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 찍는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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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장인
그림/삽화
휴재장인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1
최근연재일 :
2024.09.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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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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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79

작성
24.08.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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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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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훈련

DUMMY

‘!’


상태창을 얻은 후 처음으로 생긴 퀘스트였다. 나는 다급하게 내용을 살펴 봤다.


‘라인전의 대가? 이건 유지민이 가지고 있던 특성 이름이었는데...’


내가 알기로 이 팀에 저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유지민 한 명 밖에 없었다.


나는 탑이고 유지민은 원딜이긴 하지만, 스탯 차이만 20가까이 나니까 뭐라도 배울 순 있겠지.


안 그래도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성격이 좀 안 좋아 보이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감독님. 마침 부탁드릴 게 하나 있는데요.”



***


하지만 다음 날부터 나는 내 결정을 후회했다.


“탑 죽지만 말고 버티라니까요. CS 좀 버리는 게 어려워요?”


“형. 진짜 이해가 안 가는 게··· 방금 와드로 상대 보였는데 거기는 왜 들어간 거예요?”


“아니, 거기다 텔을 타면 어떻게 해요? 방금 한타, 형이 우리 팀원 다 죽인 거예요.”


‘후...’


감독님의 말을 전해들은 유지민이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일이 잘 풀리나 싶었다.


하지만 스크림 시간, 실수해도 적당히 넘어가 주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대놓고 면박을 주기 시작했다.


나는 내 화면만 보기에도 바쁜데, 이놈은 모니터를 2개라도 쓰는지 내가 잘못된 선택이나 행동을 내릴 때마다 귀신같이 잡아냈다.


‘후...’


보다못한 감독님이 눈치를 주기도 했지만,


‘괜찮아요. 저 형도 동의했어요.’


라는 말과 함께 교육은 계속되었다.


포인트를 위해서라면 뭐든 괜찮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3살 어린 동생한테 지적을 받는다는 건 꽤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컸다.


하지만 장점도 있었다. 워낙 쪽을 주다 보니 내가 뭘 실수했는지 확실히 기억에 남아서, 적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팀원들과도 친해짐 대신 욕해줘서 원래는 이방인이라 욕 못했는데


‘맞다. 텔 빨리 타랬지.’


[ 학습 성과 : 0% -> 10% ]


게다가 말을 기분 나쁘게 해서 그렇지 틀린 말 자체는 없었다. 내 성장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사실 그보다 더 괴로운 건 라인전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방금 스킬은 어디로 날린 거예요?”


“형 반응속도가 왜 이렇게 느리지? 어떻게 이걸 못 씹어요?”


“봐요. 미니언이 체력이 낮아지면··· 이렇게 막타를 치라니까요. 이게 어려워요?”


‘어렵다, X발놈아.’


앞선 스크림 시간에는 내 판단에 대한 ‘비판’을 해왔다면, 라인전을 배울 때는 내 실력에 대한 순수 비난이었다. 


판단은 개선할 수라도 있지, 반응속도 같은 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님에도 욕을 먹으니 괴로웠다.


‘싸가지 없는 새끼, 지 잘났다고...’


어이없게도, 유지민은 원딜러임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탑 라인전에 더 능숙했다.


오늘만 벌써 10판 넘게 1:1을 했는데 아직 1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진짜 잘하긴 하네.’


무빙이나 스킬샷도 나보다 뛰어났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부족한 센스가 넘쳐났다. 이건 내가 따라 하려 해도 따라 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에휴, 아쉬운 내가 참아야지.’


나는 전략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피지컬 적인 요소는 따라 할 수 없어도, 라인전 구도나 디테일은 분명 배울 점이 있었다.


나는 자존심을 굽히고 방금 패배한 1:1 장면에 대해 질문했다.


“야, 방금은 내가 어떻게 해야 했어?”


 예상외로 유지민은 흔쾌히 답변해줬다.


“사실 실수한 게 너무 많긴 한데, 제일 큰 것부터 꼽자면 몸통박치기를 먼저 쓰면 안 돼요. 상대가 피하기라도 하면 곧바로 킬각이 잡히니까. 그보다는 Q로 조금씩 갉아먹는다는 느낌으로 해야...”


[ 학습 성과 : 20% -> 30% ]


알림이 뜨는 걸 보니 확실히 이 방향이 맞는 것 같았다. 나는 계속해서 구박받으면서도 끈질기게 라인전 구도를 정립해 갔다.


그렇게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제발, 제발...’


- 넌, 진다.


- 힘이 넘치는군!


둘 다 체력이 빠진 상황에서, 유지민과 나는 회피를 선택하는 대신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정말 간발의 차였지만, 나는 살고 유지민의 캐릭터를 잡는 데 성공했다. 


“됐다!”


유지민과 1:1을 시작한 후 거의 처음으로 이뤄낸 솔킬. 물론 그 전에 한 100번 정도는 죽은 것 같았지만, 어쨌든 지금은 내가 이겼다.


[ 학습 성과 : 470% -> 500% ]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

[ 라인전 : 28(-6) -> 33(-6) ]


그 덕분인지 드디어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보상은 무려 라인전 스탯 5개.


그동안 낮에는 스크림을 하느라, 밤에는 유지민과 1:1을 하느라 포인트를 거의 얻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그걸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는 보상이었다.


‘그동안 구박받던 보람이 있었네.’


