 라인전 수치는 실질적으로 28. 


절대 넘볼 수 없는 차이라는 걸 알기에 시작부터 숙이고 들어가는 게 맞았다.


“아, 메테오 선수 정말 틈을 안 줍니다.”


“네. 마치 거북이가 등껍질에 숨은 것처럼, 단단한 플레이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버티는 플레이를 계속한 결과, 결국 아래쪽에서 승전보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퍼스트 블러드!


“나이스!”


“좋아. 이대로 용도 먹자.”


상대가 조급해진 게 눈에 보였지만 나는 가드를 풀 생각이 없었다. 이걸 풀기 위해서는 정글을 데려와서 다이브를 쳐야 하는데, 그러기엔 상대 정글러는 바텀을 신경 쓰기에도 바빴다. 


결국 늘 그랬듯이 우리 팀의 바텀이 잘 성장하며 1세트를 캐리했다. 


[ 경기 승리. 2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GG~!!”


“역시나 1세트는 로켓츠가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살짝 긴장이 풀리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오늘 경기는 5판 3선승제이니까.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아직 2세트가 남았다.


손목을 주물러보자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았다. 진통제를 먹고 경기에 임한 덕분에 통증 때문에 경기력에 지장이 가는 일은 없어졌다.


물론 통증이 없다는 건 지금 내 손목의 상태가 어떤지 나도 잘 모른다는 뜻이다. 그만큼 주의해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 


“유성아, 어때? 버틸 만해?”


“네. 이대로 가면 괜찮을 것 같아요.”


코치님이 밴픽에 대해 물어봤지만 딱히 바꿀 부분이 없었다. 탑에서 버티고, 바텀에서 캐리한다. 전형적인 우리 팀의 승리 플랜대로 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상대는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2세트부터 밴픽을 비틀기 시작했다. 


“자, 썬더스톰 루키즈가 마지막 픽을 고를 차례입니다. 아직 탑이 나오지 않았거든요? 과연 무슨 픽을 고를지...”


“아마 엘리트 선수의 캐리력을 극대화하는 픽이 나올 것 같거든요? 현 메타에서 무난한 픽으로는 나루나··· 어?! 악마사냥꾼이 나왔습니다!”


‘아, X발.’


“와··· 악마사냥꾼? 유성아, 너 버틸 수 있겠어?”


“네. 해볼게요.”


대답은 그렇게 하긴 했지만 사실 약간 멘탈이 나간 상태였다. 


‘어쩐지 좀 불안하긴 했는데...’


악마사냥꾼이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특이한 캐릭터이다. 원거리 딜러이긴 한데, 사거리도 짧고, 라인 클리어도 느려서 라인전이 매우 약해 바텀으로는 잘 가지 않는다.


그 대신 탑 악마사냥꾼으로 기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앞서 말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탑 악마사냥꾼을 기용하는 이유는 딱 하나, 탱커 상대로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악마사냥꾼의 패시브에는 3타를 때릴 때마다 ‘최대 체력에 비례한’ ‘고정 피해’를 입히는 효과가 존재한다.


최대 체력에 비례한 데미지를 주거나, 고정 피해를 입히는 캐릭터는 많다. 하지만 두 개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150개가 넘는 렐 캐릭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어떤 놈이 설계했는지 양심도 없지.’


탱커 입장에서는 체력 아이템을 산다고 하더라도 최대 체력 비례 데미지라 오히려 데미지가 늘어난다. 고정 피해이기 때문에 방어력을 올려도 막을 수가 없다. 즉 아무리 탱커가 잘 커도 악마사냥꾼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하필 대장장이를 고른 내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성이라 할 수밖에 없다. 아마 내 캐릭터 풀에 대해 잘 아는 팀이니만큼, 이런 상황을 가정하고 미리 밴픽을 설계한 게 틀림없었다.


역시나 탑 라인전은 예상대로 악마사냥꾼이 대장장이를 압도했다.


“아, 지금 대장장이 너무 괴로워 보이는데요~.”


“대장장이가 CS를 하나 먹을 때마다! 악마사냥꾼이 와서 한 대씩 툭툭 때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너무 아파요!”


‘못 버티겠다.’


무작정 버티려고 해도 1세트와 상황이 너무 달랐다. 적어도 그때는 체력이 좀 깎이더라도 맞아가며 CS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러기에는 들어오는 데미지가 너무나 아팠다. 이러다 혹여나 솔킬이라도 따이는 날에는 라인에 서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아··· 지금 10분인데, 대장장이 CS가 50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글 CS가 더 많아요.”


“반면 악마사냥꾼은 대장장이를 무시하고 포탑만 치고 있는데요. 이거 너무 건방진 거 아닌가요?!”


이대로 웅크리고만 있다가는 정말 답도 없어진다. 마침 정글러도 왔기에 나는 궁극기와 함께 이니시를 걸었다.


- 뿌우~


하지만 궁극기를 배운 건 상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악마사냥꾼을 궁극기를 킨 후 은신을 통해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계속해서 평타를 치기 시작했다.


“어? 어?”


황급히 2번째 궁극기를 날렸지만 악마사냥꾼은 그것마저 점멸로 피하며 애꿏은 우리 정글러만 죽고 말았다.


게다가 뒤이어 온 상대 정글러의 다이브로 인해 나 역시 사망.


2개의 킬과 포탑 채굴까지 야무지게 먹은 악마사냥꾼을 막을 사람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 어둠에 빠진 자들을 사냥해 볼까?


한타 때마다 악마사냥꾼은 궁극기와 유체화를 활용해 엄청난 이동속도로 아군을 한 명씩 사냥해나가기 시작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악마사냥꾼이 말 그대로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나마 팀의 에이스였던 바텀이 대적해보려 했지만, 애초에 탑에 서 있는 캐릭터는 경험치 때문에 원딜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


성장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바텀마저 무너지고 나자, 악마사냥꾼은 남은 전원을 몰살시키며 에이스를 띄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탯 찍는 프로게이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피닉스 루키즈 +2 24.09.02 37 0 12쪽
15 트라이아웃(2) 24.08.31 47 0 13쪽
14 트라이아웃 24.08.30 48 0 11쪽
13 추락 24.08.29 53 0 12쪽
12 4강(3) 24.08.27 61 2 15쪽
11 4강(2) 24.08.26 65 1 12쪽
» 4강(1) 24.08.25 65 1 12쪽
9 8강(2) +1 24.08.24 70 1 11쪽
8 8강(1) 24.08.23 73 1 11쪽
7 16강 +2 24.08.22 90 2 12쪽
6 훈련 24.08.21 87 2 10쪽
5 새로운 팀 +1 24.08.20 102 2 11쪽
4 기회 24.08.18 99 2 11쪽
3 마지막 경기(2) 24.08.17 97 2 13쪽
2 마지막 경기 24.08.16 104 2 11쪽
1 실패한 프로게이머 24.08.15 135 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