“축하드려요. 이제 좀 사람처럼 라인전을 하시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될 것 같아요.”


여전히 마음에 안 들게 말을 하는 유지민이었지만, 이 녀석 덕분에 포인트를 얻었다고 생각하니 딱히 화가 나지도 않았다.


“어, 그래, 고맙다. 다 너 덕분이야." 


그때 녀석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해요?”


프로게이머를 시작한 이후 항상 재능이 넘쳤던 유지민에게 있어서, 김유성은 좀 이해하기 힘든 존재였다. 


누가 봐도 재능은 없다. 본인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닐 텐데, 정말 미련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보는 자신이 답답해질 정도로.


“그냥 하는 거지. 딱히 이유는 없어.”


“아니, 그런 이유 말고요.”


나는 유지민의 말에 생략된 속뜻을 파악했다. 아마 나이도 많고, 앞으로 잘 될 가능성도 높지 않은데 왜 이렇게까지 노력하느냐는 거겠지.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좀 화를 냈을지도 모르지만, 몇 주 동안 같이 지내며 어느 정도 이 녀석의 성격을 파악한 터라 별로 신경 쓰이진 않았다. 아마 순수하게 궁금하게 물어봤을 것이다.


“사실··· 부모님이 이 길을 반대했었거든. 프로게이머 한다고 해서 뭐가 되겠냐고.”


처음 자퇴 얘기를 꺼냈을 때, 당연한 얘기지만 부모님은 정말 격렬한 반대를 했었다. 부모님은 내가 연습생이 된다고 해봤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은퇴할 거라 했었고, 나는 반드시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했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는 부모님이 옳았다. 지난 3년 동안 나는 3부 리그에서 승격을 한 것도, 우승을 하거나 하다못해 플레이오프에 나가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은퇴하기 전에 뭐라도 이루고 싶어.”


적어도 뭐라도 이루면 시간이 지났을 때 프로게이머를 한 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


너무 진지한 얘기였나? 좀 친해진 것 같다는 생각에 너무 속마음을 늘어놨다.


적당히 수습하려 했는데, 녀석은 웬일인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어요. 그럼 다시 연습합시다.”


“지금 벌써 4시 반인데? 아까는 여기까지만 하자며.”


평소 잘 시간이 되면 칼같이 연습을 종료하던 유지민을 생각하면 의외의 모습이었다.


“뭐라도 이루고 싶다면서요? 우승해야죠, 이번 대회.”


“...! 그래. 우승해야지.”


아무래도 영 나쁘기만 한 성격은 아닌 모양이었다. 나와 유지민은 그날 후로 대회 전까지 더욱 강도 높은 연습을 계속했다.






일주일 후, 대회 전날. 


로켓츠 루키즈의 감독은 평소보다 약간 이른 시간인 저녁 10시에 모든 스크림을 끝내고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좋아. 내일은 대회가 있으니까,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다들 푹 자고 내일 아침 8시에 보자.”


잠을 자러 가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한승철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야.’


처음 일이 터졌을 때만 해도 원래는 아카데미에서 학생 1명을 데려오려 했었다. 그런데 썬더스톰 팀의 코치가 자신과 아래 코치들한테 정말 적극적으로, 경기 영상까지 첨부해 가면서 김유성을 추천해 왔다. 


결국 못 이긴 척하고 팀에 받아 주긴 했지만, 초반에만 해도 걱정이 많이 되었다. 리그에서 봐왔던 김유성의 실력은 말 그대로 수준 이하였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초반에는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워낙 혼자서 실력이 떨어지다 보니, 김유성이라는 구멍 하나 때문에 팀 전체의 승률이 떨어지고 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구해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 김유성이 먼저 유지민과의 연습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약간 걱정되었지만, 결과적으로 김유성의 실력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 이제는 제법 쓸만한 선수가 되었다. 적어도 3부 리그 선수 중 평균은 되는 실력까지 올라왔다.


물론 가르치는 사람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당연하다 싶을 수 있지만, 유지민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 구박을 받아내고 지식만 쏙쏙 받아내는 것도 재능이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건 유지민이었다. 실력은 의심할 수 없었지만, 자기중심적이고 직설적인 성격이라 걱정이 많이 되는 선수였다. 근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그것도 원래의 연습 시간을 넘어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줄은 몰랐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나중에 정 코치한테 밥이라도 사야겠군.’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데 감독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날 한승철은 다음 날 대회를 위해 밤늦게까지 밴픽 연구에 몰입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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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피닉스 루키즈 +2 24.09.02 37 0 12쪽
15 트라이아웃(2) 24.08.31 47 0 13쪽
14 트라이아웃 24.08.30 48 0 11쪽
13 추락 24.08.29 52 0 12쪽
12 4강(3) 24.08.27 60 2 15쪽
11 4강(2) 24.08.26 65 1 12쪽
10 4강(1) 24.08.25 64 1 12쪽
9 8강(2) +1 24.08.24 69 1 11쪽
8 8강(1) 24.08.23 72 1 11쪽
7 16강 +2 24.08.22 90 2 12쪽
» 훈련 24.08.21 87 2 10쪽
5 새로운 팀 +1 24.08.20 102 2 11쪽
4 기회 24.08.18 99 2 11쪽
3 마지막 경기(2) 24.08.17 97 2 13쪽
2 마지막 경기 24.08.16 104 2 11쪽
1 실패한 프로게이머 24.08.15 13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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